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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뜨끈한 멸치 육수에 말아 먹는 바로 그맛! 가을의 별미 도토리묵밥
단풍 구경하며 가을 산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 발에 차이는 것이 도토리다. 암팡지게 살진 열매를 골라 요리조리 살펴보면 ‘묵 쑤면 참 맛나겠다’ 싶지만 만드는 방법을 모르고, 또 시간이 보통 걸리는 일이 아니라서 포기하게 된다. 물 한 병까지도 ‘웰빙 웰빙’ 하는 요즘 세상에 도토리묵이야말로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따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기 때문에 화학비료에 대한 염려가 없으며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없다. 또 도토리에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는데 타닌은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중금속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먹을 것이 귀하던 옛날, 조상들은 도토리의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묵을 쑤어 먹었다. 물에 잘 녹는 타닌의 성질을 이용하여 도토리를 찬물에 우려 떫은맛을 없앤 뒤 묵으로 만들었던 것. 도토리를 가루로 만들 때는 절구공이로 빻거나 맷돌에 가는 것이 좋다. 도토리를 믹서에 갈아 만들면 단단하고 질긴 묵이 만들어지기 때문. 또 믹서의 날이 도토리에 닿으면 색깔이 붉게 변한다.

“묵 만들 때 포인트는 가루를 곱게 빻는 데 있어요. 근데 이게 쉬운 게 아니에요. 사실, 우리 어머니가 묵 장사를 했어요. 내가 장남이다 보니 어렸을 때 매일 절구질만 했지요. 가루가 곱지 않으면 나중에 묵이 조금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절구질할 때도 가루를 체로 치고, 위에 남은 가루는 다시 절구질하기를 반복했지요.”

어머니의 뒤를 이어 도토리묵 전문점 한소반을 운영하는 장명관 대표가 알려주는 팁. 예전 방식대로 만든 묵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다. 도토리묵무침과 묵사발, 묵밥 등은 밍밍한 맛의 묵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한 요리들. 쑥갓과 고춧가루를 넣은 묵무침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식이지만 묵사발과 묵밥은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으며 그 차이점을 잘 모르는 이가 많다. “보통 묵사발은 쇠고기 양지 육수에 얼음을 동동 띄워 새콤달콤하게 먹고 묵밥은 뜨거운 멸치 국물에 신 김치를 올려 담백하게 먹는 음식입니다”라고 장명관 씨는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뜨끈뜨근한 묵밥이 제격’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묵밥은 육수가 관건. 비린내가 날 정도로 멸치를 넉넉하게 넣는 게 중요하다. 멸치를 건져낸 후 파와 양파, 무 등의 향신 채소를 넣어 비린내를 없애면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뜨끈하게 데운 멸치 육수를 부은 도토리 묵밥이 그리워지는 11월 밤, 가족들의 출출한 배를 편안하게 채워줄 도토리묵밥 한 그릇 준비해보자.


도토리묵

재료
도토리 1.5kg, 생수 650cc, 소금·식용유 약간씩

만들기

1 도토리는 뚜껑과 껍데기를 벗겨내서(사진 1) 12시간 동안 찬물에 담근다. 물은 버린다.
2 맷돌에 도토리를 간다.
3 볼에 ②의 도토리 가루를 넣고 물을 붓는다.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물을 조심스럽게 따라 버린다.
4 ③의 앙금을 믹서에 간 뒤 면보자기에 싸서 힘껏 짜 건더기와 물을 분리한다.
5 냄비에 생수를 붓고 건더기와 소금, 식용유를 넣어 센 불에서 끓인다. 이때 한 방향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6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면(사진 2) 약한 불로 낮춰 20~30분 동안 충분히 익힌다.

묵밥

재료
묵·묵은 김치 적당량씩, 김 가루·팽이버섯·쑥갓 약간씩 육수 다시마·멸치·무·대파· 양파 적당량씩, 가다랑어포·국간장 약간씩

김치 양념
참깨·소금·설탕·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물이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멸치는 20~30분 더 끓여 건진다.
2 무와 대파, 양파, 가다랑어 포, 국간장을 넣고 40분 동안 더 끓인다.
3 김치는 국물을 살짝 짠 뒤 송송 썰어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4 도토리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 그릇에 묵을 담고
②의 육수를 부은 뒤 양념한 김치와 김 가루, 팽이버섯, 쑥갓을 올린다.

* 묵밥에는 채소를 적게 넣어야 묵 특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