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와 실용성의 조화
궁궐 안내원 유니폼을 제안한 디자이너 최지형 씨는 궁궐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전통미를 살리면서도 궁궐 안내원이라는 역할에 맞는 실용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리느냐에 중점을 두었다. 편안한 마와 면 소재를 기본으로 사용했고, 색상 또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연한 베이지나 화이트에 딥 블루, 그레이를 조합했다. 또 동정의 변형과 비대칭적 칼라, 매듭을 사용한 누비 단추 등을 더해 전체적인 디자인에 재미를 주었다.
(왼쪽부터) 텐셀 소재의 패딩 조끼와 폴리에스테르 혼방의 블라우스를 겹쳐 입고 면 소재의 치마바지를 매치했다. 텐셀 소재의 패딩 코트와 텐셀&울 소재의 바지를 입었다. 모두 디자이너 최지형 씨의 작품. 베이지색 단화는 스코노, 베이지색 캔버스화는 수페르가 제품.
(왼쪽) 백의민족을 기억하다
이른 아침 궁궐을 찾을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여인의 단아한 모습을 떠올린 디자이너 김재환 씨는 백의민족에 바탕을 둔 하얀색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여기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비녀를 현대화해 액세서리로 사용, 스타일을 완성했다.
합성섬유 롱 코트, 면과 실크 혼방 조끼, 액세서리로 사용한 비녀는 모두 디자이너 김재환 씨의 작품. 갈색 플랫 슈즈는 캠퍼 제품.
(오른쪽) 단아하고 모던한 한국의 미
디자이너 고윤주 씨는 실용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모던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했다. 우리네 조상이 즐겨 입던 마 소재와 흰색, 검은색, 밤색 등 단아한 색상을 선택한 것도 모던하면서도 절제된 한복의 미를 보여주고 싶은 것. 조선 시대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선비의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입체적인 드레이핑을 통해 풍성한 형태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끝단을 파이핑 처리해 단정하고 모던한 느낌을 표현했다.
캐시미어 울 혼방 코트와 치마바지는 디자이너 고윤주 씨의 작품. 회색 슈즈는 캠퍼, 손에 들고 있는 찻잔과 도기, 나무 트레이는 리유 제품.
전통 배자를 떠올리다
2007년 <우리 옷, 배자>전에 출품한 한국 전통 배자를 디자이너 진태옥 씨가 재해석해 새로운 한국적 유니폼으로 탄생시켰다. 한국 고유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살리면서 공공 의복의 대량성을 감안해 제작했는데, 손이 많이 가는 누비나 손바느질, 매듭, 천연 염색 등을 대체한 현대적 공정 방법을 적용하면서도 전통적인 정서와 느낌은 잘 살려 완성했다.
(왼쪽부터) 보랏빛 실크 블라우스 위에 노란색 공단으로 만든 배자를 덧입고 아래는 그레이 톤의 팬츠와 스커트를 매치했다. 겨잣빛 실크 블라우스에 공단으로 만든 변형된 배자를 덧입고 베이지 톤의 팬츠와 스커트를 매치했다. 모두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작품. 상 위에 놓인 다기와 주전자, 찻잔은 모두 리유 제품.
(왼쪽) 한국 정원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다
옛 궁궐에서 명절 때 왕족이나 귀족이 화려하게 입고 다녔을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했다는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궁궐 안내원 유니폼. 목에 두른 스카프는 물론 코트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진분홍빛 컬러가 화사하고 아름답다.
캐시미어와 새틴 소재를 사용한 코트와 스카프는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작품.
(오른쪽) 색동저고리의 화려한 컬러
색동저고리의 컬러감을 살리면서도 색의 배치를 자유롭게 해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상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전통 의상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 하의는 기능에 맞게 좀 더 자유롭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선택할 수 있다.
코튼과 실크 소재로 만든 블라우스는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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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진태옥 씨가 꿈꾸는 한국의 유니폼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기획 전시 <생활 속의 아름다움 - 유니폼, 전통을 입다>에서 디자이너 진태옥 씨는 10명의 차세대 디자이너와 함께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한 유니폼을 선보였다. 평소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왔기에 이번 작업은 그에게 너무나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 디자이너 진태옥 씨가 꿈꾸는 한국의 유니폼 그리고 공공 디자인에 대해.
아름지기의 ‘유니폼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의 依 문화는 왕족이나 사대부의 자녀가 입던 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남다른 품위와 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폼을 보고 있자면 정갈하고 격식 있는 멋이 보이지 않아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어요. 옛날 조선 후기 왕족들이 입던 옷의 색감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히게 예쁘거든요. 아름지기에서 제안했을 때, 사실 지난가을에 일이 너무 많아 작업에 뛰어들 처지가 아니었음에도, 내가 자진해서 하겠다고 우겼어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이 일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덕분에 제 브랜드의 일도 제쳐두고 매달렸죠. ‘코리안 유니폼’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 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컬러와 실루엣이에요. 나는 이번 작업을 할 때 ‘까치까치 설날’이라는 단어에 궁궐 마당에서 뛰노는 예쁜 왕자와 옹주들을 떠올렸어요. 그러면 벌써 컬러가 떠오르죠. 화려하고 아름답잖아요. 이렇게 컬러를 다양하게 쓰고 싶어 고민도 수없이 했죠. 셔츠에 색동을 넣은 작품도 있는데, 본래 색동은 규칙적인 색 배열이 있지만 저는 자유롭게 했어요. 전통의 모티프만 살린 거죠. 또 우리나라 옷의 선은 굉장히 모던합니다. 그러므로 하의는 자유롭게 스트레이트 팬츠를 입거나,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를 매치해도 무리가 없어요. 현대 생활에서도 너무 편리하고 예쁠 것 같지 않나요? 이런 유니폼이라면 문화 상품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테고요. 외국 관광객이 하나쯤 살 수 있지 않을까. 컬러까지 다양하게 만든다면, 나 같으면 컬러별로 사서 선물할 것 같아요. 결국 코리안 유니폼도 공공 디자인의 한 부문인 셈인데요, 앞으로 우리의 공공 디자인이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한국에 뿌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현대인에 맞는 디자인을 접목해야죠. 결국 전통과 현대의 조합인데, 그래야 세계에 나가도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내가 한국 사람이기에 우리나라의 색과 소재가 예뻐 보이는 건 아닐까 하고 끊임없이 반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했죠. 다행히 지난번 유니폼 전시회 때 찾아온 외국인 지인들이 작품을 보고 너무 예쁘다고, ‘바로 이거’라고 평가를 내리더라고요. 결국 그들도 전통을 살린 디자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앞으로 참여해보고 싶은 공공 디자인 분야가 있으신가요? 우선 우리나라 궁궐 전체의 유니폼부터 바뀌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어디에서든 한국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통일된 디자인이 필요해요. 한국적인 무언가를 강하게 알릴 수 있는 포인트를 하나만 잘 살려도 충분하죠. 우리나라 공공 디자인에 그런 힘을 더해야 합니다. 앞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할텐데, 전통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대적으로 해석하라고 주문하면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어요. 나는 전통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전통과 현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들에게 ‘네 방식대로 풀어봐라’ 하면서 함께 작업해나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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