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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굿빛 속살의 무한 변신 연어로 만든 홈메이드 서양 요리
살굿빛의 탐스러운 속살보다, 뛰어난 영양가보다, 연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강물을 거꾸로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의 ‘회귀본능’이다. 해마다 10~11월이면 어른이 된 연어들이 산란하기 위해 강으로 돌아오는데, 산란 직전에 잡은 연어가 기름이 올라 맛이 좋다. 2002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세계 10대 식품 중 하나로 연어를 선정하기도 했다. 집에서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서양식 연어 요리를 소개한다.

강원도 양양 남대천으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매년 가을 양양 남대천에서는 연어축제가 열려(올해는 10월 20~21일),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맨손으로 연어를 잡아보기도 하고 커다란 연어를 싼값에 구입하기도 한다. 이맘때 사람들이 ‘연어’라는 물고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맛과 영양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굶주림과 삼투압의 고통을 견디며 거친 물살을 헤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 때문이다.

태어난 하천을 떠나 대양으로 나간 어린 연어는 3~6년 동안 북태평양 알래스카 베링해나 러시아 캄차카 지역에서 살다가 어른이 되면 떼 지어 수만 리 바닷길을 돌아 모천으로 돌아온 뒤 산란을 하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곁에서 지키다가 일생을 마친다. 어쩌면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는 이 특이한 물고기에게서 사람들은 자연의 거룩함과 신비로움마저 느끼고 공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낭만은 여기까지만. 요즘 대부분의 연어는 인공 부화를 통해 치어를 방류한 것이다. 산란기가 되면 암컷 연어의 표면은 흑황색과 살색이 섞인 혼인색을 띠는데, 남대천으로 들어가는 양양 앞바다 초입에서 혼인색을 띤 연어만 골라 채란을 하고 수컷을 잡아 정액을 뿌려 수정을 시킨 뒤 이렇게 인공 산란을 마친 물고기를 싼값에 판매하기도 한다.

산란 직전인 가을철에 잡은 연어가 지질 함량이 높아 더 맛있다. 하지만 연어가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기간에는 개인이 강이나 바다에서 연어를 잡는 행위를 금하고 있어 아쉽게도 살아 있는 연어를 맛보기는 힘들다. 우리가 일식당이나 양식 레스토랑에서 먹는 날연어는 냉동 상태로 수입된 것으로 대부분 노르웨이산이다. 사실 우리나라 하천에서 잡힌 연어는 싱싱한 생물이긴 하지만 외국 바다에서 잡힌 것에 비하면 기름기가 적어 맛이 좀 덜한 편이다.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싱싱한 연어를 구해 통째로 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경북 울진에 사는 ‘어부 현종’(www.badaro.in)에게 주문하면 직접 잡았거나 어판장에 나온 연어를 바다의 향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통마리로 받을 수 있다. 그때그때 잡혀 올라오는 숫자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략 3~4kg짜리가 1만~2만 원선(포장비·택배비 별도)이다. 대형 마트에서는 노르웨이산 통연어를 구입할 수도 있는데, kg당 1만 5천 원 정도로 훨씬 비싸다.


1 사과와 펜넬 샐러드를 곁들인 연어 타르타르
연어의 기름진 맛과 상큼한 사과와 펜넬의 향이 잘 어울리는 애피타이저. 날로 먹는 것이므로 연어는 반드시 횟감으로 준비한다.

재료 횟감용 연어 뱃살 250g, 다진 양파 2큰술, 올리브오일 ·레몬즙 1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사과 100g, 펜넬(또는 오이) 50g, 드레싱(시판 요구르트 드레싱 ·허니 머스터드 드레싱 2큰술씩, 레몬즙 1큰술), 베이비채소 60g, 딜 4줄기, 연어알 4작은술

만들기
1 연어는 5mm 크기로 깍둑썰기 해 양파와 섞고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춧가루를 넣는다.
2 사과는 껍질을 벗겨 펜넬과 함께 5mm 크기로 깍둑썰기 해 드레싱에 무친다.
3 개인용 접시에 베이비채소를 나누어 담는다. 원형 몰드에 ①을 1/3 높이로 꼭꼭 눌러 담고 그 위에 ②를 같은 높이로 채운다. 다시 ①을 채우고 틀을 빼낸 다음 딜과 연어알로 장식한다.

2 채소 스틱을 곁들인 연어 무스
크림치즈와 요구르트로 연어에 부드러운 질감을 주고 딜과 레몬으로 향을 살린 애피타이저.

재료 연어살 150g, 화이트 와인 1/4컵, 물 1/2컵, 소금 1작은술, 크림치즈 50g, 플레인 요구르트 3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레몬즙 1큰술, 다진 딜 2큰술(드라이 딜은 1큰술), 소금 ·후춧가루 적당량씩, 연어알 1큰술, 스틱 모양으로 썬 당근(보라 ·노랑) 2개씩, 갈릭 토스트 적당량

만들기
1 연어살은 껍질이 없는 것으로 준비해 손가락 크기로 썬다. 냄비에 화이트 와인과 물, 소금을 넣고 중불에 올려 살짝 끓어오르면 연어를 넣고 약한 불에 2~3분간 부드럽게 익혀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식힌다.
2 블렌더에 ⓛ과 나머지 재료를 넣고 곱게 갈아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넣는다. 냉장고에서 한두 시간 식혀 오목한 그릇에 담은 뒤 연어알로 장식하고 당근 스틱, 갈릭 토스트와 함께 낸다.


연어 파이
매시드 포테이토와 시금치, 연어가 어우러져 식사로 손색이 없는 부드러운 맛의 연어 파이. 미리 만들어 오븐에 구워내면 손님 초대용 음식으로도 좋다.

재료
매시드 포테이토 감자 400g, 버터 2큰술, 우유 80cc, 잘게 썬 체다치즈 40g, 후춧가루 약간, 소금 적당량 연어 필링 껍질 벗긴 연어살 500g, 우유 300cc, 버터·밀가루·레몬즙 2큰술씩, 다진 양파 1개 분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시금치 필링 시금치 2단, 올리브오일 ·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매시드 포테이토 껍질 벗긴 감자를 소금물에 삶아내 뜨거울 때 버터와 우유, 체다치즈, 후춧가루를 섞어 곱게 으깬다. 간이 부족하면 소금으로 간한다.
2 연어 필링 냄비에 한 입 크기로 썬 연어와 우유를 넣고 끓어오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5분 정도 익힌다. 연어는 건져 포크로 살짝 으깨고 우유는 체에 밭친다. 프라이팬을 중불에 올려 버터를 녹이고 양파를 넣어 말갛게 될 때까지 볶는다. 밀가루를 넣고 1~2분 정도 함께 볶은 다음 남겨둔 우유를 조금씩 나누어 부어 멍울이 지지 않도록 고루 저어가며 2분 정도 더 끓인다. 소스에 연어살을 섞고 레몬즙과 후춧가루를 넣은 뒤 소금으로 간한다.
3 시금치 필링 시금치는 소금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꼭 짜고 잘게 다져 올리브오일과 소금에 무친다.
4 내열 용기에 연어 필링을 펴 담고 그 위에 시금치 필링을 편 다음 매시드 포테이토를 올려 180℃로 예열한 오븐에 황금색이 돌도록 30분 정도 굽는다.

배 쪽은 은백색이고 등 쪽은 남회색을 띠는 연어. 비늘을 벗겨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낼 때, 운이 좋으면 빨갛고 탱글탱글한 알이 가득 차 있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알은 주머니 같은 막을 벗겨내 한 알 한 알 떼낸 뒤 청주와 소금을 섞은 얼음물에 담갔다가 건져 체에 밭친다. 작은 그릇에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누어 담아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 자연해동시켜서 이용한다. 신선한 알은 바로 초밥이나 비빔밥에 회로 먹으면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연어의 껍질을 벗겨내면 살굿빛 속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붉은빛이 선명하고 근육의 선이 진한 것이 좋다. 부위에 따라, 용도에 따라 몇 가지 모양으로 커팅할 수 있다. 일단 대가리는 잘라내 조림이나 탕으로 이용하고, 등 부분은 껍질 벗겨 살만 필레로 뜨거나 껍질째 저며 썬다.이때 중앙에 있는 가시는 칼끝이나 족집게로 발라낸다. 뱃살은 횟감으로 뜨고, 가운데 부분은 껍질을 벗기고 살만 길게 스테이크용으로 썬다. 꼬리 쪽으로는 가시와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스테이크용으로 동그란 모양을 살려 통째로 썬다. 정통적인 연어 스테이크 모양으로 근육의 선이 나비 모양으로 대칭을 이룬다. 이때 주의할 점 한 가지, 날연어에는 아니사키스라는 기생충이 있을 수 있으므로 회나 초밥으로 이용할 때는 반드시 -20℃ 이하로 냉동해 사멸시킨 후 사용해야 한다. 부위별로 손질해놓은 뒤에는 용도에 맞게 요리하면 된다. 연어 요리라고 하면 주로 훈제, 회, 스테이크를 떠올린다. 서양 요리에서 연어는 셰프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쓰는 재료 중 하나다. 우선 식욕을 자극하는 붉은 색감이 매력적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 범위가 무척 다양하며,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하기 때문이다.


오렌지 글레이즈를 얹은 홈메이드 티 스모크 살몬
뚜껑이 있는 낡은 프라이팬 하나면 집에서도 색다른 훈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오렌지와 생강, 중국차의 훈연 향이 밴 달콤한 티 스모크 살몬으로 연어의 새로운 맛을 즐긴다.

재료 연어 마리네이드 연어 스테이크(150g) 4쪽, 맛술 1/2컵, 소금·흑설탕 1큰술씩 훈제 재료 중국차 잎·쌀·흑설탕 1/2컵씩, 오렌지 껍질 2개 분량, 저민 생강 2cm 분량, 통후추 10알 오렌지 글레이즈 오렌지 주스 2컵, 저민 생강 1cm 분량, 간장 1작은술, 올리고당 1/2큰술, 소금 약간 채소 볶음 파프리카(빨강·노랑)·적양파 1개씩, 청경채 4줄기, 아스파라거스 1단, 올리브오일 1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연어 연어는 1시간 정도 마리네이드에 재운다.
2 훈제 밑이 넓고 깊이가 있는 낡은 프라이팬에 알루미늄 포일을 깐다. 훈제 재료를 깔고 그 위에 철망을 올려 연어를 얹고 뚜껑을 덮어 강한 불에 올린다. 1~2분 후 연기가 피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10분 정도 훈제를 한다. 불을 끄고 몇 분 동안 잠시 둔다.
3 오렌지 글레이즈 작은 냄비에 소금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담아 1/3컵 분량이 될 때까지 중불에 졸인다. 소금으로 간하고 생강은 건져낸다.
4 채소 볶음 파프리카는 씨를 빼고 적양파와 함께 채 썬다. 청경채는 한 잎씩 떼고 아스파라거스는 5cm 길이로 자른다. 팬을 달궈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다음 파프리카, 적양파, 청경채,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아삭할 정도로만 볶아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5
따뜻하게 데운 접시에 채소 볶음과 훈제 연어를 담고 오렌지 글레이즈를 뿌린다.

연어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그 함량이 육류보다 높아 스태미나식으로 알려져 있다. 연어에는 오메가3가 다량 함유되어 건강보조제로도 개발될 정도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필수지방산인 알파 리놀레닉산과 DHA, DPA 및 EPA를 함유한다. 기억 학습 능력 유지 효과가 있는 고도 불포화 지방산인 DHA와 EPA는 동맥경화, 고혈압, 협심증, 뇌졸중,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아주 효과적이다. 루프스 같은 면역결핍 질환을 예방하고 알츠하이머 등의 노인성 질환에도 좋다. 2002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세계 10대 식품을 선정했는데 그중 9종이 식물성이었고 동물성 식품으로는 유일하게 연어가 포함됐을 정도. 비타민 B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 촉진, 소화 촉진, 위장 장애 완화, 혈액 순환에 효과적이다. 핵산은 정어리와 멸치 다음으로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인체의 노화를 늦춰준다(핵산이 부족하면 시력과 성기능이 감퇴하고, 여러 가지 노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연어는 예로부터 빈혈이나 냉증이 있는 여성에게 좋다고 전해진다. 연어의 영양을 얘기하다 보니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러니 이렇게 영양 많고 맛 좋은 연어, 버터에 살짝 굽기만 해도 포토제닉한 이 연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