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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갤러리]디자인 마이애미 2008 아트가 된 디자인을 만나다
마치 미술품처럼 갤러리나 옥션에서 살 수 있는 디자인이 따로 있다. 요즘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디자인 아트’가 바로 그것. 지난해 12월 3일부터 6일까지 ‘디자인 아트’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디자인 마이애미 2008’이 열렸다. 소장 가치 있는 디자인, 예술성이 강조된 디자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왼쪽부터 뉴욕의 카이카이 키키 Kaikai Kiki 갤러리에서 선보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자이언틱 플러시 플라워 볼’, 디자인 마이애미 2008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캄파나 형제의 ‘스시3’ 의자와 ‘팬더’ 의자. 캄파나 형제는 재활용 소재나 값싼 소재로 독특한 가구를 만든다.

아트 페어가 디자인을 이웃 삼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만나는 디자인과는 다른 맥락의 디자인이 등장했다. 그것은 자동차, 휴대폰, 냉장고처럼 실용성, 기능성, 상품성을 갖춘 디자인이 아닌 ‘아트’적 성향을 지닌 디자인이다. ‘디자인 아트 Design Art’라 불리는 이 부류는 예술성(작품성), 한정성(소장 가치)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은 때로는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매년 12월이면 플로리다 해변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 마이애미로 모인다. 디자인 아트를 대표하는 전시회 디자인 마이애미가 열리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아트 바젤・마이애미 비치’의 초청 행사로 시작된 이 전시회는 이후 독립된 하나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아트 바젤’과 때를 같이해 매년 두 차례, 6월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란 이름으로, 12월에는 마이애미에서 디자인 마이애미란 이름으로 열리는 것이다.
디자인 마이애미의 경쟁력은 바로 작품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에 있다.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파리 메종오브제 등 제조 기업이나 브랜드가 참여하는 디자인 행사와 비교한다면 규모는 작다. 하지만 갤러리 다운타운, 존슨 트레이딩, 앨비언, 모스처럼 파리, 런던, 뉴욕 등지의 갤러리들이 주축이 된 전시회이기에 색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 Johnson Trading Gallery에서 선보인 건축가 애런더 & 라시가 디자인한 벽면 인스톨레이션 작품 ‘6의 법칙’. 육각형의 연속적인 패턴을 이용해 디자인한 수납장도 있다.

디자인 아트를 이끄는 디자이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만나는 작품에는 에디션 넘버가 붙어 있다. 디자인 아트의 핵심은 바로 한정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뉴슨, 자하 하디드, 론 아라드,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와 같은 21세기 디자이너들이 한정적으로 만든 작품이 고가에 판매된다. 디자인 마이애미 2008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디자이너는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 형제였다. 그들은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설치미술에 가까운 작품을 하고 있는데, 이 전시회에서는 흔하디흔한 플라스틱 의자에 볏짚을 엮어 만든 의자와, 버려진 인형과 패브릭을 이용해 만든 의자를 선보였다. 그들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볼 때마다 디자인도 아트도 아닌 모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디자인 마이애미에서는 이를 ‘디자인 아트’라고 규정했다. 이와는 반대로 디자인 마이애미 2007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일본의 요시오카 도쿠진. 그는 누가 뭐래도 요즘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다. 그런데 그가 디자인 아트 전시회에서 꽃 중의 꽃으로 뽑힌 것이다. 그는 이미 조명기구와 가구, 핸드폰을 디자인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 그가 디자인 아트의 코드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재료에 대한 실험이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는 디자인에 필요한 실험성과 상업성을 모두 지닌 유연한 디자이너다. 이들이 디자인 마이애미를 장식한 기성세대 디자이너라면 요즘 런던의 현대미술 컬렉터들에게 인기 있는 마르탱 바스 Maarten Baas, 막스 램 Max Lab, 스튜디오 욥 Studio Job 같은 1970년대생 젊은 디자이너들의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디자인 아트 시장에 첫발을 내딛어 꾸준히 활동하며 성장해온 디자이너들이다. 여기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이광호 씨도 참여했다. 국내외 디자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그는 뉴욕의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로부터 제의를 받아 디자인 마이애미 2008에 세 점의 조명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 그의 디자인은 어린 시절 보았던 할머니의 뜨개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선을 마치 털실처럼 생각해 디자인한 것들이다.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는 디자이 마이애미에 비교적 큰 부스로 참여하고 있는 갤러리로 이광호 씨 외에도 막스 램, 이번 전시회의 파빌리온을 디자인한 미국 건축가 애런더 Aranda & 라시 Larsch 등의 작품을 함께 소개했다.


뉴욕 모스 Moss 갤러리의 전시 부스.네덜란드 디자이너 스튜디오 욥이 만든 가구 ‘바바리안 Bavarian’ 시리즈를 전시했다. 그 앞에 올해의 디자이너 캄파나 형제가 볏짚으로 만든 의자가 있다.

전시회를 구성하는 작품의 절반이 21세기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20세기 모더니즘 시대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르코르뷔지에나 장 프루베 같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은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디자인했는데 그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한 예로 파리의 갤러리 파트리크 세갱 Patrick Seguin은 장 프루베의 철거된 건축물에서 나온 골조를 그대로 전시장으로 옮겨놓고 가구도 함께 전시했다.
디자인 마이애미가 날로 그 규모를 키워갈 수 있는 데에는 현대미술계의 움직임이 큰 몫을 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대미술 갤러리들의 관심은 디자인으로 확대되었고, 그 영향으로 디자인 전문 갤러리들이 생겨났다. 자연스레 현대미술품 컬렉터들의 관심도 디자인으로 번져갔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가들의 작품에서 시작된 그들의 관심은 점점 21세기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1 뉴욕 오나멘텀 Ornamuentum 갤러리의 ‘레이디 K 백’.
2 하니 라시드 Hani Rashid, 리스 앤 커투어 Lise Anne Couture, 애심프토트 Asymptote가 디자인한 테이블 ‘이보 Ivo_03’. 말렛-메타 Mallett-Meta 갤러리 작품.
3 뉴욕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에서 선보인 한국 영 디자이너 이광호 씨의 샹들리에 조명등.
4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팀 바버 오스거비 Barber Osgerby가 디자인한 조명등 ‘쿠폴라 Cupola’.
5 갤러리 매튜 막스 Matthew Marks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로이 맥마킨 Roy McMakin의 서랍장.
6 네덜란드 디자이너 토드 분티에 Tod Boontje가 디자인한 ‘무화과 나뭇잎 The Fig Leaf’.


세계 부자들은 여기서 디자인 쇼핑을 한다 디자인 마이애미는 디자인 전시회로는 이례적으로 프라이빗 뱅크가 공식 후원을 한다. 바로 HSBC 프라이빗 뱅크이다. 이들은 전시장 내에 VIP 라운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VIP 고객을 초청한다. 또 전시에 참여한 갤러리들도 주요 고객이 방문하면 이 라운지를 이용한다. (이 외에도 아우디가 있다. 아우디는 전시장 셔틀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을 방문했을 때 디자인에 관심 많기로 알려진 브래드 피트가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아우디를 타고 나타나 이 전시회의 디렉터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았고, HSBC 프라이빗 뱅크의 VIP 라운지에서 미팅을 했다. 그리고 막스 램의 청동 의자 두 개, 네덜란드 영 디자이너의 나무 테이블 하나, 론 아라드의 의자 두 개를 샀다.
디자인 마이애미가 끝나면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드 퓨리의 세계 3대 옥션 하우스에서는 디자인 옥션을 실시한다.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손 Alice Rawsthorn은 디자인 아트는 상업적인 현상이지 문화적 현상은 아니며, ‘디자인 아트’라는 용어는 2006년 옥션 하우스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예술 작품처럼 에디션 넘버를 붙여 한정 생산한 가구를 좀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7 파리 페리메테르 Perimeter 갤러리에서 선보인 기욤 바르데Guillaume Bardet의 테이블. 
8 디자인 아트를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 마르탱 바스의 의자와 테이블 시리즈 ‘변형 (Transformation)’. 상하이 콘트라스트 갤러리와 함께 만들었으며 중국 전통 가구를 재해석 했다. 마치 의자의 일부가 어떤 화학적 반응으로 녹아내린 것처럼 생겼다.
9 갤러리 프리비콜렉티에 PriveeKollektie의 ‘화이트 골드’. 로데릭 보스 Roderick Vos의 디자인.


디자인 아트는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디자인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가나아트의 ‘크로프트’처럼 디자인 아트 시장에 관심을 갖는 갤러리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또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외국 갤러리들이 생기고 그들과 함께 디자인 마이애미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시장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2008년 6월호 기사를 보면 앞으로 이 시장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그와 동시에 갤러리들은 단순히 가구나 조명 같은 생활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그래픽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작가(디자이너)를 발굴할 것이라고 한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