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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생선 1] 바닷바람이 키운 짭조름한 맛의 결정체
바다에서 갓 잡아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생선은 신선한 생선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말리는 과정에서 물기가 빠지면서 살은 탄력 있어지고 맛은 진해지는 것. 12월의 건어물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덟 가지 생선, 굴비, 갈치, 대구, 통북어, 서대, 과메기, 양미리, 가자미를 이용한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

(왼쪽)
생선을 말릴 때 공기 중의 산소 때문에 지방이 산화되어 냄새가 나고 빛깔이 변하거나 떫은맛이 생길 수 있다. 윤기가 나고 적갈색으로 색깔이 변하지 않았으며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고른다. 서울 중부시장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말린 생선들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겨울철 별미 과메기.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는 꽁치를 그늘에서 15일 정도 말려서 만든다. 미역에 과메기를 말아 실파와 마늘 등과 같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별미다.

한겨울 바닷가에 가면 빨랫줄의 빨래처럼 줄에 매달린 생선들을 볼 수 있다. 팔기 위해 널어놓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들이 먹기 위해 열 마리 남짓씩 생선을 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부들은 갓 잡은 생선 중 크고 겉모습이 매끈한 것은 시장으로 보내고, 크기가 작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어종, 아니면 너무 소량만 잡혀 팔기 어려운 것은 말린다. 생선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고 깨끗한 물에 씻어 꾸덕꾸덕하게 말리는데, 이렇게 건조시킨 생선은 신선한 활어만큼이나 별미가 될 수 있다. 수분이 빠지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진해지고 질감은 더 쫄깃해지기 때문.

요즘 다양한 건어물로 유명한 중부시장에 가면 통북어와 대구, 서대, 과메기, 가자미, 굴비, 갈치, 양미리 등 여러가지 말린 생선을 볼 수 있다. 각각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까? 생태를 15일 동안 말린 것을 코다리, 60일 동안 말린 것을 북어라고 한다. 코다리를 고를 때는 배 가른 부분에 핏물이 묻지 않고 깨끗한 것이 좋다. 바싹 말라서 막대기처럼 딱딱한 북어는 지방분이 적어서 담백한 맛이 특징. 또 북어 머리를 물에 우려 요리에 쓰면 국물 맛이 개운하다. 대구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절반으로 갈라 소금에 절여 만든다. 껍질을 벗기고 얄팍하게 찢어 기름에 살짝 볶아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맨밥에 곁들여도 맛있다. 몸이 혀처럼 납작하게 생긴 서대는 보통 채반에 담아서 바닷바람에 말린다. 앞뒤로 밀가루를 살짝 묻혀 기름에 튀겨 먹으면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하다. 오븐에 구우면 기름기가 쫙 빠져서 더욱 깔끔한 맛이 난다. 가자미 역시 서대와 조리법이 같다. 갖은 양념을 해서 찜이나 튀김, 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주로 잡히는 양미리는 뼈째 먹는 생선이다. 소금간만 해서 석쇠나 연탄불에 통으로 구워 뼈까지 씹어 먹으면 오돌오돌한 그 맛에 소주 한잔이 절로 생각난다. 살짝 튀겨서 매콤한 양념을 더해도 좋다.

겨울철 말린 생선 이야기를 하면서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에서 꽁치를 바닷가 그늘에서 말린 것이 유명하다. 15일 동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바닷바람에 말린 것을 과메기라고 하는데, 반드시 그늘에 말려야 꽁치에 들어 있는 지방의 산패가 적다. 통째로 보름 동안 말린 것을 통마리 과메기, 배를 따고 반으로 갈라 사나흘쯤 말린 것을 배지기라고 한다. 잘 마른 과메기는 속살이 곶감처럼 불그스레한 빛깔을 띠며 구수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과메기를 생으로 먹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잘게 잘라 된장과 들기름에 버무리면 ‘초보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또는 튀김옷을 입혀 튀겨도 색다른 맛이 나는데, 이때 반죽에 카레 가루를 넣으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말린 갈치는 잘게 잘라서 160℃의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진간장과 물에 물엿과 마늘을 넣고 걸쭉하게 조린 조림장을 곁들이면 된다. 간장에 식초를 더해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다. 참조기를 말린 굴비는 고급 음식으로 선물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굴비를 구울 때는 절대 식용유를 쓰지 말 것. 자체적으로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식용유를 넣으면 겉면이 질척해지고 맛도 느끼해진다. 굴비는 프라이팬보다는 그릴이나 오븐에 굽는 게 더 담백하고 맛있다.

말린 생선은 보관이 중요하다. 상온에 두면 맛이 변하기 쉽다. 한 번 먹을 분량씩 비닐에 나누어 넣고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 이때 꼬리와 지느러미, 아가미 등을 잘라낸 뒤 씻지 않고 그대로 넣는다. 상온에서 해동시키는데 빠른 시간 내에 녹이려면 비닐째로 흐르는 수돗물에 두면 된다. 바닷바람에 잘 말린 생선은 날생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 있다. 그래서일까, 사방에 바다를 둔 섬사람들조차 말린 생선을 즐겨 먹는다. 독특한 먹을거리를 찾는다면 이 겨울 말린 생선을 식탁 위에 올려보자.

요리 연구가 박종숙 씨의 말린 생선 더 맛있게 먹는 요리 노하우

1 통조림으로 만들어두면 편리
양미리나 고등어, 꽁치, 삼치 등 등 푸른 생선 말린 것은 관리가 소홀하면 지방이 산패되어 안 좋은 냄새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통조림으로 만들면 언제든 제대로 말린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압력밥솥에 양파와 무를 깔고 양미리나 꽁치(큰 것은 반토막 낸다) 등을 넣은 뒤 액젓, 간장 양념, 육수를 넣고 찐다. 한 번 먹을 분량만큼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찌개나 탕, 찜 등에 넣으면 뼈째 먹을 수 있다.

2 들기름으로 애벌 지지기
갈치포나 대구포 등을 요리할 때 프라이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지지면 생선살이 한결 단단해지고 맛도 고소해진다. 이때 들기름을 넣으면 비린 맛이 한층 줄어든다. 짙은 갈색을 띠며 독특한 향기가 나는 들기름은 대체적으로 바다에서 나는 것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생선뿐만 아니라 미역이나 다시마 등으로 요리할 때도 들기름에 달달 볶아 요리하면 더욱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3 파, 마늘 등 향신 채소 쓰기
말린 생선으로 요리를 할 때 파나 마늘, 생강 등의 향신 채소를 쓰면 비린 맛을 없애줄 뿐 아니라 음식 맛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마늘이나 생강의 경우 다진 것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갈아서 그 즙을 이용하면 한결 깔끔한 음식이 완성된다. 과메기처럼 말린 생선을 그대로 먹을 경우 향신 채소가 없으면 제아무리 과메기 킬러라 하더라도 쉽게 물릴 것이다. 쪽파나 양파, 마늘 등의 향신 채소에 들어 있는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과메기와 잘 어우러진다.


4 매실주 미리 뿌려두기
술로 비린내를 잡는 것은 예전부터 사용해온 상식. 매실청을 만들고 남은 매실에 소주를 부어 이용하면 맛술이나 청주를 쓰는 것보다 음식 맛이 더욱 좋고 경제적이다. 말린 생선으로 요리하기 전에 매실 냄새가 향긋한 매실주를 한 숟가락 미리 뿌려두면 맛이 담백해지는 것은 물론 살이 단단해져 요리할 때 살이 부서지는 것을 막아준다. 더불어 매실은 식욕을 북돋우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5 쌀뜨물로 떫은맛 없애기
생선을 공기 중에 말리면서 육질에 들어 있는 지방이 산소와 접촉하여 산화될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 생선을 걸어둘 때도 그늘에 두어야 한다. 잘못 보관하여 색깔이 변하고 떫은맛이 생기면 비린내가 나게 되는데 요리하기 전에 쌀뜨물에 담가두면 어느 정도 떫은맛과 소금기,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물과 청주를 동량으로 섞은 것에 말린 생선을 담가두어도 효과가 있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