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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떠나요 친정엄마와 2박 3일 겨울 여행
오랜만에 친정엄마와 국내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면, 당신은 어디로 향하겠는가? 분초를 다투는 바쁜 나날을 뒤로하고, 물리적・정신적 공해에 찌든 심신을 안고 떠나는 여행, 요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말끝을 흐리는 친정엄마를 위한 여행.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휴식의 여행지로 떠났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힐리언스 선마을’과 온몸을 따뜻하게 데울 ‘엘도라도 리조트’의 증도 해수찜을 소개한다.

모두 놓고 쉬어라, 힐리언스 선마을
“가슴이 답답하기도, 헛헛하기도 허다!”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설거지하면서 툭 뱉는다. 친정엄마는 막바지 갱년기 증상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가도, 때론 마음이 허하고 우울하시단다. 한데 젊은 나도 다를 것 없다. 온갖 스트레스가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기도, 빈 깡통으로 만들기도 한다. 몸도 기분 나쁘도록 무겁다. 그래서 결심한다. 가만히 있으면 대책 없이 쓸쓸할 이 겨울, 친정엄마와 여행을 떠나기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여가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마음의 평안을 찾는 시간 아닐까. 강원도 홍천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이 시간을 기대할 수 있겠다. 여느 리조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휴가,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자들이 꿈꾸는 완벽한 휴식을 찾아 힐리언스 선마을로 가보았다.

천천히, 조용히, 차분히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만에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건너 산길을 지나면 힐리언스 선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은 해발 250m(세계의 장수촌이 자리한다는 그 해발 고도) 산속에 자리해 있다. 평소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아랫배로 심호흡을 하면서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 중 하나인데, 이곳 또한 그런 생활이 가능한 비탈길에 세워져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 녹아들어 있다.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를 맡은 정갈하고 담담한 건물이다. 건물 사이를 거닐며 찬찬히 둘러본다. 식당, 카페테리아, 스파, 피트니스 센터 등이 들어선 건물(춘하재, 추동재)을 지나 비탈길을 오르면 숙소 건물이 자리해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1시간 정도 휴식을 하고 나면 유목민의 간이 주택인 유르트(몽골어로는 게르)에서 진행하는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참여 여부는 자유다.
심신이 이완된 상태에서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면 몸이 한껏 노곤해진다. “이때는 낮잠을 청해보세요. 낮잠은 게으른 자의 전유물이 아닌, 강력한 스트레스 중화제이자 자연 리듬을 회복시켜주는 비결입니다.”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진용일 강사의 조언이다.
식사는 건강식 메뉴를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과식하지 않도록 데친 채소와 생채소를 먹어 시장기를 가시게 한 뒤 본격적인 식사를 한다. 친환경 식품 회사인 올가홀푸드와 풀무원의 식재료와 이곳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로 만들어 신선하고 영양가가 높다. 인공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저염식이며, 트랜스 지방이 없어서 처음에는 맛이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씹을수록 원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테이블에는 30분짜리 모래시계(특수 제작한)가 있다. 밥을 최소한 30분 동안 먹으라는 뜻이다.

(위)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로 가는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아침 풍경. 돌아올 때 내 마음도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소망한다.


1 힐리언스 선마을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 ‘춘하재’. 1층에 있는 식당과 카페에는 출출할 때 먹기 좋은 찐 고구마와 채소 스틱 같은 간식과 커피와 차가 늘 준비되어 있다.


2 자연광이 환하게 들어오는 건물 내부.
3 유목민의 주택을 본떠 만든 건물에서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4 눕자마자 숙면에 빠져들 정도로 아늑한 침실.


아무것도 없으니, 이제 다 갖췄다 여느 리조트나 호텔에 있지만 이곳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텔레비전, DVD 플레이어,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다. 주차장에 들어선 다음부터는 휴대폰 송수신도 안 된다. 무슨 이유일까?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인 이시형 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 기구들은 경쟁적인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분노나 흥분 상태와 관련된 노르아드레날린, 엔도르핀을 분비시킵니다. 차분하게 심신을 이완하면 부교감신경이 작동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완화해줍니다.” 그 흔한 휴대폰도, 텔레비전도 없으니 처음에는 손이 허전하고 눈과 귀가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들 때문에 지금껏 흘려 듣고 흘려 보던 것들이 들어온다. 새소리, 바람 냄새,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빛…. 좀 적적하다 싶을 때는 고요하게 어슬렁거린다. 도심 속에서 흥분된 뇌가 진정되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없으니, 이제 다 갖춘 셈이다. 깊은 휴식에 들어갈 수 있겠다.
밤이 내리면 힐리언스 선마을은 숨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진다. 심지어 숙소에는 냉장고, 에어컨도 없어서 전기 기구의 소음이 전혀 없고, 실내는 천연 페인트와 황토로 마감되었다. 여기에 척추 구조와 수면 습관을 고려한 인체 공학적 매트리스(호주 벨라레스트사 제품)와 메모리폼 베개가 준비되어 있다. 숙면을 취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모처럼 숙면에 이른다.


5 숲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산책길.


6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다디단 휴식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홍천강을 만났다. 강폭이 넓지 않고 유속이 세지 않아 강가를 따라 산책해도 좋을 듯하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침을 알린다. 슬슬 몸을 움직여 숙소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다녀와도 좋다. 힐리언스 선마을에는 다섯 가지 트레킹 코스가 있다. ‘사색의 길’ ‘석양이 아름다운 길’ ‘해맞이 길’ ‘선녀가 내려오는 길’ 등이 그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 꼭대기에 이르면, 큰 산이 감추고 있던 시원한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폐로 훅 끼쳐 들어온다.
탄산천, 히노키탕, 암반 욕실로 이루어진 스파 시설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탄산천에 몸을 담그면 잔기포들이 피부에 달라붙어 있다가 일부는 몸에 흡수되고 일부는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말초 혈관이 자극되어 혈액 순환이 촉진된다. 34~37℃에 맞춰 치료 효과가 가장 높다는 1000ppm의 탄산 농도를 유지한다. 탄산천은 혈중 노폐물을 제거하고, 근육통을 완화하며, 순환기 장애 환자에게도 좋다. 히노키 욕조는 3백 년 된 일본의 편백나무(히노키)로 만들었다. 편백나무의 그윽한 향을 맡으며 눈을 감고 쉬는 동안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가 심신을 이완시키고 피로를 풀어준다. 암반 욕실은 천연 황토 대리석으로 만든 따뜻한 방이다. 엎드린 채 5분, 누운 채 10분 정도 휴식한 뒤 밖으로 나온다. 이곳에서 나오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체내 유해 물질을 배출시키고,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해져 대사가 활발해진다. 2박 3일간의 깊은 휴식을 마무리한다. 무언가에 집착하고 얽매이는 마음이 떠나서 가슴이 후련해진 기분이다. 마음이 가벼우니 몸도 가볍다.

오붓한 시간을 마무리하는 주변 여행지와 맛집
이대로 돌아가기가 아쉽다면 주변 여행지에 들르거나 겨울 보양식을 맛보고 가도 좋겠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국립산음자연휴양림(031-774-8133)이 나온다. 산음 山陰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은 나지막한 봉우리가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 항상 산그늘이 진다. 숲길이 잘 정돈되어 있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산림 생태계를 구성해 산책하기에 알맞다. 걷기 힘들다면 차를 타고 다니며 경치를 만끽해도 좋다. 휴양림 전체에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이 나 있어 어디든 둘러볼 수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진용일 강사가 겨울철 여성들에게 좋은 보양식으로 그가 자주 가는 한우 음식점을 추천한다.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설악 한우 마을’(031-584-9500)이 그곳인데, 갈현목장 직영 정육점과 나란히 붙어 있는 고깃집이다. 횡성 한우는 거세한 수소 고기를 취급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100% 암소만 판매한다. 새끼를 한두 마리 낳은 어린 암소만 취급해 육질이 연하고 마블링이 좋다. 목장에서 그날 잡은 것을 바로 들여와 사용하니, 신선도가 높을 뿐 아니라 값도 저렴하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직접 골라 구입한 뒤 1인당 반찬 세팅값 3천 원만 내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인기 메뉴는 참숯 그릴에 살짝 익혀 먹는 1등급 꽃등심. 고소한 풍미가 혀끝에 남는다. 고기 맛이 워낙 좋아 쌈채소나 밑반찬에 손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 밖에 다양한 육질을 즐길 수 있는 특수 부위, 야들야들한 불고기, 쫀득한 육회 비빔밥도 별미다.

힐리언스 선마을 여행 정보
주소 강원도 홍천군 서면 중방대리 7
문의 1588-9983, www.healience.com
알아둘 사항 2인 1실 패키지(33만 원)를 신청하면 친환경 건강 식사 세 끼가 제공되고 스파(탄산천, 히노키탕, 암반 욕실), 피트니스 센터, 빵굼터, 바비큐장, 탁구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 엘도라도 리조트는 아름다운 해변과 해송 숲을 끼고 있으며 어느 객실에서나 바다를 볼 수 있다.


2 독립된 공간에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증도 해수찜. 약찜과 온천의 효능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3 바다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노천 해수탕.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증도의 청정 해수가 피로를 씻어준다.


뜨끈해서 시원하다, 엘도라도 리조트의 증도 해수찜
육지와 50km 이상 떨어진 청정 해역, 섬 전체가 친환경 농사를 짓는 천연의 섬 증도.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소금밭인 태평염전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 있다. 아름다운 해변의 우전해수욕장이 있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엘도라도 리조트가 있다. 증도의 별명이 ‘보물섬’(인근 해안에서 중국 송・원나라 시대의 보물선이 발견되었기 때문)이기에 리조트 이름도 ‘엘도라도’라는데, 보석처럼 빛나는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엘도라도다.

해수 온천과 약찜을 한 번에 즐긴다
엘도라도 리조트의 겨울철 백미는 해수찜이다. 해수찜은 <세종실록>에 나온 도자기 가마 한증법을 응용한 전통적인 찜질법이다. 언뜻 온천욕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해수찜 전용 찜질복을 입은 채 원목으로 지은 아담한 방으로 들어간다. 독립된 공간에서 일행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목 공간 한가운데 무릎 깊이의 욕조가 있는데, 여기에 소나무 장작으로 데운 해수가 담겨 있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불에 달군 유황 돌과 약초를 해수에 넣는다.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온다. 이때 아로마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아로마테라피 효능도 얻을 수 있다. 70~80℃ 정도 되는 뜨거운 물에 커다란 타월을 넣어 적신다. 이것을 조심조심 어깨와 등에 얹는다. 처음에는 무척 뜨겁지만, 조금 있으니 근육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타월에 뜨거운 물을 적셔 찜질하기를 한 시간 가까이 하다 보면 어느새 물이 알맞게 식는다. 이때쯤 탕 속에 몸을 담그면 가장 적당하다. 모처럼 친정엄마에게 따뜻한 물도 끼얹어주고 어깨도 주물러드린다. 혹시라도 둘 사이에 털어내지 못한 묵은 감정이 있다면 이때가 기회이니 훌훌 날려 보내도록.
해수는 우리의 체액이나 태아가 자라는 양수와 성분이 비슷해 ‘생명수’라고도 불린다. 해수를 따뜻하게 데워 목욕을 하면 노폐물이 말끔이 제거될 뿐 아니라 혈액 순환이 잘된다. 특히 증도의 바닷물은 한국자원연구소가 입증한 세계 1등 품질의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청정 해수. 그래서 이 물로 해수찜을 하면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해수찜을 끝내고 난 뒤 6~7시간 정도 샤워를 하지 말고 옷만 갈아입은 뒤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이곳에서 내주는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한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해수찜 외에도 노천탕, 해수 온천 사우나, 불한증막, 해수 마사지 등의 프로그램을 갖춘 오션스파랜드를 운영한다.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시설이 깨끗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객실은 분리된 30개 건물에 나뉘어 있어 여느 리조트처럼 붐비지 않는다. 또한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4 증도는 어느 곳이나 낙조가 아름답다. 태평염전에 내린 낙조 풍경 속을 걸어본다.


엘도라도 리조트의 전경. 우전해수욕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겨울 해송 숲, 소금박물관, 낙조
증도는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지닌 곳이다. 우선 겨울 바다 풍광. 겨울 바다는 다소 쓸쓸하기 마련이지만 증도의 해변은 어쩐지 훈훈한 기분이다. 해송 숲 덕분이다. 바다 근처에 25만 평의 광활한 해송 숲이 펼쳐지는데, 눈이 내리면 특히 장관을 이룬다. 이른 아침 해송 숲에 서면 낮게 깔린 진한 해송 냄새가 정신을 깨운다.
겨울이지만 날씨가 따스하다면 자전거를 타도 좋다. 이곳은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만큼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알맞게 지형이 완만하고 풍경이 다채롭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1백만 평 된다는 태평염전도 꼭 둘러보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돌로 된 소금 창고를 리뉴얼해서 만든 소금박물관도 볼 만하다.
해 질 무렵, 엘도라도 리조트 중에서도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에 있는 ‘골든힐’로 가보자. 푸른 수평선이 차츰 붉게 물들어가는 광경이 펼쳐진다. 증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참, 이곳은 서해안 다도해다. 낙조 가운데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들어내는 ‘섬의 풍경’ 또한 장관을 이룬다.

증도 해수찜 여행 정보
주소 전남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 233-42
문의 061-260-3300, www.eldoradoresort.co.kr
알아둘 사항 엘도라도 리조트에 투숙하지 않는 사람도 해수찜을 이용할 수 있다. 해수찜은 이용 전 반드시 예약해야 하며, 가격은 2인 기준 3만 5천 원.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고, 12세 미만 어린이는 입장할 수 없다. 해수찜을 이용하면 오션스파랜드의 수영장, 사우나, 한증막을 이용할 수 있다.



나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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