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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위한 가족여행 아키타 겨울 숲으로 떠나는 치유 여행
가야 할 곳과 보아야 할 것이 많은 여행이 아닌, 휴식과 치유를 위한 여행을 원한다면 일본의 아키타를 눈여겨보자. 깊고 깊은 산속에 외따로 자리한 온천과 전통 료칸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 가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뉴토온천마을에 있는 츠루노유 온천의 노천탕. 우유 빛 온천수는 피부 미용에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혼탕이다.

일본 혼슈 최북단인 북도호쿠 지역에 있는 아키타의 한자 표기는 추전 秋田이다. 벼가 노랗게 익어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는 가을 들판. 그 이름에서 아키타의 지역적 특성을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을 논밭을 의미하는 아키타는 일본의 전통적인 곡창 지대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쌀은 밥맛 좋기로 유명하고, 또 쌀이 풍부한 만큼 사케도 유명하다. 추수가 끝나고 어느새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광활한 설국을 이루는 아키타의 겨울 명물은 바로 온천. 일본 열도 어디를 가나 온천이 발달해 있지만 아키타는 현대화에 물들지 않은 전통 온천과 료칸으로, 특히 예로부터 탕치 湯治 온천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 많다.


도로유 온천 지구 오쿠야마 료칸의 노천탕. 낮은 담장을 경계로 여탕과 남탕이 나뉘어 있다.

3백50년 전통을 지닌 료칸의 매력, 뉴토온천마을 아키타의 대표적인 온천 지구인 뉴토온천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 료칸을 체험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온천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곳에는 일곱 곳의 온천이 있는데 <뉴욕 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던 츠루노유 鶴の湯 온천은 3백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에도 시대 아키타의 영주였던 사타케가 통풍을 다스리기 위해 이용했던 별장 온천으로, 상처 입은 학이 몸을 담가 치료하는 모습이 알려져 ‘학의 온천’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전통 료칸은 3백50년 전에 지은 목조 가옥과 30여 년 전에 전통 양식으로 지은 목조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조차 자가발전으로 공급하는 이곳은 휴대전화와 인터넷뿐 아니라 텔레비전도 사용할 수 없다. 30년째 츠루노유 온천을 운영하고 있는 샤토 가즈시 씨는 의도적으로 현대 문명을 차단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이곳을 찾은 이들이 ‘진정한’ 자연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츠루노유 온천은 크게 네 종류의 온천을 갖추고 있는데 탕마다 성분이 달라 온천 효과도 다르다. 류머티즘과 관절염에 좋은 시로유, 수족 냉증과 부인병에 좋은 구로유, 피로 해소와 화병에 좋은 나카노유, 순백색 우유 빛이 아름다운 노천탕(여탕과 혼탕이 있다) 등이 있다. 뉴토온천마을에서 숙박을 하면 1천5백 엔에 일곱 곳의 온천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 가까운 곳은 산책 삼아 도보로 오가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여행자의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사 마을 가쿠노다테를 포함한 일정을 추천할 만하다. 가쿠노다테는 일본에서 에도 시대 무사 저택의 형태가 가장 잘 보존된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견본 무사 주택, 박물관, 다양한 상점 등이 즐비한 이 거리는 봄철이면 수백 그루에 이르는 3백 년 이상 된 수양벚나무가 펼치는 벚꽃 축제를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관광 명소. 가쿠노다테와 츠루노유 온천은 차로 1시간 거리로 전통 료칸과 온천, 아기자기한 관광지의 재미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1, 3 뉴토온천지구 츠루노유 온천의 실내탕과 료칸. 이곳은 에도 시대 아키타의 영주였던 사타케가 통풍을 고치기 위해 이용했던 별장 온천이었다. 츠루노유 온천에는 총 여섯 개의 탕이 있는데, 탕마다 성분이 다르므로 관절염·수족냉증·피부염 등 증상에 따라 달리 이용할 수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사토 가즈시 씨는 3일 정도 온천욕을 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 산길을 달리다 유황 냄새가 느껴지고 희뿌옇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눈에 띄면 온천 주변에 이른 것임을 알 수 있다.



4 사냥꾼의 마을이었다는 도로유 온천 지구의 오쿠야마 료칸은 아담한 산장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천연 온돌에서 즐기는 암반욕, 다마가와 온천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 내에 있는 다마가와 玉川 온천은 오부케 大噴라고 하는 원천수가 용출되는 곳으로부터 흘러내린 98℃, pH 1.2의 강산성 온천수를 사용한다. 지표 위로 뜨거운 원천수가 솟아오르는 오부케 주변 곳곳에서 유황 가스가 분출되고 물길을 따라 노랗게 꽃을 피운 유황 성분이 오묘하고 신기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이곳에서는 돌이나 길 위에 누워 암반욕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지표를 형성하는 베이터우석은 라듐 등 온천수의 미네랄 성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석화된 것으로 미량의 방사능을 띠고 있다. 베이터우석에서 하는 암반욕은 지열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동시의 미량의 방사능으로 인해 신체 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암 효과와 면역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마가와 온천 지구에는 소요카제, 다마가와, 신다마가와 등 세 곳의 숙박 시설이 있고, 오부케에서 가장 가까운 다마가와 온천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장기 투숙객이 많아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산에서 즐기는 노천욕, 도로유 온천 피부 미용에 좋은 유황 진흙 온천으로 유명한 도로유 泥湯 온천 역시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유황 가스의 독특한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지고 도로 옆 곳곳에서 희뿌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풍경이 온천의 초입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10여 채의 목조 가옥으로 형성된 마을은 시대극 촬영을 위해 마련한 세트 같다. 그 중심에 있는 오쿠야마 료칸은 40~50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낡고 소박한 산장의 모습. 예견치 못했던 공동 세면장과 화장실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정취가 이색적이다. 그러나 오쿠야마 료칸의 진정한 매력은 역시 온천에 있다. 료칸과 연결된 대형 노천 온천 신유, 별관의 실내 온천 가와노유와 혼욕 노천탕인 덴구노유가 있는데, 달빛 아래 반짝이는 눈꽃과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 아래 깊은 산속에서 즐기는 노천욕은 겨울철 온몸으로 맛보는 겨울 별미라 할 수 있다.


5 3백50년 된 츠루노유 온천을 운영하는 사토 가즈시 씨. 그는 30년 전 이곳을 인수해 정비하고 전통 목조 건축 양식에 따라 별관을 증축했다. 온천 관리에 관한 모든 것을 전통 방식에 따를 뿐 아니라 인터넷, 휴대전화는 물론 TV도 들이지 않아, 자연 속에서 만나는 온전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6 유명 온천지임에도 온천수에 인위적으로 미네랄 성분을 보강하고 물 온도를 높여야 하는 곳이 많은데, 아키타의 산속에 자리 잡은 온천들은 대부분 천연 온천수를 그대로 사용해도 될만큼 수질이 좋다.


모던하게 각색한 고급 료칸이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료칸 여행의 유행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은 불편하고 덜 세련될지라도 전통을 고수하며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전통 료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키타 또한 매력적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전통 료칸이 무분별하게 현대화되는 것을 막고자 료칸 운영자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협회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아키타에서는 2백 년 이상 된 전통 료칸을 수없이 볼 수 있고, 이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혼탕 문화가 자연스러운 풍경인 것도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심이 깊은 다자와 호수, 일본 3대 영지의 하나로 꼽히는 가와하라 지옥계곡, 작은 교토로 불리는 무사 마을 가쿠노다테 등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천연 온천장이 있는 전통 료칸에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는 겨울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아키타 현 코디네이터 사무소 02-3473-5822, www.akita.or.kr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