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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누기]해비타트가 치앙마이에서 펼친 '지미&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 꽃 피고 새 우는 '희망의 벽돌집'
한국 해비타트가 개최한 ‘2009 지미&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사진집이 출간됐다. 사진작가 김용호 씨가 펴낸 에세이집 <집을 위한 나눔의 기록>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1 한국 해비타트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주최한 희망의 벽돌집 짓기 프로젝트. 벽돌 외벽과 내벽의 표면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메워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니 집 한 채가 뚝딱 완성되었다.
시큼한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는 마을의 집집마다 작은 우체통이 하나씩 서 있다. 편지 대신 볕에 시들해진 꽃 한 송이가 의롭게 집을 지키고 있는 풍경. 치앙마이의 후미진 골목에서 포착한 이 사진은 태국 사람들의 집에 대한 정념을 오롯이 말해준다. 가족의 화목과 안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태국인은 집 울타리 안에 작은 사당을 두고 매일 기도 드린다. 가족의 근간이자 삶의 터전인 집, 그 안에서 풍요를 얻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오래된 의식인 셈이다. 사진작가 김용호 씨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죠. ‘정령의 집’이라고 불리는 싼프라품은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이에요. 흙더미 속에 판자를 세우고 근근이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이 의식만큼은 꼭 지킵니다. 태국인이 늘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힘이죠”라고 전한다. 아시아에서도 극빈층 지역으로 꼽히는 태국 치앙마이의 주민들은 땅을 일궈 집을 짓고 가족과 온기를 나누며 살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피폐한 땅 위에서 오랜 시간 꽃에 대고 빌었던 덕분일까. 지난해 늦가을 치앙마이 구시가지에 ‘희망의 벽돌집’ 82채가 들어섰다.


2 날카로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저편에선 꽃이 피고 새가 운다.


3 낯선 사람에게도 두 손 모아 복을 비는 태국 사람.

전 세계 무주택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고 있는 해비타트는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 부부와 함께 ‘2009 지미&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메콩 강 유역 5개국(태국 치앙마이,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얀트얀, 베트남 하노이, 중국 쓰촨)을 대상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집 짓기’ 운동을 기획한 것이다. 검게 흐르는 메콩 강을 따라 펼쳐지는 전쟁과 가난의 대륙. 이 메마른 땅에 또다시 꽃이 피고 새가 울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뜻을 품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 덕분이었다. 행사 주체인 지미 카터 부부와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연걸, 전 일본 축구 선수 나카타, 인도의 유명 배우 존 에이브러햄을 비롯해 한국 대표로는 해비타트 홍보대사 이서진 씨, 사진작가 김용호 씨, 후원 기업 빙그레,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여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했을 뿐만 아니라 4박 5일 동안 뜨거운 태양 아래 피부를 그을려가며 집 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곤했던 일정을 마치고 마침내 82채의 집이 완성되던 날 밤, 참여자들은 마을에 모여 주민들과 함께 경건한 의식을 치렀다. 커다란 전등에 정성스럽게 불을 밝히고 새로운 집을 지켜줄 토지신에게 복을 비는 그들만의 전통 방식으로. 낮까지만 해도 ‘뚝딱뚝딱’ 집 짓는 소리로 요란하던 마을은 밤이 되자 ‘쿵쾅쿵쾅’ 음악 소리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덩실덩실 춤추며 환희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사랑과 나눔의 열매는 다디달았다.



4 하루 종일 쌓아 올린 벽돌집이 완성되자, 땀을 씻을 수 있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한국 해비타트 홍보대사 이서진 씨와 봉사자들.


5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 싼프라품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사진작가 김용호 씨는 치앙마이에서 보낸 4박 5일간의 기록을 책으로 엮어내 그 수익금을 해비타트 건축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해비타트는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저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는 자선 단체가 아닙니다. 홈 파트너(해비타트 주택에 살게 된 가정) 가족이 자신들이 살 집을 함께 짓죠. 간절히 바라던 집을 얻은 사람들은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습니다. 그렇게 사랑과 나눔이 순환되는 것, 해비타트가 집을 짓는 이유죠.” 내가 딛고 서 있는 땅과 집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생각하는 태국인에게 해비타트의 ‘선물’은 더욱 의미 깊은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벽돌을 나르고 희망의 망치질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과 나눔은 순환될 것이다.

해비타트는 국제 비영리 기구로, 열심히 일하지만 소득이 적어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에게 ‘집다운 집’을 지어주는 단체입니다. 국내에도 사랑의 집 짓기, 사랑의 집 고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의 02-2267-3702, www.habitat.or.kr

<집을 위한 나눔의 기록> (사진・글 김용호) 이 에세이집은 해비타트 ‘2009 지미&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 중 한국 봉사단이 참여한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에피소드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책의 모든 수익금은 ‘희망의 집 짓기’ 건축 기금으로 사용합니다.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