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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돋보기 줄임말, 어떻게 쓰는 말인고?
요즘 10대와 20대는 ‘고터(고속터미널)’에서 옷을 사고 ‘김천(김밥천국)’이나 ‘미피(미스터피자)’에서 밥을 먹는다. 김천을 경상북도 김천, 미피를 토끼 캐릭터로만 안다면 분명 오래된 세대다. 10~20대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대중매체를 통해 빠르게 전파 중인 말 줄임 현상. 과연 어린아이들 말장난으로 흘려야 할까?
50대도 ‘엄친아’는 안다 인물 좋고 머리 좋고, 자신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이승기・김태희 씨를 두고 연예계 대표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부른다. 엄친아, 엄친딸은 ‘엄마 친구의 아들딸은 효자, 효녀에 과외 한 번 한 적 없이 전교 1등 한다더라’로 대표되는 엄마의 잔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말한다. 정말 존재하기는 한 건지 의문스러운 ‘엄마 친구의 아들딸’들은 하나같이 완벽하다고 해서 생겨난 인터넷 용어로, 요즘은 팔방미인이라는 뜻으로 확장돼 쓰이고 있다. 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에 이제 50대 아줌마도 알아들을 정도로 퍼진 대표 줄임 말이다.
MBC 인기 프로그램 <무도(무한도전)>에서 했던 ‘지못미’ 스페셜의 지못미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인터넷 용어 줄임 말로, 줄임 말이 방송의 메인 테마 이름으로 떡하니 등장할 만큼 일상화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쉬운 게 장점 줄임 말은 비단 방송과 인터넷상에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서점에 나가보면 학생용 참고서 이름도 줄임 말 일색이다. ‘우공비(우등생이 공부를 잘하는 비법)’ ‘시나공(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 같은 제목은 ‘수학의 정석’ ‘성문종합영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저마다 의미를 담고 있는 줄임말은 소비자에게 기억되기 쉽고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어 당분간 그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권에서도 omg(oh my god), 10Q(thank you) 등의 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빨리, 간결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발달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언어의 자정 작용을 믿어야 할까? 그러나 ‘빙빠(빙그레 바나나 우유)’ 같은 말이 인터넷을 뛰쳐나와 일상생활에서도 쓰이는 걸 보면 여전히 어색하다. 이 때문에 줄임 말을 세대 간의 단절을 일으키는 요소로 보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상에서는 지나치게 말을 줄이는 현상을 반성하고 정확한 말을 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이런 걸 보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말이라는 것, 어떻게 쓰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지나치면 다른 이와 관계가 단절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알아야겠다.


줄임 말 사전
자녀가 줄임 말을 사용할 때 무조건 비판부터 하기보다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올바른 언어 사용을 설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자녀와 대화할 때 알고 있으면 참고가 될 말.

갑툭튀 동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 말로 “클릭했더니 무서운 사진이 갑툭튀”라고 응용한다.
근자감 명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 말로, “누구는 근자감이 넘치더라”로 쓸 수 있다.
넘사벽 명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줄임 말로, 월등한 대상과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김연아는 피겨의 넘사벽이다”로 응용할 수 있다.
버카충 명 ‘버스 카드 충전’의 줄임 말로, 실제로 중·고등학생들은 편의점에서 “아저씨, 버카충요!” 하고 외친다.
솔까말 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줄임 말로,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겠다고 전제할 때 쓴다.
스압 명 스크롤 압박의 줄임 말로, 내용이 긴 게시물에 스크롤바가 생기는 것에 비유해 긴 글을 의미한다.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의 내용이 길 때 매너상 ‘스압 주의’라고 제목에 붙인다.
아오안 명 ‘아웃 오브 안중(out of 眼中)’의 줄임 말로, 관심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쓴다.
안습 명 ‘안구에 습기 차다’의 줄임 말로, 안타까운 상황을 봤을 때 눈에 눈물이 맺힌다는 의미다. “동생이 비에 쫄딱 맞은 모습을 보니 안습이더라’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열폭 명 ‘열등감 폭발한다’의 줄임 말로, 과도하게 흥분해 무언가에 대해 비방할 때 “그것에 대해 열폭한다”고 쓸 수 있다.
흠좀무 감탄 ‘흠, 좀 무서운데’의 줄임 말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쓸 수 있다. 어떤 의견이나 뉴스에 대해 ‘흠좀무’라는 짧은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