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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남자]디자이너 정구호 씨와 탤런트 김호진 씨 멋을 아는 두 남자의 맛있는 수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공부한 정구호 씨와 일식·중식·복어 조리사 등 요리 관련 자격증이 일곱 개나 있는 김호진 씨를 만났다. 본업 외에 요리까지 전문적으로 공부한,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두 남자의 이야기.
디자이너 정구호 씨와 탤런트 김호진 씨가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정구호 씨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구호 KUHO에서 마련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두 남자는 전문 요리 강사 못지않은 노련함으로 클래스를 이끌었는데, 오랜 세월 쌓아온 이들의 우정은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더욱 견고하고 즐겁다.
요리학교 수료에 자격증 취득까지, 두 분 모두 취미 이상의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리의 어떤 매력에 빠지셨나요?
정구호(이하 정) “세상의 맛있는 음식은 모두 먹고 싶을 정도로 음식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자연스럽게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고 시드니로 요리 유학을 갔죠. 돌아와서는 제가 간절히 원했던 옷 만드는 일부터 했지만 제 생활이자 삶의 일부인 요리를 잊어본 적이 없어요. 음식을 만들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함께 먹는 사람과 유대감도 생기니 이처럼 고맙고 신기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김호진(이하 김) “저 역시 무작정 요리가 좋았어요. 하나하나 자격증을 따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갖게 되었어요. 제게 요리는 가장 친한 친구예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맛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과 경험이 궁금해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런데 양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는지 토속적인 전통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어리굴젓이에요. 매년 이맘때면 다른 양념 없이 자연산 생굴에 고춧가루만 넣어서 무친 어리굴젓을 만들어주시곤 했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어요. 뜨거운 밥 한술에 탱글탱글한 굴젓을 올려 먹으면 어찌나 달디단지 그런 꿀맛이 따로 없었지요.”

1 공통 관심사를 지닌 두 남자의 우정은 함께 음식을 즐기며 깊어진다.

“여름방학이면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곤 했어요. 산으로 들로 온종일 실컷 뛰어놀다 집에 돌아오면 외할머니는 방금 잡은 신선한 닭의 내장까지 모두 넣은 닭개장을 끓여주시곤 했지요. 그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과 씹을수록 달았던 토종닭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가장 자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은 요리는 무엇인가요?
“한식부터 양식까지 그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요.”
“항상 ‘갈비찜’이라고 대답하는데 사람들이 실망하곤 하지요. 너무 평범하다고요. 하지만 갈비찜은 제게 정서적으로 아주 소중한 음식이에요. 지금은 흔하지만 제 어린 시절엔 명절이나 생일날, 아니면 귀한 손님이 오실 때만 식탁에 올랐던 메뉴였으니까요.”
음식을 만들 때 자신만의 규칙이 있나요?
“간단하고, 맛있고, 완성했을 때 멋진, 그런 레시피를 좋아해요. 오늘 제가 제안하는 레시피가 모두 그런 맥락이에요.”
“전 음식 재료 낭비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특히 재료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그냥 버리는 건 절대 못 봐요. 그래서 제가 주방에 들어가는 날은 곧 냉장고 청소하는 날이죠. 오래된 재료를 꺼내 썰고 볶고 무치고 해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만들어내요. 아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죠.(웃음)”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조리 도구 브랜드나 자주 들르는 식당이 궁금합니다.
“12년 전에 구입한 자니앤자니를 가지고 있는데 이젠 너무 낡았죠. 요즘 자니앤자니의 블랙 시리즈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좀 비싸서 망설이고 있어요.(웃음) 자주 들르는 식당은 이태원에 있는 정육 식당들과 일본인 셰프 스스무 씨가 운영하는 뉴욕 스타일 레스토랑 ‘오키친’이에요. 주인의 내공이 깃든 맛이 좋아서 자주 찾지요.”


2 쿠킹 클래스에 사용된 신선한 재료들.
3 김호진 씨가 애용하는 휘슬러 냄비와 정구호 씨의 위시 리스트인 자니앤자니의 냄비.


“도구가 좋으면 요리가 더 즐거워져요. 여행을 가면 옷은 안 사도 조리 도구는 꼭 보러 가요. 지난번 여행에선 아보카도 전용 슬라이서를 구입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평소 즐겨 쓰는 건 휘슬러 냄비와 프라이팬이에요. 조리할 때 열 손실이 적고 음식이 빨리 익어 편리해요. 자주 가는 식당은 청담동의 ‘마루터’인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죠. 장은 주로 한남체인슈퍼마켓에서 봐요. 싱싱한 허브를 소량 포장해서 판매하는 게 가장 맘에 들어요.”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음식을 주제로 나누는 이야기가 가장 즐겁다는 두 남자의 대화는 끝이 날 줄 몰랐다. ‘누룽지 눋는 소리가 좋아서 냄비에 밥을 지어 먹고 된장과 간장도 직접 담가 먹는다’는 정구호 씨와 ‘어렸을 때 먹던 학교 앞 떡볶이 맛이 최고인데 그렇게 만들려면 반드시 마트에서 구입한 시판 고추장과 오뎅을 넣어야 한다’는 김호진 씨. 두 남자의 음식 수다는 ‘지난번 방콕 책에 이어 도쿄 와인 책이 나왔는데 앞으로 세계 각국의 맛과 문화를 알리는 책을 계속 내고 싶다’는 김호진 씨의 말에 ‘시드니에 클로드라는 셰프가 있는데 콘소메 스모크 살몬을 제대로 만든다’는 정구호 씨의 말이 이어지면서 글로벌한 대화로 발전했다. 또 얼마 전 모임에서 송이 먹으러 봉화에 다녀온 일을 회상하며 며칠 뒤엔 영덕으로 대게 먹으러 갈 계획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요리가 즐거운 놀이이고, 절친한 친구이고, 삶이자 생활인 정구호 씨가 신년 손님 초대 요리 레시피를 소개했다. 덧붙이자면 정구호 씨는 도미 요리가, 김호진 씨는 스파게티가 그중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내 입맛엔 어떤 것이 딱 맞는지 한번 만들어보시길.

디자이너 정구호 씨에게 배우는 신년 손님 초대 요리 4

1 광어 세비체
재료 광어회 1kg, 라임 주스 1컵, 올리브 오일 1/4컵, 흰 후춧가루 1작은술, 소금·파슬리 약간씩, 엔다이브 적당량

만들기
1 광어는 잘 손질해 6~8조각으로 썬다.
2 라임 주스, 올리브 오일, 흰 후춧가루, 소금을 잘 섞는다.
3 접시에 광어를 담고 ②를 뿌린 뒤 15~20분 정도 절인다(냉장고에 넣어두면 좋다).
4 접시에 엔다이브를 잘 펴놓고 그 위에 ③의 광어를 올린 뒤 파슬리로 장식한다.
*세비체 chebiche는 생선회를 라임이나 레몬 즙에 절여 만드는 요리로 정구호 씨가 스페인 여행에서 맛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레시피를 만들었다.

2 도미 봉골레 소스와 버섯
재료 도미 살 300g, 바지락 200g, 표고버섯·애느타리버섯·팽이버섯 30g씩, 소금·후춧가루·올리브 오일·레몬 즙·화이트 와인·딜·파슬리 약간씩

만들기
1 도미 살은 손질한 후 소금, 후춧가루,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절인 다음 팬에 굽는다.
2 바지락은 소금물에 삶아 살만 분리한다.
3 ①에 바지락 살을 담고 올리브 오일, 레몬 즙, 화이트 와인,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볶는다.
4 세 가지 버섯을 먹기 좋게 손질한 후 올리브 오일, 화이트 와인,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볶는다.
5 ③과 ④를 접시에 담고 딜과 파슬리로 장식한다.


3 칼라마리 아보카도 샐러드와 호두 드레
재료 스파게티 150g, 올리브 오일 2큰술, 마늘 2쪽, 굴 15개, 화이트 와인 1/4컵, 파슬리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를 삶는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얇게 썬 마늘과 굴, 화이트 와인을 넣어 볶는다.
3 ②에 삶은 스파게티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살짝 더 볶아 접시에 담는다.
4 파슬리로 장식한다.

4 화이트 와인 소스 굴 스파게티
재료 한치 1마리, 잘 익은 아보카도 1개, 루콜라 호두 드레싱 올리브 오일 3큰술, 식초·꿀 2큰술씩, 호두 1큰술, 후추 2작은술, 겨자 1작은술, 소금 적당량

만들기
1 한치를 깨끗이 씻으면서 껍질을 벗긴다.
2 손질한 한치 몸통을 가늘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식힌다.
3 아보카도는 반으로 잘라 씨를 뺀 후 얇게 썬다.
4 루콜라는 깨끗이 씻어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 그 위에 한치를 올린다.
5 볼에 호두 드레싱 재료를 모두 넣어 고루 섞는다.
6 ④에 완성한 드레싱을 뿌린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