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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터뷰] 네 나라 네 가족, 옷으로 이야기하다
문화 비평가 마셜 매클루언 Marshall McLuhan은 ‘이세상 전체는 하나다’라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 넓고 넓은 세계가 마치 ‘한마을’과 같다는 것이죠. 그렇게 각 나라의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왔지만 그렇다고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바로 전통 의상이 그렇습니다. 한국, 덴마크,일본 그리고 앙골라와 벨라루스까지 국적이 다양한 네 가족이 전통 의상을 입고 그 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Korea 국회의원 차명진 씨 부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과 YMCA 은학의 집 관장이자 사회복지사인 서명희 씨는 한복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결혼할 당시 주례를 부탁드린 선생님께서 꼭 전통 혼례를 올려야만 주례를 서준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이 부부는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원래 우리나라의 전통 혼례는 남녀가 평등하게 치르는 것이라고 해서, 식장에 들어설 때에도 한복을 입고 나란히 입장했다. 서명희 씨의 아버지가 꽤 아쉬워했는데도 말이다.
“한복만큼 멋지고 예쁜 옷이 어디 또 있나요? 특별한 날 입을 만한 가치가 있죠.” 차명진 의원은 몸의 형태를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우아한 곡선을 드러내는 한복만의 ‘넉넉한 선’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전한다.

한복 이야기 한복은 시대에 따라 색감은 물론 소재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차명진 의원이 전통 혼례를 올리던 때가 벌써 20년 전이니, 분명 지금의 한복과는 많이 달랐을 터. 그는 전통 혼례를 올리던 날옥색 두루마기를 입었는데, 촬영을 위해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훨씬 진한색이었다고 기억한다. 약간은 촌스러운 듯 진한 옥색 두루마기를 입고, 아내는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었다고. 아내 서명희 씨는 그 옛날 진한 색감의 옷보다 지금의 은은한 색의 아름다움이 훨씬 예쁘다고 강조한다. 한복에도 트렌드가 있는지라 연하고 은은하게 흐르는 옷감을이용한 한복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차명진 의원이 입은 춘포 春布 두루마기, 화조문 바지저고리, 안경, 전통 방식으로 만든 세조대 細條帶, 서명희 씨가 입은 화조문 치마저고리, 생명주 단속곳, 낙지발 노리개, 호박과 비취 쌍가락지는 모두 은채 제품. 민화는 정성옥 작가의 작품.


Denmark 덴마크에서 온 한센 씨 가족
덴마크 대사관에 근무하는 메테 Mette 씨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남편 모르텐 Morten 씨와의 사이에 오스카 Oskar와 에밀 Emil 두 아들을 두었다. 덴마크 전통 의상은 여성의 경우넓다 싶을 만큼 치마를 풍성하게 연출하고, 남성은 흰 양말을 신고 무릎길이의 바지를 입기 때문에 사실 현실과 쉽게 어우러질수 없는 스타일이다. “다른 나라의 전통 의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지만, 덴마크의 전통 의상은 오늘날의의상과는 거리감이 있어요.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이면 한국사람들은 한복을 입지만 저희는 박물관이나 어떤 행사가 있을때 전통 의상을 입는 이들이 있죠.” 그래서 이번 촬영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한센 씨 가족.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걸 보니, 전통 의상에는 분명 그 나라 사람을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힘이 있는 모양이다.

덴마크 전통 의상 이야기 일반적으로 덴마크 여성은 블라우스 위에 스카프를 매고, 금실이나 은실로 장식한 화려한 치마 속에 풍성한 페티코트를 받쳐 부풀려서 입는 것이 전통이다. 남성은 스웨터 위에 재킷을 입고, 무릎길이의 짧은 바지 아래에 흰 양말을 신는다. 메테 씨가 두른 머플러는 제이미 앤 벨 제품. 에밀이 입은 셔츠와 조끼는 아가방, 보타이는 제이미 앤 벨, 로퍼는 소다 키즈 제품. 오스카가 입은 카디건과 셔츠는 엘르, 보타이는 제이미 앤 벨, 바닥에 놓인 로퍼는소다 키즈 제품. 모르텐 씨가 손에 든 페도라는 제이미 앤 벨, 신발은 홉킨스 제품. 테이블 위에 놓인 디너웨어는 로얄 코펜하겐, 꽃병으로 쓴 제품은 덴스크, 테이블과 의자는 폴 리빙 제품.


Japan 일본에서 온 야마키 씨 부부
일본 나카무라 조리제과 전문학교의 한국 분교인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제과 교육을 담당하는 야마키 켄타로 씨는 후쿠오카에 있는 본교에서 실습생 교육을 하던 시절, 광고 담당이던 지금의 아내 루미코 씨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6월, 아내가 서울로 건너오면서 비로소 신혼의 재미를 맛보기 시작했다. 나란히 기모노를 입고 선 이 부부도 요즘 젊은 세대들이 그렇듯 기모노를 입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성인식이나 대학 졸업식, 결혼식처럼 축하하는 자리여야 기모노를 갖춰 입을 일이 생깁니다.” 전통 의상인 만큼 좀 더 많이 입을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켄타로 씨. 현재 그가 가르치는 일본 제과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아마도 양질의 재료를 사용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려한 장식은 순간의 이목을 끌 뿐이죠.” 얼마 전 켄타로 씨가 가르치던 아카데미 3기생이 졸업을 했다. 조만간 그의 섬세한 손맛을 닮은 파티시에가 만든 달콤한 페이스트리를 맛볼 날이 기대된다. 

기모노 이야기 기모노는 길고 넓은 소매가 달려 있으며 일직선으로 된 깃이 달린 T자형의 긴 겉옷이다. 남녀 공용으로 입을 수 있지만, 여성은 몸 주위를 감싸는 형태로 왼쪽 부분이 오른쪽 부분을 여미도록 입어야 하며 ‘오비 おび’라고 하는 넓고 긴 허리띠를 두른 후 등 뒤로 묶어 옷을 고정한다. 이에 비해 남성 기모노는 매우 단순하며, 소매는 여성 기모노와 달리 밑부분까지 기모노의 몸판에 모두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소매가 약간 좁은 편이다. 기모노를 입을 때는 보통 전통 신발(조리 또는 게다)과 발가락 부분이 나뉜 버선 (たび 다비)을 함께 신는다.

일본식 찻장과 책상, 옛날 일본식 주전자와 도기,차기 세트는 모두 대부 앤틱 제품, 찻장 위에 놓인 정종잔 세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Angola&Belarus 앙골라에서 온 콩고 가족
한국과 앙골라 사이에서 자원과 기술을 교류하는 일을 하는 세르지오 Sergio 씨와 동화책 그림 작가인 발렌티나 Valiantsina 씨 부부. 지난 2000년 한국에 온 세르지오씨는 대학원에 다니던 중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벨라루스 출신의 지금의 아내 발렌티나 씨를 만났다. “다른 아프리카 사회가 그렇듯 앙골라는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고, 사회적으로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이나 지도층 사이에서도 보편적인 일입니다.” 지금 이들 부부는 여섯 살 난 딸 에리카 Erica 까지 단란한 세 식구로 산다. 사실 일반인은 아프리카 대륙 분위기가 모두 비슷할 것이라고 여겨 전통 의상 역시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통 의상을 보여주겠다며 앙골라 전통 의상과 소품을 몇 개씩이나 가져와 보여준 세르지오 씨 가족. 면 소재로 시원하고 편안하게 만든 의상도 있지만, 비옷처럼 물이 흡수되지 않을 만한 소재에 색감만 강렬하게 염색한 의상도 있었다. 앙골라 특유의 문양이 프린트된 셔츠도 보여줬는데, 이것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변형된 전통 의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앙골라 전통 의상 이야기 앙골라의 전통 의상은 파노 pano와 카프탄 caftan, 부부 booboo로 대표된다. 우선 파노는 천 위에 비즈왁스로 패턴을 그린 다음 그 천을 염색해 완성품을 만들어, 몸에 두르거나 감싸는 것이다. 카프탄은 하나 이상의 판을 함께 바느질해 만든 드레스로 소매를 붙이거나뗄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소매가 필요 없을 만큼 충분히 넓다. 또 소매를 위해 틈새를 만들거나 구멍을 낸다. 부부는 전통적인 남성 셔츠를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넓적다리까지 내려올 만큼길고 자수나 프린트한 디자인이 목 부위와 팔의 경계선 부분을 감싸고 있다. 컬러풀한 특유의 문양을 프린트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발렌티나 씨가 착용한 반달 모양 목걸이와 귀고리는 제이미 앤 벨 제품. 딸 에리카의 의상은 본인 소장품. 브라운 스카프와 나무 소재 목걸이, 작은 자개로 엮은 팔찌와 실버 장식의 가죽 팔찌는 모두 제이미 앤 벨 제품. 세르지오 씨가 입은 의상은 본인 소장품. 실버 목걸이와 가죽 팔찌는 제이미 앤 벨 제품.

네 가족이 전하는 각 나라의 문화 이야기
차명진 의원의 민화 “가장 좋은 그림은 그 사람의 생각과 생활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련미만 강조하면 그 그림은 불필요한 포장이나 치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그림이 아니라 민화를 보고 그 당시 시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차명진 의원은 민화야말로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차 의원은 순간순간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데, 결국 자신의 그림이 ‘민화’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작 연대나 작가를 모르는, 일반인이 그린 그림인 민화는 그들의 생활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만큼 전문가의 그림보다 민화를 통해야 그 당시의 시대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민화를 통해 사람들은 자손의 번영이나 출세, 무병장수 같은 소망을 기원했으며, 거창한 작품을 위한 그림이 아닌 가벼운 장식을 위해서 그렸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사물의 묘사나 되레 현실성 없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메테 씨의 덴마크 디자인
“덴마크는 디자인과 건축, 공예와 관련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요. 덴마크의 디자인 콘셉트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깨끗하고 clean, 단순하며 simple, 기능적이고 functional, 고품질 high quality’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메테는 이런 점 때문에 덴마크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에서는 이제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통 요소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로얄코펜하겐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블루 페인팅이 젊은 세대를 위해 오렌지, 그린, 레드, 바이올렛 등 다채로운 페인팅으로 바뀌는 것이 그 예다. 장난감 레고 Lego나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는 뱅앤올룹슨Bang&Olufsen, 위의 4가지 키워드를 잘 살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노먼 코펜하겐Normann Copenhagen 등 다양한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덴마크 제품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켄타로 씨의 일본 차 촬영을 위해 일본식 찻주전자와 잔을 든 켄타로 씨의 모습이 순간차분해졌다. 일본 다도를 보듯이 말이다. 차 문화는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동아시아 지역까지 고루 영향을 끼친 문화다. 다만 각 나라마다 다른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차이점.
중국 당나라 때 차 열매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시작된 차 문화는 700년의 역사를 가졌다. 초반에는 천황을 비롯한 귀족 사회에서 호화스럽게 즐기던 문화였다가 15세기 중반에 이르러 소박하면서도 차분한풍조로 유행했다. 일본의 다도는 단순히 차라는 음료를 마시는 과정에서 단지 그 맛을 음미하는 데 그치지않고, 여러 사람이 모여 차를 달여 마시는 순서와 차를 대하는 자세, 다구의 제작 양식 등을 일정하게 정하고 각 단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즐기는 방식이다.켄타로 씨는 일본 다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잎차가아닌 가루차를 마실 것을 추천했다.

세르지오 씨의 앙골라 음악 앙골라는 훌륭한 조각품이나 패브릭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유명하며, 또 막강한 축구팀이 있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르지오 씨는 꼭 알아야 할 문화로 앙골라의 음악을 꼽았다. “앙골라 음악은 폭넓은 음악적 유행과 흐름에 의해, 그리고 정치적 역사에 의해 골격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앙골라는 포르투갈어를 쓰기 때문에 브라질과 쿠바 뮤직의 영향도 받았죠.” 400여 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공용어로 포르투갈어를 쓰고 기독교인이 많지만, 반투 bantu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반투족은 아프리카 종족 가운데 하나로 고유의 언어와 방언을 쓰는데, 이들의 문화가 앙골라 문화에 스며들어 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음악 장르가 있지만, 앙골라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루안다는 앙골라 메링게 merengue(빠른 춤곡)와 키좀바 kizomba(앙골라에서 탄생한 가장 인기 있는 댄스 음악 장르 중 하나), 셈바 semba(앙골라의 전통 음악으로 브라질의 삼바와 비슷하다)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윤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