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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디자인해 세상을 바꾼 사람들]디자이너 움베르토&페르난도 캄파나 형제 쓰레기에서 디자인을 꺼내다
[생각을 디자인해 세상을 바꾼 사람들]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사막에 숲을 후손에게 희망을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온 대로 생각한다.”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Paul Bourget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생각하며 살기는 하는 것일까. 타성에 빠져 ‘되는대로’ 삶을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모 통신사 광고에서도 연일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고 노래하지만, 돌이켜보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만리장성도 결국 생각의 혁신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생각을 디자인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생각의 혁신을 실천해온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이는 생각을 들어보도록 한다. 이번에는 친환경적으로 생각을 디자인한 사람들을 만났다.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해 사막에 씨를 뿌리고, 바느질을 하고, 쓰레기를 조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생각의 혁명은 평범한 두 손을 ‘미다스의 손’으로 변신시켰다. 이들 덕분에 세상이 푸릇푸릇해지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독특한 조형미를 연출한 의자, 베트남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가져온 낡은 스쿠터 타이어의 뻥 뚫린 중앙에 바구니를 짜 넣은 쟁반, 500m 되는 로프를 엮어서 만든 의자, 철 지난 낡은 포스터를 이용해 레트로풍 인테리어로 꾸민 베를린의 캠퍼 신발 매장…. 한눈에 ‘와 멋지다!’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되는데, 찬찬히 보면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공산품, 혹은 버려진 폐자재로 만든 작품이다.

브라질 태생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움베르토&페르난도 캄파나Humberto & Fernando Campana 형제의 작품이다. 너무도 흔한 재료를 썼기 때문에 오히려 유일무이하게 창의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혁신적인 디자이너가 되었다. 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움베르토와 건축을 전공한 페르난도 두 형제는 1983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차고를 개조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왼쪽) 500m 로프로 만든 ‘버멜라 체어’(1993)로 에드라에서 제작.

폐자재를 활용해 디자인을 하지만, 그렇다고 캄파나 형제의 작품이 ‘환경을 보호하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아이디어, 사고방식, 세계관을 표현할 새로운 방법을 끝없이 고민하다 보니 이러한 흔한 소재까지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죠. 게다가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돈이 없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폐목재, 나뭇가지, 로프, 천 조각 등 쓰레기 더미까지 뒤지게 된 거예요.” 페르난도의 말이다. 요즘도 세계 곳곳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해외 출장이 잦은 그들이 잠시 브라질로 돌아왔을 때 이메일로 대답을 보내왔다. 움베르토가 덧붙인다. “심지어 숯까지 써봤죠. 숯으로 병풍을 만들었어요. 하루에 한 조각씩 일일이 붙이느라 완성하는 데 일 년이나 걸리긴 했지만요.” 작은 시골 마을 브로타스Brotas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청소년기에 도시로 이사온 이들은 자연과 도시의 감성을 모두 지녔기 때문일까. 캄파나 형제는 이미 용도가 정해진 채 생산된 공산품도 마치 통나무나 진흙처럼 무한히 변형 가능한 자연 소재처럼 자유자재로 다룬다.

(오른쪽) 색색의 펠트, 골판지 등 다양한 소재를 둘둘 말아 자른 단면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 ‘스시 체어II ’(2002). 에드라에서 제작.

캄파나 형제 작품의 매력은 바로 ‘낯설게 하기’다. 여느 작가들처럼 쓰레기를 재활용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폐품 프로젝트’가 아니다. 캄파나 형제는 재차 강조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우리는 일상의 소재를 완전히 낯선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한다는 거죠. ‘재활용’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에요. 아무리 교훈적이라도 디자인이 나쁘다면 그건 시각적인 공해예요. 앞으로도 사물을 바라보는 신선하고 놀라운 시각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환경 문제에 점점 관심이 커진다는 이들은 요즘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쓰려고 노력한다. 캄파나 형제가 디자인하기 전에 로프는 하나의 로프일 뿐이었다. 그들이 로프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로프는 그들에게 와서 의자가 되었다. 이들의 작품은 언젠가 쓰레기가 되어버릴 현대 사회의 무수한 공산품을 보는 우리의 매너리즘 가득한 시선을 새롭게 하라고 속삭인다. 눈을 들어 지금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버려지고 사라질 테니까. 

(왼쪽)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 형제.


(왼쪽) 버들가지로 짠 의자에 플라스틱 받침을 만든 ‘트랜스록 체어’(2006, 2007). 
(오른쪽) 철사로 만든 ‘코랄로 체어’(2004)로 에드라에서 제작 .


환경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
1 반쪽이의 고물 박물관
<반쪽이의 육아 일기>의 만화가 최정현 씨가 몇 년 전부터 폐품의 개성을 살린 촌철살인의 ‘정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낡은 키보드로 만든 거북이와 뱀, 못 쓰게 된 펜촉으로 만든 고슴도치 등 기발한 작품들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9월 30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031-481-4000)에서 전시회가 열리며, 전시를 놓친 사람들은 책<반쪽이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도요새) 속 아기자기한 사진으로 감상하자.
2 환경설치미술가 이환의 가족 미술 체험 교실 온갖 고물을 수집해 로봇, 곤충 등 흥미로운 조형물을 만드는 환경설치미술가 이환 씨의 작업실 겸 어린이 체험 교실로 가보자.사전 예약제로 20명 이상 단체 관람만 가능하다. 문의 031-772-7978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