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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 지닌 무형의 가치를 예술로! Beautiful Art Collaboration
무릇 화장품이란 피부를 개선하는 기능이 뛰어나면 좋은 제품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드물게는 피부를 넘어 세상을 이롭게 가꾸는 화장품이 존재한다. 여기 일곱 가지 제품을 엄선했다. 이 제품이 지닌 아름다운 가치를 <행복> 표지를 장식했던 작가 일곱 명이 예술적 손길로 드러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 × 전재은 작가
‘A Metaphorical Place’

‘A Metaphorical Place’, mixed media on arches paper, 636×465mm, 2022
한국 4대 궁의 보존과 관리
우리나라 역사 속 왕후의 비법에서 출발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왕후의 품격과 숨결이 깃든 궁궐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앞장서왔다. 문화재청과 함께 한국 4대 궁의 보존 관리를 후원하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궁과 궁중 문화의 미학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해온 것. 2022년에는 경복궁의 대표적 왕실의 여성 공간인 교태전에서 궁중 정원인 향원정과 궁중 예술을 조명한 VR 전시를 개최했다. ‘천과 실을 오브제 삼아 그리는 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창조해온 전재은 작가. 그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물감을 올리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중첩을 담아낸다. 그만의 작업 방식으로 여성스러운 색채 미감을 여백에 채운 후,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대표 제품인 환유고와 궁의 기와지붕을 천과 금박, 스티치 작업으로 표현했다.


라프레리 × 차영석 작가
‘Mashup’

‘Mashup’, pencil, colour pen, acrylic gouache and coffee on Korean mulberry paper, 50×50cm, 2022
예술 작품 보존과 복원 후원
독자적 캐비아 과학으로 피부의 젊음을 유지하는 제품을 만들어온 라프레리. 나아가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타임리스timeless한 가치를 강조해왔다. 여러 방식의 예술 후원에 앞장서왔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추상미술의 대가인 피터르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존해 후세대가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에 동참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일상 속 오브제를 종이 위에 연필의 가느다란 선으로 지독하리만치 세밀하게 재현하는 작업으로 호평받아온 차영석 작가. 그는 라프레리의 아이코닉 아이템 스킨 캐비아 리퀴드 리프트의 상징 컬러인 코발트블루와 몬드리안 그림의 색채를 활용하고, 바우하우스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패키지 디자인의 기하학 형태 및 자연의 모티프인 캐비아와 나무를 결합하는 등 라프레리의 핵심 가치와 특징을 그만의 현대적이고 우아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이솝 × 이보영 작가
‘상생’

‘상생’, ink stick on Korean paper, 23×28cm, 2022
이웃과의 공존과 상생
성분 채취부터 제조와 디자인, 패키징,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진정성을 인정받아온 이솝.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그 지역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매장 인테리어를 들여다보면 이솝의 세심한 배려심을 느낄 수 있다. 현지 건축물에서 조달한 목재를 쓰고, 단열 효과가 높은 흙벽을 지어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시도하고, 빗물 재활용 시스템 등 수없이 많은 요소를 만날 수 있는 것. ‘자연과 상생’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일상 이미지를 한지에 담아온 이보영 작가. 그는 펌프 대신 스크루 캡을 장착한 이솝의 제품을 주인공 삼아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 풀과 각자의 꿈 또는 희망을 의미하는 애드벌룬을 공중에 띄웠다. 풀을 그리지 않은 곳에는 앙증맞은 배 한 척 놓음으로써 작품의 여백은 강물이 되었다.


겔랑 × 갑빠오 작가
‘Beecome’

‘Beecome’, digital drawing, 23×19cm, 2022185
지구의 보물인 꿀벌 보호
무려 1백94년 동안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해 화장품을 만들어온 겔랑은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답게 우리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생물 다양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혁신 등 여러 가지 활동 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 중 하나인 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양봉가를 후원하는 벌 보호 프로그램을 비롯해 ‘비 스쿨Bee School’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에게 기후변화와 꿀벌의 역할을 알려왔다. ‘갑빠오’라는 활동명으로 작업해온 고명신 작가는 마치 무심하게 낱말을 내뱉어 이야기를 전달하듯, 여러 가지 소재를 불규칙하게 나열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그가 천착하는 주제는 주로 관계와 소통으로, 아베이 로얄 어드밴스드 유쓰 워터리 오일과 꿀벌, 밀랍 등의 단상을 한 폭에 담아 겔랑의 가치를 풀어냈다.


디올 × 정재은 작가
‘영화영화榮華英花’

‘영화영화榮華英花’. 옻지ㆍ분채ㆍ봉채ㆍ먹, on lacquered paper, 29×37cm, 2022186
지속 가능한 원료 수급을 위한 디올 가든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시대를 앞서가며 여성의 스타일을 이끌어온 디올은 오래전부터 환경에 대한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가장 힘써온 부분은 지속 가능한 원료 수급으로, 이를 위해 디올은 디올 가든을 운영하며 진귀한 식물을 재배해왔다. 나아가 생물 다양성, 현지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재배 원칙 등을 고수하며 디올 뷰티 제품의 자연 유래 성분을 확보하고 있다. 형태와 구도는 전통 민화를 따르지만 채도가 낮은 색을 쓰며 독창적 민화를 선보여온 정재은 작가는 이러한 디올의 정신적 가치를 한지에 담아냈다. D.I.O.R이라는 알파벳 속에 피어오른 장미와 신제품 프레스티지 라 크렘므 인텐시브 리페어링 크림, 영화榮華를 바라는 모란을 담은 작품은 전에 없던 영문 문자도인 셈이다. 정재은 작가가 세심한 붓질로 재구성한 이 모던 민화 속 디올 가든의 정취가 참으로 고혹적이다.


라 메르 × 박노을 작가
‘공존’

‘공존’, acrylic on canvas, 30×30cm, 2022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기금 마련
바닷속 진귀한 해초에서 얻은 독자 성분 미라클 브로스TM를 주요 원료로 사용해 피부의 건강을 되찾는 제품을 만들어온 라 메르는 ‘바다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 모든 것을 바다로 돌려준다’는 취지로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라 메르 블루 하트 오션 펀드를 시작해 전 세계 해양 보존과 복원 노력을 기울이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어부나 지역 토착민과 협력해 북미 전역의 재생 해양 농업 모델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박노을 작가는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을 자신만의 맑고 깨끗한 색감으로 표현해왔다. 보는 이에게 자연스레 전해지는 그의 순수성은 어쩌면 선천성 백내장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앗아간 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청정 지역 어디 즈음인 것처럼 해맑은 바닷속 해초 틈에 라 메르의 대표 제품인 크렘 드 라 메르가 숨바꼭질하듯 몸을 숨겼다.


조 말론 런던 × 김지형 작가
‘Pyrus Refracta’

‘Pyrus Refracta’, pencil, color pencil, color ink, acrylic gouache on paper, 28×38cm, 2022
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자연의 힘
아름다운 향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행복감을 선사하는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은 10년 동안 정신 건강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데 자연이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널리 알려온 것. 예를 들어 정신 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정원사 교육을 받으며 한때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가꿈으로써 지역사회를 위한 보석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활동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김지형 작가는 하나의 줄기에서 서로 다른 꽃이 피어나 각각의 정체성이 뒤엉키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세계를 그려왔다. 익숙해 보이지만 낯선 식물을 판화, 일러스트, 드로잉, 콜라주 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온 그는 조 말론 런던의 신제품인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를 그만의 작품 세계관으로 표현했다.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