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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사회적 기업가들]영국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와 레스토랑 피프틴 미운 오리 문제아가 백조 셰프 되다
피프틴 재단이 경영하는 영국의 유명 레스토랑 피프틴. 수익의 전부를 문제아를 셰프로 훈련시키는 데 투자한다.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열정이 결합되어 더욱 잘 알려진 이곳에서 ‘더불어 살기’의 미래를 본다.
감동적인 드라마 같은 ‘셰프 탄생’ 실화
‘잘나가는’ 마약 밀매업자이자 자동차 털이범이었던 벤 채프먼 군. 열여덟 살 한창 때 감옥에 들어갔는데, 이모가 요리사가 꿈이었던 벤을 대신해 피프틴 재단에 지원서를 넣었다. 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셰프 견습생으로 뽑혀 착실히 훈련 과정을 밟아갔다. 그러나 제 버릇 개 주기가 쉽지 않은 법. 어느 날 밤 차를 훔쳐 집으로 도망쳤다. 다시 감옥에 붙잡혀 간 그를 피프틴 관계자들은 끝까지 믿어주었고, 그 덕분에 다시 훈련에 참여했으며,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해 현재 피프틴 레스토랑의 보조 셰프로 일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 피프틴. 휴가철에는 관광객의 예약이 몇 개월 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다른 곳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 벤과 같은 특별한 사연이 레스토랑 설립 이유라는 것. 사연인즉 이곳에서 일하는 15명가량의 젊은 셰프들이 한때 골칫덩어리로 손가락질받던 청소년들이었고, 피프틴 재단이 마련한 전문적인 훈련을 거쳐 셰프로 변신했다. 이 피프틴 레스토랑을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은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다. 그가 미운 오리 새끼를 백조로 만드는 이 프로젝트의 첫 포문을 열었다(그는 피프틴의 설립자이자 상임이사이지만 오너 셰프는 아니다. 기금 마련과 홍보를 맡고 있다).

15명의 젊은 이들의 도전으로 시작되었다고 하여 레스토랑 이름도 피프틴으로 지었다. 2002년 3월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셰프 지원자들을 모집, 이들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다큐멘터리 <제이미스 키친 Jamie’s Kitchen>에 담았다. TV를 통해 전 세계에서 방영되었으니, 국내 케이블 TV를 통해 피프틴의 다큐멘터리를 본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처럼 피프틴은 삶의 막다른 길에 접어든 젊은이들에게 인생 2막을 열어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18개월간의 혹독한 셰프 훈련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피프틴에서 근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런던의 유수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보내고 일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피프틴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금은 재단에 기부한다. “경쟁을 통해 견습생 후보를 공개적으로 선발해서 훈련시키고 생활을 지원하고 졸업시키는 데 한 사람당 2만 파운드가량이 듭니다. 그래서 레스토랑 피프틴의 수익금으로 매년 새로운 멤버들을 선발하고 훈련시킵니다.” 피프틴 재단의 마케팅 매니저 앤젤라 모리스는 이곳을 수익금으로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젊은이들의 직업 교육 및 취업에 투자하는 형식의 사회적 기업이라고 요약한다. 혈기 왕성한 셰프 제이미 올리버는 초기에 피프틴의 기술적인 자문만 맡다가 점점 깊숙이 개입하면서 재단 상임이사회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피프틴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사업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젊은이들을 성공적으로 교육시키는 장일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셰프 훈련에 필요한 자금을 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자부심과 확신에 찬 ‘자랑’이다.

(왼쪽) 영국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 피프틴. 피프틴 재단에서 시작한 첫 사업으로, 이곳이 모범 사례가 되어 암스테르담(2004), 콘월(2006), 멜버른(2006)에 분점이 생겼다.
(오른쪽) 깊이 있는 전통의 맛과 감각적인 젊은 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든 수익금은 재단에 기부, 새로운 젊은 멤버들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데 쓴다.


요리를 넘어 인생의 성공자로
하지만 쉽게 자포자기하는 젊은 이들에게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인생의 상처를 안고 있다고 해서 봐줄 수 없었다. 음식 한 접시를 만드는 과정은 ‘장난’이 아니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전쟁터’와도 같기 때문에, 매 순간 여느 예비 셰프의 훈련 과정과 똑같이 치열했다.
“타박은 후하고 칭찬은 박한 것이 손님의 생리입니다. 셰프란 실수할 기회도 없고 만회할 기회도 없는 직업이지요. 정확한 마감 시간과 완벽한 팀워크를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셰프 훈련은 고달플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이런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그 어떤 직업 훈련을 한 사람보다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총디렉터 리암 블랙 Liam Black 씨의 설명이다. 피프틴은 단지 요리 기술만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다. 그들이 진정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모든 장애 요소, 가령 빚 문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약물 또는 알코올 중독 등을 해결하는 데도 중점을 둔다. 바로 이런 점이 일반 ‘기술 전문 학교’와 다른 요소다. 후원자들은 운영 비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견습생들의 멘토나 재정 문제를 상담해 주는 전문가 등도 연결해준다.
리암 블랙 씨는 피프틴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에 대해 이렇게 설명 한다. “피프틴 레스토랑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세상 속 자신의 좌표를 완전히 바꿔서 살아갈 기회를 마련해주려 합니다. 자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재정립하도록 돕는 것이죠.”

사회학자 제라드 레모스 Gerard Lemos 씨는 피프틴의 지난 7년간의 활동을 분석했다. “피프틴의 프로젝트는 소위 문제아나 낙오자라고 불리는 젊은이에 대한 과거의 접근법과 다릅니다. 피프틴 재단은 이런 젊은이들이 전문 기술과 지위 그리고 포부를 지닌 사람이 되길 원한다는 점을 공략했지요.” 그는 포부와 열망이 없으면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기술이 아닌 꿈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이 피프틴의 성공 비결이라고 보았다.
한편 젊은 나이에 일약 스타가 된 젊은 셰프 제이미 올리버는 자신의 명성이 오히려 피프틴 자체의 훌륭한 뜻을 오락거리나 속물스러워 보이게 왜곡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라드 레모스 씨는 제이미가 피프틴에 아주 큰 공헌을 했다고 분석했다. “제이미가 매일 레스토랑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견습생들은 그를 롤 모델 삼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또한 그의 명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추진력을 이끌어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수월하게 섭외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특유의 ‘쿨’한 성격으로 견습생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했습니다.” 2002년 첫 회에 도전한 두 아이의 젊은 엄마 케리 앤 던롭이 훈련 도중 동료들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던 날, 제이미가 그에게 전화해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상한 조언을 해주었다.
“통화하는 내내 믿기지 않았어요. 그 유명한 제이미 올리버가, 방송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늦은 밤 제게 전화해 긴 시간 동안 상담을 해주다니요. 세상에 누군가 한 사람이 나를 믿고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준다는 생각을 하니까 제 자신이 소중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학창 시절 문제아로 퇴학당한 뒤로 늘 의기소침했던 케리 앤은 이제는 요리뿐 아니라 어떤 일에도 도전할 의욕이 생겼다.
런던의 피프틴 레스토랑이 모범 사례가 되어 암스테르담(2004), 콘월(2006), 멜버른(2006)에 분점이 생겼다. 단지 청년 실업자나 문제아의 직업 훈련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존감을 일깨워주며, 동시에 경영의 성공과 수익을 거둔 그들의 차후 행보에도 주목해본다.

(오른쪽) 18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예비 셰프들. 제이미 올리버(앞줄 가운데)는 엄한 스승이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멘토였다. 위치 15 Westland Place London N1 7LP, UK 문의 +44-(0)870-787-1414, www.fifteen.net

세계의 사회적 기업
티치 포 아메리카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2년 동안 미국 빈곤 지역의 공립 초・중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교육 개혁 프로그램.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의 교육감이 된 한인 2세 미셸 리 씨도 이곳 출신이다.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앞 다퉈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비디오 봉사단 CNN의 저널리스트 출신 제시카 메이베리가 미국 중심의 편중된 보도 체계에 회의를 느끼고 ‘진실을 전하는 것이 보도의 사명’임을 실천하고자 설립했다.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가난하고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제공한다.
플로렌스 아픈 어린이를 돌봐주는 보육 사업. 지역의 육아 경험자와 소아과 의사를 연결해 병을 앓는 아이들의 보육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긴급한 요청에도 바로 달려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