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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밀라노디자인위크 패션 고수들의 이색 디자인 쇼


1 디젤과 모로소의 ‘엑스레이디오 3 나투라 모르타 Xraydio 3 Natura Morta’. 파티션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 스크린은 록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2 ‘네불라 나인 Nebula Nine 소파’. 캠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이 소파는 스톤 워시된 리넨을 사용해 마치 구름처럼 표현했다.



3 ‘오버다인드 사이드 체어 Overdyned Side Chair’.

밀라노디자인위크는 한마디로 ‘디자인 전시회 종합선물세트’다. 레드 카펫 대신 레드 커버의 지도책(도시 전체에서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이 필요한, 영화계로 치면 칸 영화제 같은 행사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도시에서 이렇게나 많은 전시회를 볼 수 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밀라노디자인위크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가 있었기에 탄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패션, 그래픽 등 가구 이외의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덕분이었다. 그들은 가구 브랜드와 협업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올해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 술렁였던 소식 중에는 패션의 명가 名家들이 개최한 이색적인 전시회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와 함께 가구를 만들어 선보였던 디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간 설치 작품으로 승화시킨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생활 디자인 공모전의 결과물을 전시했던 에르메스, 밀라노디자인위크의 단골 손님으로 스타 디자이너 군단을 이끌고 다니는 스와로브스키, 디자이너들이 합숙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를 전시한 펜디처럼 다양한 성격의 전시회가 열렸다. 패션이 주인공인 때와는 다른 방식의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관람객들을 초대했다.



1 ‘엑스레이디오 2 디스크 Xraydio 2 Disc’ 테이블.
2 ‘엑스레이디오 1 라자 Xraydio 1 Razza’ 테이블.


‘캠프’와 ‘록’으로 가구를 디자인한 디젤
디젤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와 함께 소파, 의자, 테이블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시회 제목은 ‘성공적인 삶(Successful Living)’. 이를 표현하기 위해 캠프와 록 음악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디젤의 패션에 담긴 철학처럼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창조적이고 파격적인 생활을 위한 것들이다. 캠프는 하늘의 구름을 닮은 밝고 부드러운 소재의 소파가 되었고, 록 음악은 지하 세계에 존재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를 엑스레이 사진으로 프린트한 테이블이 되었다.


3 샤통 크리스털 컷의 아름다움을 구조적인 조형물로 보여주었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게 한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가문의 상속녀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Nadja Swarovski가 이끄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팰리스’는 밀라노디자인위크의 단골손님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스와로브스키의 브랜드 이미지를 미적으로 승화시키는 ‘작품 활동’에 집중한다. 그 결과물은 밀라노디자인위크나 런던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마이애미 같은 주요 디자인 전시회에 소개한다. 올해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는 디자이너 아릭 레비와 함께 대표적인 크리스털 컷인 ‘샤통 chaton’을 닮은 대형 조형물을 전시했다. 밀라노 시내 남쪽에 있는 철로 옆 낡은 창고를 전시장으로 개조해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듯 넓고 긴 방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관람하게 했다. 바닥에는 약 24m에 달하는 샤통 패턴을 수놓은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카펫이 끝나는 부분에 거대한 바위를 형상화한 방이 나타났다. 전시를 절정으로 이끄는 이 방은 크리스털 원석에 비유할 만하다. 아릭 레비는 스와로브스키의 핵심을 크리스틸 커팅 기술력으로 보았다. 진보된 커팅 기술력이 스와로브스키가 창조한 아름다움의 원천이듯이 대중이 크리스털 컷의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했다.





1 자전거 헬멧.
2 기수에게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로킹 스툴.
3 핸드백 캐리어.
4 바지에 벨트를 매듯 플라스틱 케이스에 가죽끈을 연결해 사용하는 서류 가방.
5 위크엔드 백 ‘롤링 vs 폴딩’.
6 자전거 안장 커버가 되는 안장 주머니.
7 MP3 플레이어, 핸드폰 등의 충전기와 램프가 결합된 테이블과 스툴 세트.


일상 속 디자인의 묘미를 찾아나선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이번 밀라노디자인위크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벼움이란 무엇인가? 가벼움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여기서 가벼움은 물리적인 가벼움만은 아니다. 융통성일 수도 있고 순수함일 수도 있다. 이를 일상 속 사물에 대입시켜본다면 어떤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까? 에르메스의 ‘프리 에밀 에르메스 Prix Émile Hermès’가 그 본보기가 될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지난해 첫 회 행사를 열었던 프리 에밀 에르메스는 유럽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 디자인 공모전이다. ‘가벼운 일상(Everyday Lightness)’을 주제로 한 작품 중 17팀의 작품을 선정해 올해 밀라노디자인위크 기간 동안 전시했다. 참가 디자이너들은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것들로 생활에 유익한 제품을 제안했다. 기수에게서 영감을 얻어 안정적인 자세로 앉을 수 있게 디자인한 스툴, 가방과 시장 바구니, 쇼핑백 등을 위한 핸드백 캐리어, 옷가지를 구김 없이 효과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주말 여행 가방 ‘롤링 vs 폴딩 Rolling vs Folding’, 가죽과 실리콘 코팅의 특수 소재를 이용해 만든 시티 사이클러를 위한 헬멧 등이 있었다. 이번에 전시했던 디자이너 중 2팀은 파리 에르메스 본사에서 이탈리아 디자이너 엔초 마리와 함께하는 워크숍에 참가하게 된다.


1 나초 카르보넬은 펜디의 자투리 가죽으로 ‘야수(Beasts)’를 만들었다.

디자인 라이브 쇼를 펼친 펜디
펜디는 한정판 디자인, 예술적 디자인을 대표하는 전시회 ‘디자인마이애미’와 함께 밀라노디자인위크에 참가했다. 펜디를 상징하는 가죽과 장인 정신에 바탕을 두고 이를 디자인계의 샛별들과 함께 새로운 언어로 풀어보고자 기획했다. 전시회 제목은 ‘크래프트 펑크 Craft Punk’였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10팀이 ‘스파지오 펜디’에 모여 합숙을 하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각자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게 했다. 행사 오픈 첫날부터 마지막 날에 이르는 동안 디자이너들은 현장에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가 작업 공간이면서 동시에 쇼와 파티의 무대였던 것처럼, 크래프트 펑크가 열린 스파지오 펜디는 음악과 영상, 현장의 생생한 대화가 있는, 디자인 라이브 쇼의 무대였다. 참가 디자이너들은 모두 오로지 수공예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펜디의 제품 제작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가죽, 그중에서도 최고급인 셀러리아 가죽을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셀러리아 가죽 장인들의 장인 정신에 초점을 두고 작업했다. 15세기 갑옷 제작 기술을 응용해 가죽을 끓여서 만든 화병, 셀러리아 가죽에 스테이플러와 기본적인 몰딩 기술만 이용해 만든 조형물, 정원용 호스를 일일이 손으로 엮어가며 뜨개질하듯 만든 의자, 패션의 제작 방식 중 하나인 플리츠 기술을 응용해 만든 쿠션 의자 등이 탄생했다. 펜디와 디자인마이애미는 지난해 12월 펜디가 디자인마이애미의 특별 행사 ‘디자인 토크’를 후원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둘은 독창성, 창조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무엇보다도 ‘장인 정신’ ‘수공예적인 디자인’ 등 추구하는 바가 일치했기에 이와 같은 실험적인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다.

2 사진 인화 용액을 바른 하얀 도자기에 나뭇잎을 붙이고 장시간 빛을 쏘아 블루 컬러의 도자기를 만드는 중이다.


3 회전대 위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용접하며 만든 테이블과 이 작품의 디자이너 토마스 리버티니.


4 이광호 씨는 정원용 호스를 엮어 소파를 만들었다.
5 이번 행사를 위해 한정 제작한 펜디 가방.



1~4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자신의 밀라노 쇼룸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그 안에는 흰 천으로 뒤덮인 가구와 집기들, 착각을 일으키는 문, 파리 본사의 ‘인테리어 워크숍’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 등이 있었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설치 작품은 세계 각지에 있는 그의 매장들을 재구성한 것이었다. 천장은 파리 본사, 바닥은 LA 매장, 테이블 위의 목업은 홍콩, 도쿄, LA, 뮌헨, 두바이 매장에서 가져왔다.



감추고 속이며 호기심을 유발했던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옷감으로 의미심장한 구조물을 만든 듯한 디자인, 실험적인 디테일로 급부상한 패션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 그는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직원들조차도 회사 내에서는 모두 하얀 가운을 입게 하고 직원 가족이나 아무리 중요한 클라이언트일지라도 직원 전용 구역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시킨다. 사무실 안은 화초와 나무로 된 벽을 제외하고는 모두 흰색으로 칠해놓았고, 심지어는 회사의 모든 자료 파일조차도 흰색으로 감싸놓았다. 그런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디자인 전시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그는 자신의 밀라노 쇼룸을 무대로 공간 설치 작품을 보여주었다. 온통 하얀 방에 진짜 문과 꼭 닮은 가짜 문을 하나 만들었다. 전시회 주제는 ‘마트 Mat, 사티네 Satine, 브릴리앙 Brilliant’.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180㎡의 공간에 세계 각지에 있는 자신의 쇼룸을 그대로 옮겨 와 재구성했다. 그 안에 홍콩, 도쿄, 뮌헨, 두바이 매장에 있었던 목업도 가져와 전시했다. ‘눈속임 기법(trompe l’oeil)’으로 벽면을 연출하고 모든 데커레이션 요소를 흰 천 속에 가둬두었다. 그곳은 마치 비밀의 집 혹은 착각의 집과 같은 모습이었다.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1988년 파리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예술아카데미 출신의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 그가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법부터 매장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사무실에서의 지침을 보면 마르탱 마르지엘라라는 인물에 대한 신비감이 더욱 커지는데…. 그는 이번 밀라노디자인위크를 통해 리빙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5 다양한 형태의 빈병으로 조명을 만들었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