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런던에서 '코리안 아이 한식만찬' 총괄한 노희영 씨 "다음 타깃은 파리지앵, 뉴요커다"
지난 7월 2일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 Saatchi Gallery에는 한식으로 만찬이 차려졌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한국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인 ‘코리안 아이 Korean Eye’ 영국 전시와 연계한 행사였다. 이 만찬에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VVIP 인사와 아티스트, 언론 매체들을 초대했다. 메뉴와 아트 디렉팅은 한식 세계화 추진단의 자문위원이자 푸드&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인 노희영 씨(히노 컨설팅 펌 대표)가 총괄했다. 만찬이끝나고 모든 게스트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은 노희영 자문위원을 만나 행사 후 소감을 물었다.

이번 만찬의 콘셉트는 무엇이었나? 음식과 장소, 게스트 그리고 코리안 전시회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전체적인 비주얼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공간이 화이트 톤이었기 때문에 한식의 컬러풀한 코디네이션보다는 채도를 낮춤으로써 시크한 런던 사람들에게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음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나는 행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컬러를 생각한다. 테이블 세팅의 꽃 장식은 그린&화이트를 기본으로 했고, 플레이스 매트도 금박 프린트한 삼베를 기본으로 중간 중간 전통 비단의 날염 색상인 청, 홍, 녹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강약을 조절했다. 잣죽 카푸치노의 경우 맛은 마일드하지만 색동 받침을 받쳐 악센트를 주었다. 대부분의 런던 사람들은 한식을 주로 바비큐로만 인식해 캐주얼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우리 음식이 예술적이고 감각적이며 품격 있는 건강식인 ‘구르메 푸드 gourmet food’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메뉴 구성 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잣죽 카푸치노, 구절판, 잡채, 자몽 새우, 신선로, 갈비구이와 쌈, 오미자 화채 등 아홉 가지 메뉴로 구성했는데, 재료의 색과 음식의 밸런스를 가장 신경 썼다.메뉴 순서에 따른 맛의 강약과 온도 조절을 중시했다. 잣죽 카푸치노로 부드럽게 시작해 잡채, 초절임 등을 거쳐 갈비와 쌈, 비빔밥 같은 강한 맛으로 임팩트 있게 마무리했고, 사이사이에 찬 음식과 따뜻한 음식으로 온도의 완급을 조절했다. 런더너들에게 각 코스별 한식의 다양한 맛을 모두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런더너들은 이미 인도나 홍콩을 통해서 아시아 음식과 퓨전 음식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음식 맛 자체를 서양식으로 변화를 줄 필요성은 그다지 없었다.

1 사치 갤러리 내에 차린 만찬 테이블. 삼베 테이블 매트 위에 소쿠리를 놓고 녹색 소재를 올려 단아하게 세팅했다.

누구의 어떤 코멘트가 기억에 남나? “한식이 이런 비주얼이나 맛, 담음새를 지녔는지 몰랐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주로 바비큐를 먹었고, 전통적인 곳에 가면 먹기 힘든 음식이 많이 나왔다. 한식에 대해서는 캐주얼하고 빨리빨리 먹는 음식으로만 인식했는데, 한식의 맛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는 것에 놀랐다.”(패러렐미디어그룹 데이비드 시클리티라 David Ciclitira 회장) “한식에 이런 컬러 배합이 있는 줄 몰랐다. 프레젠테이션이 놀라웠다.”(필립스 드 퓨리 & 컴퍼니 사이먼 드 퓨리 Simon de Pury 회장) “많은 파티를 통해 여러 사람을 초대해봤지만, 이렇게 한국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파티는 처음이었다.”(로더미Rothermere 자작 부인 ) 등이다.
외국인들이 당신이 차린 한식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식재료를 외국인이 주로 먹는 재료로 변형했다. 잡채에 아스파라거스를 넣었고, 잣죽 카푸치노에는 마일드한 맛을 보강하기 위해 캐비아로 간을 맞추었다. 비빔밥에는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먹는 찰기 있는 쌀이 아닌 끈기가 없는 흑미, 낟알이 길쭉한 장립종, 발아 현미, 보리 등으로 만든 밥을 준비해 선택하게 했다.
행사를 치른 후 느낌이 궁금하다.먼저 이번에 참여한 모든 CJ 셰프팀과 히노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부에 주방이 없는 갤러리의 특성상 모두 케이터링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런던 최고의 머스터드 케이터링 Mustard Catering과의 팀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많은 경험을 축적한 프로는 역시 다르더라. 그들 또한 우리의 프레젠테이션과 맛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외국 팀과 함께 손발을 맞추고 보니, 분명 맥을 찾으면 한식은 정말 경쟁력 있는 음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게스트의 반 이상이 한식당이 생기면 투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만족해했다. 실제 각 코스가 끝난 후 그릇을 살펴 보니 잡채 같은 메뉴까지 싹싹 비워낸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한식 메뉴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 만찬은 캐비아로 간한, 카푸치노처럼 부드러운 잣죽 카푸치노로 시작했다.


1 음식과 아트 디렉팅을 맡은 노희영 씨.
2 패러렐미디어그룹 데이비드 시클리티라 회장.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행사를 더욱 자주 열어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한식을 먹고, 한국 문화도 함께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즐겨 먹는 것, 우리가 알리고 싶은 것만 생각해 세계화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의 중식에는 정작 중국에 없는 자장면이 있다. 그리고 소스가 수프처럼 흥건한 파스타는 한국에서만 인기 있을 뿐 막상 이탈리아인들은 먹지 않는다. 우리가 보여줄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식문화와 식습관, 미각을 연구해 그들이 어느 접점에서 한식을 받아들일까를, 그리고 우리가 어떤 한식으로 그들에게 접근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처음에는 현지화된 메뉴로 그들의 혀를 우리 음식에 서서히 길들인 후 점차 전통적인 맛을 선보여야 한다. 한식을 세계화한다는 것도 결국은 비즈니스다. 당연히 소비자인 현지인을 마케팅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3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인 체리 블레어 여사.
4 한국인으로 영국 귀족 부인이 된 로더미 자작 부인.


세계 5대 음식으로 진입하기 위한 한식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식은 어느 나라 음식과 비교해도 최고급 음식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떡볶이나 비빔밥 같은 일품요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비빔밥도 재료와 공정을 보면 진정한 고급 음식이지만 아직은 저가 음식으로만 인식한다. 떡볶이처럼 찰기 있는 것을 외국인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점도를 낮추어 뇨키 gnocchi로 접근하든가, 뉴욕 모모후쿠 Momofuku 쌈 바처럼 떡을 튀긴 후 소스를 변형해 재해석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한식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고급 음식이고, 웰빙 음식인지를 인지시킬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전 세계적 화두인 건강식으로 접근해 한식의 장점을 더욱 알려야 한다.
한식 세계화 추진단의 자문위원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이번 행사를 통해 외국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평에 한식 세계화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했다. 이번에 런더너를 만족시켰다면, 다음 타깃은 파리지앵, 뉴요커다. 한식이 트렌드세터들의 입맛에 잘 맞는, 문화적으로 우수한 고급 음식임을 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5 주요리로 낸 갈비구이와 쌈.
6 새콤한 자몽 새우.


‘코리안 아이-문 제너레이션 Moon Generation’은 29명의 한국 신진 현대미술 작가 작품의 해외 전시 및 경매를 목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 스탠다드차타드가 후원하는 이 전시는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6월 20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대중의 높은 관심에 따라(7월 8일까지 약 4만 명이 다녀갔다) 갤러리 측의 요청으로 9월 13일까지 두 달 이상 연장했다. 기간 연장에 따라 런던 호윅 플레이스에 자리한 필립스 드 퓨리&컴퍼니 본사와 사치 갤러리에서 각각 전시할 예정이다. www.koreaneye.org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