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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떠나요, 경주]‘계림’에서 만난 ‘경주 자전거 문화 유적 체험 투어단’의 김정일 씨 은륜 위에서 누리는 천년의 시간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뜨기 전인 8년 전, 경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전거 투어 코스를 개발한 경찰관 김정일 씨. 경주의 아름다운 자전거 길에 푹 빠져 집에도 한글로 ‘길’을 크게 써 붙여놓았다는 이 사람이 제안하는 경주 여행법.


천년의 역사를 지닌 경주는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하늘 위로 팔을 뻗은 나무 한 그루에도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이 1천 5백 년 전 절터요, 신라인의 삶터였다. 조금만 더 경주를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면 그 옛날 웅장하던 절집이 눈앞에 그려지고 비쩍 마른 고목에서 신라인의 흔적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무엇엔가 쫓기듯 그저 불국사, 석굴암만 보고 그것이 경주의 전 부인 양 여기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는 김정일 씨. “진짜 경주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경주에 사는 제가 한번 경주의 곳곳을 살펴보고 알려보자는 생각에서 자전거 투어를 시작했죠.” 현재 충주에서 경찰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8년 전 혼자 경주를 돌아다니며 자전거 여행 코스를 짜고 직접 시민 단체를 찾아가 자전거 투어를 제안했다. 경주경찰청 정보과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투잡을 위한 건 아니고, 그저 고향 경주가 좋아서 한 일일 뿐. 당시 그가 직접 발굴하고 계획한 6개의 코스는 조금씩 변화는 거쳤지만, 지금껏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신비로운 숲, 계림에서 김정일 씨를 만났다. 문헌을 보며 연구한 끝에 그가 직접 디자인한 ‘신라복’을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다.“계림은 김알지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숲이죠. 죽은 나무는 죽은 그대로 서 있어 천년의 시간이 숲에 쌓여 있어요. 나무를 만져보세요. 딱딱하게 갈라진 나무껍질에서 그 오래된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질 것입니다.”

자전거 투어단의 코스는 알려진 곳도 많지만 생소한 곳도 꽤 많다. 길 따라 경주를 느끼고, 경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불국사처럼 멋지고 익숙한 유적만 보다가 막상 잘 모르는 작은 유적지에 도착하면 ‘이게 뭐야!’ 하고 당황할수도 있다. 그러나 동행한 문화관광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새로운 경주를 만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와 함께 따라가다 보면 왜 하필 ‘자전거’를 이용한 투어를 제안했는지 짐작이 간다. “경주에서 맞는 바람, 마시는 공기까지 오감을 모두열고 온전히 경주를 만끽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지요. 차로 이동하면서 보기 힘든 작은 유적지까지 쉽게 돌아다니며 들여다볼 수 있어요.” 사람을 너무 조급하게도, 게으르게도 만들지 않는 자전거는 여행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잘 가지 않던 유적 코스로 가고 싶다면 제4코스를 추천
하고 싶어요. 장산토우총, 서악서원, 진흥왕릉 등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있죠. 그 가운데 장산토우총은 옛 무덤이 모여있는데, 알 수 없는 여운이 깊게 남는 곳이라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유적지까지 가는 동안에도 충분히 경주를 느낄 수 있는 길이 펼쳐지는 코스지요. 특히 요즘은 들판과 산길이 멋지게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에 참 좋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투어 중간에 함께 둘러앉아 밥을먹고 노래 자랑과 자기소개도 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도 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 자유롭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한결 친밀함을 느끼게 되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투어를 조금은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유치원생부터 60대까지 온가족이 함께 참여해도 좋아요. 따라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애들을 앞세우고 어른들이 뒤따라가요. 부부끼리 2인용 자전거를 타도 재밌고요. 서로 옆구리 찔러가며 발을 맞추다 보면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도 스르르 풀려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경주 여행에 대해 ‘전문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그. 전문 여행 가이드로 일한 경험도, 관련도 없는 이가 이토록 열과성을 다해 8년째 투어단을 이끌고 있다. 그가 안내하는 자전거투어를 통해 경주를 만끽하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경주 자전거 문화 유적 체험 투어단’에 참여하려면
주로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는다. 2010년 계획된 자전거 투어는 10월9일, 10월 23일, 11월 13일 세 차례 남았다. 점심 식사, 자전거와 안전모대여비, 유적지 입장료를 포함한 참가비는 1만 5천 원. 문화관광 해설사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재미있는 문화 유적 이야기를 들려준다.문의 054-748-8842, www.gjbike.com
1코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으로 출발 →흥륜사지(현 경주공고)→이차돈 순교비 →재매정→사마소→ 최씨 고택→ 계림 →첨성대→중식(야외 배식) →천마총→안압지 →분황사→황룡사지 →교동
2코스 낭산의 신비를 찾아서 출발 →쪽샘오거리 →천마총사거리 →반월성 → 황복사삼층석탑→ 구황교 →진평왕릉 →중식 →설총묘 →보문사터 → 효공왕릉 → 신문왕릉→사천왕사터→선덕여왕릉 → 교동
3코스 도심 속 숨은 유적 찾기 출발 → 강변로→삼랑사지 당간지주 →장군교 → 금장대(석장리 암각화)→ 황성공원→ 중식(야외 배식) →용강 고분→ 사방불 탑신석 →굴불사터 사면석불 →표암 →탈해왕릉→숭신전 → 헌덕왕릉→구황교 → 교동
4코스 신라 통일의 발자취를 하이킹으로 찾는다 출발 →서천교→김유신 장군 묘 →신라고 앞→서악서원→ 진흥왕릉 →서악동 고분군→서악동 삼층석탑 →무열왕릉→ 중식(야외 배식)→ 김양 묘→ 김인문 묘→장산토우총→ 재매정→ 교동
5코스 신라의 흥망성쇠를 찾아서 출발 → 대구로터리→오릉→ 탑동주유소 →나정→ 양산재→남간사터 →일성왕릉 →창림사지삼층석탑→포석정 →지마왕릉 →중식(야외 배식) →삼불사 →삼체석불 → 삼릉→ 교동
6코스 오늘의 경주, 하이킹 출발 → 동부사적지 → 경북산림환경연구원→헌강왕릉→ 통일전 →서출지 → 옥룡암 →월정교→ 천관사지→사천왕사지 → 선덕여왕릉 → 교동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