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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행복의 샘물, 늦둥이] 한의사 정지행·이태후 씨 부부와 아들 평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늦둥이 평화를 낳은 일
정지행・이태후 씨 부부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계획적인 준비로 건강한 아이를 세상에 낳았다. 인생이 원숙해졌을 때 경험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그 어떤 경험보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는 이 부부의 늦둥이 예찬.

1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하루 중 평화를 위한 시간은 꼭 마련한다.
2 부부는 쉬는 날이면 평화와 함께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나란히 현관을 장식한 세 자전거.


각종 방송 출연으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한의사인 정지행 씨. 아침 일찍부터 대학 강의에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야간 진료 스케줄을 들어보면 언제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나 싶다. 바쁜 생활 등을 이유로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정지행 씨는 나이 마흔을 넘어 늦둥이까지 낳았다.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당신이 아무리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해도 온 국민이 알 만큼 유명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정주영 회장만큼 못 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 인생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아마 자식 아닐까?’라며 저를 설득하더군요. 20대에 결혼해서 자현이와 문영이를 낳았는데 뒤늦게 남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늦둥이를 갖기로 결심했지요.”

남편과 함께 준비한 평화 갖기 프로젝트 큰아들 자현이와 열두 살 터울인 늦둥이 평화를 두고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부는 애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많은 준비를 한 후 아이를 가졌다.
“임신을 결심한 후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을 챙겨 먹으며 임신하기 좋은 몸으로 만들었습니다. 임신을 하고는 아이에게 좋은 영양분인 비타민・무기질・단백질 섭취를 위해 평소 좋아하지 않는 고기도 일부러 먹어가며 신경을 썼지요. 이렇게 관리를 해도 큰아이 가졌을 때에 비해 훨씬 힘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수영 1km, 걷기 6km씩 매일 운동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하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운동해 자연분만에 성공했지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지행 씨가 강의에서나 환자를 만날 때 꼭 하는 이야기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태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가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아이를 배 속에서부터 건강하게 키우는 것도 태교라고 말한다.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남편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산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 비해 불리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남편 이태후 씨도 정지행 씨 못지않은 준비 기간을 보냈다. 평화를 위해 평화를 갖기 6개월 전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을 했던 것. 그 덕분일까, 평화는 또래보다 체격이 크고 체력도 월등히 좋다. 반포대교에서 청담대교까지 엄마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파서 유치원을 결석한 일이 없어 ‘체력이 끝내준다’고 유치원에 소문이 나 있다. 정지행 씨의 친정어머니는 딸이 뒤늦게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아직까지 걱정하지만, 그는 관리를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비만 전문 한의학 박사로 유명한 그에게 요즘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진료를 원하는 여성이 많이 찾아온다. 건강한 평화를 보고 평화 친구들의 엄마들도 늦둥이 상담을 한단다.


3 부부는 늦둥이가 태어난 이후에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40대에 들어서자 아이 보는 눈이 바뀌었다 이들은 늦둥이를 통해 첫째 아이 때 느껴보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과 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30대에는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눈앞의 목표였고 먹고사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었지만, 40대가 되자 그렇게 아등바등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한결 마음의 안정과 여유가 생겼다. 자연히 아이를 바라보는 눈과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40대가 되니까 아이가 버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훨씬 여유롭게 아이를 대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어요.”
20대에 낳은 첫아이 자현이는 아이보다 정지행 씨 자신이 더 소중하던 때였기 때문에 평화에게 한 만큼 태교나 육아에 신경 쓰지 못했다. 30대 초반에 낳은 문영이는 일에 더 몰두한 엄마 때문에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생의 안정기에 낳은 평화는 위의 두 아이에 비해 성격이 여유롭고 정서가 풍부한 아이로 자랐다.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고 닦달하지 않자 아이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표현도 곧잘 한다고 한다.
“애가 셋이다, 늦둥이 낳았다 그러면 ‘원장님은 돈 많으니까 많이 낳아서 잘 키우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돈이 있으면 아이를 풍족하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겠죠. 제 경우 첫아이와 둘째 아이에게는 일하는 엄마로서 가지는 미안함 때문에 장난감도 사달라는 대로 사주고 옷도 좋은 걸로 사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키워보니 아이에게 돈을 많이 쓴다고 좋은 점은 없더라고요. 오히려 버릇이 나빠지거나 마음이 약해지기만 할 뿐이죠.”
첫째와 둘째를 키워본 늦둥이 엄마・아빠의 교육관은 확고하게 잡혀 있었다. 일찍 아이의 경제관념을 심어주려고 작년부터 평화가 인사를 잘하거나 착한 일을 했을 때 얼마씩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네 돈으로 네가 사라’고 한다고. 그러면 장난감을 사달라는 말이 쏙 들어간단다. 몇 번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사랑의 매를 들기도 하며 아이의 미래를 위해 마냥 사랑만 주지는 않는 것이 이들의 교육법이다.

늦둥이가 가져온 삶의 변화 정지행 씨는 지금도 바쁘게 일하는 워킹맘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그는 육아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다.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잘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다른 이의 손에 크는 것을 굉장히 불안해하지만 저는 아이를 끼고 키우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온전히 아이에게 투자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일부러 꼭 유치원까지 데려다주고 퇴근한 뒤에는 가급적 아이와 놀아준다. 현재 그의 첫째와 둘째 아이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아이가 없어서 허전했던 집 안에 다시 어린아이가 생기니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한다. 일을 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평화의 눈웃음을 보면 피곤함이 다 사라지고 집 안에 가득 찬 활력을 느낀다.
“평화 친구의 엄마들은 저보다 최소 10년은 젊어요. 그러니까 한참 동생뻘이에요. 그런 엄마들과 대화하면서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덕분에 옷차림도 확실히 더 젊어졌어요. 우리 부부는 평화를 낳은 이후로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거든요. 남편의 귀가 시간도 빨라졌으니 부부 금실도 더 좋아졌죠. 제가 늦둥이를 낳은 것은 참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나이가 더 들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기 전에 하나 더 낳고 싶은 게 요즘 제 마음이에요.”
노산이 아이와 엄마에게 좋은 점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위험한 부분도, 감수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이에 다시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늦둥이가 없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단다. “나이 먹었다고 절대 겁먹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평소 건강만 잘 관리해두면 새로운 행복과 인생의 맛을 알 수 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평화를 낳은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4 현재 미국에 있는 자현이와 문영이. 이 아이들이 떠난 집에 평화가 태어났고 집 안에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