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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여드름의 원인과 해결책 얼굴에 핀 붉은 꽃을 잠재우려면
매년 4월이 되면 여드름 환자가 부쩍 늘어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우내 메말랐던 피부가 조금씩 피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비 사막에서 불어오는 누런 먼지가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여드름 환자의 나이가 매년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춘기 청소년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여드름이 심지어 폐경이 가까운 어머니에게서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이렇게 주름과 여드름이 뒤섞여 있는 나이 든 여드름이 많아지다 보니‘성인 여드름’이라는 별도의 이름까지 생겨났습니다. 이 성인 여드름은 단순한 피부 문제로만 보기엔 원인이 복잡합니다. 치료도 쉽지 않고요. 얼굴 피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솜털 구멍, 즉 모공이 있습니다. 모공 속에는 피지선이라는 기름 만드는 샘이 붙어 있는데요, 여기에서 만든 피지가 솜털을 타고 올라와 피부에 퍼져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피지는 피부를 윤택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지요.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 ‘피지’ 분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모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또 피지 분비량이 크게 변화가 없는데도 모공 입구에 ‘각질’이 쌓여 막혀버리면 피지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역시 모공이 팽창합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피지를 먹고 사는 ‘세균’이 통통해진 모공 속에서 번식하면 마침내 ‘짠!’하고 여드름 염증이 일어나고 마는 것이지요. 이것이 흔히 설명하는 여드름의 해부생리학입니다. 여드름을 일으키는 범인으로 세 가지를 지목하고 있지요. 피지, 각질, 세균.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에서, 약국에서, 광고에서 저마다 비슷한 약속을 합니다. “무슨 무슨 레이저로 세균을 끝내주게 죽여줍니다”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피지를 싹 말려줍니다” 등등. 숱한 여드름 환자 덕분에 꽤 짭짤한 돈벌이를 해온 저 역시 이런 말초적 약속들을 했습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고, 뭐 꼭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다들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잠깐 여드름을 감춰놓는 데만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피지, 각질 그리고 세균. 이것들이 성인 여드름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지극히 말초적 원인들에 불과합니다. 방 천장의 벽지 여기저기가 눅눅해지면서 얼룩덜룩 곰팡이로 지저분해졌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팡이제포’를 뿌릴까요? 좀 더 방습 기능이 있는 고급 벽지로 바꿔 도배해볼까요? 분명 일시적으로 깨끗해 보이겠지요. 그러나 만약 건물 속의 파이프에서 물이 새어 곰팡이가 생긴 것이라면? 온갖 치료를 다 받아봤어도 지긋한 나이에 여드름이 지긋지긋하게 계속된다면 반성해보세요. 물 새는 벽에 매번 새 벽지로 도배하고 ‘팡이제로’를 뿌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가.
자명종이 채 울리기도 전에 아침 햇살을 받고 가뿐하게 눈을 뜨셨어요? 허겁지겁 양말을 신기 전에 우유와 시리얼 정도는 챙겨 먹을 짬이 있죠? 매일 시원하게 변을 보시나요? 오늘 하루 꼭 해야 할 일보다 꼭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 신나죠? 건강한 식단으로 즐겁고 느긋하게 꼭꼭 씹어 먹고, 단맛 나는 콜라나 커피보다 은은한 향의 차를 훨씬 더 좋아하시나요? 하루 종일 마음 나누고 고마워할 일이 많은가요? 실수 좀 하면 어때, 일이 좀 안 풀리면 어때, 타고난 낙천주의자세요?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내가 머무는 공간이 늘 쾌적하도록 가꾸고 초록 식물 몇 가지쯤은 안 죽이고 키울 자신이 있죠? 저녁 약속 없이 일찍 들어가 따뜻하게 샤워하고 나만의 시간을 만끽할 예정이라고요? 보송보송한 베개와 포근한 이불이 꿀맛 나는 잠결로 나를 인도하겠지요?
10개의 질문에 ‘아니요’가 7개 이상이라면 여드름의 원인과 치료법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마세요. 뒤바꾸어 매일 10개 중 7개만 자신 있는 ‘예’로 바꾸어보세요. ‘예’라고 대답하는 항목은 매일 바뀌어도 좋습니다. 이번 봄, 앞으로 한 달 동안만 무조건 매일 7개 이상의 ‘예’를 만들어보시고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세요. 몸과 마음의 소소한 여유 그리고 평화. 이것이 성인 여드름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비방입니다. 그렇게 했는데 성인 여드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땐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평생 책임지고 무료로 진료해드리지요!

이 글을 쓴 김정우 소장은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현재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서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면서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

김정우 소장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