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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요즘] 만화가 최호철 씨와 만화 평론가 박인하 씨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만화가 최호철 씨와 만화 평론가 박인하 씨가 여행서 <펜 끝 기행>을 출간했다. 일을 빙자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 사람은 쓰고, 한 사람은 그리고. 표현의 영역은 다르지만 그들이 의기투합해 ‘펜 끝’으로 그린 세상은 유쾌하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캐릭터처럼 통통 튀는 두 사람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경기도 이천 어느 산자락에 고요하게 자리 잡은 청강문화산업대학. 방학이라 학교는 텅텅 비었는데 만화과 교수실은 오랜만에 대청소에 나선 두 남자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촬영을 핑계 삼아 그동안 묵혀둔 먼지를 싹 털어내고 늘어놓은 책들도 제자리에 꽂는다. 만화가 최호철 교수의 방은 공예가의 방을 연상시킬 만큼 공작소같고, 만화 평론가 박인하 교수의 방은 온갖 만화책으로 가득하다. 인터뷰를 위해 널찍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니, 한 남자는 연신 기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또 한 남자는 경쾌하고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질문에 자분자분 대답한다. 간혹 박인하 교수가 틀리게 대답하면 최호철 교수는 그림을 그리다가도 툭툭 할 말을 하고, 박인하 교수는 꺄르르 한 번 웃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왜 이야기에 동참하지 않고 그림만 그리냐”고 최 교수에게 묻자 정작 본인은 대답을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박 교수가 “원래 그래요” 그런다. 2002년부터 시작된 ‘동거 생활(두 교수의 방은 나란히 붙어 있다)’을 통해 어느덧 부부보다 더 가까워진 두 사람. ‘만화’라는 공통의 주제가 있기에 세상 어디를 가도 늘 즐거운, 그들은 ‘펜 끝 듀오.’ 극과 극의 답변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며 두 남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사람은 비슷해야 어울릴 수 있나 보다. 제주도에서 시작해 스위스로 끝나는 두 ‘만화인’의 흥미로운 여행기는 <펜 끝 기행>(디자인하우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질문 1 사는 곳 2 닮은 사람 3 청강문화산업대학 재직 연수 4 지금까지 출간한 책 중 대표작 5 <펜 끝 기행>에 소개한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 6 여행 파트너로서 최호철, 박인하는? 7애장품 8 쇼핑 스타일 9 일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10 좋아하는 만화 장르 11 좋아하는 만화 작가 12 만화의 매력


최호철
별명은 사슴이다. 육식동물인 편집자들이 ‘마감하라’는 공격을 날리면, 초식동물인 사슴은 순진한 눈을 깜빡인다. 여러 기술 중 편지 보내기 기술은 단연 최고다. 뭔가 난감한 일이 생기면(대부분 마감 실패다), 기나긴 메일을 보낸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를 업으로 삼아 화가, 그림책 작가,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무 살, <전태일 평전>을 처음 읽고 그 감동을 고스란히 만화로 그려내겠다고 결심했다. 2003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장편 만화 <태일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로, 만화를 가르치고 있다.

1 경기도 하남. 2 강원래. 3 10년째. 4 <을지로 순환선>(거북이북스), <태일이> 시리즈(돌베개). 5 스위스. 6 “뭐, 좋아요.” 7 목에 거는 만화 수첩. 언제 어디서나 목에 걸고 다니면서 사람과 사물을 그린다. 지금까지 모은 수첩이 1백30여 개쯤 된다. 8 쇼핑 울렁증이 있다. 백화점이든 아웃렛이든, 옷을 사러 가면 30분을 못 버틴다. 그 많은 물건 중에 도대체 뭘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문구점에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즐긴다. 9 (이 질문에 대답 없이 기자와 사진가의 얼굴을 노트에 그리고 있었음. 최호철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10 다큐멘터리나 서사 만화. 11 최규석, 강풀. 일본 작가는 셀 수 없이 많다. 12 만화는 쓰고 그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행위는 인간이 태초부터 즐겨온 가장 본연에 가까운 놀이다. 이것이 출판과 만나면서 예술 작품이 나왔다고 본다. 또 만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표현 양식 중 하나다. 언어가 있으니까 시와 음악이 있는 것처럼, 글과 그림이 있어 만화가 있는 거다. 만화에는 이미지와 언어, 시간이라는 것도 결합돼 있다. 영화나 종합예술이 줄 수 있는 감동이 만화에 모두 담겨 있다. 바로 이런 면에서 만화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박인하
만화 없이 24시간 이상 버티기란 상상할 수도 없는, 만화를 그리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만화를 사랑하는 만화 마니아. 1995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만화 평론 부문에 당선되면서 만화 평론가로 등단했으며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만화 평론가, 만화창작학과 교수, 만화 기획자로서 숱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하다 보니, 전 세계에서도 만화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을 가장 좋아한다.

1 경기도 용인. 2 생각 안 남. 3 9년째. 4 <만화 공화국 일본 여행기>(랜덤하우스), <꿈과 환상을 만들어 파는 사업가 월트 디즈니 vs 인간가치를 꿈꾸게 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숨비소리). 5 이탈리아 베니스. 베니스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에 가보고 싶어서 학교에 여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뭔가 ‘토해내겠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여비를 지원해주었다. 그 결과물이 <펜 끝 기행>이다. 6 “네, 저도요.” 7 일본 여행에서 수집한 피겨. 8 옷 사는 걸 좋아한다. 최호철 선생이 쇼핑 울렁증이 있어서 대신 골라주기도 한다. 9 키치죠지 미타카시에 있는 지브리 뮤지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뮤지엄으로 아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만화와 연관된 곳은 아니지만 에도 도쿄박물관도 좋아한다. 에도 시대 초기부터 메이지 시대까지의 유물을 잘 보존하고 있다. 10 만화 평론가는 좋든 싫든 거의 모든 만화를 섭렵해야 한다. 특별히 한 장르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 내 직업의 숙명. 11 윤태호. 12 만화는 시각 미디어 중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만화, 영화, 드라마 같은 서사 매체 중에서 유일하게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만화다. 만화는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1백 권도 그릴 수 있다. 혼자서 전 우주의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고, 개인적인 심리를 그릴 수도 있다. 게다가 만화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