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나눔' 박미선 대표의 아름다운 제안 비운 자에게 돌아오는 선물
재활용품 숍 ‘행복한나눔’의 박미선 대표는 최근 자신의 옷 방을 들여다보는 일이 유난히 많아졌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취향이 변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그는 나눔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것부터 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큰 행복을 소유하게 됐다는 박미선 대표를 만나보았다.


청담동에 위치한 재활용품 숍 ‘행복한나눔’ 본점.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로 알려진 마더 테레사 수녀는 살아생전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랑, 그것은 언제나 행동에 있지요.” 이처럼 사랑과 나눔을 ‘명사’가 아닌 ‘동사’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무미건조한 표정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준 박미선 대표가 바로 그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나누려고 하는 것은 사랑이고, 마음이다. 계절이 바뀔 즈음이면 박미선 대표의 나눔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방송국 복도, 분장실, 녹화장에서 마주친 동료들에게 엉뚱한 말 한마디를 내뱉는다. “옷장 좀 비워주세요! 그 빈 공간만큼 행복을 채워드릴게요!” 살 때는 꼭 필요해 구입했지만, 어느새 용도 폐기된 천덕꾸러기들을 차곡차곡 모아 가까운 ‘행복한나눔’ 숍에 보내줄 것을 당부한다. 여기저기서 수거한 옷은 자원봉사자들이 세심한 손끝으로 매만지고 다듬어서 판매하는데, 그 수익금은 ‘기아대책’에서 국내 지역 사회와 해외 빈곤 지역 개발 사업을 위해 사용한다.


1 박미선 대표를 보자 한 손에 아이스 바를 들고 있던 여중생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언니, 예뻐요!” “언니, 웃겨요!” 머리가 히끗히끗한 노인도 지나가다 말고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아이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일이 버거운겨?” 때로는 옆집 언니 같고, 앞집 아줌마 같아서 아무와도 스스름 없이 잘 어울리는 박미선 대표. 그것 역시 그가 가진 많은 것 중 ‘재능’이라는 이름의 달란트일 것이다.


2, 3, 4 기증된 물품은 매캐한 먼지가 날아다니는 창고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세심한 손끝을 거쳐 깔끔하게 다듬어진다.

박미선 씨는 2008년 봄부터 ‘행복한나눔’의 대표 직을 맡고 있다. 종종 나눔에 뜻이 있는 연예인들이 여러 구호 단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대표 직을 맡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2003년부터 대표로 활동하던 고은아 선배가 저에게 바통을 넘기면서 기아대책에서 설립한 재단법인 ‘행복한나눔’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저 역시 이미 여러 단체의 홍보대사 직을 겸하고 있지만, 그것과 대표 직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홍보대사가 그 단체에 한 발을 담그는 것이라면, 대표 직은 두 발을 모두 담그는 것과 같죠.”
박미선 대표는 ‘행복한나눔’에서 활동하면서 ‘기부’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무엇보다 기부의 의미가 좀 더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건 물질뿐만 아니라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방송 활동이 많아지면서 시간 기부가 물질 기부보다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그의 기부 철학에 따르면 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자식 모두 출가시키고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주부라면 시간을 기부하는 일로, 바느질 솜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자신 있는 사람라면 그 재능으로 자선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사람 사정은 어려운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인가 봐요. 한번은 한 개인 사업자가 도매상을 운영하다가 경기 불황으로 폐업을 하면서 그동안 팔리지 않은 대량의 의류를 정리해 보내주셨죠. 어쩌면 자신의 코가 석 자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보내주신 의류를 보고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나눔은 용기이기도 하네요.”



지금까지 오픈한 ‘행복한나눔’ 매장은 서울에 8개, 전국적으로는 40여 개. 하지만 대부분 교회 안에 오픈해 운영해온 터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박미선 씨가 대표 직을 맡으면서 ‘행복한나눔’은 매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매장을 오픈하고, 제품의 질을 높인다는 새로운 지침을 세웠다. 5월 23일, 종로 서울극장 앞에 새롭게 문을 여는 에코 콘셉트의 ‘행복한나눔’ 매장이 그 예다. 또 올 9월, ‘행복한나눔’은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아 돕기 자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박미선 대표가 진두지휘하며 기획 진행하는 행사다. “박상민, 신효범, 황보, DJ DOC, 컬투, 송은희 씨가 무료로 출연해주기로 했어요. 워낙 저랑 친하고 평소 남 돕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들이라 흔쾌히 응했지만, 사실 나중에 제가 일일이 밥을 사줘야 해요.(웃음)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을 섭외해놓았어요.” 관객석은 8백 석. 아직 관객 동원도, 기업 후원도 풀어야 할 숙제거리로 남아 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 콘서트를 통해 거둬들일 적지 않은 수익금을 생각하면 나약한 마음도 단단해진다.

 
1 ‘그들이 굶주렸던 건 밥이 아니라 사랑이었을까?’ 기아대책 봉사자들과 함께 뛰어놀며 행복해하는 제3세계 아이들.


2 밝은 미소와 총명한 눈빛을 지닌 네팔 에버비전스쿨의 어린이들. 에버비전스쿨은 기아대책이 운영하는 초등학교다. 


3 기아대책의 홍보대사 탤런트 조민기 씨의 현장 활동 모습.

‘행복한나눔’의 수익금이 곧 기아대책의 구호 기금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기아대책에서 선정한 주요 지원국은 부르키나파소, 말라위, 네팔, 캄보디아. 유난히 새까만 눈동자에 영혼이 맑은 그곳 빈곤층 어린이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못해 시리다. 굶주린 배는 채워줄 수 있지만, 허기진 마음은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까 고심해보지만 명쾌한 답변을 찾지 못한다.
박미선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막 자리를 떴을 때 ‘행복한나눔’의 한 스태프에게 슬쩍 물었다. 대표라고 직원들 관리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회식할 때 밥값도 내는데 월급은 있냐고. 스태프는 곤란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표는 대표인데, 월급도 특별 대우도 없는 명예직이란다. 가만 보니, 박미선 대표가 그동안 비워온 것은 비단 옷장만이 아닌 것 같다.


4 한국의 젊은이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어린이에게 학용품 키트와 카드, 캘린더, 응급 의료키트 등을 만들어 선물하는 기아대책의 ‘한톨나눔축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물 긷기 등을 통해 가사를도와야 하는 르완다의 작은 천사들.

‘행복한나눔’에 참여해주세요
재능 도네이션하기
재활용품으로 리사이클, 에코 콘셉트의 다양한 가방을 만들어보세요. 디자이너 이선영 씨와 <행복> 독자가 함께 만든 물건은 ‘행복한나눔’에 기증되며, 그 판매수익금은 기아대책의 구호 활동에 사용됩니다. 7월 13일, 역삼동에 위치한 디자이너 이선영 씨의 스튜디오 ‘칼레이도’에서 특강이 열립니다. ‘행복이가득한교실’ 디자이너 이선영 씨의 강좌를 신청하면 자동 참여하실 수 있으며, 재능 도네이션 특강만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행복> 마케팅팀(02-2262-7333)으로 문의 바랍니다.
옷장 정리 캠페인 장롱에 입지 않는 옷이 쌓여 있다면 좋은 일 하는 데 기증해보세요. 먼저 안 쓰는 물건을 차곡차곡 박스에 담아 ‘행복한나눔’ 숍(02-2085-8239)이나 홈페이지(www.sharinghappiness.or.kr)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숍에서 가장 인기 좋은 물품은 성인과 아동 의류이지만 그것 외에도 신발, 도서, 주방용품, 장식품, 소형 전자 제품, 소형 가구도 가능합니다. 단, 사용한 내의, 이불, 중대형 전자 제품과 가구는 제외됩니다.

(위) 재능 도네이션 리미티드 에디션 Designed by 이선영 제작 독자 김행복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