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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관계 코칭] 노년의 엄마와 말벗하는 비법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 모녀
친구들이나 선후배가 모여 아이 공부 이야기, 건강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나를 낳아 길러주신 엄마, 친정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우리 엄마는 젊어서 그렇게 총기가 있으셨는데, 요샌 영 못 알아들으셔. 처음엔 쉽게 말하려고 노력도 했는데, 이제는 포기 상태야. 딱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나하고 엄마는 만나기만 하면 싸울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우리 엄마 참 좋은 분이거든. 그런데 만나서 몇 마디 하다 보면 꼭 기분 상해서 돌아서게 돼. 왜 그럴까?”
반대로 친정어머니는 딸과의 소통을 어떻게 느낄까?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부모 자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털어놓고 속마음을 나누게 된다.
“내 속으로 낳은 내 새끼지만, 어찌 그렇게 까칠한지 몰라. 두 번을 못 물어본다니까.” “며느리는 시어미가 어려워서 그런지 대답도 자분자분 잘하는데, 딸은 잔소리만 해대는 게 영 재미없어.” “우리 딸은 어떤 줄 알아? 아주 애 취급이야.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 같은지, 자꾸 가르치려고만 해.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부모와 자녀 관계는 일생을 통해 지속되는 가장 긴 관계다. 예전에는 아들에게 전적으로 부모 부양 책임이 있었기에 부모-자녀 관계 하면 바로 부모-아들의 관계를 떠올렸는데, 이제는 말 그대로 세상이 변했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수명 차이로 어머니가 더 오래 살아계시는 경우가 많고, 자녀 중에서도 딸이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길게 지속되고 상호작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부모 부양에 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고, 아들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법의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노년기의 모녀 관계가 눈에 띄게 되었다. 엄마와 딸은 인생 학교의 선후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생길을 걸어가는 존재다. 문제는 실생활에서 부딪치고 등을 돌리게 만들기도 하는 두 사람의 대화 방법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것이다. 노년의 어머니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딸이 실천해야 할 몇 가지만 마음에 새겨도 대화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노년의 엄마와 말벗하기
자주 만나기!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 일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계시는 어머니께는 전화가 효도다. 일상을 알아야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야 속생각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때로는 수다도 약이다. 잘 듣기! 눈 맞추기!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건 잘 들으라는 뜻. 어머니 말씀에 귀 기울이되, 눈으로도 함께 듣자. 말씀하실 때 어머니 눈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아하신다. 딸이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니까.
긍정으로 시작하기! 모든 대화는 ‘예’ ‘그래요’ ‘맞아요’로 시작한다.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잘못 알고 계신 거라니까요’로 시작하면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감정이 상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일단 긍정을 한 다음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내 뜻과 의견을 설명하면 어머니의 마음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열린다.
자존심 건드리지 않기! 어르신들은 자존심도 없을 거라고 여기는 것은 젊은이들의 착각이다. 누구나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모르면 가만 계세요” “또 잊어버리셨어요?” “그 얘기 지난번에 여러 번 하셨잖아요” 같은 표현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은 어머니도 듣기 싫다.
어머니의 속도에 맞추기! 나이가 들수록 고막의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높은 음을 듣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조금 낮은 소리로 말하는 게 좋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야 한다. 말하는 속도만 늦추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대답하실 시간을 충분히 드리는 게 좋다. 어르신들은 무엇을 듣고 생각해서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대답을 재촉하거나 결정을 서두르지 않도록 한다. 또 나눈 이야기를 요약하고, 중요한 것을 다시 묻는 것은 필수.
웃음은 마음을 여는 가장 훌륭한 열쇠! 어르신들은 자식이 용돈 적게 줄 때가 아니라, 눈도 안 맞추고 쌀쌀맞게 굴 때 가장 서운하다고 하신다. 웃으면서 어머니의 눈을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어릴 때 그렇게 웃음 띤 눈을 맞춰가며 키우고 얼러주셨다. 

 
최혜경, 유경(프리랜스 사회복지사, <마흔에서 아흔까지> 저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