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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기자들의 여름휴가 추천도서 "이번 휴가엔 책이나 실컷 봤으면"
여러분, 올여름에 바캉스 가십니까? 저희는 북캉스 Bookance 가렵니다. 북캉스에 동참하실 분은 <행복> 기자들의 여행 가방 속 책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보세요. 글 쓰고, 책 만드는 탐서가 耽書家, 애서가 愛書家들이 꽂힌 책이니 믿고 읽을 만하실 겁니다.
1 <동양기행>(후지와라 신야, 청어람미디어) 최근에 만난 한 ‘매력적인 어른’은 “이 시대의 시와 여행 산문이 왜 죄다 개인의 외로움만 토로하는가”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독설을 들으며 일본 젊은이들이 여행길에 오를 때 경전처럼 품고 떠난다는 후지와라 신야의 작품을 떠올렸다. 즉물적 시선과 사유, 압도적인 리얼리티로 시대를 뛰어넘는 여행서의 전설이 된 <인도방랑>. 이스탄불, 티베트, 미얀마, 태국, 상하이, 서울, 구불거리는 동양의 거리를 걸으며 성과 속이 교차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담아낸 <동양기행>. 터키 앙카라의 어느 식당에서 만난 ‘위가 찢어질 때까지 음식과 독주를 털어 넣는 직업’을 가진 여자와 안탈리아 골목에서 만난 잡지 표지 속 창녀의 정체(그는 성전환 수술을 한 레즈비언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바다에 몸을 던졌다)를 알았을 때의 허탈과 비애는 다만 여행의 우연성이리라. 또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리라.
<바덴바덴에서의 여름>(레오니드 치프킨, 민음사) 먹고살기 위해 겨우겨우 글줄을 끼적이며 산다고 문학에 대한 염원이 없진 않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할 ‘조용한 바람’이지만 어느 문학 작품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을 얻기도 한다.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나 스스로의 문학’에 충실했던 사람들. 미국을 대표하는 비평가이자 심미주의자인 수전 손태그가 최고의 소설로 꼽은 레오니드 치프킨의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도스토옙스키의 정신적 삶을 좇기 위해 그의 신혼여행과 결혼 생활, 매우 헌신적이던 두 번째 아내 투르게네프와 러시아 문인들과의 관계를 풀어낸 이 책은 치프킨 사후 20년 만에 전 세계에 출간되면서 ‘러시아 문학의 모든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간결하고 시적인 걸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설사 이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해도 그것은 아주 견고하고 충실한 ‘그만의 문학’으로 건재했으리라. 추천 정세영 기자

2 <심야식당1~5>(아베 야로, 미우) 후배 기자가 내 생각이 나서 샀다며 <심야식당1>을 선물했다. 부담 없는 만화책인 데다, 소재 또한 먹을거리니 펴보기도 전에 기본 점수는 따놓은 당상. 예상한 대로 1권 독파 후 5권까지 주문해버렸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하는 밥집 겸 술집, 맘씨 좋은 주인장에게 원하는 음식을 이야기하면 가능한 한 다 만들어주는 심야식당에는 비엔나소시지부터 닭튀김, 돌냄비 우동 등 군침 넘어가는 메뉴가 가득하다. 메뉴 하나하나마다 짤막한 에피소드로 전개되기 때문에, 휴가 중 뒹굴뒹굴하다가 입이 궁금할 때 하나씩 맛보면 좋을 듯. 주의 사항.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의 소유자라면 허기진 밤에 책을 펴지 말 것! 절대로!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박완서 등 9인의 작가, 현대문학) 책 표지에 진한 글씨로 적혀 있다.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최수철, 김인숙, 박성원, 조경란 등 우리 시대 대표 작가 9인의 자전 소설”. 그 이름만으로도 거룩하고 성스러운 이 책은 이번 휴가 동안 내게 주는 일용할 양식이자 영양제다. 제일 앞 장인 박완서 선생의 이야기를 밑줄 쳐가며 읽은 뒤 나머지 여덟 이야기는 아껴두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내 인생 여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서서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나이. 한 분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아홉 작가의 내밀한 고백은 자분자분 혹은 정신 바짝 나도록 인생 상담을 해주지 않을까? 추천 구선숙 기자

3 <술통>(장승욱, 박영률출판사) 과도한 음주를 권장하는(?) 나에겐 찰떡궁합인 책. 고등학교 시절부터 4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전설적인 술꾼으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은 산문집이다. <우리말은 재미있다> <사랑한다 우리말> 등을 펴낸 저자의 차진 언어가 444쪽의 두툼한 술통을 쉬 들이켜게 만든다. 맥주 한 상자 옆에 두고 실실 웃으며 읽기에 딱 좋을 듯. 작가 원재길, 마광수 씨 등 저자의 지인 8명이 쓴 ‘장승욱론’을 읽는 재미는 덤이다.
<절대미각 식탐정>(테라사와 다이스케, 학산문화사) 꿈에 그리는 휴가란 홀로 해변가 선베드에 누워 ‘자다, 먹다, 읽다’를 반복하는 하루다. 그때엔 무게는 물론 읽기에도 가벼운 만화책이 제격일 듯. <절대미각 식탐정>은 절대 미각과 무한 식탐을 지닌 탐정이 사건 현장에서 맛본 음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만화다. <미스터 초밥왕> 시리즈로 유명한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작품으로, 음식 묘사가 뛰어나 읽는 내내 군침이 돈다. 먹을 것이 풍부한 휴가지에만 지참할 것. 추천 이화선 기자

4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리 칼비노, 민음사) 대학 시절, 한 떨기 실국화처럼 몸씨가 가는 내 짝사랑 선배가 우수에 젖은 눈망울로 이 책을 들여다보곤 했다. 짝사랑이라는 일종의 착란 상태에 빠져 있던 나는 읽지도 않을 그 책을 그 사람인 양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이후 이 책은 절판되었고, 내 짝사랑도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었다. 3년 전 복간되고 나서야 제대로 읽었는데, 말 그대로 명불허전 名不虛傳. 표면적으로는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 황제 앞에서 여행담을 풀어놓는 줄거리인데, 그 환상과 꿈의 중첩, 은유와 상징에 혀가 내둘러진다. 지식인인 양 하는 이들이 왜 그리 이 책 이야기를 떠들어댔는지, SF 팬도 판타지 팬도 순수문학 팬도 왜 모두 전설로 우러르는지, 또 문청 文靑을 자처하던 선배는 왜 경전처럼 끼고 다녔는지 이제야 알겠다. 워낙 은유가 흐드러진 글이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 염천 속에서 읽는다면 또 다른 맛매가 느껴질 것 같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다산초당) 야자수 아래 누워 순하게 멸하는 노을을 불빛 삼아 시 한 편 읽는 오후. 이보다 충만한 휴가가 있을까? 게다가 대한민국 시인의 대부분이 경배하는 천재 시인 백석의 시편이라면….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 무슨 놈의 시가 담담한 것 같다가도 이리도 눈시울을 덥히는지 당최 손에서 놓아지질 않는다. 곱씹을수록 더 착착 감기는 백석의 시집, 여름휴가용으로 딱이다. 추천 최혜경 기자

5 <말하라, 기억이여>(블라다미르 나보코프, 플래닛) 이번 휴가는 20세기 위대한 작가의 기억 속을 여행할 예정이다. <롤리타>를 쓴 나보코프의 자서전, 그의 뇌리 속 방대한 기억의 편린을 엮은 <말하라, 기억이여>를 동반자로 점찍었다. 처음으로 부모 얼굴을 인지하던 때의 느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러시아 귀족이던 그의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들려준다. “인간의 의식, 즉 개인의 회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에 비하여 이 우주는 얼마나 작고(캥거루 주머니 하나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하찮고 미약한가!”(25쪽)라고 서두에 밝힌 작가를 따라 그의 드넓은 의식 속을 여행해보길.
<모방범>(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3년 전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휴가를 함께 보낸 책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권하는 책이다. 평화로운 공원에서 여자의 팔과 핸드백이 발견되는 것에서 사건이 시작하는 이 소설은 범인을 밝혀내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심리소설에 가깝다. 살인을 저지르고 매스컴에 과시하는 범인과 살인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2박 3일 동안 붙들고 공포 영화보다 서늘한 즐거움을 느껴보길. 추천 김현정 기자

6 <폭풍의 한가운데>(윈스턴 S. 처칠, 아침이슬)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은 정치가가 쓴 글이라는 편견을 단숨에 뒤집은 책. 처칠이 신문 등에 기고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제1・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정치가의 수상록임에도 쉽게 읽힌다. 위트 넘치는 문장보다 더 흥미로운 건 그의 취미 생활. 전쟁의 한복판, 불혹을 넘은 나이에 그림이라는 취미 세계로 빠져든 일화를 통해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배울 수 있다. “세상은 늙었다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즐겨야 한다”는 그의 말에 방점을 찍고 싶다.
<리큐에게 물어라>(야마모토 겐이치, 문학동네) 디자이너 마영범 씨와 함께 ‘다도가 꼭 거창해야 하나’란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다도 전문가 센 리큐. 다다미 한 장 크기의 소박한 다실에서 가장 큰 위안을 받았다는 그의 삶과 일본 다도 역사를 소설로 구성했는데, 역사소설이지만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 이야기는 센 리큐가 할복해 죽는 순간부터 시간을 거스른다. 수수께끼 같은 죽음에서 출발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대립, 젊은 날 사랑한 조선 여인까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덕분에 긴 여정도 지루할 틈이 없다. 추천 이지현 기자

7 <얼굴 빨개지는 아이>(장자끄 상뻬, 열린책들) 모름지기 바캉스에 들고 갈 책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 좋겠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간결한 글과 익살스러운 그림이 볼거리. 이 책의 주인공 마르슬랭 까이유와 나의 공통점은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 제목부터 내가 주인공인 것 같아 이 책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동화 같지만 진지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퍼레이드>(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한창 일본 소설에 빠졌을 때 읽은 책 중 하나다. 일본 소설은 설렁설렁 읽으면 조금 비튼 듯한 말장난으로 보이지만, 찬찬히 읽으면 결말에서는 늘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퍼레이드>는 각각 다른 직업과 가치관을 가진 다섯 명의 남녀가 한 아파트에 동거하면서 겪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허물없는 관계인 척 이해해주는 듯하지만 결국은 원만한 관계를 위해 적당한 연기를 하고 있다. 나는 상대를 대할 때 얼마나 진심으로 대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추천 박은영 기자

8 <친절한 뉴욕>(박루니·김선미·장민, 아트북스) 개인적으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매료된다. 이 책에 매료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행서가 아니라 뉴욕 디자인 스쿨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3인의 경험담이 주내용인 책이지만, 내게 뉴욕행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은 공간에 서면 그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올가을, 뉴욕행을 실현할 수 있다면 나의 소지 목록 일순위가 될 것이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오영욱, 예담) ‘여행 친구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주 여행을 다닌 나와 친구 둘은 오기사(건축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 오영욱.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등의 여행서를 펴냈다)의 일러스트를 좋아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상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은 이 책을 들고 우리 셋은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이렇게 먼 곳까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건 아마 마지막일 거야”라며 서로를 부추기고 다독이던 우리 셋. 그 마지막 여행의 추억이 바르셀로나에 있다. 추천 김윤화 기자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