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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현장 스케치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기대주를 만나다
봄에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디자인을 즐겼다면 겨울에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톡톡 튀는 젊은 감각으로 감성을 깨우는 디자인을 즐겨보자. 그곳에서 몇 년 후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디자이너들을 만나본다.


(왼쪽) 2007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행사장 입구. 
(오른쪽) 해외 디자이너 전시회 중 독일의 ‘디자인 마이 영스터스’의 전시장 전경.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지난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한국에서 디자인을 문화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축제다. 디자인을 딴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던 대중에게 ‘디자인은 놀이처럼 즐기는 것’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심어주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젊은 디자이너들에겐 새로운 마켓이다.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디자인을 판매하기도 하고, 다른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제품을 대하는 대중의 반응을 살필 수도 있는 무대인 것이다. 대중은 이 자리를 통해서 디자이너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삼성동 코엑스와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 두 곳에서 열렸다. 코엑스에서는 기업과 디자이너의 공동 작품, 명사들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담은 영상, 국내외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작품 등이 전시되었고,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는 디자인사에 기록되는 디자인 명작, 두루마리 휴지의 변신 <롤페이퍼>전, 영상 디자인 작품이 전시·진행되었다. 이 두 곳에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1 박재문의 ‘인터랙티브 라이트’. 냉면 그릇, 쟁반, 뚝배기 등이 소재로 쓰였다. 
2 박초롱의 ‘Where are u going now?’.
3 함영훈의 ‘Working man walking’.

디자이너의 눈으로 서울을 보다 200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주제는 ‘디자인 서울’. 남다른 관찰력을 지닌 디자이너들은 서울의 어떤 점을 눈여겨봤을까? NHN 일러스트레이션 팀의 함영훈 씨는 도로 사이의 신호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품을 정면에서 바라보며 걷고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신호등이 녹색일 때 보행자가 걸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을 이루는 조각들은 빌딩과 자동차, 작은 사람들이다. 24시간 비즈니스맨들로 북적이는 강남 테헤란로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박초롱 씨는 ‘Where are u going now?’라는 작품에서 바쁘게 어딘가로 가고 있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그렸다. 색실로 지하철, 버스, 자전거 등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묘사했다. 동그란 얼굴에 입을 꼭 다문 무표정한 모습이 다소 외로워 보인다.

1 헥터 세라노의 ‘옷걸이’ 조명.
2 호르디 카누다스의 ‘부숴야 빛을 내는 조명’.
3 이와신의 동물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퍼즐. 바닥재와 장난감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4 김태민의 ‘테이블 자’.
5 이광호의 ‘Weave your lighting’.

사용자가 반을 채워주는 디자인
몇몇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모양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쓰는 것을 거부했다. 이들은 사용자들에게 미완성의 작품을 내밀며 말한다. “아니, 이 재미있는 디자인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뭐 해요?” 바르셀로나의 호르디 카누다스Jordi Canudas는 ‘부숴야 빛을 내는 조명’을 선보였다. 조명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건 도자기로 구운 계란형 조명기구와 망치뿐. 망치의 뾰족한 부분으로 콕콕 구멍을 내어 도자로 만든 조명기 표면에 글씨를 쓸 수도 있고, 아예 밑동을 부수어버릴 수도 있다. 도자기가 많이 부서질수록 빛은 더 밝아진다는 논리이다. 부순 걸 돌이킬 수는 없지만, 분명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조명이다. 런던의 디자이너 헥터 세라노Hector Serrano의 옷걸이 조명기도 마찬가지. 옷걸이에 걸린 셔츠가 전등갓 역할을 한다. 걸리는 옷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고 모양도 달라진다. 이런 디자인들이 사용자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라면, 사물이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살짝 바꾼 것들도 있다. 박재문 씨는 냉면을 맛있게 먹다가 조명기구를 착안해냈다. 그에게 냉면 그릇, 쟁반, 뚝배기는 음식 담는 식기가 아니라, 전등갓이고 조명을 켜는 스위치다. 한편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김태민 씨는 치수를 재는 자를 모아서 큰 테이블을 만들었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쓰는 도구를 모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큰 도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가 문득 팔꿈치나 손가락 길이가 궁금해지면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단다.

6, 8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aA 디자인 뮤지엄의 ‘디자인 마피아’ 중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의자와 한스 베그너의 의자.
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열렸던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 전경.


디자인 명소가 선보이는 디자인 명작
힐스테이트 갤러리에는 찰스&레이 임스, 르 코르뷔지에, 조 콜롬보, 한스 베그너 등 디자인 역사 속에서 ‘명작’으로 입증된 거장들의 가구들이 소개되었다.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현재 가장 각광받는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전시·판매하고 있는 aA디자인뮤지엄의 큐레이터 강승민 씨가 기획한 <디자인 마피아>전이 그것이다. 디자인사의 중추신경과도 같으며 후배 디자이너들로부터 추앙받는 가구 디자인 거장들의 명작 19점을 선보였다.

“새로운 마켓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다” - 디자이너 이광호 씨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면?
어린 시절 본 어머니의 뜨개질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 줄의 전선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데, 피복 전선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전선으로 만들었다. 전기 코드에서 시작해 전구에서 끝나는 단 하나의 선으로 된 작품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겠다. 이 조명은 어머니가 짜준 옷처럼 유일하고, 특별하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여러 번 전시를 해봤지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나와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마켓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며 참가했다. 관람객들에게 나눠줄 작은 종이엔 “I am seeking for a sponsor”란 문구를 적었다. 한마디로 스폰서를 찾기 위해 나왔다.

직접 대중과 만나보니 어떤가?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실이나 숍에 놓겠다며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났지만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김이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