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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_건강 백 세로 가는 인생 전략] 건강하게, 행복하게 장수하려면 십계명을 지켜라
장수하는 사람의 생활양식을 찬찬히 살피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장수 공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만의 정직한 인생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 생활 습관, 인간관계 등이 이들의 윤택한 삶을 연장시킨다. 장수 노인과 장수 학자들이 알려주는 백세 건강 비법을 배우려면 우선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것. 그리고 30대부터 실천에 옮길 것!


1 ‘사명’을 가진 사람이 오래 산다
세계적인 장수촌에 사는 장수인들은 모두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분명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키가이(사는 보람)’,니코야 사람들은 ‘플란 드 비다(삶의 계획)’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산다. 1999년 12월 31일 직후 수많은 노인들이 사망한 인구통계(노인들은 새 천년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던 것)도 인생 목표가 가진 중요성을 증명한다. 로버트 버틀러 박사 연구팀이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목적의식과 장수의 상관관계 연구(65~92세의 노인을 11년간 추적 조사)에서도 분명한 삶의 목표를 표현한 사람(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유, 변화를 가져오는 어떤 요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살고 정신이 또렷했다. 만약 아직 자신이 젊다고 느껴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댄 뷰트너는 자신의 책 <블루존: 세계 장수 마을>에서 구체적인 실천 강령을 제시한다. ‘사명 선언문을 쓰라(아침에 왜 일어나는가? 열정을 가진 분야가 무엇인가?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한 문장으로 써보는 것)’ ‘인생 목표를 터놓고 지낼 파트너를 찾아라’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워라(악기, 언어 등)’

2 약간 춥게 살면 장수한다
최근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서 ‘심부 체온’(뇌, 심장 등 신체 내부 장기의 온도)을 낮추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브루노 콘티 박사팀이 쥐의 체온을 0.3~0.5℃ 낮춘 결과, 수컷은 12%, 암컷은 20% 수명이 연장됐다는 것. 이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무려 7~8년에 해당한다.저체온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 조지 로스 박사팀이 ‘볼티모어 노화연구 (BLSA)’ 참가자 7백18명을 조사한 결과, 체온이 낮을수록 수명이 더 길었다. 과학자들은 체온이 낮아지면 체온 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화 물질인 ‘활성산소’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집 안 환경을 ‘약간’ 춥게 만들 것.

3 계로록戒老錄을 쓰라
평생 무학無學으로 살아오다 일흔이 넘어 손주에게 한글을 배운 홍영녀 할머니. 까막눈에서 벗어난 후20년 넘게 일기를 써왔다. 올해 아흔 넷인 할머니의 일기에는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다독이는 글이 담담히 담겨 있다. “나는 배우지 못해서 글의 아무 방식도 모르고 허방지방 순서도 없이 글귀가 엉망이다. 텔레비전을 보며 메모 하는데, 딸들이 이걸 보며 저희들끼리 죽어라 웃어댄다. 멸치는 ‘메룻찌’로, 고등어는 ‘고동아’로 적었기 때문이다. 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 약속 장소를 불러주는 걸 적었는데 동대문의 이스턴 호텔을 ‘이슬똘 오떼로’라고 적어서 딸이 한동안 연구를 해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 끄적끄적 몇 마디나마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말벗이 없어도 공책에다 내 생각을 옮기니 너무 좋다.”(1994년 8월 18일 일기) 홍영녀 할머니처럼 일기를 쓰는 행위는 일상을 관찰하게 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는 ‘멘탈 에어로빅’의 하나다. 뉴사우스웨일스대 마이클 발렌수엘라 박사는 글쓰기 같은 멘탈 에어로빅을 많이 한 사람의 뇌 세포는 노화 속도가느리며, 치매 발병률도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보고했다. 서른일곱 살 생일부터 노년에 경계해야 할 것들을 쓰기 시작한 소노 아야코 (그 글을 묶은 책 <계로록>은 일본 초장기 베스트셀러)처럼 멋지게 늙어가기 위해 30대부터 경계해야 할 것을 기록한다면 더 의미 있는 멘탈 에어로빅이 될 것이다.

4 숙면하라, 낮잠도 좋다!
뚱뚱하고 대단한 애연가에 애주가였던 처칠이 91세까지 장수한 비결은 낮잠이었다고 한다. 정치가로서, 문학가로서 지독히 바쁘게 살면서도 그는 반드시 오침을 즐겼다. 낮잠을 자는 건 몸을 이완하고 뇌에 휴식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의 경우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는 <포브스>의 연구 조사가 있다. 미국의의학전문지 에서 노인 1천2백55명(평균 연령 70.4세)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수면 시간이 7.5시간 이하인노인은 이보다 오래 자는 노인에 비해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4.4배 높았다. 이 두 이야기는 얼핏 상반된 주장 같지만 자세히 살피면 ‘숙면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공통된 결론에 이른다. 깊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하다는 것. 나이가 들수록 새벽잠이 없어지고 숙면을 취하기 힘든데 이를 보충하려고 무작정 시간만 늘리면 오히려 해롭다는 의미다.

5 집 안에 블루 존을 만들어라
‘천국에 갈 수 없다면 내가 있는 곳을 천국으로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다. 오키나와 같은 ‘블루 존 blue zone(장수 지수가 높은 지역을 파란색 펜으로 동그랗게 표시해 놓은 데서 유래한 이름)’에 가서 살 수 없다면 당신의 집안을 블루 존으로 만들어라. 집 안에서의 블루 존이란, 그곳에서만큼은 마음이 평화롭고 즐거워지는 공간을 뜻한다. 빛과 소음이 차단된 명상 공간, 시집을 놓아둔 화장실, 식탁 옆에 글을 쓸 수 있도록 놓아둔 간이테이블, 가족과 친척들이 다 모여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만큼커다란 식탁, 키 큰 식물이 자라는 ‘생태적 거실’…. 그곳에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나오는 행복한 공간, 나만의 블루 존을 만들어라!

6 장수의 제 1비밀은 가족이다
세계 최고의 장수촌을 찾아다니며 장수의 비밀을 연구한 댄 뷰트너에 따르면, 장수 노인 중 행복하게 잘사는 경우는 모두 가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일본의 오키나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등 그가 찾은 블루 존에서는 모두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를 모시고 살았다. 미국 맥아더 재단은 70~79세의 1천1백89명을 7년 이상 조사한 보고서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의 정신이 훨씬 건강하고 사회성도 좋다고 밝혔다. 울산대 의대 강영호 교수팀이 6년간 30세 이상 성인 5천4백37명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6배나 높았다. 아내와 함께 사는 남성은 매일 한 갑 이상 흡연해도 비흡연 이혼 남성만큼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가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고 현실감각을 심어준다는 것. 가족으로부터 받는 건강 정보와 경제적 지원도 장수를 돕는다. 핵가족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제주 오월계 할머니(96세)의 5대 가족(1세대부터 5세대까지 5대가 현존하는 가족) 이야기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제주의 풍습대로 ‘한 울타리 여러 살림’(자식이 가정을 이루면 부모 세대는 바깥 채로, 며느리네가 안채로 옮겨 사는 방식)을 꾸리는이 가족은 서로 마음의 짐을 덜고, 갈등은 조율해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7 모든 건 ‘스트레스 이완 장치’에 달려 있다
노화와 대체의학 연구가인 앤드류 와일 박사는 “인간은 스트레스 보존 법칙에 종속돼 있어 스트레스의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더라도 다른 쪽 스트레스가 증가해 그 총량이 늘 같다는 뜻. 그러므로 인간의 목표는 ‘스트레스 감소’가 아니라 ‘스트레스 이완’에 있다. 하버드대 의대가 오래전부터 강조하고 있는 최고의 스트레스 이완법은 바로 ‘호흡’이다. 호흡운동은 심신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앤드류 와일 박사는 “지속적인 호흡운동은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증진하며 소화를 촉진한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호흡법 1 호흡운동이 끝날 때까지 혀끝을 앞니 위쪽 뒤편에 둔다. 2 ‘후’ 소리를 내며 입으로 완전히 숨을 내쉰다. 3 넷을 셀 동안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4 일곱을 셀 동안 숨을 멈춘다. 5 여덟을 셀 동안 소리를 내서 입으로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6 1부터 5의 과정을 3~5회 반복한다.

8 남편과도 바꾸지 않을 ‘평생 단짝’을 두어라
91세에 노환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에겐 ‘앞집 할매’라고 부르던 단짝 친구가 있었다. 우리 할머니보다 연배는 한참 아래였지만 머리가 일찍 세셔서 두 분은 동갑내기 친구처럼 보였다. 앞뒷집에 살면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차린 두 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셨다. 나이는 당신보다 어렸지만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앞집 할매’를 위해 등이 굽은 할머니는 직접 겉절이를 담아 손주들에게 배달시키곤 하셨다. 할머니의 생일엔 딸의 부축을 받으며 담배 두 보루를 사들고 오던 앞집 할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갓 연애를 시작한 연인보다 조심스럽고 사랑스러웠던 할머니들이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연구진은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 관계가 없는 것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는 단짝 친구가 없는 것이 노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증명해준다. 호주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1천4백77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교우관계가 가장 좋은 4백92명은 하위 4백92명에 비해 22%가량 더 오래 살았다. 대화할 상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두뇌 활동과 면역 체계까지 활성화된다.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가족만큼 소중한 친구를 한 명쯤 만들어두는 것,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버킷 리스트’다.

9 30대 시절의 ‘격렬한 취미생활’을 부활시켜라
호주 RMT 대학의 마크 코언 교수는 “한 가지 행동에 완전히 몰입해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행위이든,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은 건강에 이롭다. 거기에 열정과 도전 정신이 더해지면 ‘팔팔한 노년’은 확실히 보장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열리는 노인을 위한 올림픽 ‘시니어 게임’은 그 좋은 예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말 근육을 자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며 농구를 하고 수영을 즐기는 풍경은 감동 그 자체다. 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살아 있다. 꺼져가는 등불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성화처럼 힘이 넘친다. 시니어 게임을 고안한 앤 워너크립 Anne Wanner Cribbs은 “30대에 즐기던 스포츠를 만년이 되어서도 즐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에요. 젊은 사람들처럼 45분 동안 축구 경기를 뛰진 못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건 똑같죠. 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75세랍니다”라고 말한다. 시니어 게임의 종목은 탁구, 잔디 볼링, 양궁, 경보, 배드민턴 같은 가벼운 스포츠부터 축구, 농구, 테니스, 수영까지 20여 가지나 된다. 일부 종목은 노인의 체력을 고려해 경기 시간을 줄이거나 새로운 규정을 적용했다. 지금까지 출전한 선수 중에 가장 놀라운 기록을 보여준 사람은 98세의 조너선 이프. 그는 다섯 시간에 걸쳐 진행된 철인 3종 경기를 완수하고 출전 선수들과 축배를 나눌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10 산다는 건 움직인다는 것. 움직여라!
미국을 여행하던 중 인연을 맺은 ‘꽃집 할머니’ 샌더스는 92세임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에서 꽃 도매업을 하는 그는 장성한 딸이 둘이나 있지만 아직도 직접 꽃공장을 운영한다. 샌더스 할머니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적어도 5개의 신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텃밭에 나가 약간의 채소를 따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빨간색 립스틱을 쓱쓱 바르고 나면 출근 준비 끝. 정확히 아침 7시 30분이면 그가 운영하는 꽃 공장 ‘샌더스 플로리스트’에 도착한다. 회사엔 유통팀과 관리팀에 근무하는 딸, 사위가 출근해 있다. 회의 테이블에 모여 앉은 가족은 당일 출고할 꽃의 물량을 체크하고 업체에서 들어온 복잡한 세금 계산서를 처리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주말이라고 해서 늦잠을 자거나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는 법은 없다. 아니, 그의 집에는 TV가 없다. TV 앞에 앉아 ‘죽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양로원에 나가 홈리스에게 줄 세제나 빵을 포장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 기록 차트를 정리하는 일을 한다. 맥아더 재단의 노화 연구소는 <성공적인 나이 먹기>라는 책을 통해 “고된 노동이 아니더라도 평생 신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활발히’ 유지한 사람은 성공적인 노화를 맞이한다”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1백 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상당수가 2~3층에 살며 빨래와 청소 등을 직접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귀찮게 하면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 텃밭을 가꾸고 하루에 적어도 3개 이상의 약속을 잡는 것. 하루를 1시간, 30분 단위로 쪼개 쓰는 습관은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준다. 샌더스 할머니 역시 92세까지 단 한 차례도 큰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했다.

최혜경,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