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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하여 결혼은 연애의 완성, 아이는 결혼의 완성
결혼은 분명 달콤한 환상은 아니다. 그러나 도전, 해볼 만하다. 파트너의 평생에 걸친 헌신과 정서적 지원 및 안정감, 경제적 부까지 모두 거머쥘 수 있는 건 결혼밖에 없으니까. 아이도 마찬가지다. 출산과 육아의 고통은 상상초월이지만, 이 모든 고통을 상쇄할 만큼 행복감 또한 크다. 결혼과 출산은 역시 해 볼만한 모험인 것이다


김덕기作 , ‘눈부신 햇살 아래서’(2008)

결혼, 미쳐야 미친다 200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읽고 그 도발적인 제목에 잠시 아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유하 감독이 만든 엄정화・ 감우성 주연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또 어떻고. 결혼이라는 제도의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비웃은 동명의 소설과 영화를 보고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 맞다고. 한문학자 정민 선생의 책 제목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처럼 미치지 않고는 미칠 수 없는 경지라고.
그런데 요즘,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말이 주변의 싱글들로부터 솔찮게 들린다. 일리가 있다. 결혼할 권리가 있다면 결혼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러니 결혼은 선택이란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흔히들 하는 말처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보는 것이 결혼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보면, 나도 결혼하기 전, 숱하게 고민했더랬다. 결혼하면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데, 직장일과 가사일을 병행하며 부모님까지 봉양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사람이 정말 단 하나뿐인 나의 운명의 짝인지를 가늠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다.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쩌지?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거 아냐?’ 생각하니 심히 괴로웠다. 섣부르게 결혼한 대가를 뒤늦게 치르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 일이란 게 정말 어떻게든 풀리게 마련이더라. 엉킨 실타래도 비록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을지언정 언젠간 술술 풀려나가고,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게 만드는 힘이 결혼 속에 응축되어 있더란 말이다. 연애와 결혼의 다른 점은 결국 ‘평생 함께하겠다는 약속’에 있지 않은가. 결혼이라는 그 숭고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부는 어떻게든 노력을 하게 되어 있다. 연애 때처럼 ‘안 맞으면 헤어지면 그뿐’이라고 쉽게 생각하진 않는단 얘기다.
게다가 결혼은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결혼은 재테크의 효과가 있다. 경제학자인 하노 벡 박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혼 남성의 수입이 미혼 남성보다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한 사람은 마음이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일터에서 돌아오면 편안한 가정에서 아내, 혹은 남편의 정서적 지원을 듬뿍 받으며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업무 성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수입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또한 결혼은 수명을 연장해준다. 의사인 마이클 로이센 박사에 따르면 기혼 남성은 독신 남성보다 평균 10년 더 오래 살고, 같은 나이라도 기혼 남성은 신체연령이 3년 더 젊다고 한다. 그뿐인가. 결혼은 행복지수도 높여준다. 배우자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정신적인 만족과 심리적 안정감을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데이비드 블랑시플라워 교수는 결혼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면 연간 1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간 10만 달러라. 요즘 환율이 1천2백원 전후니 연간 1억 2천만 원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이쯤 되면 한 번쯤 미쳐봐도 좋은 거 아닐까.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고, 무엇보다 든든한 평생 파트너까지 얻을 수 있으니 미칠 이유론 충분하지 싶다.

아이, 많을수록 행복하다 이렇게 결혼과 동시에 결혼 예찬론자가 된 나지만 사실 ‘아이는, 글쎄’가 그 즈음의 내 생각이었다. 남편이 아이를 별로 바라지 않았던 터라, 나도 굳이 열 달 동안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오르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7개월 만에 임신을 하게 됐다. 피임 실패였으니 실수라고 보는 게 맞겠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바라지 않았던 임신인데, 배 속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이 내 자식이겠거니 생각하니 새록새록 애정이 샘솟았다. 아름답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으나, 열 달 동안 생명을 잉태하고 자연스럽게 몸이 부풀어올라 터질 만큼 풍만해지는 경험도 나름 신비로웠다. 그렇게 결혼 이듬해에 딸을 낳았다. 조막만 한 손과 발, 쌍꺼풀진 커다란 눈, 버둥거리는 다리, 힘차게 젖병을 빨아대는 입까지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나는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평생 파트너에 덤으로 아이까지…. 남편과 나는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물고 빨고 핥으며 정성스레 딸내미를 키웠다. 천상의 행복도 그보다 낫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딸내미가 다섯 살이 되었을 무렵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게 되었다. 둘째를 갖게 된 것이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었던 까닭에 둘째는 조바심 내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로운 마음으로 임신과 육아의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던 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항상 자기중심적 사고로 일관하던 딸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된 것이다. 자기 것을 남과 나누고 타협하는 법도 터득하게 됐다. 둘째는 훨씬 수월했다. 태어날 때부터 누나가 있었던 터라 녀석은 누나와 뭔가를 나누는 데 익숙했다. 게다가 때로는 애교만점 귀염둥이로, 때로는 의젓하고 든든한 아들내미로 자유롭게 변신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둘째를 낳은 후로 웃음이 많아졌다. 집 안에도 활기가 넘쳤다. 두 배로 행복해진 것이다.

실제로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동아이보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성과 준법성 면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고 한다. 정서 지능도 형제가 세 명 이상인 아이가 형제가 두 명인 아이, 외동아이보다 높다고 하니, 능력만 된다면 아이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다름 아닌 형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아이는 엄마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일수록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하니, 아이 낳기를 미루거나 꺼릴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결혼이 연애의 완성이라면, 아이는 결혼의 완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이를 낳음으로써 비로소 성숙해진다. 유년 시절, 내가 죽도록 말 안 듣고 반항할 때마다 엄마가 그러셨다. 나중에 꼭 너 같은 딸만 낳으라고. 그땐 허투루 들어 넘겼던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도 엄마처럼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이 좋은 세 가지 이유
결혼은 삶의 행복지수를 높인다
스위스의 경제학자 브루노 프라이에 의하면 결혼한 사람들은 미혼 남녀에 비해 행복지수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생활만족도 또한 확실한 분업을 실천하는 부부일수록, 교육 수준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더욱 높았다. 성생활 만족도도 독신 남녀나 동거 커플보다는 기혼자들이 훨씬 높다. 한 사람과의 지속적 관계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깊은 교류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수명을 연장시킨다
기혼자들은 또한 미혼 남녀보다 오래 산다. 사회학자 데브라 움버슨은 독신남보다 기혼남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유를 ‘아내의 잔소리 덕분’이라고 말했다. 흡연, 컴퓨터 중독 등 기혼 남성들의 나쁜 습관을 아내가 끊임없는 잔소리로 교정해주기 때문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기혼자는 독신자보다 우울증 지수도 낮다. 영국 워릭 대학의 오스왈드 교수가 “결혼은 당신을 살아 있게 하며, 그 효과는 놀랄 만큼 크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혼은 가장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다
<사랑의 경제학>이라는 책에 따르면, 결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소득의 증가’ 외에도 ‘고정비용의 감소’ ‘규모의 경제’ ‘분업의 힘’이 있다고 한다. 가전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독신보다는 부부가 구입하는 게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고, 부부 각자가 자신이 잘 하는 일을 맡으면 전체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결혼을 하면 미혼일 때보다 자연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 마실 기회가 줄어든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의 저자는, 이런 술값 절약이 1억 원 정기예금 가입 효과가 있다고까지 얘기한다.

아이,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좋은 이유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적 균형감이 높은 아이로 자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데 익숙지 않은 외동아이에 비해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성과 준법성, 심리적 균형 상태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경쟁하며 발전한다 형제는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가장 좋은 역할 모델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어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프랭크 설로웨이 교수에 따르면, 특히 동생들은 맏이에 비해 모험을 즐기고 급진적인 성격이 강하며 모험과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들과의 숱한 싸움을 통해 협상의 달인이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쇼에 의하면 “형제, 자매는 서로 사회화에 영향을 준다. 매일 협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싸움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최혜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