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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 예방하는 꾸준한 방법 여성의 건강해야 집안이 튼튼하다
2년 전 개그맨 김형곤 씨가 40대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심혈관계 질환은 중년 남성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사실 중년 여성 역시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단지 우리나라 주부들이 밖에서 고생하는 남편과 생업 전선에 뛰어든 자녀를 먼저 챙기느라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들이 심장을 건강하게 돌봐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순환기내과 전문의 신길자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는 최근 한 여성 환자를 만났다. 그 환자는 심근경색으로 가슴 통증을 심하게 느꼈는데, 아들 출근시키느라 꾹 참고 새벽에 일어나 밥 차려주고 배웅까지 한 뒤 병원에 왔단다. 다행히 위급한 순간 직전에 병원에 도착해 무사히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돌아보면 참 위험한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좀 아파도 참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합니다. 자기 건강을 스스로 챙기자는 의식이 꽤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이런 환자들이 꽤 있습니다. 건강 검진을 받는 우선순위도 부모님이나 남편, 자녀가 자신보다 늘 앞서지요.”

신길자 교수 자신도 슈퍼마켓에 가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사기 마련이라, 건강을 챙기는 데에서 엄마나 아내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살아온 여성들은 폐경기에 이르러 몸에 변화가 생겨도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중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간과되고 있는 증상이 바로 심혈관계 질환이다. 우리나라 중년들이 가장 열심히 예방하는 질병은 암이지만, 사실 단일 질환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인 심근경색, 협심증을 비롯, 고혈압까지 포함하면 사망률은 더 높아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6년 한 해에만 무려 5만 6천3백88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 중 23%를 차지한다.

그런데 ‘심혈관계 질환’ 하면 중년 남성에게 어느 순간 갑자기 닥쳐 돌연사를 일으키는 병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편견이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망 원인 1위도 역시 심혈관계 질환이다. 특히 여성이 폐경기에 이르면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주요 심혈관계 질환인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으로 치료받은 환자 10만 2천 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1995~2004년)간 남성 환자는 매해 14.7%(10년간 3.4배)씩 증가한 반면 여성 환자는 17%씩(10년간 4.1배) 증가했다. 사망률도 남성(2.81%)보다 여성(3.92%)이 더 높았다. 또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입원한 여성 93.2%가 폐경기 상태로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병 시기가 10년 정도 늦다. 여성이 폐경을 하는 50대 이전에는 남성 환자가 훨씬 많지만 그 후부터는 여성 환자가 급증해 70대가 되면 남녀의 발병률이 비슷해진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심혈관계 질환이 위험한 이유 세 가지
여성 환자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신길자 교수는 폐경기 여성들에게 심혈관계 질환이 특히 위험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한다. 첫째, 심장 보호 효과가 있는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해부학적으로 남성에 비해 관상 동맥의 굵기가 가늘다. 둘째, 여성에게 나타나는 심혈관계 질환은 증상이 비전형적이기 때문이다. 심근경색 환자들의 증상을 떠올리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 심장을 쥐어짜는 듯하거나 짓눌려 터질 것 같은 극적인 통증과 이에 따른 쇼크 상태가 연상된다. 그런데 이는 대체로 남성 심근경색 환자들의 경우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숨이 가쁘다’ ‘가슴이 불편하다’ ‘소화불량이다’ ‘어딘가 불안하고 우울하다’ 등의 증세를 호소한다. “여성 환자의 경우 심장병 전문의가 보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이 맞나?’ 하고 의심해볼 정도로 증상이 무척 다양합니다.” 신길자 교수는 환자들이 때때로 심장 질환 증상을 폐경기 증후군, 화병 또는 위장병 등으로 오인하여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인다.

셋째,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 검진이나 치료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게 두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습관적으로 자신보다 가족의 검진을 먼저 챙기는 데다가 스스로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의심을 별로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병원을 늦게 방문하는 여성이 많다. 이때는 이미 심장병이 많이 진행된 이후이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고 따라서 치유 경과도 좋지 않다.

심혈관계 질환 제대로 이해하기
“과거에 비해 심근경색 등 심장 질환자는 남녀노소 모두 증가했습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비만 인구가 늘어난 것이 큰 원인이죠.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전체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폐경 이후의 여성 인구가 많아진 것도 심혈관계 질환자가 증가한 또 다른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혈관계 질환은 대체 왜 발병하는 것일까?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기로 왕성한 수축 작용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선한 혈액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동맥이 좁아져서 산소를 전하는 혈액이 심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 질환이 바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다. 한편 관상동맥을 좁아지게 만드는 주범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안에 기름 덩어리가 쌓이면서 염증 반응이 발생해 탄력을 잃은 동맥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이다. 이런 동맥경화증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20대에 시작돼 나이를 먹으면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일종의 인체 노화 과정이다. 동맥경화증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초래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소는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당뇨, 비만, 심장병의 가족력 등이다. “당뇨병이 있는 여성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생길 위험이 일반 사람보다 여섯 배 정도 높으며 남성은 두세 배 높습니다. 만병의 원인인 비만은 역시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치지요. 마른 사람에 비해 심장의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수면 중이나 운동 시 협심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길자 교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역시 협심증·심근경색증 발생률이 높다고 말한다. 고혈압 또한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다. 혈압이 상승해 동맥 안쪽 벽의 압력을 높여 동맥경화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들은 높은 수치의 콜레스테롤,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칙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게는 저용량 아스피린의 복용을 권고합니다. 단,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아스피린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절대 복용하면 안 됩니다. 또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복용해야 합니다.”

지난 1백 년 동안 진통·해열제로 잘 알려진 아스피린은 최근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이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의 기능을 감소시키므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심장병은 44%, 뇌졸중은 48% 감소한다는 사실이 대규모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전 세계 35개국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심장학회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 복용만으로도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으며 돌연사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가족에게 헌신적인 모성 본능을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활용해보자. 특히 심장의 건강을 살피는 노력은 여성의 건강, 나아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과도 같은 일이므로 꾸준히 지속하도록 하자.

아스피린의 올바른 복용법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한편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게는 100mg의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한다.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이 혈전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단, 아스피린 복용 시 주의할 점이 있다. 아스피린에 과민성이 있는 사람은 절대 복용하면 안 된다. 또한 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위장 내에서 녹지 않고 소장까지 내려가 흡수되도록 만든 코팅된 장용정 아스피린을 복용하는데, 장용정제는 절대로 부숴 먹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먼저 주치의와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성을 위한 생활 속 심·내혈관 질환 예방법
1 하루 30분 이상 운동한다.
2 반드시 금연한다.
3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 특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과일, 해조류를 충분이 먹는다.
4 동물성 지방을 되도록 적게 섭취한다.
5 음식은 되도록 싱겁게 먹는다. 고혈압의 위험 요인인 소금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가공식품의 경우 대개 소금 함유량이 높으므로 되도록 멀리한다.
6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하루 세 끼는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다.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7 과음은 금물이며 알코올 섭취를 줄인다.
체중은 정상(BMI 18.5~23)을 유지한다. *BMI(체질량 지수)=몸무게(kg)/(키×키(m))
8 허리둘레는 80cm, ‘허리둘레/엉덩이둘레’는 0.8이 넘지 않게 한다.
9 혈압은 140/90mm Hg, 혈당은 110mg/dl 이하로 유지한다.
10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mg/dl 이하로 유지한다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100mg/dl 이하,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55mg/dl 이상).
11 폐경 이후에는 매년 심장 검진을 받는다.
12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이 있을 땐 심장병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는다.
13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WHO에서 복용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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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혹시 심혈관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다.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의 가능성이 있다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아래 위험인자 중에서 해당되는 사항이 있는가? 그렇다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건강 검진을 받아보자.
1 혈압이 140/90mm Hg 이상이다.
2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이상이다.
3 혈당이 110mg/dl 이상이다.
4 흡연자다.
5 비만이다.
6 가족 중 심혈관계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
7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나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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