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story fashion] Fashion in Gwangju Design Biennale
의 依, 식 式, 주 住, 학 學, 낙 樂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누리는 삶을 통해 디자인의 실마리를 풀어낸 광주디자인비엔날레 <the Clue-더할 나위 없는>. 디자인 축제의 현장에서 만나는 아트 오브제적 의상은 흡입력 있는 설치 작품들과 어우러져 마치 또 하나의 전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술과 정성과 인내심으로 빚어낸 핸드크래프트 의상과 미술 작품의 공통점을 찾다 보면 표현 방식이 다를 뿐 패션과 디자인, 예술은 곧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11월 4일까지 계속될 그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현장을 다녀왔다.


스스무 요나구니, 오영욱 ‘숭례문 광장’
‘적, 청, 흑, 백, 황’ 한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오방색은 오행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색에 따라 가족의 무병장수를 유지할 수도 있고 화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온다고 믿었으니 우리 민족에게 오방색은 단순한 색 이상이다. 작가는 그중 ‘적’을 한국인을 상징하는 색이라 여기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추와 붉은 악마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강한 열정을 숭례문 설치 작품에 담아냈다. 숭례문을 향하는 주변 조명 구조물들은 밤늦게까지 빛을 밝히고 있는 주변 빌딩 숲을 표현한 것. 복원 중인 숭례문을 중심으로 다섯 갈래 길에 붉은 악마가 가득 찬 모습을 형상화했다.

핫 핑크 컬러 터틀넥 풀오버는 이상봉, 티셔츠와 베스트가 레이어드된 미니멀한 롱 블라우스는 르베이지, 풍성한 느낌의 블랙 배기팬츠는 이세이미야케, 팬츠 안에 레이어드한 핸드메이드 니트 짜임 팬츠는 미쏘니, 블랙 체인 목걸이는 망고, 스웨이드 소재의 핑크 펌프스는 나인웨스트 제품.


배영진 ‘디자이너의 공간’
‘옷’ 주제전의 실마리를 여는 ‘디자이너의 스튜디오’는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의상이 완성되기 전, ‘0’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디자이너 배영진은 책상부터 마감재까지 모두 백색 광목으로 커버링하고, 목단 소재로 아트월을 만들어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를 완성했다. 컬러보다는 입체적인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디테일을 통해 아트 오브제로 접근한 것. 퓨어한 느낌의 재단실은 디자인과 재단이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인지 대변해주는 공간이다.

(왼쪽) 구조적인 헴라인과 입체적인 재단으로 풍성한 볼륨감을 연출해주는 화이트 재킷은 지해 오뜨꾸뛰르, 이너로 입은 퍼플 컬러 주름 원피스는 플리츠 플리즈, 블랙 체인 뱅글은 버버리, 오렌지색 펌프스는 펜디 제품.

프리울리, 모자이크 디자인전
(오른쪽) 이탈리아 프리울리 모자이크 전문학교의 특별 전시.
전 세계 22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전통 방법을 고수하며 모자이크 기술을 배우는 미술 학교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의 조각보와 문창살 등을 모티프로 그들의 시각과 기법으로 재창조한 타일 오브제가 돋보인다.


임선옥 ‘age 5, 17, 25, 35, 55, 65’
“옷이 날개다”라는 말처럼, 옷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원초적인 목적 이외에도 자신만의 문화와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투명한 소재, 화사한 컬러가 돋보이는 디자이너 임선옥의 의상은 길고 날씬한 외모를 동경하는 여자들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 벽에 걸린 회화 작품은 작가 김택상의 ‘하늘 숨빛’. 안료가 천에 자연스럽게 물드는 방식으로 그린 평면의 공간화다. 이처럼 ‘옷’ 주제전에서는 의상을 오브제로 활용한 설치 작품과 아티스트의 미술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한국적인 소재를 이용한 작가의 작품과 그 작품을 모티프로 하여 탄생한 창작 의상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사이의 교감은 물론, 그 작품과 마주하는 관람자들과 무궁무진한 감성 교류를 유도해내는 것. 예술과 디자인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왼쪽) 비즈 장식이 달려 있는 마름모 패턴의 롱 원피스는 김동순울티모, 울 소재의 블랙 재킷은 샤넬, 플라워 디테일의 볼드한 목걸이는 미리암 헤스켈 by 디업스케일즈, 함께 연출한 컬러 원석 목걸이는 샤틀리트, 블랙 글래디에이터 힐은 에르메스 제품.

소쇄원은 진정한 쉼의 공간
소쇄원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 간의 본연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근간으로 휴식 공간을 만들어봄으로써 주거 건축의 본질인 ‘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소쇄원의 휴식은 지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명제로 출발한 ‘오피스 dA’는 소쇄원의 유기적인 형태에 관심을 두고 나무를 컴퓨터 커팅으로 재단하는 등 테크니컬한 기술로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앉거나 누워 체험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인체의 곡선을 배려한 디자인은 안락한 휴식감을 준다.

(오른쪽) 리듬감 있는 주름 디테일은 몸의 굴곡에 따라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해 착용감이 편안하다. A라인으로 떨어져 우아한 여성미를 더한 와인 컬러 원피스는 구호, 오렌지 컬러 재킷은 앤디앤뎁, 굽 장식이 독특한 블랙 플랫폼 슈즈는 샤넬 제품.


청담회 외, ‘아름다운 우리 음식 이야기 Ⅱ’
(왼쪽) 최덕환, 남기령, 이명순, 이정순, 박미자, 정혜선, 김남희, 유영란, 윤석영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 앤티크 모반 위에 민화 속에서 찾은 식재료 그림과 오징어 오리기(반건조 오징어에 잘게 칼집을 내어 다양한 장식물을 만드는 것)로 다시 태어난 오징어 꽃이 어우러져 하나의 오브제로 재탄생했다.

다시 보는 한글 ‘hangeul Forest’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새로운 글자꼴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천장에 3백여 종의 글꼴이 펼쳐진 ‘한글 숲’은 사용자의 태도나 매체를 달리하며 변화하는 다양한 한글 꼴을 보여준다. 과연 바람직한 한글 꼴이란 어떤 것인가? 사용자가 어떻게 다듬고 빛내느냐에 따라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의 가치가 지속될 수도 있고, 여러 나라 글자 중 하나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는 이제야 겨우 논의되는 단계지만, 다른 문자에 비하면 한글은 무척 젊은 글자이다. 그래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 종이가 의상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디자이너 박수우의 한지 컬렉션. 한지사에 실크 코팅을 하여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이 돋보이는 재킷과 블라우스, 볼륨감 있는 디테일의 스커트를 선보였는데, 모두 비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블랙 진주 목걸이는 쏘솔트, 화이트 펌프스는 에스까다 제품.


Matthew Lane, 소쇄원은 ‘자연에 대한 재해석’이다
건축가 조병수가 큐레이터를 맡은 ‘집’ 주제전의 백미는 쉼에 대한 고찰이 돋보이는 소쇄원전. 조선 후기 삶의 기록이 담긴 정원, 소쇄원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2m³의 정육면체 공간에 상상 속의 소쇄원을 형상화한다. 소쇄원에 관한 텍스트 소개 자료만으로 소쇄원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쉼에 대한 의미를 재창조한 것. 정원에 대한 문화의 차이, 정원을 이루는 소재나 방식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작가 ‘Matthew Lane 의 작품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얼음 바구니, 우레탄으로 만든 바위 모양 스툴 등 자연을 재해석한 오브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왼쪽) 굵은 니트 짜임이 풍성한 느낌을 연출하는 카디건은 미쏘니, 톤온톤 컬러 매치로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폰 롱 드레스는 지해 오뜨꾸뛰르, 깃털 장식이 독특한 슈즈는 위니윌, 진주 장식 귀고리는 미리암 헤스켈 by 디업스케일즈, 브라운 헤어밴드는 쏘솔트 제품.

청담회 외, ‘아름다운 우리 음식 이야기 Ⅲ’
‘맛’ 주제전에서는 ‘오방색의 어울림’을 토대로 각종 음식을 재료로 한 미술 작품과 설치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강원도 원반상 위에 그려진 문양들은 우리 조상이 만물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요소들로 음식을 만들 때도 사용했다. 특히 음양, 태주, 팔괘 같은 문양과 수복 강령 같은 바람을 길상 문자로 도안화해 상에 문자를 직접 써서 표현하기도 했다. 태극 문양은 풍년과 다산을, 수 壽 자는 장수를 기원한다.

(오른쪽) 깃털이 달린 와인 컬러 모자는 쏘솔트, 블루 컬러 스카프는 마리아 꾸르끼, 영문 패턴의 핑크 컬러 스카프는 에르메스, 브론즈 광택을 더한 송치 소재 사카 백은 불가리 제품.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