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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엄마부터 행복하십시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
달라이 라마가 말했습니다. “행복은 만족할 때 생겨난다. 결코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이나 소유물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무작정 욕망을 좇다간 아귀가 되고 맙니다.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영국의 한 신문에서 독자 응모로 뽑은 것을 보니 기가 막힙니다. 1위는 바닷가에서 멋진 모래성을 완성한 아이. 2위는 아이를 목욕시킨 후에 아이의 맑은 눈을 바라보는 엄마. 3위는 멋진 작품을 막 완성하고 손을 터는 예술가. 4위는 죽어가는 생명을 수술로 살려낸 의사.
잘 먹고 잘사는 것의 지겨움“저도 당연히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시키고 싶죠. 그렇게 다짐 또 다짐했건만 다른 집 애들 학원 가는 거 보면 마음 흔들리고 다른 엄마들 얘기 듣다 보면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요. 어쩌면 좋죠?”
그녀는 진퇴양난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목적이 뭡니까? 그거야 당연히 아이들의 밝은 미래 때문이죠. 밝은 미래란? 음,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닐까요? 아이가 행복이 뭐냐고 물어보면? 잘 먹고 잘사는 것. 팔순 노모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잘 먹고 잘사는 게 행복’이라는 얘길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다시 듣습니다. 행복에 대한 엄마들의 담론은 60년대 새마을 운동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 억대 연봉자가 8만 명쯤 있다고 합니다. 잘 먹고 잘사는 순서라고 치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집단이겠지요. 그런데 이상한 통계가 있습니다. 월 소득 1천만 원 선을 넘어가니까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겁니다. 행복의 요소 가운데 가족 만족도와 건강 만족도, 일 만족도가 모두 감소했습니다.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짧아지고 몸을 관리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어미는 새끼들에게 생존 기술을 가르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기술, 즉 자기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만 행복인 줄 알고 사는 엄마 밑에서 아이들은 행복을 배울 수 없습니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엄마부터 행복하십시오.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OECD 30개국 대상으로 15세 이상 1천 명에게 물었습니다. ‘지난해에 일에서 재미 또는 자긍심을 느끼거나 즐거운 휴가 같은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나?’ 이른바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은 24위. 1백 점 만점에 23.1점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반면 지난해 고통, 우울, 슬픔 등의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61.5점으로 OECD 평균(35.6)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한국 사람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기록들이 줄지어 쏟아집니다. OECD 국가 중 소득 재분배가 가장 취약한 나라. 연 근로 시간 2천3백16시간으로 가장 많이 일하는 국민. 사교육비를 OECD 평균의 10배 이상 지출하는 엄마. 우리 여성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살자고 수십 년 동안 외쳤는데 결과는 이 모양입니다. 내 이럴 줄 진작에 알았습니다.

‘라이프 코치’라고 찍힌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이규창 씨. 그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지혜를 얻고 용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눈 맞추며 열심히 듣고, 질문 몇 가지 했을 뿐이랍니다. 지금도 기업인, 학부모, 학생들에게 강의・코칭합니다.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배우고 <조선일보> IT 기자로 일했습니다. 블로그(blog.naver.com/jace1123)를 운영하며 책 <신나는 아빠 신나는 편지>를 냈습니다.

최혜경, 이규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