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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요즘]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 동상 받은 김수정 씨 나는 영원한 둘리 아빠
13년 만에 돌아온 둘리와 친구들, 기억 속에서 잊힐뻔한 그들이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김수정 씨는 뭐 하느라 이제야 둘리를 데리고 왔을까.

2004년, 둘리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가까운 미래에는 둘리가 태어난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둘리 마을’이 들어서고 조만간 둘리와 고길동, 도우너 등이 한 가족으로 묶인 ‘명예가족관계등록부’를 도봉구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억 28세가 된 둘리는 ‘초능력 내 친구’를 넘어 이제는 ‘내 이웃’이 되었다.
둘리에 대한 추억은 지금의 20대, 30대, 4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른다. 1983년 만화지 <보물섬>을 통해 처음 선보인 당시, 아이 그대로의 천방지축에 ‘불량배에 가까운 둘리’를 접한 세대가 있고, 1987년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엄마를 찾으며 눈물을 훔치는 둘리’를 접한 세대도 있다. 지금 아이들은 둘리를 2009년 김수정 씨가 13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뉴 아기 공룡 둘리>의 ‘지나치게 천방지축인’ 둘리로 기억한다. “첫 방송이 나간 뒤 말이 많았어요. 원작 캐릭터에 가까운 둘리를 ‘저렇게 악랄한 건 둘리가 아니다’ ‘역시 둘리는 저렇게 사고를 쳐야 한다’ 등 각자 자기 기억에 따라 생각하는 둘리의 이미지가 있으니 그랬겠지요.” 원래의 둘리가 어떻든 새롭게 둘리를 접한 요즘 아이들은 다행히 지금의 둘리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한다. 그래서 방영 시간대를 고려했을 때 4%가 넘는 높은 시청률이 나왔고, 현재 SBS에서 그 인기를 반영해 4번째 재방송 중이다. 만화 전문 채널인 투니버스에서는 <도라에몽> <짱구는 못 말려>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 4월에는 제43회 휴스턴국제필름페스티벌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6월에는 상하이국제TV페스티벌 외국어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작으로 초청됐다. 제작비 때문에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선보이지 못해 고심했던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을 발표한 이후 요즘 그는 <아기 공룡 둘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하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협의 단계라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거라고 귀띔한다. 동시에 그의 이전 작품인 <아리아리 동동>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검토하면서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먼저 대중의 반응을 살필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수정 씨가 남다른 애착을 가지는 ‘동동’은 악마지만 심성이 착해 실수를 연발하는 캐릭터로, 무대를 외국으로 설정하거나 캐릭터 의상도 양복으로 바꾸는 등 더욱 세계화시킬 생각도 갖고 있다. “둘리 팬을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세상 물정을 알게 되자 싫어하던 길동이를 차츰 이해하더라고요. 크게 보면 둘리와 길동이는 자장면 먹고 싶다고 떼쓰는 아이와 안 된다고 말리는 어른의 관계거든요. 이걸 네티즌들이 명확하게 정리했더라고요. ‘길동이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이제 늙었다’라고.”처음 김수정 씨를 만났을 때 청바지 차림 때문에 유독 젊어 보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미용실 언니’의 권유로 머리를 기른 이야기, 올해 초 캐나다로 단기 유학을 떠나 18세 아이들과 ‘철없이’ 놀던 이야기 등을 듣다 보니 그만의 ‘순수함’ 때문에 맑아 보임을 알게 됐다. 그야말로 언제나 아이같은 마음으로 둘리를 좋아할 이였다. 스스로를 ‘아이들을 위한 만화가’라는 그는 영원한 둘리 아빠다.

* <뉴 아기 공룡 둘리>는 현재 SBS에서 수・목요일 오후 4시에 재방송 중이며, 7월 중순까지 방송할 예정이다. 투니버스에서는 때에 따라 편성 스케줄이 달라지지만 고정적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방송한다.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