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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a Valley Korean Food with Wine [와인기행 1] 이야기가 있는 와이너리 Best 7
나파밸리산 와인에 세계의 찬사는 쏟아진다. 캘리포니아의 볕과 바람을 담은 와인을 시음하노라면 이곳의 와인이 정녕 최고의 명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 소개하는 와이너리는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훈장’을 달고 있는 곳들이다.


로버트몬다비 와이너리가 있는 나파 밸리의 안쪽 풍경. 나파밸리는 단순한 포도 골짜기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하고 포근한 자연이다.

목적지가 나파밸리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여행 가방을 다시 싸겠다. 골짜기 가득가득 태양과 바람이 적절하고 최고의 빈티지 와인과 레스토랑이 은행잎처럼 수두룩한 그곳에 나는 큼지막한 마음 한쪽을 떼어두고 왔다. 맛난 먹을거리가 넘쳐나서만 그곳을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

4백여 개의 포도밭이 모여 영글영글 잘 익은 ‘포도 문화’를 완성하는 그곳에서 걷고 숨 쉬면서 나의 마음은 오랜만에 제 박자를 찾은 듯 평온했다. 그곳에서 일곱 군데의 이름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와인 시음을 위해서도, 외부 얼굴과 풍경 안쪽의 이야깃거리를 위해서도 모두 기억해둘 만한 곳들이다. 나파 골짜기에서 벌어졌던 큼지막한 ‘사건’ 역시 지면에 담았다. 광주요가 주최가 되어 벌인 한국 음식 축제. 광주요는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대표와 와인 제조업자 등의 VIP를 상대로 미국 스타일에 맞게 변주한 ‘가온’의 최고급 한정식을 선보였다. 수백 벌의 그릇까지 미리 한국에서 공수해 간 대규모의 파티였다. 저마다 자신의 최고급 빈티지 와인을 가져온 나파 골짜기의 거성들은 한국 음식과 나파밸리 와인의 만남을 즐겁게 음미했다. 아직까지 한국이 세계적인 와인 소비국이 아닌 까닭일까, 처음 맛보는 최고급 한정식에 생경함을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광주요의 음식은 나파의 와인과 멋지게 조화되며 최고의 찬사(광주요의 음식을 나파밸리에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이도 있었다)를 받았다.

나파밸리에 있는 최고급 리조트 ‘오베르주 뒤 솔레일 Auberge Du Soleil’(태양이 쉬는 집이란 뜻)과 함께 운영되는, 근사한 호텔 두 곳도 소개한다. 나파 밸리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좋고, 유럽의 B&B 스타일 숙소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포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따사로운 볕과 자연은 호텔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는데, 아침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따듯한 식사도 제공 받는다. 무엇보다 주변으로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넘실대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산장과 부티크 리조트 사이쯤 되는 그곳에 묵으면 나파밸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1 세계적 컬트 와인인 할란과 본드 와이너리의 오너 ‘빌 할란’. 
2 할란 에스테이트 안쪽. 나파밸리에 어울리는 목조 건물과 돌담이 눈부시다.
3 와인 셀러. 이곳에서 100점짜리 와인이 숙성된다. 
4 할란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의 ‘자매 와인’인 본드의 와인. 

100점 와인은 어떤 맛일까, 할란 에스테이트 Harlan Estate
규모는 작지만 ‘명작’을 만드는 와이너리에 사람들은 ‘부티크’란 소담하되 반짝이는 수사를 붙인다. 할란 에스테이트는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부티크 와이너리. 섬세한 관리와 더불어 기복 없는 우아함을 선보인다.

로버트 파커는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와인 전문가이고 <와인 스펙테이터 Wine Spectator>는 와인 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와인 전문지이다. 그 두 ‘별’이 할란 에스테이트에 준 점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1997년 빈티지 와인을 보자. 로버트 파커는 100점을 주었고 <와인 스펙테이터>는 100점에서 3점이 모자란 97점을 주었다. 2002년 빈티지 와인도 비슷한 수준이다. 로버트 파커는 또다시 100점을 주었고, <와인 스펙테이터>는 99점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호화스러운 맛으로 가득한 고급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듯 묵직한 맛이다”라고 표현했다.

이 와이너리의 성공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빌 할란이다. 1985년 나파밸리에 93헥타르의 부지를 구입하며 와인 산업에 뛰어든 그는 토지 매입 후 5년이 지난 1990년에야 첫 와인을 내놓을 만큼의 신중함으로 ‘자식’을 스타로 등극시켰다. 스타 탄생의 이면에는 땀과 열정이 있었다. 총 면적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유독 배수가 좋은 화산암 토양에만 포도 품종을 심었으며 단위 면적당 소출을 제한해 얻은 ‘귀한’ 포도 알갱이는 낱알 선별 후 숙성 과정에 들어갔다. 한 해 생산량은 1만 8천 병.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사람들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부티크 와인’을 기다린다.
할란은 또 하나의 명작, 본드 에스테이트 Bond Estate도 생산한다. 카베네 소비뇽이 주가 된 여섯 가지 와인이 ‘본드’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최고의 경작자로부터 매입한 질 좋은 포도밭의 포도를 원료로 하여 맛과 향이 탁월하다. 본드 에스테이트 역시 ‘부티크 와인’임은 물론이다.
주소 P.O Box 352 Oak Ville, CA 94562-0352 문의 (707)944-1441, www.harlanestate.com, www.bondestate.com


1 대장장이가 수공예로 만든 포도 잎사귀를 얹은 파 니엔테 입구. 사람의 손길과 장인정신으로 아름답다. 
2 드넓은 정원을 품고 있는 파 니엔테 와이너리 외관.
3 와이너리 한편에 자리한 캐리지 하우스에는 파 니엔테를 재건한 장본인이자 자동차 컬렉터인 질 니켈이 구입한 빈티지 자동차가 즐비하다. 
4 파 니엔테에서는 고급 디저트 와인, 돌체도 생산한다. 돌체만을 위한 와인 셀러도 따로 있다. 

샤르도네 명가, 파 니엔테 Far Niente

파 니엔테에서 맛보는 와인은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와이너리의 공기와 더불어 감미롭다. 1797년에 출생 신고를 해 오늘에 이르렀으니 2백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포도가 익어가는 ‘마을’이었던 셈이다.

와이너리의 역사는 1백20여 년 전인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1919년 미 전역에 금주령이 발효되면서 와이너리는 생기를 잃었다. 금주령의 배경이 흥미롭다. 무분별하고 폭발적인 음주 세태가 밀주, 밀수 등 온갖 사건사고를 야기하자 미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금주령을 발포했다. 당시 밀주와 밀수로 거래되는 ‘뒷돈’이 3백60억 달러였다니 그 폐해가 실감난다. 와이너리에서 다시 포도가 익어가는 향이 나기 시작한 건 1979년이었다(와이너리는 현재 ‘내셔널 트러스트’의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현 소유주이기도 한 질 니켈Gil Nickel은 포도원을 인수,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와이너리 입구에 서면 솔향처럼 은은한 향이 난다. 포도나무 넝쿨을 닮은 우아한 곡선의 철제 대문, 바오밥 나무처럼 큰 키의 고목, 세월의 더께가 가득 얹힌 건물들은 그 자체로 오랜 역사를 대변한다. 10여 대의 빈티지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는 ‘미니’ 자동차 박물관도 인상적이다. 1954년 형 벤틀리 등 1900년대 중반의 클래식 자동차는 와이너리에 화사한 색을 입힌다.
이곳의 와인은 샤르도네로 대표된다. 샤르도네 와인은 구조가 매우 단단하고 잘 짜여져 있어 열대과일*넛맥*헤이즐럿 등의 향이 미묘하게 섞인 풍만함을 선사한다. 전문가들은 “나파 유수의 화이트 와인 중 가장 장기간 숙성될 수 있는 와인”이라 평한다. 와인 숙성용 셀러인, 무려 4만3000m2의 지하 동굴은 와이너리에서 꼭 둘러봐야 하는 시설로 꼽힌다. 일체의 냉방 시설 없이 동굴의 자연적 온도 변화만으로 제 기능을 하는 와인 셀러는 지금 나파밸리의 명물이 되었다.

세미용Semillon과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을 혼합해 만든 디저트 와인, 돌체Dolce 역시 이곳의 ‘대표 선수’. 곰팡이 핀 마른 포도로 생산하는데, 농축된 풍미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와이너리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와이너리를 재건하던 중 건물 전면의 돌에서 한 줄의 문구가 발견되었다. ‘돌체 파 니엔테 Dolce Far Niente.’ 번역하자면 ‘아무 근심 걱정 없이’란 뜻인데 와이너리의 주인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이 문구를 와이너리의 이름으로 전격 선택했다.
주소 Post Office Box 327 Oakville, California 94562 문의 (707)944-2861, www.farniente.com


나파밸리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숍 외관과 내부.
와인은 물론이고 그릇, 글라스, 와인 따개, 치즈, 과일 등 와인과 관련된 상품들이 빼곡하다.

그 없이 나파밸리도 없었다, 로버트 몬다비 Robert Mondavi

나파밸리 사람들이 로버트 몬다비에게 붙이는 가장 일반적인 수사는 ‘살아 있는 신화’다. 세상에 너무 많은 ‘살아 있는 신화’가 있으므로 그 가치가 퇴색해 보일 수 있지만 그가 나파밸리의 상징이자 우상으로 평가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 여행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버스와 승합차, 자동차는 연신 관광객을 쏟아낸다. 한 해 평균 50만 명의 관람객이 이곳으로 진군하듯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 있는 신화’가 사는 ‘와인 제국’과의 만남! 나파밸리 최초로 저온 발효 기술을 적용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사용하며, 프렌치 오크통 발효조를 이용하는 와이너리의 역사를 사람들은 존중한다. 음식과 와인, 예술의 삼박자가 수묵담채화의 강과 달처럼 훌륭히 섞이는 것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와인을 곁들인 세계 유명 요리사들의 연회는 물론 재즈와 클래식 콘서트, 미술 전시회 등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와이너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로버트 몬다비를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닌 ‘예술 익어가는 포도밭’으로 인식하게 한다. 올해 95세인 로버트 몬다비의 최고 업적은 ‘나파밸리’ 자체를 하나의 일반 명사로 등극시킨 것.

1966년 소규모의 포도밭으로 역사를 일구기 시작해 포도 품종과 넝쿨의 상태, 토양과의 상관관계 등을 다른 와이너리와 모두 공유하면서 나파밸리는 흩어지는 힘이 아닌 ‘모이는’ 힘을 갖게 되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구매자로 하여금 눈이 아닌 혀가 좋아하는 와인을 선택하게 하고, 자연 친화적인 포도밭 경작을 통해 나파밸리를 ‘청정 포도밭 골짜기’로 인식하게 한 역사 역시 그의 이름과 더불어 정착한 것이다. 이곳에 가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꼭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선과 육류는 물론 수많은 디저트를 고를 수 있는데 각각의 메뉴는 최고의 궁합을 보이는 와인과 더불어 서빙되므로 와인의 매력을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테이블을 채운 꽃, 메뉴를 적어놓은 종이, 벽에 걸린 와인 관련 사진 등 레스토랑의 소품 역시 와인만큼이나 ‘맛있다’. 로버트 몬다비에서는 현재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 샤르도네, 진판델, 메를로 등 수많은 품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주소 Highway 29 Oak Ville, CA 94562 문의 1-888-766-6328, www.robertmondavi.com


1 이 운치 있는 고성 안에는 와인을 생산하는 첨단 장비와 셀러가 있다.
3 이곳 와이너리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는 카베르네 소비뇽. 
2 샤토 몬텔레나의 2대 소유주인 보 배럿Bo Barett. 
4 와이너리의 고성 앞에는 아름다운 중국식 정원과 호수가 자리한다. 24시간 상주하며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만 세명이다.

보르도를 이기다 샤토 몬텔레나 Chateau Montelena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눈을 감고 와인을 시음한 뒤 최고를 가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가 열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스 와인의 우승을 점쳤으나 정작 왕관을 쓴 주인공은 바로 이곳, 샤토 몬텔레나 와인이었다.

그날의 흥분과 감동을 샤토 몬텔레나 사람들은 또렷이 기억한다(그들이 나눠주는 보도 자료에는 ‘그날’의 사건을 대서특필했던 <타임>지 지사가 실려 있다). 보르도 와인의 전설이자 그랑크뤼 클라세 협회 사무총장이었던 피에르 타리Pierre Tari 등 ‘날 선’ 여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부르고뉴 와인 대신 샤토 몬텔레나의 샤르도네 와인에 1등을 주었다. 프랑스 언론은 사기극이라며 흥분했고 파리지앵들은 허탈해했다. 그날의 사건에 언론은 ‘미국 침공American Invasion’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와이너리는 예스럽고 고아한 얼굴을 하고 있다. 구름처럼 큰 고목이 곳곳에 가득하고, 담쟁이가 벽면 전체를 빼곡히 덮고 있다. 특히 정원이 인상적인데(정원은 해외 여행자들이 가장 신기롭게 보는 곳이다) 이는 오래 전 이곳에 터를 잡았던 부자 중국인이 조성한 것이다. 중국의 부와 인구가 그 옛날 이곳 나파밸리의 최북단까지 닿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1978년부터 생산한 카베르네 소비뇽은 와이너리 최고의 ‘스타’다. 시음의 혀맛이 아직도 선연하다. 다른 품종을 섞은 ‘블렌드’가 아니면서도, 풀 보디 full-body의 묵직함을 지니면서, 복합미가 매우 뛰어났던 기억. 진하고 풍부한 블랙커런트와 미네랄 향, 그윽한 삼나무 향이 퍼즐처럼 섞이고, 간간이 담담한 흙냄새가 났다. 카베르네 소비뇽 86%에 메를로 14%를 더해 만든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훌륭했다. 단일 품종으로 만든 와인보다는 묵직함이 덜하지만 사이사이 바람과 체리, 건포도 향이 들어간 느낌.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과 함께하면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지난 25년간 끊임없이 훌륭한 점수를 얻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는 샤토 몬텔레나뿐이다.” ‘와인의 제왕’ 로버트 파커 Robert Parker의 말이다. 주소 1429 Tubbs Lane Calistoga Napa Valley, CA 94515 문의 (707)942-5105, www.montelena.com


1, 3 2008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을 비롯, 세계적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의 작품으로 나파밸리에서 단연 돋보인다. 건물 내부에서 바라보는 와이너리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자 풍경이 된다.
2 내부는 작은 소품을 이용, 갤러리처럼 꾸몄다.

세계적 건축가가 지은 ‘포도 집’,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Dominus Estate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의 명성에 관해 들었다면 도미누스 와인의 ‘내공’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샤토 페트뤼스의 소유자인 크리스티앙 무엑스 Christian Mouiex가 나파밸리에서 만드는 와인이 도미누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곳은 눈부신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미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곳을 일부러 찾은 이유가 있다. 미학적 건축! 흡사 가로로 길게 뻗은 ‘돌망태’를 닮은 이 독특한 건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자크 헤르조그 Ja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 Pierre de Meuron 콤비가 만든 세계적 작품이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2006년 독일 월드컵 주경기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이 모두 그들의 ‘자식’이다. 돌로 지은 미학적 건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인근의 아메리칸 캐니언에서 채석한 현무암을 썼고 이를 스테인리스 스틸 망으로 잡아두어 심미적이고도 공학적인 느낌을 완성했다. 더불어 건물은 고속도로에서 불어오는 먼지바람을 막아주는 역할까지 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리 사무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포도원의 하루와 사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부 역시 외관만큼이나 눈부시다. 크고 작은 청동 소품이 군데군데 잘 만든 수공예품처럼 놓여 있다.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와이너리는 구조감과 복합미가 뛰어나며 로마네 콩티 등과 더불어 세계적 명성을 지닌 샤토 페트뤼스의 소유자, 크리스티앙 무엑스가 ‘지휘’하는 곳이다. 1982년 나파밸리의 포도원 잉글누크Inglenook와 합작, 뒤에 소개할 오퍼스 원보다 먼저 ‘나파밸리 기지’를 만들었던 그는 1995년부터 단독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인이 총지휘자이므로 ‘보르도풍’은 와인에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 있다. 풍부한 타닌, 튼튼한 구조의 ‘나파밸리적’ 특성 외에도 부드럽고 우아한 ‘보르도적’ 특성이 공존한다. 주소 2570 Napanook Road Yountville CA 94599, 문의 (707)944-8954, www.dominusestate.com


1 오퍼스 원 CEO 데이비드 피어슨(왼쪽)과 PR 매니저, 세일즈 담당은 많은 대화를 통해 최상의 접점을 찾아낸다.
2, 3우주선을 닮은 웅장한 오퍼스 원의 메인 건물. 발코니에 서면 바다처럼 펼쳐진 하늘과 포도밭을 조망할 수 있다.
4 지하 셀러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일렬로 놓여 있는 오크통. 

단 하나의 압도적 이름, 오퍼스 원 Opus One
나파밸리 초입에 우뚝 서 있는 오퍼스 원 건물의 위용은 대단하다. ‘미래’를 담은 박물관 같기도 하고, 원형으로 지은 우주선 같기도 하다. 그 안에서는 특출한 외관보다 더 명성이 자자한 최고급 와인이 만들어진다.

오퍼스 원의 명성은 ‘별들의 집결지’인 나파밸리에서조차 높다. 병당 와인 가격이 약 2백 달러로 가장 높으며(국내에서는 40만~50만 원대에 판매된다), 품질 관리 또한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그곳의 방문자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부분은 오크통의 ‘일렬 관리’. 공간이 충분치 않아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 2단 이상으로 오크통을 쌓는 것과 달리 오퍼스 원에서는 오크통을 일렬로 배열하고, 수시로 품질을 관리한다. 종합 경기장의 육상 트랙처럼 동그란 와인 저장고는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다. 수천 개의 오크통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놓여 있는 모습은 오크통을 소재로 한 대규모 설치미술 같다. 와인 시음장과 살롱 곳곳에는 피카소, 미로 등의 작품이 별처럼 박혀 있다. 오퍼스 원은 매년 최상급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오퍼스 원의 ‘뿌리’가 차지하는 공헌이 크다.

오퍼스 원을 만든 두 명의 창립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거성, 바롱 필리프 드 로실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 남작과 나파밸리의 거성,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둘은 ‘나파밸리에서 프랑스의 특급 보르도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약속 아래 오퍼스 원을 설립했다(라벨에 붙은 두 명의 얼굴 그림자는 바롱 필리프 드 로실드와 로버트 몬다비의 약속을 상징한다). 오늘날 오퍼스 원에서 만드는 와인은 단 한 가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말벡Malbec 등의 비율을 매해 적절히 조절하면서 보르도 1등급 와인인 그랑크뤼Crand Cru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오퍼스 원’은 (음악에서의) ‘작품’을 일컫는 라틴어 ‘Opus’와 영어 원 ‘One’이 결합된 것으로 ‘첫 작품’을 상징한다니, 이 얼마나 적절한 네이밍인가.
주소 7900 St. Helena Highway Oakville, California 94562 문의 (707)944-9442, www.opusonewinery.com

5 오퍼스 원 와인의 라벨. 로버트 몬다비의 얼굴은 서쪽을, 로실드 남작의 얼굴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1 1백 년도 더 된 헛간의 나무 판자를 일일이 떼어다 만든 목조 건물. 그리고 그 앞에 한가득 놓인 호박은 최고의 풍경을 만들었다.
2 와이너리 입구에 운치 있게 놓인 나무 수레.
3 백장미처럼 깨끗한 느낌의 모던한 건물 너머로 니켈&니켈의 ‘오래된 풍경’이 펼쳐진다.

100% 싱글 빈야드, 니켈 & 니켈 Nickel & Nickel
니켈&니켈 와이너리는 참 고운 ‘얼굴’로 기억되는 곳이다. 넝쿨 장미 가득한 정원을 지나 흰 건물을 지나면 너른 마당과 오래된 헛간이 보인다. 그 앞에 수북이 쌓여 있던 호박이며 채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마당 하나 갖고 싶었다. 가을이면 거둬들인 호박과 포도가 눈처럼 쌓이는 공간. 넘치는 ‘물질’이 없다 하더라도 그곳에 서면 마음이 꽉 채워질 듯싶었다. 오래된 헛간과 너른 마당에 더욱 마음이 가는 이유는 그곳 스스로 풍화된 세월을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인은 앞서 소개한 와이너리 파 니엔테를 공동 소유하고 운영하는 이들. 와인 전문가이기 전에 와인 애호가인 이들은 1998년 이 땅을 매입, 와이너리로 바꾸었다.
흰색 건물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오래된 풍경과 마주한다. 나무판 한장 한장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래된 목조 건물! 부지를 매입하기 전부터 이곳에 있던 헛간의 나무판을 일일이 떼어다 만들었다는데 정말이지 보고 또 봐도 아름답다. 그 옆 너른 마당에 선물처럼 쌓여 있는 호박 역시 참으로 센스 있는 데커레이션이다. 그곳에서 맛보는 와인은 그렇듯 풍요로운 세월의 향기와 더불어 감미롭다.

그 눈부신 ‘얼굴’만으로 꼭 한번 발걸음을 해보라 권유하고 싶은 니켈&니켈 와이너리는 싱글 빈야드, 즉 단일 포도밭 와인만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기후와 토양이 다른 곳에서 자란 포도를 블렌딩할 경우 맛의 ‘원형’이 깨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같은 샤르도네 품종이라 하더라도 ‘이쪽’ 포도밭과 ‘저쪽’ 포도밭의 성질이 다르므로 이곳 와이너리에서는 ‘이쪽’ 혹은 ‘저쪽’의 포도만을 사용, 각기 다른 와인을 만든다. 언뜻 생산량이 적을 것 같지만 이렇게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가 25종이 넘는다. 샤르도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진판델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품종이 제품군에 포함된다. 와인 메이커인 다리스 스피넬리 Darice Spinelli의 설명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아무 포도밭이나 찾아 다니지 않습니다. 토양, 기후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인 포도밭이어야 하지요. 또한 이전부터 최고의 재배지로 입증된 곳이어야 합니다. 포도밭 주변에 어떤 이웃이 있는지, 포도밭을 누가 관리해왔는지, 포도를 재배하는 담당자가 최고의 포도밭을 가꾸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도 면밀히 검토합니다. 땅의 성질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며 각각의 땅이 지닌 성질을 잘 이해해야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소 8164 St. Helena Highway Oakville, CA 94562 문의 (707)967-9600, www.nickelandnickel.com

You Can Buy It in Korea
여기 소개한 모든 와이너리(단, 로버트 몬다비와 니켈&니켈 제외)의 대표 와인은 나라식품(02-405-4300)에서 수입, 와인타임(02-548-3720)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와인타임은 압구정동과 문정동, 도곡동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백화점에도 와인을 납품한다. 로버트 몬다비의 와인은 신동와인(02-794-4531)에서 수입하며 니켈&니켈은 아직까지 국내에 정식 수입되고 있지 않다.
취재 이영혜(디자인하우스 대표 이사)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