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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찾은 세 가지 즐거움 눈으로 가슴으로 손끝으로 느낀다
생활 공예의 도시 청주에서 공예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지구촌 축제가 막을 열었다. 40일 동안 진행하는 이번 축제는 볼 것도 즐길 것도 풍성하다. 이처럼 큰 규모의 행사장을 준비 없이 찾았다가는 자칫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는 법. 미리 관전 포인트를 짚고 가면 즐거움도 배가된다.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200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소개한다.

윤솔. ‘Variation 2009
Van Eijk. ‘Bobbin Lace Lamp’



Alex Anagnostou. ‘Seeding Clouds’


1, 2 2007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 풍경. ‘창조적 진화_깊고 느리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53개국 작가들의 작품과 만나다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세계 각국의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0년 전 38개국의 참여로 시작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현재 53개국에서 참여하는 국제적 비엔날레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도자, 목칠, 금속, 섬유 등 공예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외에 타 장르의 작가도 다수 참여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됐다. 우선 이 행사의 핵심인 ‘만남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본 전시에는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한유주의 미술 작품을 제작한 작가 김유선 씨를 비롯해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가구를 제작하는 이정섭 씨, 버려진 폐자재를 활용한 가구를 선보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브라질의 캄파나 형제(Campana Brothers) 등 3천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3 2009년 제6회 본 전시 중 제2전시 <오브제, 그 이후>에서 선보이는 윤보현 씨의 ‘Structure of Shadow’.

본 전시 외에 초대 국가를 선정해 그 나라 대표 작가를 초대하고 그 지역 공예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기획한 초대 국가전도 눈여겨보자. 2007년 초대 국가인 이탈리아에 이어 2009년에는 캐나다가 선정됐다. 캐나다 전역에서 활동하는 2백5명의 작가가 참여해 <하나 그리고 여럿 unity & diversity>전을 초대국가관에서 전시한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다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캐나다인의 삶과 문화를 작품과 공간 연출로 엿볼 수 있는데,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직접 전시관을 구성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최로 개최한 국제공예공모전 수상작 전시도 흥미롭다. 2007년 공모전에 비해 훨씬 많은 작가가 작품을 출품한 사실을 통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대한 세계 공예 작가들의 관심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최고상인 그랑프리에 공동으로 당선된 현병연 씨의 ‘약동(躍動)-두려움을 용기로 : 새로운 세계를 열다’와 노라 로첼 Nora Rochel의 ‘에그 퍼즐 Egg Puzzle’을 비롯해 주요 수상작 27점도 함께 전시한다. 이처럼 전 세계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만나는 경험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찾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4 <생활 공예전>의 작품들은, 생활 공예품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1 초대국가관에서는 다양한 캐나다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 <생활 공예전> 전시 Ⅱ는 한국 공예품 수집이 취미인 40대 중반 외국인 교환교수 부부의 공간으로 꾸몄다.
3
국제공예공모전 그랑프리 수상작인 현병연 씨의 ‘약동’.


청주시 곳곳이 비엔날레 행사장 10년 동안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청주시는 ‘생활 공예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행사 기간 중 청주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공예 전시가 열린다. 본 전시 중 제3전시는 청주 예술의전당을 벗어나 시민들의 삶의 공간을 직접 찾아간다. 청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 음식점과 호텔 등 주요 업소를 공예적 가치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 청주시 대표 공공장소에 공예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산성, 무심천, 중앙공원 등 실제 생활 공간 곳곳에 설치되는 공예 작품이 삶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볼 수 있는 기회다.
청주 대농지구에 위치한 신영지웰시티 주택문화관에서는 <생활 공예전>이 열린다. ‘내 마음의 집, 貴家’를 테마로 거실, 침실, 주방, 욕실 등 우리가 생활하는 각각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전시한다. 가상 거주인을 설정하고 평형별로 스토리를 만들어 그에 걸맞은 작품을 배치했다. 전시 Ⅰ은 현대적 감성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50대 중반 부부와 20대 초반의 자녀가 사는 생활 공간으로 꾸몄다. <생활 공예전>은 전시 Ⅵ까지 있으며 실생활에서 생활 공예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삶을 아름답게 연출하는지 보여준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해 청주시 한국공예관에서는 <북아트, 오디세이> 국제 북아트 특별전이 열린다. 자연 소재를 목판화로 제작한 김상구,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정신이 황폐해진 인간의 지성과 감각을 형상화한 김태철 등 11개국 66명의 북아트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가 진행되는 40일 동안 릴레이 책 읽기, 작가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도 진행한다. 3층에서는 한병호 작가의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의 원화 전시가 열리는데, 아이에게 다양한 내용의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손색이 없어 아이와 함께 찾을 만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 기간 중에는 시티투어가 가능한 ‘비엔날레 녹색 자전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외국인과 타 지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청주의 문화 유적지와 박물관, 미술관 등에 쉽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녹색 자전거를 타고 청주시 곳곳에서 공예품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매력에 빠지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4 David Ferry의 ‘Six Landscape Records’.


1, 2 <생활 공예전> 전시 Ⅰ은 아파트 59평형에서 진행된다. 현대적 감성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50대 중반 부부와 20대 초반의 자녀 생활 공간으로 구성했다.
3, 4 국제 북아트 특별전에서 전시되는 작품. 차례대로 김경선 씨의 ‘푸른 무대’, Paul Johnson의 ‘The Expectation of Time’.


오감을 만족시키는 참여 프로그램 요즘은 보기만 하는 전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인기다. 특히 어린이가 직접 체험할 경우 지속적으로 미술품에 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비엔날레는 교육과 체험,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공예교육관’을 마련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점이 눈에 띈다. 6~13세 어린이를 위한 ‘캐나다 필드 트립 Canada Field Trip’은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캐나다 공예가들이 함께한다. 참여 작가와 대사관에서 지원하는 영어 강사가 어린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캐나다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다. 영어로 진행하며, 단순히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와 함께 직접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연계한다. 사전 예약이 필요하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전공 대학생과 공예 관계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비엔날레 아트 캠프(9월 25일~26일)’와 ‘캐나다 크래프트 캠프(10월 15일~17일)’는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세계적인 작가들과 교류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들이 작품만 설치하고 돌아가는 게 아쉬워서 관람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손영경 에듀케이터의 말처럼, 흔치 않은 기회이니 직접 참여해보자.
‘공예체험관’에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전통 타악기 만들기, 북아트, 도자기 만들기 등 28가지 공예 체험이 기다리고 있으며, 전문 강사의 지도로 나만의 소중한 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 그 옆에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와 공예 명장이 참여하는 공예 워크숍도 펼쳐진다. 붓을 만드는 모필장 유필무 씨, 화살을 만드는 궁시장 양태현 씨, 전통 타악기를 만드는 악기장 조준석 씨 등 충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이 직접 창작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 속에 박제돼 있던 작품이 우리의 눈앞에서 만들어지고, 직접 만들어보는 공예 체험은 전시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김현정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