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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가족] 대한민국 영재 1호 푸름이 가족의 독서법 책 읽기를 강요하기 전 아이의 영혼부터 보듬어라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그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책임이다. 남편이 책 읽는 걸 군대 다시 가기보다 싫어한다면 그때는 아내가 남편의 또 다른 엄마가 되어 그 어린 내면을 보듬어줘야 한다. 아들을 독서 영재로 키운 푸름이 엄마, 아빠에게 온 가족이 행복하게 책 읽는 비법, 책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물었다.

한 아이를 가슴으로 품어 젖을 먹이고, 기저귀 갈며 배꼽에 바람 불어 넣으면서 키워 드디어 세상으로 나아가게 돕는 것. 지상 최고의 행복은 이런 것일 테다.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다고 여긴다면 더더욱. 이런 점에서 푸름이 가족은 ‘행복이 가득한 집’이다. 그런데 이 가족의 행복 추구법은 꽤 단순하고 평범하다. 아이는 스스로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기. 스스로 해내는 걸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함께 기뻐하기. 아이가 지금 웃고 있는지, 제대로 사는지, 그래서 내가 행복한지만 살피기. 평범보다 비범이 더 쉽다는 걸 우린 이미 알기에 이 가족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영재 1호 푸름이(본명은 최찬이지만 ‘푸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와 그 가족의 남다른 모습은 이들의 독서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독서 교육 방법에서도 ‘스스로 행복하기’의 원칙은 그대로다. 푸름이는 1999년 영재교육진흥법이 통과될 당시 영재 1호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된 아이다. 생후 29개월에, 그것도 가르친 지 두 달 만에 한글을 깨쳤고, 30개월부터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5살 때 학습백과를 읽으며 ‘분류’라는 걸 해나갔고, 초등학생 때 1분당 50쪽을 읽는 속독 능력도 혼자서 익혔다. 신과 인간의 세계를 탐구하는 심오한 책 <개미>는 10살 때 읽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2만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하룻밤에 백과사전 14권의 내용 교정(오자나 탈자 교정이 아니라 정보에 오류가 있는지 찾는 내용 교정)을 끝냈다.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버쩍버쩍 마르는 엄친아의 ‘업적’이다.

(왼쪽) 푸름이가 행복한 책벌레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아빠 최희수 씨와 엄마 신영일 씨.푸름이는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촬영에 동참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영재가 영재 교육이나 유학을 선택하는 데 반해 푸름이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 한번 받은 적 없이, 고등학교까지 파주 금촌에서 평범한 소도시 아이로 자랐다. 대신 인간을 통찰하는 힘, 역사를 탐구하는 힘으로 똘똘 뭉친 스무 살이 됐다. 그건 모두 책 읽기가 준 귀한 힘이라고 아빠 최희수 씨와 엄마 신영일 씨는 확신한다(푸름이는 지금 일본의 대학으로 유학 절차를 밟고 있다. <착한 아이의 비극>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심리학자 가토 다이조(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의 글에 감동을 받아 결심한 일본 유학이다. 아마도 전공은 심리학이 될 것이라 한다. JASSO(일본 유학생 후원 기구)에서 6년 동안 주는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을 받게 됐고, 일본 정부에서 실시한 일본어 능력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정서나 감성보다 지식의 벤다이어그램만 마구 늘려 타인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고독한 영재’가 아니라 행복이라는 평범하고도 경이로운 진리를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푸름이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결혼 전까지 탁구 선수로 활약한 엄마 신영일 씨가 뒤늦게 책과 친해진 이야기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명문대 대학원까지 나온 지식인이지만 결코 책읽기의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아빠 최희수 씨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이 가족이 전하는 ‘즐겁고 행복하게 책 읽는 방법’을 살피면 ‘책으로 행복해지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난감처럼 백과사전을 줘라
“아이들은 사실을 먼저 받아들인후에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 ‘분류’라는 개념을 찾아내면서 지적인 성장을 이룹니다. 지성의 기초를 닦을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 바로 백과사전이지요. 이에 반해 교과서는 단지 지식을 나열해 놓은 책이지, 자연스러운 지식의 분류 체계와는 거리가 멀어요. 푸름이는 백과사전을 소설책 보듯이 읽으면서 5살 때 이미 아빠의 지식 수준을 넘어서버렸어요.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은 후에 개구리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면 <브리태니커 비주얼 사이언스 백과>를 봤어요. 개구리를 잡아먹은 뱀을 X-레이로 촬영한 사진뿐만 아니라 세밀한 일러스트까지 담겨 있으니까요. 36개월 이후 아이의 질문이 ‘이게 뭐야’에서 ‘왜 그래’의 단계로 넘어갈 때 아이의 궁금증을 눈으로 보면서 쉽게 풀어줄 수 있는 백과사전을 선물하세요.”

(오른쪽) 심리학, 군사학에 심취해 있는 푸름이.

부모는 ‘존경받는 제자’가 되라
“솜뭉치가 물을 빨아들이듯 무서운 속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푸름이를 엄마, 아빠가 따라갈 수 없었어요.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푸름이의 제자, 그것도 ‘존경받는 제자’ 역할을 했지요. 푸름이는 책을 읽고 늘 엄마에게 강의하듯 그 느낌과 생각을 들려주고, 엄마는 ‘아,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된 거구나. 너무 재미있다!’라고 맞장구치며 제자처럼 열심히 들었어요. 비록 아이가 틀린 이야기를 해도 아이 스스로 고쳐나가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그냥 지켜보기만 할 때가 더 많았죠. 가끔 너무 어긋난 정보를 이야기하면 아이가 자존심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바로잡아줬어요. ‘이 책이 왜 재미있어?’ ‘그래서 주인공이 뭘 했고, 넌 거기서 뭘 느꼈어?’처럼 엄마가 확인하려 들면 아이는 ‘엄마가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내가 이거 틀리게 말하면 굉장히 수치스럽겠다’고 걱정하면서 무의식중에 상처받게 되거든요. 그렇게 상처받은 ‘내면 아이(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 아픔은 무의식의 내면 아이로 남는다. 이 내면 아이는 무의식 속에 존재하면서 평생 동안 잠재의식에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성인이 돼도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되는 겁니다.”

‘내면 아이’의 상처가 가장 무섭다
“내 아이가 늘, 어디에서든 책을 잘 읽었으면 하는 마음을 엄마가 표현하거나 강요하면 아이는 책 읽기를 부담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요. 아이는 엄마의 메시지를 7%만 말로, 93%는 상황과 표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표정으로, 분위기로 강요가 전해지거든요. 그러면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또 하나 만들어지는 거죠. 반대로 놀고 싶을 땐 놀고, 책을 읽고 싶을 때 책을 읽는 자유를 만끽한 아이는 인류의 위대한 선인들이 책 속에서 내게 말을 건다는 걸 알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책을 읽는 대신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 쌓기 같은 다른 놀이에 몰두할 때가 있는데 이런 휴식기는 정상적인 발달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간간이 책 읽기로 관심을 이끌어주면 어느 순간 다시 무서울 정도로 몰입할 겁니다. 기다려주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라는 사실, 거듭거듭 기억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자라나게 됩니다.”

아이가 ‘또또’ 하고 조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책 한 권을 읽어주면 두 권을 읽어 달라고 하고, 밤 10시까지 읽어주면 12시까지 읽어 달라며 책 읽기의 양과 시간을 늘리고 싶어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이때 부모가 몸이 지쳐 있거나 아이는 제 시간에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잠자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책 읽어 달라는 말을 하지 않게 돼죠. 대신 부모를 더 힘들게 하는 다른 활동을 찾게 마련이고요. 아이가 이 시간을 즐거워할 때 마음껏 책을 읽어주세요. 이때는 책 읽기가 학습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인 때거든요. 부모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와 책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평생 놓치지 마세요. 푸름이가 27개월쯤 됐을 무렵인데,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새벽 6시까지는 엄마가 책을 읽어준 적도 있어요. ‘또또’ 하는 주문이 유난히 많았거든요. 남들이 5년 읽어줄 분량을 10개월에 끝냈을 때 푸름이는 스스로 책 읽는 속도가 보름에 60권 정도로 빨라졌지요.”

(왼쪽) 일본 유학생 후원 기구에서 보내온 장학 증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만화책도, 공룡책도 괜찮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는 자동차책만 보려 하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는 공룡책만 보려 하죠. 아이들은 ‘사실’에 열광하기 때문이에요. 자동차에 관련된 책만 보려고 하면 절정의 경험을 할 때까지 자동차책을 읽게 해도 괜찮아요. 엄마들은 균형 있는 독서를 시켜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걱정하지만 아이들은 어느 순간 반드시 가지를 치게 되어 있어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역사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기계 또는 나라로 가지를 치게 마련이죠. 책을 읽으며 사실을 깊게 탐구한 아이는 그다음 단계에서 사실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다른 책으로 생각의 가지를 치게 되는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기에 관한 책을 유독 좋아하고, 지금도 군복 입고 침낭 속에서 잘 정도인 푸름이가 아빠에게 물은 적이 있어요.
‘로마와 한나라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로마와 한나라가 싸워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하자 푸름이는 반드시 한나라가 이긴다고 답하더군요. 그건 푸름이가 한나라와 로마의 군사력, 전략과 무기, 병법뿐만 아니라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의 가지를 쳤기에 가능한 답이었죠.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면 전집류를 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전집은 단계에 따라 여러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이 책 저 책 옮겨가며 읽다 보면 아이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단, 한 권도 빠짐없이 다 볼 거라는 엄마의 욕심만 버린다면 전집은 정말 유용한 책이에요. 프뢰벨도 말했듯이 ‘많은 것을 본 아이는 더욱 많은 것을 보길 원하고, 많이 들은 아이는 더 많이 듣기를 원한다’잖아요. 단행본을 한 권 한 권 사주는 것으로는 한창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의 흡수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가 관심 있는 책이 무언지 알았다면 그 분야로 파고드는 게 다음 순서겠죠.
아이가 좋아한다면 만화책도 마음껏 읽게 하세요. 푸름이는 여섯 살이 되자 과학 만화책에 푹 빠졌고, 초등학생 때는 읽는 책의 70%가 만화책이었어요. 얘가 독서 영재 맞나 싶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중학생이 되니 자연스레 일반 서적으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그거였던 것’이었을 뿐이죠. 그걸 제어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어느 날 푸름이가 ‘엄마, 만화책은 뼈대 같아요. 두꺼운 책들은 만화책에 살만 슬슬 붙인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모든 교육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데 추상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서 만화가 굉장히 유용해요. 100% 사실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그 림이 아니라 상상하게 돕는 그림이기 때문이죠.”

남편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른은 어릴 때 책 읽는 과정에서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은 사람입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어야 할 시기에 그걸 건너뛰었거나,‘만화책이나 읽지 말고 좀!’ 하고 야단치며 그 시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놔두질 않았거나, ‘내일이 시험인데 책이나 읽고 있네’라며 불안을 드러낸거죠.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포기하게 됩니다. 인간에게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엄마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본능적으로 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점점 자아를 감추게 되고, 결국 자신까지 속이게 됩니다. 내가 좋아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사는, 연기 같은 삶을 사는 거죠. 당연히 아이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되죠. 이건 부모가 앞으로 어떤 책도 읽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과 똑같아요. 남편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독서를 강요하기 전에 남편의 내면 아이를 들여다봐야 해요. 내면 아이의 상처를 대면하지 않고는 절대 이 문제를 풀 수 없어요.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건 아내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본능적으로 남편은 부모에게 못 받은 사랑을 아내에게 받길 원하기 때문이지요. 남편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을 보다가 엄마에게 야단맞았다면 남편의 내면 아이를 위해 아내가 만화책을 읽어줘야 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의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내면의 아이를 위해서 읽어주는 거죠. 남편은 단지 아내가 책을 읽어줬다는 걸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 외로운 아이를 아내가 사랑으로 녹여줬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면 책 읽기 습관이 자연스레 바뀌지요. 물론 처음부터 심리서를 들이대는 건 과욕입니다. 성인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책을 좋아하기까지는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 첫 단추가 ‘남편의 내면 아이를 위해 책 읽어주기’입니다.”

(오른쪽) 푸름이가 고3 때 쓴 공룡책.

아내도 책 읽기가 힘들다면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탁구만 친 운동선수예요. 당연히 책과 친하지 않았고 제 손으로 책 한 권 산 적도 없죠. 책을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한 후, 푸름이를 키우면서 나도 책과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제가 쓴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먼저 어떤 장르든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다섯 권을 구입하세요. 압박감을 갖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구절 하나를 찾아내 읽으세요. 꼭 앞 장부터 읽을 필요도, 끝까지 다 볼 필요도 없어요. ‘이런 어려운 책을 어떻게 다 읽나’ 하는 압박감이 책을 즐겁게 읽게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니까요. 이 압박감을 벗어버리고 좋아하는 쪽부터 듬성듬성 보다가 이해가 되면 첫 장부터 다시 보고, 그러다 보면 끝 장까지 넘어가는 시간이 와요. 그렇게 읽다 보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어렴풋이 알게 될 거예요. 저에겐 그‘불쏘시개’ 같은 책이 잡지책과 요리책이었어요. 이때 절 도와준 사람이 남편이에요. 자신은 늘 수준 있는 책만 보고 나는 만날 잡지책만 읽는 데도 남편은 내가 읽는 책으로 날 규정하려 하거나, 그 책을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더라고요. 내가 즐기고 있는 걸 남편이 인정한다고 생각하니 수치심 같은 것도 들지 않았어요.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바로 긍정한다는 것과 연결되거든요. 그렇게 읽기 능력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책을 즐기게 돼 글까지 쓰게 됐지요. 제가 쓴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는 몇 해 전 ‘올해의 책’ 후보에 오르기도 했어요.”

쓰기의 강박을 벗어던져라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푸름이 엄마의 글을 보고 많은 사람이 감동하는 건 자신이 직접 겪은 삶의 경험을 통해 핵심을 짚어낼 줄 알고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던지기 때문이에요. 푸름이는 일곱 살 때까지 시를 많이 썼는데, 정작 학교에 들어가서는 글을 안 쓰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어서 사고가 어른 같은 푸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국회의사당에도 봄이 와야 한다. 임진강 외딴 섬에도 봄이 와야 한다’같은, 은유를 담은 글을 썼어요. 한데 선생님이 이 시를 보고 빨간 펜으로 ‘어린이답게 쓰시오’라고 ‘글쓰기의 법칙’에 가두려 하자 그때부터 안 쓰더라고요. 어떤 틀에 가두는 게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이거든요. 무엇보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책을 많이 읽으세요.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글을 썼을 때의 감성과 논리를 흡수하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그게 튀어나오고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발전합니다. 아이가 글쓰기를 힘겨워하면 때로는 말로 표현한 후 정리해보라고, 그걸 녹음해서 그대로 글로 만들라고 조언하세요. 말은 곧 글로 연결되니까요. 성인에게도 이 방법은 유용해요. 초등학생 때는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글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푸름이를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영재로 키워낸 이 부부는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복한 아이 키우기’ ‘푸름이 독서 영재 교육법’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3천 회 이상의 강연과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 키우는 교과서로 불리는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 <우리 아이 내면의 힘을 키우는 몰입 독서>등을 펴냈습니다. www.prumi.com


글 최혜경 기자 사진 하성욱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