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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인터뷰] 핫토리에서 배운 요리와 인생 참맛은 초심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일본 도쿄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는 ‘멀티플레이어 요리사’를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식을 비롯해 양식과 중식, 제과제빵까지 전반적인 요리 기술은 물론이고, 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요리사로서 갖춰야 할 자세까지 심어주기 때문. 이곳 출신으로 이제는 각자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네 명의 오너 셰프를 만났다. 기본을 중시하는 느린 교육의 가치를 알기에 여전히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그들이었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는 아시아 지역의 첫 ‘맛의 도시’로 일본 도쿄를 선정했다.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일본 요리는 값비싼 고급 음식으로 통하며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이렇게 일본 요리가 인정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인성과 기술을 겸비한 훌륭한 요리사를 꾸준히 교육해온 데 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 칼을 손에 쥐는 법처럼 요리사가 꼭 갖춰야 할 기본기부터 느릿느릿 고집스럽게 가르치는 곳이 일본이다. 요리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게 한 후에야 비로소 식재료를 다루게 하기 때문에 유난히 대를 잇는 훌륭한 음식점도 많다. 일본의 여러 요리 학교 가운데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도쿄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이하 핫토리)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일식 요리사 중에는 이곳 출신이 많다. ‘옌’과 ‘고수’의 남경표 씨, ‘나루’의 이언수 씨, ‘아카사카’의 곽문영 씨, ‘핫토리 키친’의 손지영 씨는 핫토리를 나와 자기만의 요리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오너 셰프들. 요리하랴 경영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많은 요리학교들 가운데 핫토리를 선택한 이유는?
남경표(이하 남) “한국에서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다가 일본에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때 ‘역시 제대로 된 일식을 배우려면 일본에 가야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왕이면 수도에 있는 학교가 낫지 않을까 싶어 핫토리를 선택했습니다.”
이언수(이하 이) “조리학과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양식 전공이었어요. 핫토리는 양식을 비롯해 일식, 중식, 제과까지 배울 수 있고 당시 일본에서 살던 곳과도 가까워 일석이조였죠.”
곽문영(이하 곽) “식품유통과를 졸업하고 일식집을 경영했었어요. 일식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일본으로 갔습니다. 시설이나 강의의 질 면에서 핫토리가 가장 낫다고 판단해 입학을 결심했지요.”
손지영(이하 손) “산업 디자인이 전공이었지만 요리가 좋고 소질도 있다고 느껴 일본 유학을 결심했어요. 남경표 선배님처럼 수도에 있다는 점 때문에 핫토리로 갔지요.”
핫토리영양전문학교의 교육 방식은 어떤가요?
“당장 썰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칼을 잡기 전의 자세, 칼을 잡는 이유를 먼저 가르칩니다. 조리사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부터 가르치는 교육 방식 덕분에 마음가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학교에 가면 먼저 복장·위생 검사를 받았어요. 머리 염색, 손톱, 액세서리 착용 여부, 조리복을 제대로 갖춰 입었는지까지 확인을 받았죠. 그땐 좀 심하다 싶었지만,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다루는 일이니 이런 완벽을 기하는 것도 이해가 되더군요.”
재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시험을 볼 때는 식재료에 칼이 닿는 횟수까지 채점해요. 손으로 자꾸 만지거나 칼이 식재료에 자주 닿으면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덕분에 제 요리 맛이 부쩍 향상되었어요.”
“재학 중 미슐랭 3 스타 셰프인 조엘 로뷔숑 Joel Robuchon의 강의를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세계적인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핫토리에서 배운 것이 지금 하시는 일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빨리 해!’ ‘이것도 못해?’가 아닌, 느리지만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 방식 덕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현재의 1~2년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죠.”
“‘맞춤형 요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겠죠. 핫토리에서 일식, 양식, 중식, 제과까지 배웠기 때문에 요리 전반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고 퓨전 레스토랑까지 열 수 있었어요.”
일본에서 요리사로 일하신 경험을 들려주세요.
“핫토리 졸업 후 복 전문점, 초밥집 등에서 일했어요. 핫토리에서 배운,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자세 때문인지 외국인을 안 받는다던 사장님도 저는 써주셨죠. 지금도 손님 차를 직접 주차해드리기도 하는데, 나중에 제가 오너 셰프란 걸 아시면 깜짝 놀라곤 해요.”
“졸업 후 일을 했던 음식점이 지금의 핫토리 키친처럼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었어요. ‘오늘은 고기가 싱싱하니 양념을 할 게 아니라 구워야겠다’ 하시며 매일 기쁘게 요리하시던 사장님이 부러웠어요. 손님도, 요리하는 저 자신도 즐거운 곳. 그런 음식점을 낼 수 있도록 가르침을 받은 곳이죠.”
핫토리에 입학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아무 준비도 없이 가는 건 위험한 행동이에요. 공부하며 돈을 번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일본어나 유학 자금은 어느 정도 준비해 가는 게 좋아요.”
“핫토리는 요리하는 법보다 요리사가 되기 위한 자세를 먼저 가르치는 곳이에요. 그러므로 열심히 해서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핫토리영양전문학교는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 최고 最古의 조리사·영양사 양성 기관. 조리사과, 조리하이테크니컬 경영학과가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강사진을 비롯해 미슐랭 스타 셰프 초청 강의를 열기도 한다. 2012년경 영종도 운북복합레저단지에 한국 분교가 문을 열 예정이다. 홈페이지 www.hattori.ac.jp 한국사무국 02-735-0822


1 손지영 셰프.
2 샐러드 우동, 1만 2천 원.



3 원통형 도마와 블루 테마의 접시 시리즈 등 특이하고 예쁜 주방 소품이 많다.
4 손글씨체가 눈에 띄는 핫토리 키친의 간판. 


손지영 셰프의 퓨전 이자카야 핫토리 키친
핫토리 키친 Hattori Kichen은 사람 열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규모에 문을 연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특색 있는 음식과 분위기로 이미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는 퓨전 이자카야이다. 다양한 사케, 아사히 맥주 등과 함께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살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손지영 씨가 매일 가게 문을 열자마자 하는 일은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로 선보일 메뉴를 손수 써서 ‘오늘의 메뉴판’을 만드는 것. ‘고흥 생굴 폰즈’ ‘포항 참가자미 시오야키’처럼 이름만 보고도 식재료의 출처를 알 수 있어 믿음이 간다. 횡성 한우와 우리 농산물만 사용하며 해산물 역시 산지에서 바로 받아 쓰기 때문에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네 명이 나눠 먹어도 부족함이 없는 ‘나가사키 해물짬뽕’, 우동 면을 각종 채소와 함께 참깨소스에 버무린 ‘샐러드 우동’은 거의 매일 메뉴에 오르는 인기 요리. 바 에서는 손지영 씨가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원하는 노래를 신청하면 틀어주기도 한다. 좌석 수가 적으니 예약은 필수.

영업시간 오후 7시~새벽 2시 위치 이태원 중앙경리단에서 남산 하얏트호텔로 올라가다 왼쪽 문의 02-792-1975


1 활복 코스 요리에 나오는 복어회.
2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의 아카사카 내부.



3 직접 만든 복어 박제와 복어 전용 칼.
4 곽문영 셰프.


곽문영 셰프의 일식·활복 전문점 아카사카
곽문영 씨는 일본과 한국의 유명 일식집과 복 전문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일식과 활복 요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아카사카 Akasaka를 운영한다. 깔끔하고 시원스러운 가게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어 소규모 모임부터 단체 회식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혼자 또는 두세 명이 간다면 스시 다이에 앉아 조리사가 바로 내주는 요리를 맛보아도 좋을 듯. 회무침, 초밥, 매운탕을 비롯해 푸짐하게 점심 정식(2만 5천 원부터)을 차려내며, 영화 <식객>에서 본 것 같은 그림 같은 복어회가 나오는 활복 코스 요리(11만 원)는 특별한 저녁 만찬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 밖에 참복 수육(7만 원), 도미 머리 요리(7만 원) 등의 일품요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일식, 특히 복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듯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30분~10시 30분, 일요일 휴무 위치 강남역 3번 출구로 나와 서초 트라팰리스Ⅱ 지하 1층 문의 02-585-1145


1 참숯불에 구운 ‘옌 스테이크’. 3만 5천 원.
2 유리 칸막이가 있는 중앙 테이블.



3 옌의 내부는 벽면을 나뭇가지로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4 남경표 셰프.


남경표 셰프의 퓨전 일식 레스토랑 옌
옌 Yen은 우리나라의 퓨전 요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퓨전 일식의 선구자 격인 레스토랑이다. 퓨전 요리 붐이 어느 정도 사그라든 지금도 옌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남경표 씨가 선보이는, 재료의 참맛이 살아 있는 요리 때문. 유기농 퓨전 요리에 대한 책을 썼을 정도로 좋은 식재료에 관한 생각이 남다른 그는 국내산 한우와 충남 당진 쌀을 이용해 맛은 물론 건강까지 생각한다. 깔끔하고 아늑한 내부는 그리 넓진 않지만 단체 손님을 위한 좌석도 있어 모임이나 회식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항정살에 백된장을 발라 장시간 두었다가 구운 ‘항정살 미소야키’, 바삭하게 튀긴 은대구에 한국식 핫소스를 곁들인 ‘스파이시 은대구 프라이드’를 비롯한 메인 요리는 2만~4만 원대이며, 6~7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디너 코스는 4만~8만 원대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즐길 수 있는 ‘맞춤 스페셜 코스’도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0시 30분, 일요일 휴무 위치 성수대교 남단 호산병원 골목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의 02-542-3186


1 이언수 셰프.
2 안정감 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2층 내부.



3 이언수 셰프가 10년간 기록해온 레시피 노트.
4 먹물 리소토를 올린 안심 스테이크. 3만 2천 원.


이언수 셰프의 아시안&프렌치 레스토랑 나루
분당 정자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나루 Naroo는 일식과 중식, 프렌치 요리를 한곳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퓨전 레스토랑이다. 1층 ‘브라세리 나루’에서는 데리야키 스테이크, 로즈메리 포크 등의 일식·프렌치 요리를, 2층 ‘아시안 푸드 나루’에서는 가라아게 스파이시 치킨, 우나기 스테이크, 누룽지탕 등 중국·일본 요리를 만날 수 있다. 6~7가지 요리를 제공하는 점심 코스 요리는 양이나 질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데다 가격도 2만 원대라 더욱 좋다. 저녁에는 그날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이언수 셰프가 선정한 요리를 제공하는 ‘오마카세(‘주방장 마음대로’라는 뜻) 코스’를 추천한다. 나루의 공동 운영자이자 와인전문가인 이용훈 씨가 직접 메뉴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므로 방대한 와인 리스트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될 듯.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1시, 명절 휴무 위치 분당 정자동 미켈란쉐르빌 상가 내 문의 031-782-0484




 

서지희 객원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