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패션 인터뷰] 옷만 봐도 한 가족
무한한 애정을 쏟지만 때로는 쉽게 상처도 받고 서로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며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존재, 작가 잭 캔필드는 <가족,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라는 책에서 가족을 이런 존재로 그려냈다. 서로 바라보며 서로 닮아가는 일곱 가족의 패션 이야기.

프렌치 감성의 스트라이프
“요즘 태오가 매일 머린 룩을 입거든요.”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아린 씨가 가족이 모두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로 머린 룩을 이야기한 데에는 아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유가 더 컸다. 물론 스트라이프를 워낙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 테지만 말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김아린 씨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구겨진 레페토로 대변되는 프렌치 시크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는 어머니이자 설치미술가인 양주혜 씨도 마찬가지.
“굳이 멋을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멋스럽죠.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해 보이니까요.”
양주혜 씨가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매듭 장식 페이턴트 플립플롭은 에이폴 스토리, 사브리나 팬츠는 빈폴 레이디, 뱅글은 아즈나브르 제품. 임태오 군이 입은 데님 소재 셔츠형 점프슈트는 갭 키즈 제품. 김아린 씨가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하이 웨이스트 스커트는 빈폴 레이디, 오픈토 슈즈는 나인웨스트 제품.


고급스럽고 세련된 클래식 슈트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여의도 파크센터 서울의 총지배인 이민영 씨와 아내 피아니스트 이은주 씨는 평소 편안한 스타일을 고집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클래식한 슈트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공연과 연주 활동이 많은 이은주 씨는 물론, 이민영 총지배인 역시 연말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꼭 필요하기 때문. 이제 호텔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만큼 자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는 그. 이날 클래식한 블랙 슈트와 드레스는 오래전부터 이들 부부의 옷이었던 것처럼 아주 잘 어울렸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니트
“둘 다 지나치게 갖춰 입은 딱딱한 스타일은 싫어해요.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여러 아이템을 스스로 맞춰보며 입는 걸 즐깁니다.”
아트 디렉터이자 작가인 엄마 김현성 씨와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MD로 자신의 행보를 시작한 딸 최윤희 씨는 언제나 옷을 함께 입는다. 이는 훌쩍 큰 키에 늘씬한 몸매마저도 닮았으니 가능한 것. 신발 사이즈만 달라 같이 신지 못할 뿐 이들 모녀는 좋아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잘 살려주는 편안한 니트나 카디건이 모녀가 가장 즐겨 입는 아이템이라고.


캐주얼의 대명사, 라운드 티셔츠
한국종합예술학교 김민성 이사장은 입으려던 티셔츠가 없어지면 아들 방으로 향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방 안에 있거나, 아니면 아들이 이미 입고 나간 상태.
“아버지 옷장에 있는 라운드 티셔츠를 제 옷처럼 꺼내 입어요. 제 남동생도 마찬가지죠.” 옷 때문에 숱하게 다투는 자매 이야기를 듣는 듯해 살짝 웃음이 났다. 김민성 이사장과 아들이자 연극배우인 김태형 씨 둘 다 평소 티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내추럴한 스타일의 소유자. “편안한 매력 때문에 라운드 티셔츠만 사다 보니 주변에서 그만 사라고 할 정도가 되었죠.”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나란히 선 모습이 썩 잘 어울리는 걸 보니 당분간 부자의 티셔츠 전쟁(?)은 계속될 듯싶다.


활동적인 밀리터리 룩
“남자아이 옷은 밖에서 뛰놀다 더러워져도 쉽게 세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아이가 입는 옷인 만큼 원단도 좋아야겠죠.”
‘어거스틴’이라는 이름으로 아동복을 디자인하는 진경원 씨는 어느새 두 아들의 엄마답게 옷 스타일이 바뀌었다. 세탁하기 쉽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옷으로. 빈티지한 느낌의 캐주얼 스타일이 진경원 씨와 두 아들이 즐겨 입는 의상이다. 두 아들도 서로 같은 옷 입기를 좋아하고, 특히 엄마가 만든 옷을 같이 입는 걸 아주 좋아한다. “셋이서 같은 옷을 입는 것은 큰 행복이에요. 통일감과 결속감이 든다고나 할까요. 엄마와 아들 그 이상으로 돈독해지는 느낌이죠.”


화려하지만 품격 있는 슈트와 드레스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교수 박영호 씨와 아내이자 뮤지컬 배우인 문지원 씨가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패션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원 씨는 그날 이후 하나씩 그의 패션을 바꿔주기 시작했다. 직업에 맞도록 격식을 갖추면서도 베이식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그러던 그도 점차 그녀에게 옷을 골라주고 구두를 선물하는 일이 잦아졌다.이렇게 서로의 패션을 존중하게 된 그들. 서로의 패션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덕분일까? 드레시한 느낌의 슈트와 드레스가 이만큼 완벽한 커플 룩으로 보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원피스
엄마와 딸은 체격까지 닮는다더니, 아직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은 엄마를 닮아 또래보다 키가 훌쩍 크다.
대학에서 승무원이던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를 가르치는 동시에 뷰티 브랜드 아이오페의 모델로도 활동하는 김우영 씨와 딸 박선우 양이 나란히 들어오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출산을 경험한 후 체형이 바뀌다보니 딱 맞기보다는 여유가 있는 라인을 찾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지나치게 넉넉하기보다는 적당하게 몸에 맞추는 것이 더 예뻐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딸과 함께 나란히 입은 원피스가 그 해결책이 되었다. “선우와 외출할 때에는 색을 맞춰 입기도 해요. 내가 빨간 옷을 입으면 선우는 빨간 슈즈를 신죠.” 이런 소소한 재미 덕분에 이들 모녀의 외출은 늘 즐겁다.

가족, 서로를 닮아가다

설치미술가 양주혜 씨와 딸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아린 씨, 아들 임태오 군, 남편 임승수 씨
양주혜・김아린 씨 모녀는 8개월 된 손자이자 아들인 태오를 바라보며 만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 모녀는 설치미술가와 레스토랑 컨설턴트라는 각자의 일로 매일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김아린 씨는 주말만큼은 아들과 함께 오롯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해낸 멋진 아이디어 하나. “평소 출장이 많거든요. 그래서 출장 시 들르는 도시의 엽서를 하나씩 사서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훗날 아이에게 멋진 추억이 되겠죠?” 김아린 씨는 오픈 예정인 메디컬 센터 차움의 안티에이징 퀴진과 티 바뿐만 아니라 회현동에 건설 중인 스테이트 타워의 푸드 존 food zone 전체를 컨설팅하느라 분주하다. 바쁘기는 어머니인 양주혜 씨도 마찬가지. 그는 인터뷰 전날에도 경기도미술관이 위치한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 공간에서 열린 <유원지에서 생긴 일-Works in the open air> 오픈식에 참여하는 등 여름 내내 분주하게 보내
고 있다. “가을에도 조형물 하나를 완성하고 내년 개인전도 준비하려면 하루하루가 빠듯할 것 같아요.” 이들 모녀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마저도 닮아 있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여의도 파크 센터 서울 총지배인 이민영 씨,
아내 피아니스트 이은주 씨

“호텔리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야 한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 그 자리에 올라보니, 참 맞는 말인 것 같더군요.” 세계적인 호텔 리조트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총지배인이 된 이민영 씨. “그동안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더욱 신경 쓰게 되더군요. 호텔 전체를 대표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총지배인의 위치는 다방면의 지식을 갖추는 일도 중요해 문화 예술 분야에도 항상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아내인 피아니스트 이은주 씨만큼이나 피아노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을 정도라고. 앞으로 한국 메리어트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 바쁜 몇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에서 호텔리어로서의 신뢰감이 느껴졌다.


아트 디렉터 겸 화가 김현성 씨, 딸 로로피아나 MD 최윤희 씨
큰 키에 늘씬한 체격부터 서로 빼닮은 김현성·최윤희 모녀는 마치 자매 같았다. “저는 순수 회화를 전공했지만 10년 이상 아트 디렉터로 살았어요. 3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 작업을 시작했죠.” 바쁜 일상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지만 김현성 작가는 딸 최윤희 씨와 함께 지내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고. “윤희가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생활했거든요.” 프랑스에서 패션 경영학을 전공한 윤희 씨는 까다롭다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수석으로 졸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현지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김현성 씨는 한국으로 들어오도록 설득했다. 시집보내기 전까지라도 딸과 함께 애틋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딸이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됩니다. 제가 작가로서 어떻게 나아갈지 스스로 기대하는 것처럼요.” 모녀가 가장 닮은 것은 외모보다도 그들의 기질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이사장 김민성 씨, 아들 연극배우 김태형 씨
문화 예술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설립한 지 8년이 지났다는 김민성 이사장. 뉴욕 파슨즈나 FIT처럼 세계적인 학교로 키워나가는 게 꿈인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이 가득하다. “우선 현재 빠져 있는 미술학부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5년 뒤에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는 극장과 영상 센터를 갖춰 종합 타운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런 교육 사업에 아들이 힘을 보태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연극영화학과에 덜컥 합격하더군요. 내가 걸어온 길이어서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만두고 학교 일을 도와줬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 김태형 씨는 요즘 뮤지컬 <잭 더 리퍼 Jack the Ripper>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님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돼요. 내가 좋아하고 나와 잘 맞으니까, 모든 일이 어렵지만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일이니 스스로 겪어봐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민성 이사장. 그리고 좋은 환경에 있음을 감사하며 더 열심히,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는 아들 태형 씨. 이렇게 두 남자는 서로를 믿고 응원한다.


아동복 어거스틴 디자이너 진경원 씨, 큰아들 도형준 군, 작은아들 도형우 군
디자이너 진경원 씨는 두 아들에게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입힌다. “애들 옷을 사서 입혀보니 가격이 만만찮더라고요. 그렇다고 품질과 가격이 항상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결국 내가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작은아들이 두 살 되던 해 아들의 이름을 따서 ‘어거스틴’이라는 아동복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쌓아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되더라며 말을 이었다. “구호가 론칭했을 때 홍보 담당으로서 본격적으로 패션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미국 파슨즈에서 패션 디자인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미국 갭에서 10년 동안 머천다이저로 일했죠. 그때의 경험이 어거스틴을 꾸려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입을 옷이기 때문에 좋은 원단을 구하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평상시에는 편안하게 입히지만 아이 옷이라고 해도 스타일리시한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는 진경원 씨. 두 아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옷을 좋아하는 걸 보니, 아이들도 벌써부터 안목이 남다른가 보다.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교수 박영호 씨, 아내 뮤지컬 배우 문지원 씨
남편 박영호 씨는 강의에다 모바일 콘텐츠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원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 분주하고, 아내 문지원 씨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9월 8일부터 초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궁> 연습에 한창이다. 순간 남편은 학교에, 아내는 공연장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졌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신기하게도 주변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고요.” 박영호 교수가 뮤지컬로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문지원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때마침 공연하기로 한 뮤지컬이 완전히 취소되는 정말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한 학기 수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부부의 연까지 맺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매일 옷을 챙겨주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본인이 좋아하는 슈즈를 선물한다는 이들. 연신 미소 띤 얼굴이 과연 새내기 부부답다.


승무원 교육 강사 김우영 씨, 딸 박선우 양
단아한 이미지의 엄마 김우영 씨 손을 수줍게 잡고 스튜디오에 들어선 딸 박선우 양. 이들을 촬영하는 동안 김우영 씨 포즈가 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더니, 과거 승무원 시절 회사 홍보 모델로 활약했단다. 후배 승무원 양성을 위해 대학 강단에 서는 김우영 씨는 뷰티 브랜드 아이오페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한다. “그저 새로운 경험이고 일상의 활력이 되어 즐겁게 하고 있을 뿐이죠. 전문 모델로 활동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우선 자신의 뒤를 이를 후배를 가르치는 일에 더 분주한 그. 하지만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 그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사무장으로 일하는 남편은 비행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큰아이도 공부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에 이들 모녀가 더 애틋하게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출하기 전 컬러 포인트를 하나씩 맞춰 입고 나란히 나서는 이들 모녀의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사랑스럽다.

김윤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