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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 행복을 화두로 세계를 사로잡은 하이메 아욘 JAIME HAYON
스페인 태생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은 월드 스타 디자이너로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항상 가족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주제로 디자인한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생기를 갖게 해준다. 이런 에너지는 하이메 아욘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위트 있고 유쾌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위) 야드로와 협업한 ‘판타지 컬렉션’ 중 촛대 시리즈. 행복, 슬픔, 기쁨 등 각기 다른 표정을 한 얼굴을 묘사했다. 
(아래) 하이메는 엉뚱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자신의 매 작품마다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남기곤 하는데, 주로 피앙세 니엔케 클룬더가 촬영한다. ‘픽셀 발레’에서처럼 높은 코를 붙이고 눈물인지 열정의 땀인지 알 수 없는 ‘방울’을 표현해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었다.


가구와 소품처럼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들을 디자인하는 하이메 아욘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그 행복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디자인에 자신이 지닌 유쾌한 에너지를 담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의 행복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되도록 곁에 가까이 두고자 한 그의 바람대로 그의 곁에는 피앙세이자 사진가인 니엔케 클룬더Nienke Klunder가 그의 작업을 일일이 사진으로 기록하며 지켜주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며, 혹은 니엔케 클룬더가 기록한 하이메 아욘의 작업을 보며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요즘 어떤 디자이너보다 분주하다. 며칠 전 밀라노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쯤은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바르셀로나에 있을 거란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로 연락했더니 몇 시간 전 런던에 도착했단다. 유럽 안에서 옆 동네 가듯 국경을 넘나들며, 심지어 대륙을 넘나들기도 일쑤다. 그는 작년과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같은 세계적인 전시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거대한 인형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하고 예측 불허의 작품을 선보이며 클라이언트와 대중을 자극하는 그이기에 잡지마다 앞 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도 하이메 아욘의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그의 대표작 ‘쇼타임Showtime 컬렉션’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봄. 영국 <월페이퍼>지의 디자인 담당 기자 알렉스 바그너Alex Bagner가 “이 친구 참 재미있고 괜찮은 디자이너야”라며 하이메 아욘을 소개해주었다. 하이메 아욘이 내민 명함에는 분홍색 동물 인형 복장을 한 그가 활짝 웃고 있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의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이후로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하이메 아욘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라 하기엔 좀 일렀다. 그런데 불과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세계 디자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 판타지 컬렉션 중 ‘러버’. 포슬린 조각품으로 그가 디자인한 캠퍼 신발을 신겨주었다.
2 캠퍼 신발. 평소 자신이 즐겨 신는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3 쇼타임 컬렉션 중 화병. MGM 뮤지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으로 하이메 아욘 특유의 유머가 느껴진다.
4 판타지 컬렉션 중 ‘패밀리’.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디자인한 조명 기구, 신발, 가구 등을 등장시켰다.


그림도 못 그리던 골칫덩이, 세계적 디자이너 되다 197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하이메 아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교환 학생으로 지내던 청소년 시절에는 스케이드보드와 여행에 심취했고, 한때는 요리사의 꿈을 키우기도 했으나 그에게 쥐어진 운명의 열쇠는 디자이너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어렸을 때 그림을 정말 못 그렸다고 한다. 프랑스 교육 방식을 선호했던 부모는 그를 마드리드에 있는 프랑스 학교에 진학시켰으나 말썽도 많이 부리고 산만한 데다 미술 점수 또한 형편없어 결국 스페인 학교로 전학시켰다고. 그런 그가 지금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왜, 어떻게 되었는지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그림을 그렸어요. 종이에도, 테이블 위에도, 모래밭에도 그림을 그렸지요. 그리고 항상 관찰을 잘 했어요.”
그의 아버지는 보석 세공인이었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는 부모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보석 세공인이었지만 어머니야말로 우리 가족의 진정한 보석이었다. 나의 크리에이티브한 면모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어머니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남달랐다.” 어머니를 닮은 남다른 ‘눈’과 아버지를 닮은 ‘손’, 그리고 두 사람에게서 공평하게 물려받은 위트와 미적 감각이 지금의 하이메 아욘을 만든 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삼성전자 디자인 센터 고문이기도 한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하이메 아욘의 책에 서문을 쓰며 “그는 한번 잡으면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책과 같다. 굳이 당신이 손에 들고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고 표현했다. 손에서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그 책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디자이너도 넋을 놓고 듣게 된다는 하이메 아욘의 이야기에는 그의 유쾌한 인생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1 2007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세계적인 타일 브랜드 비사자를 위해 디자인한 ‘픽셀 발레’ 시리즈. 세라믹과 모자이크 작업을 병행하며 엄청난 스케일의 오브제를 만드는 실험적인 작업이었다. 전 세계 디자인계가 하이메 아욘을 주목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작품. 이와 함께 그의 초기작 몇 작품도 소개되었다.

‘Oh, Lady!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겠어요?’ 화제가 되고 있는 그의 디자인을 꼽는다면 우선 스페인 대표 신발 브랜드 ‘캠퍼Camper’를 위한 작업이 있다. 그는 런던,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에 있는 캠퍼 매장을 디자인했고 자신이 애용하는 신발에서 모티프를 얻어 직접 구두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는 파리의 캠퍼 매장에 빨간색의 매력적인 의자를 놓았는데, 대표작 ‘쇼타임 컬렉션’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형태이다. 쇼타임 컬렉션은 1940~50년대의 MGM 뮤지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 중 ‘굿 모닝’에 맞춰 탭댄스를 추기라도 하는 듯 디자인한 수납장, <생 루이에서 만나요(Meet Me in St-Louise)>(1944년 제작한 뮤지컬로 화목한 미국 중산층 스미스가家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행복한 생활과 사랑을 묘사한 뮤지컬)의 장녀 로즈에게 이웃집 청년 워렌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 어울릴 법한 의자 등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시선과 생각이 주로 어떤 곳에서 머무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하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그 결과물을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한데, 그의 피앙세 니엔케 클룬더는 누구보다도 하이메 아욘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그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봄 하이메 아욘에 대한 기록을 모아 출간한 책 (Gestalten)의 아트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지난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하이메 아욘을 주목하게 만든 작품은 세계적인 타일 브랜드 비사자Bisazza와 함께 만든 설치 조형물이었다. 이때 다른 한편에서는 스페인 브랜드 야드로Lladro와 함께 만든 오브제 ‘판타지 컬렉션’이 발표되고 있었다. 이 작품이 ‘그를 꼭 <행복>에 소개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 하이메 아욘은 판타지 컬렉션을 만들며 자신의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자화상’ 같은 작업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인터뷰 첫마디로 야드로의 판타지 컬렉션을 언급하며 ‘당신은 행복을 전달하는 디자이너이며, 당신의 작품에서는 따뜻한 마음이 읽힌다’는 말을 전했다. 이에 그는 ‘당신의 행복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를 건네 왔다. 판타지 컬렉션은 가족, 사랑을 주제로 디자인한 포슬린 오브제. 이 시리즈를 디자인하며 그는 요소마다 적소에 자신의 대표작들을 넣었다. ‘러버The Lover’라는 캐릭터에 자신이 디자인한 캠퍼 신발을 신겨준 것처럼.


2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레스토랑 ‘라 테라자 델 카시노La Terraza del Casino’. 1백30년 된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을 레노베이션했다. 이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하며 직접 가구와 조명, 소품까지도 디자인했다.

하이메 아욘이 그리는 행복이 가득한 집 하이메 아욘의 매력 중 하나는 엉뚱함(혹은 위트)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디자인 잡지 기자가 그에게 ‘특히 피하는 옷차림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미니스커트요. 지나치게 여성적인 차림은 좀 그렇지 않겠어요?”라 했다든가, 스튜디오는 ‘해발 1만 피트 상공에 있다’ 한 이야기처럼. 디자인 작업의 대부분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이뤄진다는 의미이다.
그는 ‘디자인이란 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항상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디자인을 하게 된다고. 혹자는 그가 아티스트인지 디자이너인지 모호하다고 하는데, 그는 오히려 디자이너냐 아티스트냐 하는 식의 ‘꼬리표’는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그저 자기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허락된 모든 것에 자신의 손이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크리에이터’라고.


1 ‘스파클 셰이디Sparkle Shady’. 2007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팰리스를 위해 디자인한 조명등과 장식장. 조명등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혀 있다. 장식장은 그가 쇼타임 컬렉션에서 보여준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2 파리 캠퍼 숍. 쇼타임 컬렉션에서 선보인 폴트로나 체어가 상징적으로 놓여 있다.


“크리에이티비티(창조)란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스스로가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지 아티스트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도 그 긍정의 힘이 통하는 때가 요즘인 것 같다고. 사실 스스로 ‘행복’을 의식해 행복해지려 노력하진 않지만 “나 자신은 심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일은 물론이며 하루하루를 새로운 모험이라 생각하고 즐긴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새로운 스튜디오로 이사를 했다. 이곳에서 그가 꿈꿔오던 재미있는 상상의 일부를 펼쳐보았다며 한껏 호기심을 자극한다(그러나 아직 공개는 이르다고). “이 공간은 창이 많고 거대한 조명이 있는 훤히 트인(spacious) 집이다.” 이는 다음 단계의 꿈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한데, 그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행복이 가득한 집의 모습은 모든 것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상태라고 한다. “녹색의 자연, 물… 그 집은 아늑하고 생명체가 그득하며 그것을 둘러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집이죠.”

3 그린 치킨. 상하이 콘트라스트 갤러리와 함께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하며 만든 작품. 기능이 없는 오브제로 제안했다.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하이메 아욘의 대표작
바르셀로나 ‘캠퍼’ 숍
이곳 관광의 중심지 ‘파세 드 그라시아Paseo de Gracia’에서 캠퍼 숍을 찾아보자. Mr. 헬로가 유리문 손잡이에 붙어서 손님들을 반기며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www.camper.com
마드리드 ‘라 테라자 델 카시노La Terraza del Casino’ 레스토랑 1백30년 된 건물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을 2007년 10월 레노베이션했다.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셰프가 선보이는 요리와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www.casinodemadrid.es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야드로Lladro’ 숍 스페인을 대표하는 포슬린 오브제 브랜드 야드로 매장에서 하이메 아욘의 판타지 컬렉션과 같은 포슬린 오브제를 볼 수 있다. www.lladro.com

한국에서 만나는 하이메 아욘
홍대 앞 aA 디자인 뮤지엄(02-3143-7311)에서는 하이메 아욘의 판타지 컬렉션의 수납장과 화병, 의자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한다. 이 외에도 최근 출간한 그의 워크북 (Gestalten)가 있다. www.libro.co.kr에서 구매 가능하며 가격은 10만 원대. 이 책은 하이메 아욘의 데뷔 작품에서부터 2007년까지 완성한 근작의 사진들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질문이나 답변, 사진 등의 구성이 크게 전문적이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책 도입부의 스냅 사진들이 재미를 더한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