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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 [행복한 부부가 되는 수업] 부부 치료
당신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그를 위해 당신은 오늘도 밥을 짓고 셔츠 깃을 문질러 빱니다. ‘그 사람 돌보기’로 이렇게 하루를 다 보내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곤두섭니다. “그는 나라는 사람을 3분의 1이라도 이해하는 걸까? 아니, 내가 하는 이야기의 3분의 1이라도 사심과 흑심 없이 이해하는 걸까? 매번 이렇게 전투하듯 싸우면서 반백을 함께 살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에 진물이 흐릅니다. 하지만 “이 사람 없이도 내가 삶의 궤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이 기사에 주목하세요. 이혼이나 가출 같은 비상 탈출구를 택하려는 게 아니라면요. 그 비상 탈출구가 알고 보면 벼랑 끝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설마 이 비상 탈출구를 택하셨더라도 문을 열기 전 이 기사를 들여다보세요. 세계적인 가족 치료 전문가 가트맨 박사의 ‘가트맨식 부부 감정 코칭’ 방법을 제안합니다.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가트맨 공인 치료사인 최성애 박사의 부부 감정 코칭도 들려드립니다.
강병인가트맨 박사의 행복 부부 만들기 제안
여자는 집 때문에 좁아지고, 남자는 그 여자 때문에 좁아집니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면 서로 더 보듬어주고 덜 상처 주는 관계가 되어야 인생살이가 좀 수월하지 않을까요? 커피 한잔을 마셔도 “여보 참 맛있다. 맛있지?” 하면서 함께 즐거워하는 ‘관계의 달인’이 된다면 살맛 좀 날 겁니다.
지난 36년 동안 제 관심사는 오로지 ‘어떤 결혼이 행복한 결혼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자 관계에 특히 서툴렀거든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혼으로 끝낸 제 친구 로버트 레벤슨 박사(버클리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36년 동안 워싱턴 대학의 러브 랩 Love Lab이라는 공간에서 3천 쌍의 부부를 관찰하고 연구했습니다. 부부들의 상호 작용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심박 측정기와 바이오 피드백 장비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을 측정했습니다. 부부의 대화 장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억양, 자세, 혈압, 박동수, 스트레스 반응 등을 1백 분의 1초 단위로 분석했지요. 그리고 6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그 부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은 틀린 말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는 성격 차이도, 싸움의 내용도 아니라 싸우는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거꾸로 말해 싸우는 방식만 바꿔도 행복한 부부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 후로 우리는 다른 부부의 대화를 15분만 들어도 이혼 여부를 95%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각종 부부 모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부부가 됐지만요.
모두들 인정하시는 바이겠지만 행복한 부부도 싸웁니다. 부부 치료 전문가인 우리 부부도 수시로 싸우는 걸요. 다만 행복한 부부는 갈등이 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시 한 번 다듬고 고친 다음 입 밖으로 내고, 그날 문제는 그날 해결하려 합니다. 싸움이 커지거나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우리 지금 너무 흥분한 것 같으니까 차 한잔 마시고 얘기하자”라며 브레이크를 걸지요. 한 단계 높은 관계의 달인은 그 순간 화해 시도를 하고요. 무엇보다 평소에 배려하고 감사하며 호감과 존중을 아낌없이 쌓아놓았기 때문에(우리는 이걸 ‘정서 통장’이라고 부릅니다) 나쁜 일(지출)이 있을 때도 금세 회복합니다. 불행한 부부는 이와 반대겠지요. 갈등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부부도 위기의 부부입니다. 계속 그런 시간이 쌓이면 결국 서로를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일생의 꿈을 더 이상 같이 나누지도 않고, 아주 큰 틈이 생기게 되지요. 이런 부부는 헤어질 위기가 아주 높은 ‘위기의 부부’입니다.

(왼쪽) 에바 알머슨, ‘There we go’, 130×97cm, 캔버스에 유채


에바 알머슨, ‘A Toast’, 92×65cm, 캔버스에 유채, 2010

연구 결과 출산 후 첫 3년 동안 70%의 부부가 급속히 사이가 나빠집니다. 부모의 적대적 관계는 아이에게 치명적입니다. 불화가 심한 부부의 과격한 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는 소변에서 다량의 스트레스 인자가 검출된다고 합니다. 뇌 회로가 망가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반대로 행복한 부부의 아이는 인지 능력과 정서, 사회성 등이 우수합니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것입니다.
출산 예정인 부모에게 불과 몇 시간의 감정 코칭만 해줘도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그걸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할지 알게 됩니다. 그런 부모의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남다릅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들을 비교 연구했는데, 감정 코칭을 받지 않고 나쁜 관계에 있는 부모 그룹의 아기들에 비해 훨씬 잘 웃고, 진정도 잘하고, 면역력이 높아져 감염성 질병에도 잘 안 걸리더라는 겁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몸속에 강한 면역 체계가 생겨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또 고독한 사람일수록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 짧다는군요. 그런데 여기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보다는 이혼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아이를 생각한다면 그건 틀린 말 같습니다. 제가 30년 이상 연구한 결과 결론은,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아이에겐 더 낫다는 겁니다. 다만 싸우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부부만 두고 본다면요? 감정 코칭을 거쳐서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부부는 어느 한쪽이 외도 중인 부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부부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잘 싸우는’ 비법, 잉꼬부부로 잘 사는 비법이 무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요? 그건 최성애 박사가 알려드릴 겁니다.

존 M. 가트맨 John Mordechai Gottman 박사는 도미니크공화국 태생으로 MIT에서 수학 및 물리학 석사 학위를, 위스콘신 대학에서 임상심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대학과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워싱턴 대학 석좌 교수로 있다. 부인 줄리 슈워츠 가트맨과 가트맨 인슈티튜트를 공동 창립해 ‘가트맨 테라피’를 전파하고 있다. 줄리 가트맨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심리 치료사 중 한 명이다.

(왼쪽) 지난 4월 방한한 가트맨 박사 부부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