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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품은 12인의 제주찬가]'곶자왈 대탐사 특별취재반' 이끈 김효철 씨 제주의 허파,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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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류가 굳어 형성된 돌무더기에 뿌리 내린 나무. 항온 장치 역할을 하는 바위틈에 이끼가 무성하다. 2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 3 곶자왈은 숲 안팎의 온도 차가 10。C 이상 난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신새벽 곶자왈 풍경.


‘상전벽해 桑田碧海(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 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하는 말)’라 했던가. 한반도 남쪽의 가장 넓은 섬이자 가장 높은 땅인 제주도 역시 지금으로부터 1백만 년 전엔 거친 바다였다. 그 바다를 뚫고 피가 용솟음치듯 뿜어져 나온 용암류 鎔巖流는 화산섬 제주를 만들었다. 그러한 까닭에 제주도는 한라산과 동굴, 오름과 함께 곶자왈이라는 생태계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곶자왈은 제주 사람조차 알지 못하는 숨은 생태계였다.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제주도를 드나들었지만 ‘곶자왈’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라고 말할 정도니까.
제주 사람은 숲을 ‘곶’ 또는 ‘고지’라고 부르며, 돌무더기 위에 크고 작은 나무와 가시덤불이 얽힌 숲을 ‘자왈’이라 부른다. 거친 용암류 위에 만들어진 돌무더기 숲은 곶과 자왈이 어우러졌다고 해서 곶자왈이라고 부른다. 제주도가 형성되던 수만 년 전 땅속을 뚫고 흘러나온 용암류는 오름에서 시작해 바다로 흘러갔다. 특히 용암류 가운데 점성이 높은 용암류는 오름에서 바다를 향해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크고 작은 바위조각으로 깨지고 굳어져 거대한 돌무더기 지형을 형성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곶자왈은 숯을 굽거나 짐승을 사냥하고 나물을 캐던 곳이었다. 농사를 짓기엔 땅이 너무 척박하고, 개간을 하기엔 너무 거대한 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지형지세 때문에 사람들은 곶자왈을 오랫동안 외면했다. 그 무심한 세월 동안 그곳에는 신비하게도 숲이 형성됐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식물이 자라고, 새와 벌레가 울며, 노루와 다람쥐가 뛰어 노는 아름다운 숲.
곶자왈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구멍이 숭숭 난 바위투성이 땅이라 제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거의 땅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빗물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뚫고 들어가 제주 사람들이 생명수라 부르는 지하수를 만들어낸다. 바위가 머금은 물기는 메마른 날씨에도 식물이 자라는 데 알맞은 습도를 선사한다. 바위틈은 온도를 조절하는 항온 장치 역할도 한다. 곶자왈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곶자왈에 가본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식물의 다양성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과 가시딸기, 멸종위기식물인 개가시나무, 솔잎난, 으름난초, 창일엽, 빌레나무, 붓순나무, 개톱날고사리를 비롯해 5백여 종이 넘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애월과 성산 일대에 포진한 곶자왈은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인 동백동산부터 아름드리 거목이 숲을 이루는 금산공원, 낙엽수가 많아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화순 곶자왈까지, 숲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신비한 경험을 안겨준다. 곶자왈을 좀 더 깊게 음미하고 싶다면 한가롭게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이른 새벽이 좋다. 숲에 들어갔을 때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그 작은 떨림이 느껴져 자연스레 명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세계적인 생태 자원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곶자왈은 몇 년 전부터 관광객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4개의 코스가 대표적이며, 1시간 내외로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을 탐방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무분별한 산행은 곶자왈의 식생을 해칠 수 있으므로 방문객을 위해 개방된 코스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운동화보다는 트래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_ 김효철 사진 한홍일

가족과 함께 걸으면 좋은 곶자왈 코스 4
동백동산 동백동산은 세계자연유산인 검은오름에서 발원한 선흘곶자왈 끄트머리로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다. 이곳에는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와 같은 상록수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골고사리, 백서향, 가는쇠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석위, 창일엽 같은 다양한 식물도 볼 수 있다. 조천읍 선흘1리 선흘분교를 지나면 동백동산 입구가 나온다. 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잘 나 있어 아이와 걷기에 좋다.
금산공원 천연기념물 375호인 금산공원은 그리 넓지 않은 곶자왈이지만 함몰 지형이 잘 발달돼 있는 곳으로 곶자왈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노꼬메오름에서 발원한 애월곶자왈의 끝자락으로 대부분의 곶자왈이 맹아림인데 비해 금산공원은 아름드리 거목이 숲을 이뤘다.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소나무, 팽나무 등이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숲 바닥에는 후추등과 일색고사리, 밤일엽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애월읍 납읍초등학교 정문 옆에 금산공원 입구가 있어 찾기 쉽다.
무릉곶자왈 무릉곶자왈은 올레 코스와 연결된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 입소문이 난 곳이다. 월림-신평곶자왈의 일부로 도너리오름에서 발원하며, 종가시나무가 매우 훌륭하고 밤일엽 군락도 색다르다. 신평리에서 대정농공단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올레길 쉼터를 따라 들어가는 길이 나 있다. 무릉2리 쪽에서 들어갈 거라면 인향동 풀내음식당 옆으로 난 마을 안길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올레길 표시를 따라가면 쉽다.
화순곶자왈 가장 최근에 생태 탐방로가 설치된 곶자왈이다. 낙엽수가 많은 곶자왈로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병악에서 발원한 곶자왈의 일부로 함몰지가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며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안덕면 서광리 서광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만나는 작은 사거리에서 화순리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백 미터 정도 내려오면 탐방로 입구가 보인다.

김효철((사)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제민일보> 기자 시절 곶자왈 대탐사 특별취재반을 이끈 김효철 씨는 현재 민간 환경 단체인 (사)곶자왈사람들의 사무처장을 맡아 곶자왈을 알리고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
www.gotjawal.com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