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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다] 감기 걸린 당신을 위한 면역학 개론

오늘은 겨울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저와 여러분을 위해 면역학 강의를 간단하게 하려고 합니다. 감기와 맞서 싸우는 면역계의 주역은 백혈구라고 부르는 세포들입니다. 붉은색 적혈구와 함께 피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순찰을 하기도 하고, 편도선과 같이 병균이 들어오는 길목에 포진해서 잠복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병원균이 한두 마리 침입하면 바로 붙잡아 먹어버리지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순간에도 백혈구는 몸 여기저기에서 강도를 잡아다가 벌주고 있을 겁니다. 늘 사소하게 벌어지는 일이라 아무 증상도 못 느낄 뿐입니다.

문제는 한꺼번에 적군이 몰려들 때입니다. 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보초병 백혈구가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사이렌을 울립니다. 그러면 근처에 있던 백혈구들이 몰려와 바로 대응사격을 시작하고 일부는 전사합니다. 이쯤 되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몸의 다른 기지(림프절)에서 근무하는 백혈구들에게까지 소집령이 내려집니다. 혈액을 타고 속속 전장에 도착한 백혈구들이 용감무쌍하게 백병전에 뛰어듭니다. 이때가 바로 코가 살짝 막히거나 침 삼킬 때 목이 칼칼한 단계입니다. 국지전이 벌어지는 곳에 혈액이 몰려들어 붉게 부풀어 오르지요. 이것이 ‘염증’입니다. 전국에 백혈구 소집령을 내렸으니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겠죠? 그래서 온몸이 피곤하거나 으슬으슬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이때 잘 먹고 푹 자고 제대로 쉬면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충성스러운 백혈구 군단은 제 몫을 다해내게 됩니다. 전사한 백혈구들과 적군을 대식세포라고 부르는 큰형님 백혈구들이 묵묵히 청소해내고 살아남은 백혈구들은 각자 무용담을 안고 돌아가지요. 다음에 비슷한 놈들이 쳐들어올 때는 훨씬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겠지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때론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고 전면전으로 치달을 때도 있습니다. 적군의 힘이 너무 세거나 백혈구의 힘만으로 막아내는 데 실패한 경우지요. 코나 목에 있는 국경을 뚫고 전장을 넘어 바이러스가 온몸으로 퍼져 심한 고열이 나고, 흠씬 두들겨 맞은 듯 근육통이 생기고, 기침에 콧물에 범벅이 됩니다. 바이러스는 높은 온도에 취약하기 때문에 근육세포가 아픈 것을 무릅쓰고 열심히 열을 생산합니다. 그래서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하지요. 또 폐와 기관지, 콧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열심히 씻어내기 위해 기침과 콧물이 심해집니다. 이 모든 증상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혼란이 아니고 내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들어내는 면역 활동이지요. 다행히 대부분 며칠 안에 몸속에 숨어든 감기 바이러스는 모두 박멸됩니다.

이렇게 우리 면역 시스템은 평시 순찰 방범 활동, 국지전, 전면전의 3단계로 물샐 틈 없이 내 몸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면역 시스템을 조금 더 도와주고 올겨울을 감기 걱정 없이 슬기롭게 날 수 있을까요?
첫째, 평소 코와 목의 국경 지대에 있는 방어벽을 튼튼하게 해주세오.
평소 코를 후비거나 자주 만지지 말고 매일 저녁 생리식염수로 콧속을 씻어내면 아주 좋습니다. 집에서 쓸 수 있는 코 세척기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 이용해도 좋겠네요. 목감기가 자주 걸리는 분이라면 매일 저녁 양치 후에 전문 제품으로 목을 가글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 목과 코의 방어력에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습도입니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점막이 말라 비틀어져 바이러스가 드나들 틈새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습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둘째, 코감기나 목감기가 시작되는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고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목이 칼칼하거나 코가 맹맹해지려는 느낌이 들 때, 몸이 갑자기 피곤하거나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 때는 아직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지 않고 국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초기 진압을 한답시고 독한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소염제는 바이러스에게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반대로 우리 백혈구들의 활동을 억제해서 염증을 진정시키는 약입니다. 항생제도 감기 바이러스에 전혀 듣지 않을뿐더러 우리 창자 속에서 면역력을 돕는 이로운 균만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초기 증상을 바로 알아차리고 잘 먹고 푹 자고 제대로 쉬는 것이 면역력을 돕는 원칙입니다.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면역력에 오히려 부담을 줍니다.
셋째, 온몸이 아픈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 점을 기억하십시오.
‘내가 아픈 모든 증상은 겪어서는 안 될 병적 증상이 아니라, 내 백혈구를 도와 병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고열이 생긴 것도 다행이고 근육통도 감사한 일이지요. 합병증이 우려되는 심각한 경우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너무 유난스럽게 힘들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민관군 합동훈련처럼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면역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한 가지 정보를 더 드릴게요. 비타민 AㆍBㆍCㆍDㆍE와 셀레 늄이 함유된 종합 미네랄 제품, 오메가 3 오일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다고 책에 나옵니다. 시중 제품을 활용해보세요. 아, 눈치채셨다고요? 네, 위 영양 성분들은 면역력뿐만 아니라 몸에 전반적으로 좋은 것들이죠. 면역력을 콕 집어 좋아지게 하는 약이나 영양제는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져야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글을 쓴 김정우 원장은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상락
재에 ‘한국행복의학연구소’를 열고 연구와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해피에이징 클리닉을 이끌면서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담당 김현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