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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Christmas in Korea [Christmas Idea 4] 가야금 명인 황병기와 국악인들의 파티
진정하고도 위대한 선율은 크리스마스처럼 하늘에서 내려온다. 맑고 담담하고 온화하고도 힘 있게 울려나는 우리 전통 음악, 그 매듭으로 묶인 아홉 명의 연주자가 국악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과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김병성(대금)·연제호(타악기)·박천지(타악기)·이경은(해금) 씨, 가야금 퓨전 그룹 ‘여울’의 기숙희·이수은·안나래·박민정 씨가 모여 만든 ‘국악 크리스마스 파티’. 그 안에는 행복한 선율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흐르고 보는 이의 가슴으로 달착지근한 떨림을 전한다. 이제 모든 말은 사족이며 사설에 불과하다. 가야금산조 무대처럼 중모리 가락에서 중중모리 가락으로 이어지며 흥으로 울리는 국악 크리스마스 파티 한마당.
뜨락에 눈 내리고 달빛 향기 그윽한 이 밤에 피리, 가야금, 장구, 해금 모두 모여 명월明月과 함께 앉았구나. 여인들이여, 백자 호리술병은 오뚝하게 놓고 달항아리에 빨간 가막살나무 열매 꽂으려무나.
오방색 비단실 꼬아 트리 위에 살몃살몃 올려놓고 불란서에서 가져온 술 한 잔 따라놓으니 벌써 흥이 오노매라. 음악으로 ‘개명開明’한 이들 모였으니 모든 시름 잊고 벗들과 화합하여 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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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선생과 ‘사랑방 음악회’를 같이 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 그리고 황병기 선생의 제자로 구성된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이 파티의 호스트이자 게스트다. ‘모던 코리안 스타일’로 파티를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왼쪽 하선데코의 깃털 리스 제품에 공작 털, 오방색 실로 장식하고 가야금의 현을 받치는 안족을 달았다. 안족은 한울림에서 판매.
2 접시와 그릇은 낙원요. 냅킨은 s-갤러리 제품. 매트는 장지방에서 판매하는 한지로 제작한 것.
3 쿠킹&파티 스튜디오 ‘진진’에서 모던 코리안 스타일에 맞춰 마련한 음식. 샴페인은 뵈브 클리코 옐로 레이블. 테이블은 코헨, 테이블클로스는 ADT 제품. 접시는 모두 낙원요 제품. 초와 촛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 소반은 요리 연구가 이종국 씨 소장품. 빨간색 크리스마스 볼은 디자인 알레, 흰색과 투명 크리스마스 볼은 하선데코 제품. 뒤로는 한지와 자개를 결합한 박희섭 작가의 작품. 한복은 담연 제품.
5 화병은 낙원요 제품. 샴페인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6 파티를 준비하는 ‘여울’의 박민정 씨. 소품 정보는 2번과 동일.

둥기당기 둥당기, ‘침향무’가 세상에 퍼지누나. 흩날리는 눈인 듯 고운 손 어지러이 움직이니 중모리 가락으로, 엇중모리로, 다시 중모리, 중중모리 가락으로 빨라지며 귀가 떨고 마음이 떠는구나. 어느새 땅속 진흙 냄새가 나도록 가늘게 느리게 툭 떨어지니 듣는 이의 애간장이 녹는구나. 다시 휘모리장단으로, 침묵으로 오가니 바람 소리, 폭풍 소리, 하늘에서 나부끼는 옷자락 소리로세. 가락은 끝났으나 북두성에 닿을 듯 잔향이 퍼지누나.

(왼쪽) ‘침향무’는 황병기 선생이 1974년 작곡한 가야금 독주곡으로 ‘침향의 향기 속에서 추는 춤’이라는 말뜻처럼, 듣는 이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무곡풍의 흥과 애절한 계면조를 함께 띠는 곡이다. 관능적인 화려함이 종교적인 세계로 승화된 신라 미술을 음악으로 표현한 연주곡이다. 황병기 선생의 한복은 본인 소장품. ‘여울’ 멤버가 입은 한복은 모두 담연 제품.

(오른쪽) 다리에 만卍자 무늬, 당초무늬 등으로 판각을 하고 네 귀를 귀접이 방식으로 접은 해주 소반과 원형의 소반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트리 형태로 만들었다. 그 뒤에 병풍을 드리우고 가야금을 만드는 나무인 오동나무 가지로 장식했다. 소반은 요리 연구가 이종국 씨의 소장품과 ‘차이 김영진’의 김영진 대표 소장품. 달항아리는 작가 성석진 씨의 작품으로 차이 김영진에서 판매. 흰색 종이 별과 빨간색 크리스마스 볼은 디자인 알레에서 판매. 흰색 크리스마스 볼은 하선데코에서 판매. 병풍과 나뭇가지를 말아 만든 자주색 볼, 손에 든 샴페인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복은 담연 제품.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음악
가야금이라는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명인이자, 전통음악인 산조를 현대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황병기류 가야금산조’의 작곡자이자,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이상한 루머까지 퍼뜨린 그 곡 ‘미궁’의 작곡자인 황병기 선생. 그의 음악은 전통음악의 어휘를 초월한다. 조선 음악의 뿌리를 찾아 신라, 가야, 백제로 거슬러 올라간다든지(올해 낸 독주집 <달하 노피곰>은 백제 가요 ‘정읍사’를 가야금곡으로 만든 음반이다), 서역의 이국적인 정취와 동양 음악의 깊이를 조화시킨다든지(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가야금 독주곡 ‘침향무’), 개량된 새 악기를 위한 곡을 만든다든지(제자가 만든 17현 가야금을 위해 음역을 확대한 곡 ‘춘설’을 작곡했다) 하는 식이다. 모은 음반의 3분의 2가 현대음악이고, 존 케이지의 작품을 연구하고 해설을 쓰기도 했으며 재즈 뮤지션 존 콜트레인을 말 그대로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황병기 선생. 그의 창작 활동 40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헌정 공연에는 백현진(어어부 프로젝트), 한충완(키보드), 장영규(콘트라베이스), 이예찬(바이올린)이 참여하기도 했다. 전통과 현재 사이를 자유롭게 노니는 그는 화법 또한 독특한데 거의 표정 없이 단문으로 전달하는 그의 말 속에는 은유와 알레고리, 풍자가 뒤섞여 있다.

1 테이블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이화 씨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 접시와 화병, 찻잔은 모두 낙원요 제품, 냅킨은 s-갤러리 제품, 매트는 장지방에서 판매하는 한지로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한 것, 의자에 걸친 색동 러너는 스타일리스트 제작. 샴페인잔, 와인잔, 커트러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 소반은 요리 연구가 이종국 씨 소장품. 빨간색 크리스마스 볼은 디자인 알레, 흰색 크리스마스 볼은 하선데코 제품.
3 달항아리는 성석진 작가의 작품으로 차이 김영진에서 판매. 검은색 접시는 낙원요 제품. 빨간색 크리스마스 볼은 디자인 알레, 핑크색 볼은 하선데코 제품.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9000’, 스피커는 ‘베오랩 5’.
4 항아리는 성석진 작가의 작품으로 차이 김영진에서 판매. 빨간색 크리스마스 볼은 디자인 알레 제품. 흰색과 핑크색, 투명 크리스마스 볼은 하선데코 제품.
5 오방색 비단실을 크리스마스 볼에 하나하나 묶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장식했다.
6 그릇과 화병은 모두 낙원요 제품. 샴페인잔과 사각 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의 음악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였던 황병기 선생의 제자로 구성된 ‘여울’은 ‘일렉트릭 가야금’으로 국악계의 물살을 바꾸고 있는 가야금 4중주단이다. 클래식의 교조와 따분한 전통의 거미줄을 없애라는 황병기 선생의 가르침 아래 2004년 결성됐고 올해 초 <행복한 이야기>라는 신감각의 국악 음반을 선보였다. 기숙희·이수은·안나래·박민정 씨로 이루어진 여울은 18현, 22현, 25현의 개량 가야금으로 국악에 재즈, 록, 퓨전, 컨템포러리, 서양 클래식을 가미해 여울만의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드럼을 이용한 보사노바풍의 가야금 연주,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가야금으로 재해석한 곡, 라틴 재즈와 쿠바의 차차차 리듬을 접목한 연주 등이 그 좋은 예다.

비단 방석을 깐 자리는 이미 흥이 도도하네. 술도 있고 님도 있고 가야금도 있지 아니한가. 이런 때에 시를 짓고 노래를 한다는 것, 얼마나 멋있는 놀음놀이인가. 가야금을 뜯다가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다 문득 시를 읊으니 가야금과 술과 시, 세 친구가 번갈아 서로를 끌어주며 돌고 돎이 끝없구나. 남은 술 부어라, 주흥酒興 한번 이어보자.

1 다양한 면면의 후배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구심점,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
2 스승을 만난 ‘여울’의 멤버들. 앞쪽부터 안나래·기숙희·박민정·이수은 씨. 여울 멤버가 입은 한복은 모두 담연 제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사랑방 음악회’
겨울밤을 데우는 웃음소리가 들릴 듯한 사랑방. 이곳이 연주 무대가 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사랑방 음악회’는 74석의 공연장(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독주 또는 중주를 하고 황병기 선생이 해설을 곁들이는 무대로 관객의 성원이 매우 뜨겁다. 이날 파티에 모인 김병성(대금)·연제호(타악기)·박천지(타악기)·이경은(해금)씨는 11월 16일에 열린 ‘사랑방 음악회-남도음악의 밤’ 공연에서 대금산조와 해금산조 등을 연주한 단원들이다. 12월 7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사랑방 음악회’에서는 황병기 선생의 곡 ‘소엽산방’을 비롯해 피리 독주 ‘화花’, 아쟁 4중주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문의 02-2280-4115

3 ‘사랑방 음악회’에서 공연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타악기 연주자 연제호 씨와 해금 연주자 이경은 씨. 테이블은 웰즈 제품. 그릇과 화병은 모두 낙원요 제품. 냅킨은 s-갤러리 제품. 샴페인잔, 사각 초, 커트러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제호 씨가 입은 슈트는 크리스찬 라크로와 옴므, 셔츠는 고쉐, 안경은 버버리 by 룩 옵틱스, 보타이는 벨그라비아 제품. 이경은 씨가 입은 한복은 담연 제품.
4 음식은 앞쪽부터 꿀에 버무린 피칸과 치즈를 얹은 엔다이브 카나페, 새우와 채소 꼬치, 연어와 캐비아를 올린 감자칩 카나페. 그릇은 모두 낙원요 제품.

우리 모두 태고의 마음으로 악기 들고 앉았네. 성탄곡 한 곡조에 달빛, 별빛 교차하니 천 년 세월 한순간이네. 나무의 길 속 깊이 흐느끼는 대금 소리, 파르르 떨리는 가야금의 시김새,
징~~ 당~~ 속에 삶까지 녹아든 장구 소리, 가슴을 저미는 해금 소리 모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춤을 추네. 객들도 어깨를 덩실, 엉덩이를 둥싯, 성탄의 밤이 달빛 안에 무르익네.


(위)‘여울’ 멤버와 해금 연주자 이경은 씨의 한복은 모두 담연 제품. 왼쪽에서 꽹과리를 연주하는 연제호 씨의 슈트는 크리스찬 라크로와, 셔츠는 고쉐, 보타이는 벨그라비아, 안경은 버버리 by 룩 옵틱스 제품. 장구를 연주하는 박천지 씨의 슈트와 보타이는 란스미어, 셔츠는 고쉐 제품. 대금을 연주하는 김병성 씨의 슈트는 아야모리에, 셔츠는 루이까또즈, 보타이는 벨그라비아 제품. 황병기 선생의 한복은 본인 소장품. 앞쪽의 사각 초, 자주색 볼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벽 앞의 테이블은 코헨 제품, 테이블클로스는 ADT 제품.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