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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가족, 하나 되게 만드는 패션 아이템 Family Fashion
추운 겨울, 따뜻한 품 안으로 들어오라고 선뜻 열어주던 아버지의 롱 코트와 학교 가는 길에 손 시리지 말라고 챙겨주던 보드라운 털장갑, 그리고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던 풍성한 머플러까지. 그 겨울이 따뜻했던 건 가족이라는 울타리만큼이나 든든하게 온기를 지켜준 패션 아이템 덕분이었다. 여기 여섯 가족도 그렇게 따뜻한 겨울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fur 해금 아티스트 꽃별 씨 모녀
“전에는 퍼 하면 우리 어머니만큼 나이 있는 분이 입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캐주얼해졌어요. 오늘 제가 입은 것처럼 말이죠.” 레드 컬러의 벨벳 드레스에 핑크
퍼 베스트를 입은 해금 아티스트 꽃별 씨는 청바지에 이 같은 퍼 아이템 하나만 걸치면 고급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블랙 퍼 코트를 입고 그 옆에 나란히 선 어머니 김민화 씨를 바라보며 옷매무새며 해금을 들고 있는 포즈를 점검해줬다. “아버지가 바닥에는 꽃이 가득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한 꿈을 꾸고는 제 이름을 ‘꽃별’이라고 지으셨죠. 어머니는 그게 뭐냐고 나무랐다고 하셨지만.” 하지만 정작 ‘꽃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율이 아름다운 해금을 연주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국악 음악회를 봤어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어머니에게 ‘나 이거 할까?’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런 반대 없이 오롯이 저의 흥미와 관심을 살려주려고 국악 중학교 입학을 알아보셨죠.” 해금을 만난 것도 운명 같았다. 어느 날 누군가의 해금 연주 소리를 들었는데, 마치 자신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악기와 같이 이야기해봐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에도 어머니는 묵묵히 응원해줬다. 그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공연이 많아지면서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모두 연습에 매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는 꽃별 씨는 내년 초 신년 음악회 규모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해금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아름다운 선율이 벌써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꽃별 씨가 입은 레드 벨벳 드레스는 김연주, 폭스 베스트는 진도모피, 펌프스는 더슈, 크리스털 장식 골드 귀고리와 팔찌는 스와로브스키 제품. 어머니 김민화 씨가 입은 밍크코트는 진도모피, 사선 무늬 니트 원피스는 미쏘니, 스웨이드 소재의 오픈토 슈즈는 더슈, 프린트가 더해진 뱅글은 에르메스, 크리스털 링은 스와로브스키 제품.


trench coat
조각가 최진호 씨 가족
추운 겨울날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다. 너무 추워 떨고 있는 소년을 본 아버지는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열었다. 소년은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세 번째쯤 되는 단추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는 신나게 길을 걸었다. 정말이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트렌치코트 속은 마치 작은 집, 따뜻한 집과 같았어요.” 조각가 최진호 씨는 잠시 일곱 살 난 자신의 아들 샘의 나이쯤으로 돌아가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전해준 따뜻한 기억이 담긴 트렌치코트를, 자신을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주는 가족과 나란히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들 샘과 다섯 살 난 딸 로미, 그리고 돌을 맞는 막내 리아까지 세 보물을 안겨준 아내 메리제인 리디코트는 그의 옆자리에 섰다. “2000년 석모도로 산악자전거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호주 대사관에서 일하던 친구가 대사관에 새로 들어온 직원분들과 함께 왔는데, 거기에 아내가 끼여 있었죠.” 두 사람은 호주에 대한 추억과 조각 작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부부가 됐다. “두 아이를 낳은 후라 아내의 나이가 적지 않았는데도 셋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요즘 몰입해 작업하고 있는 해치 상을 보는 기분이라고 한다. 해치가 서울시의 상징이 되면서 그 조각 작품을 서울시청사 앞에 설치할 예정인데, 최진호 작가가 그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12월 초에 설치할 예정이라 지금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에요. 그 작업을 하다 보니 큰 해치 옆으로 나란히 놓인 작은 해치들이 마치 아이들처럼 보이더군요. 가족 같았죠 .” 사실 그의 해치 조각은 아내의 고향인 호주에도 이미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호주에 교환 작가로 갔을 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기록과 흔적이 너무 없어 ‘한국의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해치를 조각해 기증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그곳에 갔을 때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최진호 작가가 아버지를 트렌치코트 속 따뜻함으로 기억하듯,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조각에서 찾기를 바란다. 조만간 설치될 ‘웃는 해치’가 한겨울에도 따뜻해 보인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최진호 작가가 입은 트렌치코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팬츠, 타이는 모두 버버리 런던, 슈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품. 아내 메리제인 리디코트가 입은 트렌치코트는 버버리 런던, 크리스털 버튼 셔츠와 블랙 스키니 팬츠는 리우조 이탈리아, 레더 부츠는 더슈 제품. 큰아들 샘이 입은 트렌치코트, 워싱 진은 모두 버버리 키즈, 블랙 캔버스화는 빈폴 키즈 제품. 딸 로미가 입은 바바리코트는 버버리 키즈, 프릴&보 장식 블라우스와 네이비 캔버스화는 모두 빈폴 키즈, 타이츠는 액세서라이즈 제품. 막내 리아가 입은 풀오버와 체크 팬츠는 버버리 키즈, 타이츠는 액세서라이즈 제품, 슈즈는 모델 소장품.


(왼쪽) gloves 그린 테이블 김수정・김윤정・김은희 씨 자매
사실 이 세 자매에게 글러브를 착용하도록 한 것은 어떤 의무감에서였다. 요리로 뭉쳤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레스토랑 컨설팅과 푸드 스타일링, 요리를 하는 ‘그린 테이블’의 김수정・김윤정・김은희 씨 자매는 그렇게 장갑을 낀 채 촬영을 위해 직접 가져온 빨간 사과가 담긴 바스켓과 그들이 사랑하는 컬러풀한 접시를 들었다. 그린 컬러 의상을 입고 나란히 서서. “저희가 그린 컬러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풋풋하고 건강하면서도 상큼한 이미지랄까요. 그래서 셋이 함께 일하는 회사 이름도 ‘그린 테이블’이죠.” 그리고 그 이름을 그대로 살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이란 의미의 세미 비스트로인 ‘더 그린 테이블’까지 오픈했다. “본래 파티 요리를 했었는데,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보이자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는 수정 언니, 그리고 푸드 스타일링을 하는 윤정 언니가 서로 힘을 모아 오픈하게 됐죠.” 뉴욕에서 요리를 공부한 만큼 뉴욕풍 프랑스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는 김은희 셰프는 비스트로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대로 만든 레스토랑 음식을 선보이고자 한다. 다만 가정식으로 담아내는 비스트로 요리보다는 좀 더 컬러풀하고 예쁘게 담아내는데, 그 모든 게 세 자매의 손끝에서 나오는 작품들이다. “저희들이 농장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해서요. 직접 과일도 따고, 농축액을 만들어 에이드나 타르트를 선보이죠. 그것도 함께 맛보실 수 있어요.” 무엇을 좋아하면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들은 분명 손맛으로 나타날 것 같다. 이래서 천직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왼쪽부터) 첫째 김수정 실장의 재킷과 팬츠는 에스까다, 글러브는 리우조 이탈리아, 귀고리는 스와로브스키, 오픈토는 더슈 제품. 셋째 김윤정 실장의 블랙&화이트 롱 코트는 에스까다, 귀고리는 THE JIK, 글러브는 리우조 이탈리아, 롱부츠는 더슈 제품. 막내 김은희 실장의 팬츠는 에스까다, 블랙 밍크 케이프는 진도모피, 슈즈는 더슈 제품, 브라운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boots 덴스크 김효진 대표 부부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달콤한 신혼이라 그런지,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괜찮았다. 단지 같은 퍼플 컬러 의상에 블랙 앵클부츠를 함께 신은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 텐데. “사실 앵클부츠보다는 롱부츠를 더 좋아해요. 워낙 심플한 의상을 좋아해서, 심플한 원피스에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항상 롱부츠를 매치해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가구와 세라믹 제품을 선보이는 덴스크의 김효진 대표는 겨울에 보온성에 스타일까지 챙기려면 부츠는 필수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가 앵클부츠와 친하지 않듯 그의 남편도 마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김효진 대표 옆에 나란히 서주었다. 그렇게 남편의 든든한 응원과 함께 덴스크를 오픈한 지 이제 막 1년이 되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20세기 가구에 관심이 갔어요. 그중에서도 북유럽 가구는 볼수록 매력적이었죠.” 덴스크의 가구는 김효진 대표가 유럽의 여러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들여오기 때문에 마치 ‘보물찾기’ 같다고 했다. “가구로서 기능에 문제가 있는 물품은 절대 들여오지 않죠. 다만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다거나 천이 오래된 경우라면 제가 직접 손을 봅니다.” 그 과정을 거쳐 비로소 덴스크의 가구로 거듭나는 것. ‘스칸디나비아의 올드&뉴’를 보여주는 공간인 덴스크는 ‘올드’를 의미하는 가구뿐만 아니라 ‘뉴’를 의미하는 유리 공예와 도자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덧붙여 그는 12월 중순 새로운 가구들을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남편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김효진 대표가 입은 꽃무늬 실크 원피스는 마르니, 블랙&화이트 진주 네크리스는 폴리폴리, 오픈토 앵클부츠는 구찌, 글러브는 에르메스, 바이올렛 스웨이드 클러치 백은 토즈 제품. 남편 신정환 씨가 입은 바이올렛 터틀넥과 버건디 스트라이프 재킷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레이 팬츠&앵클부츠는 입생로랑 제품.


(왼쪽) fake fur SYK 스몰프렌즈 디자이너 김소연 씨 부부와 애견 쿠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환경을 생각해야 하고, 다음 세대도 생각해야 하죠. 지금 우리 세대부터 실천해야 할 일이에요.” 혹시 환경 전문가가 한 말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창 이야기하던 중 이 대목에서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한 주인공은 SYK 스몰프렌즈 디자이너 김소연 씨이며, 모피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10년 전 뉴욕에 있을 때, 펜디 쇼를 보고 나오니 길거리에서 데모를 하고 있었어요. 밍크를 얻으려면 어떻게 기르고 어떻게 가죽을 벗기는지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줬는데, 너무 충격적이라 그 후에는 리얼 퍼를 아예 안 쓰기 시작했죠.” 김소연 실장과 남편 안승원 실장이 입은 블랙 컬러의 퍼 장식 재킷은 모두 인조 퍼로 만든 제품이다. 애견 쿠키가 목에 두른 퍼 머플러까지 말이다.
“인조 퍼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게 입을 수 있거든요. 저희들이 디자인하는 옷은 모두 인조 퍼만 사용합니다. 굳이 리얼 퍼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김소연 실장이 평소 동물 학대나 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그녀의 ‘가족 문제’이기에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남편 안승원 실장의 친구가 선물해준 독일 셰퍼드 쿠키 때문. 촬영날 스태프들이 멋지다면서 만지면 귀찮은지 슬쩍 등을 돌리고 바닥에 앉아버리는 무심한 쿠키지만 아빠 엄마에게만은 말 잘 듣는, 더없는 애교쟁이다. 김소연 실장은 매번 쿠키가 압구정동 작업실에 갇혀 있는 것이 불쌍해 마당에서 뛰놀게 하고 산책을 시키려는 마음에 이태원으로 이사할 결정까지 했다. 이들 부부에게 쿠키는 그런 존재다.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노력은 우리부터 앞장서서 해야겠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마치 알아듣는 듯, 쿠키가 옆에 서서 엄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김소연 실장의 의상과 소품은 모두 모델 소장품. 애견 쿠키가 두른 인조 퍼 머플러는 스몰프렌즈 제품. 남편 안승원 실장의 의상과 소품은 모두 모델 소장품.

(오른쪽) knit 세트 스타일리스트 김수민 실장과 고양이 동글이
이날 동글이는 따뜻해 보이는 노란색 니트 옷을 입고 왔다.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김수민 실장과 함께할 재미난 연출을 위해 니트 머플러를 둘러줬다. 어딘가 불편했는지 동글이의 얼굴이 더욱 뾰로통해졌다. “서울에 혼자 나와 생활하는 데다 워낙 이쪽 일이 불규칙하다 보니 외로움이 커서 위로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광고에 방송, 잡지 촬영 등 원하는 공간을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 좋은 세트 스타일리스트 김수민 실장은 그렇게 페르시안 브라운 골드 태비종인 동글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은 네 마리의 엄마가 되었다. 그중 한 아이는 유기 보호소에 있다.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기르면서 책도 보고, 인터넷도 뒤져보면서 지식이 하나씩 늘어갔죠. 그러던 중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동글이가 몸이 약해 자주 안고 병원으로 뛰었던 것. 고비를 넘기면서 키우다 보니 더욱 애틋해졌고, 그 병원에서 유기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됐다. “사람들이 유행처럼 패션으로 고양이를 길렀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유기 센터에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건 그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온 마음으로 소중하게 기르는 동글이와 그녀에게 니트는 그 둘을 따뜻하게 연결해주는 패션 아이템이다. “니트를 워낙 즐겨 입어요. 어디든 잘 어울리고 작업하기도 편한 데다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죠.” 레깅스에 블랙 컬러 니트 원피스와 벨트를 매치하는 스타일이 그가 즐겨 입는 니트 스타일링법. 동글이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촬영장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노란색 니트를 입고 나타났다. 따뜻해 보인다는 건 어쩌면 서로에게 익숙하고 편안해야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김수민 실장이 동글이를 안아 올리는 순간에도 그랬다.
옆트임 퍼 소매 원피스는 펜디, 네이비 니트 베레와 버튼 장식 니트 롱 글러브는 리우조 이탈리아, 레더 부츠는 더슈 제품. 고양이 목에 걸린 니트 머플러는 리우조 이탈리아 제품.

김윤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