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겨울밤에 더 생각나는 친구 같은 술, 사케
얼음장 같은 추위에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밤. 퇴근길에 마주한 사케 한잔이 반갑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사케를 홀짝거리다 보면 온종일 받은 스트레스도, 어깨를 짓누르던 걱정거리도 슬며시 옆에 내려놓게 된다. 겨울에 더 간절해지는 사케, 어떻게 마셔야 맛있을까?


사케는 주로 목이 길고 주둥이가 좁은 돗쿠리에 담아 작은 잔에 따라 마신다. 그러나 돗쿠리 크기가 작아 마시다 보면 결국 병째로 마시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머니 가벼운 샐러리맨들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기분 좋게 풀 수 있는 곳, 꽁꽁 언 몸은 물론 마음까지 녹여주는 곳. 뜨거운 사케 한잔 마실 수 있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다. 정다운 사람과 함께 앉아 소박한 안주와 사케를 앞에 두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덧 가슴 한구석에는 따뜻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렇듯 한겨울에 더 생각나는 사케는 어떤 술일까? 사실 사케란 ‘술’을 의미하는 일본어이지만 통상 ‘일본 술’을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쌀과 누룩, 물로 빚는 사케는 물처럼 투명하고 맑은 빛을 띤다. 알코올 도수 13~17%로 맥주보다는 강하고 소주보다는 부드럽다. 스파이시, 꿀향, 꽃향, 과일향 등 복합적인 향으로 이루어진 와인처럼 사케도 여러 가지 향기를 품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케를 만들기 위한 쌀을 별도로 재배하는데 와이너리에 따라 와인 맛이 다르듯 사케 역시 지방이나 양조장에 따라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요즘 홍대 부근이나 신사동, 교대 근처, 신천역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동네에 가보면 사케를 전문적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잔을 기울이다가 뒤에 앉은 모르는 누군가의 팔과 부딪힐 정도로 공간이 작은 곳이 대부분인데, 그래서 더 인간미 넘치고 ‘사케는 정을 함께 나누는 술’이라는 생각이 사람들 마음속에 싹트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식당 ‘모모야마’의 사케 전문가 이미향 씨는 맛 그 자체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 ‘미주米酒는 일곱 빛깔로 빛난다’라는 글귀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컬러가 없는 태양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나누어지는 것처럼 사케도 당화와 발효 등을 거치면서 갖가지 맛을 품게 된다는 의미지요.” 또한 ‘좋은 사케는 깊은 감칠맛과 절묘한 밸런스가 느껴진다’고 덧붙인다.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날,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싶으면 마음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 사케 한잔으로 심신을 달래보길. 유난히 찬 바람이 부는, 사케 한 잔이 그리워지는 겨울날이다.

사케, 종류에 따라서 세팅도 다르게 하는 센스
사케는 계절에 따라서 온도를 달리하여 마실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향이 섬세한 고급 사케는 5~10℃로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알코올은 물론 향까지 날아가기 때문이다. 데워 먹는 사케, 즉 아츠칸을 만들 때도 직접 불에 올리지 말고 중탕을 해야 한다. 물이 끓는 냄비에 따로 사케를 담은 그릇을 넣어 40~50℃로 맞춘다. 사케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

(왼쪽)태운 복어 지느러미가 뜨거운 사케와 만나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는 히레사케. 
겨울에 가장 많이 마시는 히레사케를 이중 잔에 담았다. 사케가 뜨거워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히레란 복어 지느러미를 의미한다. 잘 말린 복어 지느러미를 석쇠에 구워 잔에 넣은 뒤 뜨겁게 데운 사케를 붓고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불을 붙인다. 불붙이는 시간이 길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다. 태운 복어 지느러미의 독특한 맛이 술과 어우러지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오른쪽)커다란 그릇에 잘게 부순 얼음을 가득 채우고 유리로 만든 돗쿠리와 잔을 올린 세팅. 특히 끝이 뾰족하여 서지 않는 일명 ‘원샷잔’의 경우 이 세팅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왼쪽)달걀노른자를 넣는 다마고 사케(왼쪽)는 큼직한 잔이 알맞다. 다마고 사케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시면 좋은,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고춧가루를 넣은 소주쯤 되겠다. 큼직한 사케 잔에 노른자와 흑설탕을 넣은 뒤 끓인 술을 조금 넣고 잘 녹인다. 뜨거운 술을 넣으면서 노른자가 뭉치지 않게 잘 저어 마시면 초기 감기를 잡는 데 효과가 있다. 
(오른쪽)프리미엄급 이상의 고급 사케는 찬 술이라는 뜻의 ‘히야사케’라고도 한다. 히야사케는 풍미와 향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차게 먹을 것을 권한다. 얼음을 채울 수 있는 쿨러나 유리병으로 된 ‘히야토’는 사케를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기본 도구. 히야토는 유리병 안에 작은 유리 주머니가 따로 있어 그 속에 얼음을 담아 이용한다.

일본 요리전문가 김정은 씨의 제안, 사케와 음식 궁합
사케 역시 와인처럼 그 특성에 따라 음식을 맞춰 먹는 것이 가능하다. 배화여자대학교에서 일본 요리를 가르치는 김정은 씨는 최근 사케의 매력에 빠져 사케와 요리의 마리아주mariage(술과 음식의 매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사케는 향기의 강하고 약한 정도, 맛의 무겁고 가벼운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져요. 향기가 강하고 맛이 진한 숙주, 향기가 강하고 맛이 가벼운 훈주, 향기가 약하고 맛이 진한 순주, 향기가 약하고 맛이 가벼운 상주가 있어요.” 과일향, 꽃향 등 향기가 진하고 청량감이 있는 훈주는 광어 카르파초와 같은 날생선이 잘 어울린다. 숙주의 경우에는 지방이 풍부한 고기 요리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숙주는 몇 년씩 숙성시킨 경우가 많아서 맛과 향이 강하기 때문. 나무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향기와 단맛이 나는 순주는 가금류를 간장에 조린 음식에 알맞다. 향은 부드럽지만 입 안에서는 상쾌한 느낌이 강한 상주는 폰즈소스를 올린 석화 요리에 그만이라고.


1 닭볶음
재료
닭 날개·닭봉 10개씩, 연근 100g, 곤약 80g, 죽순 70g, 당근 60g, 아스파라거스 10대, 맛술 1큰술, 간장 11/2큰술 양념 맛국물 11/2컵, 간장 3큰술, 맛술·설탕·포도씨유 1큰술씩

만들기
1
맛술과 간장을 잘 섞은 뒤 닭 날개와 닭봉을 넣고 15분 동안 둔다.
2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0.5cm 두께로 썰어 꽃 모양을 낸다.
3 곤약은 0.7cm 두께로 썬 뒤 가운데 칼집을 내어 한쪽 모서리를 칼집 안으로 넣고 꼰다. 매자과처럼 모양을 만들어 끓는 물에 데친다.
4 죽순은 한 입 크기로 모양 내어 썰고 당근은 나박하게 썰어 모양 틀로 찍는다. 아스파라거스는 반으로 자른다.
5 뜨겁게 달군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양념한 닭 날개와 닭봉, 연근, 곤약, 죽순, 당근을 넣어 1분 동안 달달 볶는다.
6 ⑤에 맛국물을 부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간장과 맛술, 설탕을 넣고 오토시부타를 한 뒤 20분 동안 졸인다. 7 반으로 자른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오토시부타란 냄비 속에 끓는 내용물이 넘치지 않도록 냄비보다 작은 사이즈의 뚜껑을 덮는 것을 의미한다. 쿠킹 포일에 구멍을 내어 덮어도 된다.

2 삼겹살찜
재료
삼겹살(여러 덩어리로 나눈 것) 600g, 청경채 6대, 설탕·간장·물녹말·겨자 1큰술씩, 생강즙 1작은술, 대파 10cm 고기 삶는 물 물 1.5L, 생강 10g, 대파 10cm, 통후추 10알

만들기
1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올려 노릇하게 지진다.
2 냄비에 ①의 삼겹살을 넣고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중간 불에서 1시간 정도 삶는다. 고기가 푹 물러지면 고기는 건지고 삶은 물은 고운 면보에 밭친다.
3 냄비에 다시 고기를 넣고 삶은 물 2컵, 설탕, 간장, 생강즙을 넣고 20분 동안 졸인다. 물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춘다.
4 청경채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대파는 곱게 채 썬다.
5 ③의 고기와 국물을 담고 청경채와 채 썬 대파를 올린다. 겨자를 곁들인다.

3 광어 카르파초
재료
광어(횟감) 1/2마리(70g), 영양부추 20대, 채 썬 유자 껍질 약간, 생다시마 20cm, 래디시 1개 샐러드 드레싱 올리브오일 2큰술, 유자즙·식초 2작은술씩, 소금·설탕·흰 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생다시마를 접어 그 사이에 광어 살을 끼우고 냉장실에서 3시간 동안 숙성시킨다.
2 볼에 샐러드 드레싱 재료를 넣고 섞는다.
3 영양부추는 4cm 길이로 썰고 래디시는 슬라이스하여 찬물에 담가둔다.
4 접시에 영양부추를 깔고 ①의 광어회를 올린다.
5 샐러드 드레싱을 뿌린 뒤 래디시’와 유자 껍질 채 썬 것을 올린다.

4 폰즈소스를 곁들인 석화
재료
석화 10개, 고춧가루 1/2작은술, 무 간 것 2큰술, 라임 1/2개, 실파 2대 폰즈소스 간장 6큰술, 식초 4큰술, 다시물 1/2컵, 설탕 1/2큰술, 레몬 슬라이스 5장, 유자 슬라이스 3장

만들기
1
면보에 고춧가루를 넣고 둥글게 싼다. 이것을 무 간 것에 꾹꾹 눌러 고춧가루 물을 들인다.
2 볼에 분량의 폰즈소스 재료를 섞는다.
3 라임은 얇게 저미고 실파는 송송 썬다.
4 석화에 폰즈소스를 뿌리고 ①의 무와 라임, 실파를 올린다.

사케 전문가 이미향 씨가 알려주는 사케 고르는 법
사케는 쌀의 정미도, 주조 기술 등에 따라 맛과 향, 가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조’라고 쓰인 사케 라벨이 있다면 월계관은 사케를 생산한 회사명, 준마이는 쌀과 누룩으로만 빚었다는 의미, 다이긴조는 정미도 50%의 쌀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40%만 깎아낸 쌀을 이용한 사케는 긴조라고 하며 쌀과 누룩에 알코올을 첨가할 경우에는 알코올 양에 따라 혼조조슈와 후추슈로 나뉜다. 일본에서 80% 이상 소비되는 가장 대중적인 사케가 후추슈다. 사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에 따라 가센-조센-도쿠센-초도쿠센의 네 등급으로 나뉘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급에 속한다. 메뉴판을 살펴보면 사케 옆에 +5나 -2 등의 표시를 볼 수 있다. 이는 알코올 도수와는 별개인 일본 주도인데 신맛과 단맛을 나타내는 하나의 기준이다. 신맛과 단맛은 사케가 지닌 당분 함량과 산도에 의해 결정된다. 당분 농축액이 물보다 가벼우면 +로 표시하며 이는 산도가 높다는 의미. 물보다 무거우면 -로 표시하며 이는 단맛이 강하다는 뜻이다.


1 구보다 만주
1백70년 전통의 사케 회사 구보다의 최고급 사케로 이따금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준마이 다이긴조, 15.5%’라고 쓰여 있는데 준마이는 쌀과 누룩, 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다이긴조는 50% 정미도의 쌀을 이용했다는 의미다.

2 가모츠루 이테키뉴콘 일본 히로시마 현이 자랑하는 가모츠루 주조의 준마이 긴조. 긴조는 40%를 깎아낸 쌀을 이용했다는 뜻. 즉 정미도 60%의 쌀과 물로 만들었다. 과일 향기가 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이 술은 전반적으로 모든 요리와 어울린다.

3 센신고토부키 맛과 향기가 부드러우며 균형이 잘 잡혔다는 평가를 받는 사케로 일본 술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권하기 좋은 제품이다. 다이긴조, 즉 50% 정미도의 쌀을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시킨 고급 사케.

4 가모츠루 다이긴조 골드 일본 천황이 즐겨 마시는 사케로 아름다운 금박 벚꽃이 들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 술은 히로시마 지역의 유명한 가모츠루를 대표하는 고급 사케로 다이긴조에 속한다.

5 마스미 산카 일본뿐 아니라 뉴욕에서도 인기 있다. 동양의 스위스라 불리는 나가노 지방의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 마스미의 제품이다. 초봄을 연상케 하는 신선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준마이 다이긴조로 알코올 도수는 16~17%.

6 야마토진야 긴조 사케용 쌀 중 최고로 꼽히는 야마다니시키 품종으로 빚은 술로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긴조, 15%로 은은한 과일 향기가 나는 사케.

7 고츠즈미 로조 하나아리 화려하고 원숙한 향이 느껴지는 사케. 드라이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오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술이다. 준마이 다이긴조, 16.5%. 마스미 산카와 함께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사케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다.

야마사케, 어디서 구입하지?
니혼사케 효고 현의 고베 시에서 니시노미야 시에 이르는 해안에는 다섯 곳의 주조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을 ‘나다고고’라고 한다. 니혼사케는 물 좋기로 유명한 나다고고의 여러 사케를 수입하는 곳. 대학로에 있는 고베겐베이는 니혼사케에서 운영하는 사케 바. 문의 02-744-9424, www.nihonsake.com

니혼슈코리아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사케를 만날 수 있는 곳.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 지역에 걸친 최고급 사케만을 직수입한다. 냉장 컨테이너로 운반하며 늘 냉장 보관을 하는 등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기에 일본에서 막 생산된 듯한 사케를 맛볼 수 있다. 문의 02-545-3251, www.nihonshu.co.kr

한국월계관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 술을 수입한 곳으로 20여 종의 사케가 있다. 명동에 있는 일식 사케 바 가츠라(02-779-3690)를 론칭한 곳이기도 하다. 문의 02-326-3207, www.gekkeikan.co.kr

사케와 음식, 어디서 즐길까?
모모야마 롯데호텔 소공점 38층의 일식당으로 1백20여 종의 사케를 보유하고 있다. 네 명의 사케 전문가가 있어 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자신의 입맛에 잘 맞는 사케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편백나무와 대리석으로 꾸민 실내는 고급스러우며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문의 02-317-7031

메자닌
고깃집으로 잘 알려진 삼원가든에서 낸 와인&사케 바로 압구정동에 있다. 동남아시아의 리조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인테리어가 특징. 50여 종의 다양한 아시아 요리와 함께 33종의 사케를 즐길 수 있다. 문의 02-543-7157

부피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사케 바 부피는 식탁 대여섯 개가 전부인 아늑한 공간이다. 대신 천장이 높고 가운데에 창을 뚫어서 운치가 있다. 안주로 나오는 일본 가정식 음식은 그날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의 02-541-4894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