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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다시 깨우는 순간 터닝 포인트를 말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물리적인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때론 나이가 여자를 더욱 활기차게 하고 지혜롭게 해서 결국 자신의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뜨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여기 소개한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자신을 흔들어 깨운 터닝 포인트에 대해 물었습니다

(오른쪽) 셔츠 입는 감각도 남다른 패션 디자이너 노승은 씨.

패션 디자이너 노승은 씨
늦둥이 막내가 가져다준 행복
스튜디오 안으로 레게머리를 한 그가 아이보리 재킷에 블랙 배기팬츠 차림으로 들어섰다. 분명 예전보다 더 젊어진 감각을 발산하는 패션 디자이너 노승은, 모델처럼 당당한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한창 갱년기 우울증을 앓을 나이인 쉰 살을 목전에 둔 여자, 게다가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엄마다. 그에게는 출산 후 두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휴가지에서 남편이 장난 삼아 비디오로 촬영한 화면 속에는 평소 그렇게 혐오해 마지않던 축 처진 몸매의 아줌마가 수영복 차림을 하고 펑퍼짐하게 누워 있었다. 쇼크 자체였다. 휴가에서 돌아온 다음 날로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일주일에 6일을 다니며 지독하게 운동에 매달렸다. 3개월쯤 지나니 몸의 셰이프가 바뀌었고, 몸이 변하는 걸 보면서 사고도 바뀌게 되었다. 몸매를 가꾸는 건 남편이나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에 대한 존중감과 자신감을 가꾸는 과정이란 걸 배웠다.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5년 동안은 코치가 놀랄 정도로 강렬하게 했고, 이후에는 지금까지 일주일에 3일 정도 꾸준히 피트니스 센터를 찾는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마흔다섯에 낳은 막내에게서 비롯됐다. 기쁘게 낳은 선물 같은 아이지만, 막상 나이를 따져보면 ‘이 아이를 몇 살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져 한동안 아이만 보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막둥이는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그 행복감으로 마음에는 평화가 강물처럼 흘렀다. “막내를 낳고부터는 진짜 중요한 본질을 찾아서 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인생에 대해, 내 존재 가치에 대해,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둘째 낳고는 외모를 추스르는 시기였다면, 셋째를 낳은 이후로는 좀 더 성숙해지고 철이 든 것 같아요.” 물론 젊어 보이는 엄마가 되려고 외모 관리에도 바짝 신경을 썼다.
그의 비결은 바로 이틀에 한번 꼴로 하는 반신욕과 팩. 머리에 샤워캡을 쓰고 40℃ 정도의 따끈한 물에 30분 동안 앉아 있으면 얼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모공이 활짝 열려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뿌듯한 순간이다. 샤워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굴에 팩하기. 그러고 나서 보디 로션을 바른다. 모공이 열린 피부는 팩 속의 영양분을 습자지처럼 완벽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결과는 만족할 만하다. 악건성이던 피부는 반신욕과 팩으로 꾸준히 관리한 이후 촉촉해서 만지고 싶은 피부로 개선됐다.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미에서 나온다고 여기며, 그는 자신의 롤 모델이 일흔다섯의 나이에도 주 3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미를 유지하는 ‘진 선생님’(어머니인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씨)이라고 말한다. 몸이 건강하면 삶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이 생긴다. 결국 육체와 정신이 균형감 있게 성숙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안티에이징이 아닌 웰 에이징 well aging이 아닐까.

1 네일 케어 받으러 갔다가 눈에 띄어 구입한 수분 팩. 가장 애용하는 홈 케어 제품이다. 도자기 그릇에 담아두고 반신욕 후 물에 개어 얼굴에 펴 바른 뒤 30분 후 고무처럼 굳으면 떼어낸다.
2 허브나라 농원에서 구입한 로즈메리 입욕제. 로즈메리는 혈행을 도와 피로 해소에 좋다.
3 인생 최고의 지침인 성경. 특히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좋은 가르침을 준다.
4 일본 여행 시 료칸에서 구입한 입욕제.
5 머리를 맑게 해주는 크리스찬 또뚜의 스틱 향.



(왼쪽) 평소에는 청바지에 티셔츠처럼 캐주얼한 차림을 즐긴다.

로러스유학원 이사 손성은 씨
클래식한 40대를 위하여

 20대 부럽지 않은 날씬한 몸매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동안 童顔, 상냥한 어투,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는 편안함을 지닌 손성은 씨에게 ‘언제 나이 들었다고 느끼나’라고 질문하려다 보니 우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S라인의 10~20대보다는 우아하게 나이 든 50~60대 여성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부럽다는, 아홉 살, 일곱 살 남매를 둔 엄마이자 서른여덟 살의 커리어 우먼이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각종 건강식을 스스로 챙겨 먹는 자신을 볼 때, 얼굴에 난 뾰루지로 인해 손상된 피부가 더디게 회복될 때,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던 몸이 먹은 만큼 고스란히 체중계 수치를 올려놓을 때 그녀 역시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평소에 비용을 들여 주기적으로 몸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몸매나 피부 관리를 위해 한 일이라곤 6년 전 둘째 출산 후 27kg이나 불어난 몸무게를 돌려놓기 위해 클라란스 인스티튜트에서 석 달 동안 관리를 받은 것, 그리고 끝까지 남아 있던 3~4kg을 빼기 위해 핫 요가 센터에 다닌 것, 작년 말 얼굴의 점 빼러 피부과에 갔다가 솔깃해서 레이저 트리트먼트 3회권 끊어놓고는 아직 한 번밖에 못 간 것. 오히려 젊음의 비결이 있다면,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때 일단 와인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할 정도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일 거다. “저는 아직까지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 40대를 눈앞에 둔 이제부터가 매일매일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대한민국 엄마들은 40대가 가장 피곤한 시기인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50~60대의 모습이 결정되지요.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신 50~60대 어르신들을 보면 그분들이 40대를 어떻게 보냈을지 눈에 보여요.

 
1 친구가 선물해준 <아들을 위한 1분 기도>. 상황별로 짧은 기도문 형식으로 되어 있어아들에게 잔소리해야 할 상황마다 조용히 꺼내 읽곤 한다.
2 평소 사무실에서 짬날 때 사용하는 미니 아령.
3 건강을 위해 매일 챙겨 먹는 약초환.
4 손성은 씨의 상징 컬러가 된 오렌지빛 레드 매니큐어.
5, 6 샤워 후 셀룰라이트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클라란스의 보디 케어 제품.


삶의 밸런스가 잘 이루어져 나이와 시대에 맞게 클래식한 여성? 맞아요. 저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클래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다가올 40대의 고비를 터닝 포인트로 만들기 위해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도 하고 체력 준비도 한다. 그 첫 번째는 남과 비교하지 않을 것. 자기 자신뿐 아니라 남편을, 자식을 남의 남편이나 자식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둘째, 나이 드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 곤두세우지 않을 것. 사실 두려운 건 노화 현상 자체가 아니라 아이와 말이 안 통하는 고리타분하게 나이 든 엄마로 전락하는 거다. 아이와 소통하려면 생각을 젊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외모도 꾸미게 된다. 셋째, 꾸준히 운동할 것. 젊었을 때처럼 예쁘고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존재감을 위해서다. 요즘 손성은 씨는 6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배우는 펜싱의 매력에 빠져 있다. 90분 동안 칼끝에 집중하다 보면 옷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녹초가 되지만 복잡한 생각도 없어지고, 자세도 잡히고, 체력 관리에도 좋아 대만족이다. 여기까지가 손성은 씨의 터닝 포인트 전략이다. 유쾌하게 반환점을 돌고 있는 그녀의 40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오른쪽) 평소 어번 캐주얼 차림을 즐기는 그는 최근 원석으로 된 주얼리, 특히 수정으로 만든 목걸이에 끌린다고.

자이 요가 원장 티나 박 씨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법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자이 JAI 요가 센터의 공동 원장인 티나 박 씨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지낸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까지 서울에서 보낸 후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이후 십수 년간 요가 수련과 지도를 하며 활동했다. 그러다 4년 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시자 한국에 돌아와 49제까지 머물렀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정한 대가족과 함께 지내며 오랜만에 편안한 모국 생활에 젖어들면서 마음의 자양분을 얻은 시간이기도 했다. “부모님 댁 제 방 침대에 누워서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는데, 순간 가슴 안에서 하나의 기도 같은 게 날아오른 느낌이 들었어요. 캐나다에 두고 온 내 삶과 그때 서울에서의 삶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날아갔던 것 같아요. 그다음 날 한국에서 수련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인연을 맺은 곳이 자이 요가 센터였어요.” 한국에서의 두 번째 시작, 그는 그때를 축복이었고 신기하기도 했던 터닝 포인트라 여긴다. 올해 마흔네 살인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게 되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의 의식을 끌리게 만드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빛처럼 우러나오는 것, 그는 이것을 ‘현존함(quality of presence)’이라고 표현하며(깊은 학습과 수련의 영향인지 그는 이처럼 추상적인 단어를 즐겨 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현존함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현존감이 느껴지는 이들과 대화를 하면 이 사람이 정말 여기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안정감이 생겨요. 그러면 집중이 잘되고 판단력이 좋아지고 생각도 맑아집니다.”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첫째는 삶에 대한 자신감이다. 마음속의 갈등을 없애고 실력을 다듬어 조금씩 폭을 넓히다 보면 내면이 릴랙스되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다. 살다가 큰일이 닥쳤을 때 부딪치거나 피하는 게 아니라 ‘오케이, 그걸 가지고 한번 춤춰보자’ 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이 긴장되고 굳어져요. 한데 내면에 여유가 생기면 아주 작은 잔근육까지 풀리게 돼요. 우리는 언제나 몸을 습관시키면서 살잖아요. 피부도 그래요. 몸의 긴장이 풀리고 이완되면 피부도 더 좋아지거든요. 눈도 크게 떠지고, 입도 처지지 않고, 피부 톤도 더 밝아져요.” 두 번째는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스킨케어 제품을 선택할 때도 그 제품이 어떤 절차를 거치고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게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체크한다. 대부분 오가닉 제품을 쓴다. 물은 정수한 물만 마시고, 20년 전부터 채식을 했는데, 몸에 귀를 기울이다 필요성을 느껴 올해 초부터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요가. 요가는 몸을 운동시켜주기도 하지만 자신을 정화시키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뀌게 하고, 매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게 돕는다.

1 화장품은 모두 독일산 천연 유기농 제품인 ‘닥터 하우쉬카’를 이용한다.
2, 3 유기농 식물 추출 오일. 따뜻한 물과 타월로만 세안한 후 유기농 동백꽃 오일을 바른다. 동백꽃 오일은 일본 여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써온 미용 비법.
4, 5 영양을 위해 챙겨 먹는 중국 전통 버섯류 코디셉스와 발아 곡물로 만든 슈퍼 푸드. 
6 가방 속에 챙겨 다니며 먹는 오가닉 푸드 바.



(왼쪽) 열정적인 성격의 윤영미 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단연 레드.

SBS 아나운서 윤영미 씨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

인터넷 검색창에 ‘아나운서 윤영미’를 입력한 뒤 그의 미니홈피를 찾아 방문해보라. 지금 이 인터뷰 기사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깊숙하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보통 ‘일상’이라는 단어 앞에는 ‘잔잔한’이라는 수식어가 짝꿍처럼 붙어다니지만, 윤영미 씨의 경우는 ‘다이내믹한’ 내지는 ‘버라이어티한’ 정도의 단어라야 지당하다. 새벽 4시 기상, 5시 회사 도착, 6시 50분 방송. 방송 후 10분 정도 기도 시간을 갖고, 미니홈피 2~3시간. 공식 퇴근 시간인 2시 이후에는 자기 계발에 돌입한다. 와인 클래스, 요리, 춤, 메이크업 등을 배웠고 좋다는 영화, 음악, 공연, 전시는 놓치지 않고 다 섭렵한다. 그 결과물이 모두 미니홈피에 담겨 있다. “결혼 후 10년 동안 연년생 아들 키우며 직장 생활에 대학원까지 다니느라 한 번도 개인적인 일로 저녁 외출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5년 전 와인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 후 1년쯤 지나 미니홈피를 시작했는데, 그게 저에겐 굉장한 터닝 포인트였어요.” 많은 이들과 접촉하고 교류가 생기면서 인생의 폭이 넓어졌고 활력이 생긴 데다 미니홈피까지 합세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나서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깊고 넓어졌다. 이미 아는 사람과는 생각과 근황과 느낌을 공유하니 대화 거리가 많아지고, 하루 2천 명 넘는 방문자들과는 보이지 않는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며 그들에게 지지받는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소통의 여세를 몰아 얼마 전 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일기장이니, 즐거운 사진만 올리고 즐거운 생각만 하게 된다. 홈피에 올릴 생각에 더 적극적으로 살고, 사진 찍을 생각에 외모에도 더 신경을 쓴다. 실제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고 찍히면서 포즈나 표정이 자연스럽고 예뻐졌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홈피에 글을 써서 올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해결 방법이 찾아질 때도 있어 내면의 성숙에도 도움이 된다.“왜 더 젊어지냐고요? 저는 여러 존재에 대한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대상이 여자든 남자든, 아는 사람이든 연예인이든, 그 어떤 것이든, 어떤 대상을 사랑할 때는 몰두하게 되고 열정을 쏟게 되고 그러면 제게도 에너지가 솟아나요. 그림을 보고, 자연을 보고, 음악을 들을 때 내 안에서 좋은 호르몬이 나와서 안 늙는 것 같아요.” 40대에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마흔여덟 살의 그, 누군가를 축복하면 자기에게 기쁨으로 돌아오고, 작은 선행이 쳇바퀴처럼 돌다가 자신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으며,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는 진리를 알게 됐다는 그. 또 여전히 가슴속에 열정의 불꽃이 타올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위트 있고 세련되며 포용력 있는 귀여운 할머니로 늙고 싶으며, 기회가 되면 연극배우가 되어 정식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 이런 여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 건강을 위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챙겨 먹는 죽염.
2 차 안에 두고 기분 따라 골라 듣는 음악 CD. 최근 꽂힌 강허달림, 모던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 기타리스트 김광석 2집 발매 기념 콘서트 음반.
3 수시로 챙겨 먹는 과일과 채소 도시락.
4 어디든 동행해 그의 일상을 담는 디지털 카메라. 한 개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전에 쓰던 것까지 세 개를 모두 갖고 다닌다.



(오른쪽) 연주회 때 즐겨 입는 화려한 골드 드레스. 평소에는 내추럴한 컬러의 편안하고 간편한 옷을 즐긴다.
플루티스트 배재영 씨
격려와 응원 그리고 긍정의 힘

이메일로 ‘플루티스트 배재영의 Around 50’이라는 제목의 플루트 연주회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로 50대에 접어든 배재영 씨가 드보르자크, 생상스, 브람스가 50대에 작곡한 작품을 골라 연주하는 음악회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오십. 드보르자크가 52세 때 딸과 아들을 위해 ‘소나티네 Op.100’을 작곡하고, 생상스가 52세 때 연주 여행 중 ‘하바네즈’를 작곡했으며, 브람스가 55세 때 ‘소나타 d단조 Op.108’을 친구에게 헌정한 것처럼 50대의 음악가에게는 단지 음악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자녀, 친구, 여행, 일상, 건강 등 삶의 요소가 시간과 함께 음악으로 발효되는 것이다. 배재영 씨도 마찬가지다.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적은 쉰 즈음, 예전에는 고민이나 숙제가 더 많았던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즐거움과 행복이 더 많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플루트처럼 맑은 음색으로 말한다. 밝은 표정과 선한 눈빛, 게다가 군살 없는 몸매까지 겸비한 멋진 중년의 여자로 그를 단련시킨 것은 첫째가 긍정적인 마인드, 둘째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습관이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는 동안, 내가 나에게 말 거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연습을 안 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도 하고, 기대에 못 미치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는 나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했고요. 몸이나 마음이 아플 때 ‘Are you OK?’ 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지요.” 유학 생활이 힘들 때는 ‘괜찮아, 내일이면 나아질 거야’,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What a vacation!’, 결혼 후 강의와 살림,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도 ‘다 잘될 거야’라고 되뇌며 순간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남매의 막내로, 물질보다는 사랑과 정이 많은 집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덕에 그의 맘속엔 어려서부터 긍정의 DNA가 심어져 있었다. 평소 과일과 채소를 즐겨 먹고, 기름지고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 때문인지 지금껏 한 번도 살찐 적이 없고, 아직은 특별히 주름 관리도 필요 없다. 작년 손 근육을 다쳐 치료하다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플루트 이외에 처음으로 자신에게 규칙적으로 쓴 시간이었다). 지금껏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운동하는데, 건강에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어서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지금 나이가 참 좋다. 공부와 출산을 다 해내고 이제 약간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좋고, 다정한 말과 따스한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큰 건지 알 수 있어서 좋고, 비 온 뒤 산에 올라 젖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그만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며 주문처럼 외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첫째, 그것을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다. 둘째, 모든 문제에는 해결 방법이 있다. 셋째, 열심히 해서 안 되면 잠시 잊고 더 잘되는 것부터 먼저 한다. 그러다 보면 예기치 않은 데에서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넷째, 그래도 안 되면… 세상에는 풀리는 문제가 많은 것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도 많다. 그러니 괜찮아~.”

1 이번 ‘Around 50’ 연주회에서 들려줄 드보르자크와 생상스, 브람스의 악보.
2, 3 삶에 따듯한 위로를 건네주는 헬렌 니어링의 책과 브람스의 음반.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