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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터뷰] 변정수를 움직이는 세 가지 힘
늘 궁금했다.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에너지가 솟아 나오는지. 드라마 출연에 방송 진행, 사업 그리고 두 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야말로 일인 다역을 척척 해내는 변정수 씨를 움직이는 힘은 그를 신나게 만드는 일, 아늑하고 편안한 집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 있었다.

변정수 씨 가족의 다이닝 룸은 식사 시간 외에도 오손도손 모여 앉아 그날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벽에는 큰딸 채원이가 케냐로 자원봉사 활동을 갔던 기억을 떠올려 직접 그린 그림이 멋스럽게 걸려 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샹들리에는 이탈리아 무라노 글라스로 만든 제품. 식탁은 체키니 by 제인 인터네셔날에서, 남편 류용운 씨가 앉아 있는 블루 컬러의 임스 체어는 비트라에서 구입했다.

변정수 씨가 입은 메탈릭한 롱 재킷과 스커트, 시폰 블라우스는 모두 샤넬, 빈티지 메탈 뱅글은 THE JIK, 와이드 벨트는 H&M 제품. 큰딸 채원이가 입은 새틴 소재 셔츠 원피스와 스타킹, 원형 스톤 장식의 골드 네크리스 모두 샤넬 제품, 벨트는 모델 소장품. 작은딸 정원이가 입은 더블브레스티드 코트는 봉쁘앙, 체크 원피스는 빈폴 키즈, 나비 장식의 헤어밴드는 액세서라이즈 제품, 코르사주 벨트는 모델 소장품. 남편 류용운 씨가 입은 코튼 재킷과 팬츠, 라운드 넥 티셔츠, 체크 셔츠 모두 H&M 제품.



(왼쪽) 발리에서 직접 가져온 에스닉풍의 문을 사용해 드레스 룸 입구를 장식했다. 그 옆으로 놓인 영국에서 건너온 빈티지 자동차 장식품은 그가 미국에 머무를 때 수집한 소품. 재미난 일러스트가 그려진 서랍장은 에네제로의 발렌티나 서랍장 by 제인 인터네셔날 제품.

변정수 씨가 입은 이국적인 시폰 원피스와 원형 우드 네크리스는 입생로랑, 위빙 스웨이드 샌들은 샤넬 제품. 큰딸 채원이가 입은 셔링 디테일 시폰 원피스는 앤디앤뎁,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은 스와로브스키 제품, 플랫 슈즈는 모델 소장품.

(오른쪽) 변정수 씨 부부의 침대는 때때로 두 딸의 놀이 공간이 된다. 침대는 에네제로의 침대 by 제인 인터네셔날 제품. 작은딸 정원이가 입은 니트 카디건은 몬순 칠드런, 슬리브리스 니트 원피스는 소니아 리키엘 뿌르 H&M 제품. 남편 류용운 씨가 입은 블루 포인트 폴로셔츠는 닐 바렛, 니트 스웨터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 큰딸 채원이가 입은 스트라이프 니트와 니트 미니스커트 모두 소니아 리키엘 뿌르 H&M 제품. 쿠션은 겐조 메종 바이 다브, 담요는 마리메코 바이 이현 디자인 제품.


사랑하는 두 딸 그리고 남편
변정수 씨와 스물네 살 차이로 띠동갑이기도 한 큰딸 채원이는 어느덧 열세 살 숙녀가 되어 있었다. 그 스스로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고 말할 만큼 훌쩍 성장한 것. 최근 캐나다에서 홀로 생활한 것이 채원이를 의젓하게 만들어준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 때문인지 변정수 씨는 도리어 큰딸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린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헛헛함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성장하면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임에도 마음이 아픈 건 아직은 좀 더 감싸고 품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큰 탓일 게다. 2년 전 경험 삼아 언어 연수를 보낸 후 어느 날 채원이가 스스로 그곳에서 좀 더 공부해보겠다는 욕심을 보였다. 아이를 믿는다면 결단을 내리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그렇게 2년이 흘렀고 얼마 전 귀국해 겨울방학을 가족과 함께 보낸 뒤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좀 더 어른스러워진 채원이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면서.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또 한 번 짠해지겠지.


1 붉은 상판으로 마무리한 모던한 부엌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에넥스에서 수입하는 이탈리아 부엌가구 브랜드인 베네타 쿠치네로 꾸몄다. 그가 입은 스트라이프 풀오버와 리넨 팬츠, 진주와 로고, 스트라이프 등으로 멋을 낸 뱅글 모두 샤넬 제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작은딸 정원이는 벌써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한 아이다. “마치 나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기분이죠.” 원하는 가방을 들어야 비로소 얌전해지고, 언니가 입은 핑크 컬러 옷을 자기도 입겠다고 욕심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쩍 웃음이 났다. 그렇게나 자신을 빼닮은 정원이를 위해 변정수 씨는 1년 365일 슈퍼 맘이 된다. 정신없이 진행된 촬영과 인터뷰 중에도 정원이 공부를 도와주는 선생님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느 틈에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료를 골라 유리잔에 담아내고,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정원이를 등에 업어 낮잠을 재운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자기가 무얼 해야 하는지 벌써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일 즐겁게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더 바랄 게 없죠.”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산 지 15년을 넘어서는 지금, 변정수 씨에게 남편 류용운 씨는 변함없는 정신적인 지주이자 에너지다.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하지만 일할 때는 철저한 상사처럼 느껴진다는 남편. “어떤 일이든 내가 흔들림이 없도록 잡아주는 단 한 사람이죠.” 철저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다면 그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또 있을까.

2 1층의 장점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침실 옆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 마치 그들만의 정원처럼 이용할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움에 햇빛도 잘 들어 집 안이 더욱 화사한 느낌이 든다.


1 침대 옆에 사이드 테이블을 두기보다는 멋스러운 의자를 두고 알람시계나 향초를 올려두는 센스를 발휘했다. 의자는 테홈, 촛대는 아키아 제품.
2 작은딸 정원이가 태어나는 때에 맞춰 주문한 초록빛 에그 체어는 두 딸의 애칭을 새겨 넣어 더욱 특별하다.



3 일반적인 책꽂이처럼 딱딱한 디자인이 아니라서 침실 한편에 두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4 딸들의 놀이 공간에 놓인 아동용 고스트 체어는 카르텔 제품으로 제인 인터네셔날에서 구입했다.


집 안 구석구석이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
바쁜 일정에 챙길 것도 많을 그에게 분당이라는 지역에 사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분당이 아이들 살기에도 좋고, 교육에도 좋더라고요.” 역시 결론은 아이들. 게다가 이 집이 마음에 든 데에는 1층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침실에 딸린 테라스가 곧바로 정원으로 연결되기 때문. 여름에는 푸른빛으로, 겨울에는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의 광채로 아름답게 변신하는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데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집 안도 마찬가지. 강렬한 레드 컬러의 샹들리에로 장식한 다이닝 룸 한쪽에 걸린 멋진 작품은 알고 보니 채원이가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케냐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갔었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려 그렸다네요.” 정작 변정수 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림을 본 사람마다 정말 채원이 작품이 맞는지 확인했을 만큼 그것은 분명 ‘작품’이었다. 거실에 놓인 초록빛 에그 체어는 정원이가 태어난 때를 기념하여 특별히 구입한 제품. 가구 하나도 의미 있는 것으로 물려주고 싶어 의자 아래에 두 아이의 애칭을 적어두었다. 그렇게 집 안 구석구석, 문고리에 달린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변정수만의 감각이 엿보였다. 따뜻함과 편안함도 더불어서.


5 작년 여름에는 변정수 씨 부부의 결혼 15주년을 기념해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드레스까지 빌려가며 기념 촬영을 했을 만큼 특별했던 가족 여행.언제 어디를 가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늘 행복하다.

큰딸 채원이가 입은 더치스 새틴 퍼프 트렌치 원피스는 버버리 프로섬, 블루 페이턴트 백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프린트 트렁크는 브릭스 제품, 플랫 슈즈는 본인 소장품. 작은딸 정원이가 입은 핑크 트렌치코트와 샤 발레리나 원피스는 모나리자 제품, 코르사주 헤어밴드와 메리 제인 슈즈는 본인 소장품. 변정수 씨가 입은 실크 핸드 플리티드 트렌치 원피스는 버버리 프로섬, 레더 스트랩 힐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6 골드 리벳 디테일의 브이넥 원피스는 타미힐피거 컬렉션, 페일 핑크 울 코트는 리우조 이탈리아, 레더 클러치백은 입생로랑,골드 체인 네크리스는 THE JIK 제품.

그를 신나게 만드는 원동력, 일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어느 틈에 생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는 그. 그의 브랜드는 패션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에, 남다른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제품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론칭한 지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게다. 요즘도 머릿속에 디자인에 대한아이디어를 가득 담고 산다는 그는 아직도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파스타>에서 큐레이터로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니 말이다. 훗날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 역시 그를 즐겁게 만드는 일 덕분에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하다.

김윤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