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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맑게 하는 파수꾼 10 [약식동원 1] 깨끗한 혈관, 음식으로 지킨다
얼마 전부터 해독 또는 디톡스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한의원에서는 간이나 혈액, 피부, 대장 등에 쌓인 묵은 독을 없애주는 ‘해독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서점에서는 디톡스와 관련된 책들이 꾸준히 팔린다. 그중에서도 만병의 근원이라고 여겨지는 어혈을 풀어주는 혈액 해독 클리닉이 눈에 띈다. 요즘 쉽게 손발이 저리거나 혈압이 높아진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열 가지 음식을 눈여겨보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는 작은 시냇물 줄기들이 셀 수 없이 많이 흐르고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막힘없이 흐르면서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적재적소에 운반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까지 맡는다. 이 시냇물이 바로 혈액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냇가에 맑은 물줄기가 흐르듯 혈액도 늘 순환이 잘되어야 한다. 그런데 식탁이 풍요로워지고 필요 이상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오히려 문제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잘 먹는다는 것을 많이 먹는다는 것과 구분 짓지 않으면서 혈액이 탁해지고 끈적끈적해지며 여러 질병이 생기게 되었다. 노인성 치매와 신경쇠약, 심근경색, 협심증, 천식, 고혈압 등이 그 예다.

노폐물과 독소가 쌓인 혈액은 흘러가는 속도가 자연히 더뎌지고 결국 순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면 5대 영양소 외에도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염두에 둔, 균형 잡힌 식사가 필수다. 이들이 부족하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화학반응이 순탄하지 않게 된다. 또 몸은 늘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몸이 식으면 체내에 미처 연소되지 않은 물질이 쌓여 혈액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안간힘을 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간단한 감기라면 굳이 해열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장애의 주범인 독소를 없애기 위해 약을 복용하면 그것이 또 하나의 독소가 되어 혈액을 다시 오염시킨다고 한다. 결국에는 꾸준히 운동을 하며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방법이 해결책이라는 것. 약식동원 藥食同原, 즉 음식으로 병을 예방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은 최근 유행하는 ‘디톡스 프로그램’과도 통하는 모양이다. 꾸준히 먹으면 혈액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식재료 열 가지를 소개한다.

돌고 돌고 다시 도는 혈액이 하는 일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도 혈액은 쉬지 않고 순환한다. 문제는 늘 흘러야 하는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을 때, 즉 혈액순환장애가 생길 때 발생한다. 손발이 차거나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든가 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어혈을 만병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어(瘀)는 ‘머무르다’의 뜻으로 피가 정체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은 모세혈관을 통해 각종 영양소와 산소를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고 세포가 활동하면서 나오는 노폐물과 탄산가스를 체외로 배출시킨다. 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게 체온을 골고루 분배하고 피부로부터 나가는 열을 막아 체온을 유지하기도 한다.


(왼쪽) 1 등 푸른 생선 모 우유 광고에서 많이 들어본 DHA 또는 EPA 성분. 모두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n-3지방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방산이란 지질의 주성분으로,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있다. 생선이나 식물에 많이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 중에서도 n-3계 지방산은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을 줄여주고 혈전을 녹여준다. 고혈압이 걱정된다면 정어리를 자주 섭취하도록. 정어리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정어리 펩티드가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천연 강압약인 셈이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거나 구이, 조림으로 조리해도 EPA와 DHA 섭취에는 문제없으며 일주일에 세 번 먹는 게 좋다.

(가운데) 2 현미 쌀을 도정하기 전의 상태인 현미는 현대인의 문제해결사라고 불리는 식이섬유가 백미에 비해 3~4배나 많이 들어 있다. ‘젊음의 묘약’이라는 별명이 붙은 비타민 E와 셀레늄, 페놀, 스테롤 등의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특히 현미의 배아에 함유된 개버딘 성분은 혈압을 낮춰주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중성 지방의 양을 줄여주므로 지방 섭취량이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다. 밥을 짓기 전에 2~3시간 동안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면 개버딘 양이 약 10배로 증가하는데 이는 현미가 발아하면서 개버딘 양도 증가하는 것. 시판되고 있는 발아 현미를 이용하면 손쉽게 개버딘을 섭취할 수 있다.

(오른쪽) 3 양파 주변에 6개월 동안 양파를 껍질째 우린 물을 꾸준히 마셔 최고혈압 160mmg을 120mmg으로 낮춘 이가 있다. 이는 양파의 케르세틴과 매운맛을 내는 유화 프로필 성분 덕분. 케르세틴은 양파 껍질 색을 띠는 황색 색소로, 혈중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고 세포가 노화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날것으로 먹든 열을 가해 먹든 그 효과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매운맛을 내는 유화 프로필은 혈당치를 낮추어준다. 유화 프로필은 생양파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가열하면 중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양을 줄여주는 세피엔 성분으로 변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혈당치를 낮추려면 양파를 날것으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을 낮추려면 가열해 먹도록.


(왼쪽) 4 올리브오일
미국의 석유 재벌이자 90대 중반까지 건강함을 유지했다는 록펠러의 비결은 하루 한 숟가락의 올리브오일에 있었다. 올리브오일의 대표적인 성분은 올레인산과 비타민 E, 폴리페놀이다. 올레인산은 체내의 콜레스테롤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또 대표적인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는 혈관의 세포막이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리브오일은 소스로 만들어 샐러드와 함께 익히지 않은 상태로 먹으면 좋다. 그러나 열매를 처음으로 압착하여 얻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경우 올레인산이 풍부하므로 열을 가해도 산화될 염려가 적다.

(가운데) 5 다시마
다시마와 미역 등은 바다에서 나는 불로초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 만졌을 때 느껴지는 미끌미끌한 점액은 콜레스테롤과 혈당치를 낮춰주는 성분으로 수용성 섬유질인 알긴산과 푸코이당이다. 알긴산은 염분(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혈압의 주범이 되는 나트륨이 알긴산과 결합하여 체외로 배설되면서 혈압이 낮아지는 원리다. 또한 다시마에 들어 있는 라미닌 성분도 혈압 강화 작용을 한다. 다시마는 물에 충분히 불려 염분을 제거하여 쌈으로 먹으면 좋다. 또는 잘게 채쳐서 간장에 조리면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데 이때 간을 약하게 해야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오른쪽) 6 청국장 또는 나토
콩을 발효시키면 끈적끈적한 실 같은 것이 생기는데 여기에 나토키나아제 성분이 들어 있다. 혈관을 막는 주범이 되는 혈전을 녹여주는 이 성분은 날콩에는 들어 있지 않다. 날콩을 발효시키면 콩에 들어 있던 비타민 B2가 여섯 배 증가하는데 이는 동맥경화와 노화를 예방하는 데 좋다. 혈전은 하루 중 밤에서 새벽 사이에 생기기 쉽다. 나토키나아제의 효과는 식후 2시간부터 나타나서 8~12시간 동안 지속된다. 그러므로 청국장이나 나토는 저녁에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냄새가 나서 먹는 것이 고역이라면 살짝 익혀보자. 청국장에 다진 파와 간장, 가다랑어포, 밀가루 등을 넣어 잘 섞은 다음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부침개를 부치듯 부쳐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다.


(왼쪽) 7 오징어와 낙지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은 오징어와 낙지, 굴 등에 풍부하다. 타우린은 혈액을 깨끗하게 할 뿐 아니라 혈관에 탄력을 더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타우린을 꼭 섭취하도록.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 성분이 나와 혈관을 수축하는데 타우린은 이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타우린이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오징어를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여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으며, 또 오징어와 낙지에는 콜레스테롤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타우린이 들어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타우린은 물에 녹는 성분이 있으니 국물까지 마시는 것이 좋다.

(가운데) 8 녹황색 채소
토마토의 리코펜, 고추와 피망의 캡사이신 등 녹황색 채소에 들어 있는 다양한 색소가 세포의 노화를 예방한다.시금치나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등 푸른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클로로필(엽록소)은 적혈구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즉, 독소와 결합하여 혈액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녹황색 채소에 들어 있는 베타 카로틴과 비타민 E는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기름과 함께 조리하도록. 반면에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이라 물에 씻을 경우 손실이 크다. 이탈리아식 채소 수프는 녹황색 채소의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조리법. 토마토와 당근, 감자, 피망, 양파 등을 깍둑썰기 하여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은 뒤 밀가루와 케첩, 육수 등을 부어 수프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왼쪽) 9 대두
간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만드는 대두. 대두의 레시틴과 사포닌, 이소플라본 성분이 혈액을 깨끗하게 해준다. 레시틴과 사포닌은 혈액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잘게 쪼개어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은 불필요한 중성 지방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레시틴과 이소플라본은 조리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된장이나 두부, 두유, 콩가루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 때도 영양소가 파괴될 염려가 없다. 단, 사포닌은 물에 녹는 성질이 있다. 대두를 삶을 때 거품이 많이 생기는데 이 거품 속에 사포닌이 듬뿍 들어 있으니 국물을 버리지 말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10 메밀
혈압과 관련한 메밀의 대표적인 성분으로 루틴이 있다. 비타민 P의 일종인 루틴은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모세혈관은 영양이나 효소를 전달하는 가느다란 혈관으로 단면의 투과성이 특히 중요하다. 지나치게 투과가 잘되면 출혈을 하거나 혈액 속의 단백질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루틴이 이 투과성을 적당하게 유지시켜준다. 모세혈관이 튼튼해지면 피곤함을 덜 느끼고 피부가 매끈해진다. 혈압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메밀을 물에 삶으면 수용성인 루틴이 녹아 나온다. 구수한 메밀 물을 차 대신 마시면 별미다. 또 루틴은 비타민 C가 있으면 더욱 활발하게 작용하므로 딸기나 오렌지, 녹황색 채소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먹도록 한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