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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꼬르동 블루 부회장, 패트리크 마탕 셰프 버리는 것 하나 없는 프랑스 요리
프랑스 음식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르 꼬르동 블루는 훌륭한 셰프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다. 르 꼬르동 블루는 현재 15개국에 26개 분교를 마련해 파리에 있는 본원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며 프랑스 요리의 기본을 가르친다. 이곳의 부회장이자 셰프인 패트리크 마탕 씨가 한국 르 꼬르동 블루를 방한했다.

학생들의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교실 문틈으로 새어 나온다.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얀 셰프복을 입은 4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 들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여기는 정통 프랑스 요리를 가르치는 르 꼬르동 블루. 파리에 있는 본원이 아닌, 숙명여자대학교 사회교육관 7층에 위치한 르 꼬르동 블루다. 그리고 지금부터 세 시간 동안 이어질 수업은 르 꼬르동 블루의 부회장 패트리크 마탕 셰프의 요리 시연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르두아앵Le Doyen, 플로 프레스티주Flo Prestige, 달로와요Dalloyau 등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메인 셰프로 활동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다섯 시간 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부드럽게 수업을 이끌어나갔다. “오늘은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세 가지 요리를 보여드릴 겁니다. 11월 호주 아델라이드 레가타 레스토랑에서 준비했던 디너 메뉴에서 골랐습니다.” 애피타이저로는 팬에 구운 농어 필레와 피스투(pistou: 신선한 바질에 마늘과 올리브오일을 넣은 프로방스풍 양념)를 넣은 조개 나주(nage: 국물 요리). “농어는 지중해산과 대서양산이 있어요.

자, 이제 올리브오일과 새우오일을 섞어서 농어를 재워놓을 겁니다. 이 새우오일은 호주에서 가져온 건데 아주 유용하게 쓰여요. 향기가 좋죠? 아, 농어 대신 연어를 써도 됩니다.” “프로방스 요리는 허브와 가지, 토마토 등을 많이 사용하고 향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피스투는 프로방스의 전형적인 양념이지요.” 이어지는 주옥같은 요리 팁. 학생들은 대스승의 손동작을 지켜보랴, 필기하랴 정신이 없다. 마치 물 흐르듯 다음으로 넘어가는 셰프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어느 순간 메인 요리인 ‘네 가지 향신료를 넣은 오리 가슴살 요리와 강낭콩 스튜, 시금치 푸알레’를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를 대표하는 요리예요.

이쪽 지방은 생선과 감자를 쓸 때 오리기름을 넣는 것이 기본이지요. 오리기름은 풍미가 아주 좋아요. 오늘 쓸 오리는 지방을 떼어내고 힘줄도 제거하세요. 이 기름은 나중에 다시 음식에 쓸 겁니다.” 완성된 음식을 접시에 담은 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맛을 본다. “음~ 정말 맛이 좋아요.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진 게 꼭 맛의 교향곡 같아요.”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보는 그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드디어 디저트 쿠잉아만을 만들 차례. ‘쿠잉아만’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언어로 쿠잉은 케이크, 아만은 버터, 즉 버터케이크다. “브르타뉴와 노르망디 지역만큼 우유와 버터, 크림을 많이 쓰는 곳은 없을 겁니다. 쿠잉아만은 반죽을 여러 번 접어서 만드는데 접을 때마다 설탕을 넣습니다. 캐러멜이 층층이 들어 있어 아주 달콤하고 바삭하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예요. 캐러멜 향기를 더 짙게 하려면 꽃소금을 넣으세요.” 쿠잉아만은 220~230℃의 고온에서 굽는다. 반죽 위에 올릴 사과를 깎으며 셰프는 프랑스 음식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아무것도 버리는 것이 없어요. 사과 껍질은 소스로 이용하지요.


1 자신의 요리 기술뿐만 아니라 셰프로서 지녀야 할 자세를 전해주는 패트리크 마탕 셰프.
2 전통적인 디저트인 쿠잉아만은 일종의 버터케이크다.
3 애피타이저용으로 만든 농어 요리. 오일에 밤새도록 재워 만든 농어에 향이 강한 피스투를 더한다. 
4 프랑스 남서부 요리를 대표하는 오리고기.

아까 양파 까고 남은 껍질 있죠? 그것은 육수를 만들 때 씁니다. 토마토 껍질 역시 오븐에 구워서 음식을 장식할 때 씁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은 견습생 때부터 몸에 익힌 습관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프랑스 셰프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요. 이는 식자재를 생산하는 농부와 어부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음식 맛을 좋게 합니다.” 패트리크 마탕 씨는 ‘다른 나라에 가서 요리를 할 때도 이는 원칙이며, 그 나라 재료로 최고의 맛을 끌어내는 것은 셰프로서 하나의 도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학생들이 배운 것은 셰프의 테크닉뿐만이 아니었다. 식재료를 대하는 마음,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자긍심, 그리고 식재료를 생산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까지 배웠다. 르 꼬르동 블루의 오랜 자부심은 이렇게 대물림되나 보다.

패트리크 마탕 셰프와의 일문일답
1 프랑스 음식의 특징은 무엇인가? 가장 큰 특징은 같은 식자재라도 조리법이 다채롭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35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가지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가 각 지역마다 다를 정도다. 그리고 이런 요리 테크닉이 문서화·체계화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2 오늘 시연한 음식을 선정한 이유는? 대표적인 프랑스 향토 음식들로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살짝 변형했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요리며 프레젠테이션 역시 조화로움에 비중을 두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3 르 꼬르동 블루에서 음식 배우길 원하는 한국 주부들이 많다.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은? 요리에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 음식을 하는 이들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정규 과정 중 기초 과정을 듣는 것, 또 시범 코스인 사브리나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이다. 모든 요리가 다 그렇겠지만 프랑스 요리는 특히 기초를 다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기초 과정만 들어도 프랑스 요리책을 이해할 수 있으며 기본이 탄탄하면 어떤 음식도 만들 수 있다. 프랑스 음식은 테크닉을 배워나가는 것 자체가 레시피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