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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읽는 글]핀란드 부모들의 자녀 교육법에서 배운다 '사육'이 아닌 '방목'으로 키워라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어때?” 한국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권하면서 자주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핀란드로 가보자. “엄마 나 이 책 읽을래!” 부모가 권유하기 전에 아이 스스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조급하지만 핀란드 부모들은 여유가 있다. 얼핏보면 우리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고,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를 대책 없이 방치하는 느낌마저 준다. 우리나라는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가족이 생이별을 하는 모험을 감수한다. 또한 수학은 선행 학습이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전혀 다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외국어인 영어는커녕 모국어인 핀란드어조차 가르치지 않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조급하게 마음먹고 아이를 공부시키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생각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서둘러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충분히놀게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자녀 교육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사육’을 한다면 핀란드 부모들은 ‘방목’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지나 중등 과정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핀란드 학생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핀란드다(참고로 우리나라는 100위 권 밖이다). 국제학력평가에서도 3회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가 핀란드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보니 초반에는 분명 앞서 가는 듯하지만 이내 역전을 당하고 만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보자. 한국 아이들은 부모가 권하는 책이 우선이기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시시껄렁한 책을 고른 아이가 부모의 뜻에 따라 권장 도서를 집어 들면 그 순간 부모 마음은 뿌듯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조급하게 읽히고 싶은 책을 고르면 아이는 열중해서 읽기가 어렵다. 반대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가도록 독촉하는 부모의 요구에 따르다 보면 결국 아이는 무리하기 십상이고, 생각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하면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되고 기대 이상의 소득을 얻게 된다. 부모가 조급하면 아이는 쉽게 지친다. 영재성을 타고난 일부 아이를 제외하고는 분명히 그렇다. 평범한 아이인데 영재를 추격하라고 재촉하면서 조바심을 내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핀란드 부모들에게 여유라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다수의 평범한 보통 아이가 성공하는 길은 명백하다. 앞만 보고 쫓아가려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꾸준히 가는 것이다. ‘여유’는 가장 강력한 자녀 교육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읽히고 싶은 책을 권하려는 욕심을 참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다시 한국과 핀란드를 비교해보자. 핀란드는 독서가 생활화되어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학습 능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단언하건대 영어 조기교육이나 수학 선행학습보다 즐겁게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이 대학 입시 결과에도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럭저럭 책을 읽던 아이들이 하나둘 책과 멀어지면서 중학생 정도가 되면 책과 담을 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운동으로 비유하면 책 읽기는 기초체력과 기본기에 해당하는데 매일매일 꾸준히 하면 정말 그 효과는 강력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핀란드 학생들을 우리나라 학생들이 당해내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독서량의 차이다. 독서 생활화의 시작은 부모가 조급하게 책을 골라주지 않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리라. 조기 영어 교육이나 수학 선행 학습보다는 읽고 싶은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해줘야 영어도 수학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독해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리라.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