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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그램 안동민 대표의 쿠킹 스타일 요리로 신나는 Show를 하라
국내 디자인 마케팅 회사의 대표주자인 (주)인터그램 대표 안동민 씨는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본능과도 같은 창의력에 대한 욕구와 시시때때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결과, 그의 요리는 매번 변화하고 성장을 거듭한다. 그 모든 과정을 ‘재미있는 놀이’라 여기며 신나게 즐기는 그의 쿠킹 노트를 공개한다.

맛있는 음식 마다할 이가 어디 있을까만은 나는 누구보다 먹는 걸 즐긴다. 이 세상에 먹는 거밖에 남는 게 없다고 믿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학창 시절 미국에서 살았던 나는 대학 다닐 때부터 여자 친구(지금은 나의 아내가 된)와 맛집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그때는 맛집 리스트 들고 줄 그어가며 다녔다. 옷은 안 사도 먹으러는 열심히 다녔는데, 학생이 가기에 버거운 고급 레스토랑은 용돈을 모아서라도 갔다. 생각건대, 내 입맛을 키운 8할은 바로 실패와 성공을 넘나들며(비싼 레스토랑이라고 다 맛있는 건 절대 아니다!) 발바닥에 땀 나도록 찾아다닌 수많은 맛집 경험일 것이다.

요리, 내 맘대로 하면 안 되겠니? 나는 디자이너, 그러니까 ‘크리에이티비티’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집단 구성원 중 하나다. 어떻게 하면 독특한 콘셉트와 싱싱한 아이디어, 남다른 감각으로 다른 이(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클라이언트까지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역할이자 생활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하게 틀에 짜여져서 순서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거, 솔직히 우리같이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고 잘 못한다. 왜냐고? 이유는 단 하나, 재미 없으니까. 내겐 요리도 마찬가지다. 남이 해주는 음식 먹을 때야 그렇지 않지만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기로 한 이상, 일단은 유쾌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나에게 요리는 ‘펀fun’, 즉 놀이다. 처음에는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배운 대로 한번 해보고, 두 번째, 세 번째 할 때는 ‘재미 삼아’ 재료를 바꿔보든지, 양을 조절하든지, 넣는 순서를 바꾸든지, 할 때마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조리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정리한 레시피를 ‘나의 쿠킹 북’에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있다. 레시피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반드시 그림이나 다른 색깔의 펜으로 알아보기 쉽게 메모해둔다.

잘 들여다보면 요리와 디자인은 과정이 닮았다. 남과 똑같은 게 싫어서 변형을 시도하다 보면 마지막 결과가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진다는 것. 너그럽게 봐주면 ‘창조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상하게 보면 뭘 저렇게 유별나게 굴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게 재미난걸. 그래서, 아무튼, 변형의 결과가 맛있었냐고? 친구들이나 직원들이 집에 오면 주로 내가 음식을 하는데, 매번 맛이 달라지다 보니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한다. 지난번 맛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번엔 맛이 덜하다 하기도 하고, 지난번에는 별 볼일 없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맛있다 하기도 하고…. 여하튼 두 딸과 아내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손맛이 있다’ ‘달라 보인다’ ‘타고난 감이 있다’ 는 둥하며 한껏 비행기를 태운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 가족까지 즐겁게 만드니, 일석이조에 금상첨화다.

음식에도 뉘앙스가 있다 고백하건대 한때 나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있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요리가 재미있을 것 같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기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재료에 양념 몇 스푼 순서대로 넣고 기계처럼 착착 만드는데, 그것처럼 따분한 것도 없다). 그런데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요리사 제이미는 소금도 후추도 대충 넣는 것 같고 정해진 양도 규칙도 없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정말로 요리를 쉽게 만드는 게 아닌가. 그전까지 나는 음식의 맛을 내려면 무조건 정해진 레시피대로 해야 되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아니올시다! 나는 완전히 제이미에게 반했고, 그는 나를 요리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즈음 지휘자 정명훈 씨의 요리책 <정명훈의 Dinner for 8>도 출간됐는데,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있었던 나는 단번에 그 책을 구입했고, 내가 요리에 특별히 관심 있는 걸 안 사랑스런 두 딸은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 를 내게 선물해주었다. 이 두 권의 책을 보면서 시간 날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흉내 내다 보니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꼬리를 물었던 거다. 그렇다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이탈리아까지 가서 요리 학교 다닐 상황은 안 되니, 여기서 단기 코스라도 해야겠다 싶어 수소문 끝에 이탈리아 요리 아카데미에 직접 찾아갔다. 어찌 됐든 나를 요리의 길로 들어서게 한 두 스승은 다름 아닌 제이미 올리버와 정명훈 씨다. 두 명의 멋진 스승님께 감사를.


1 뭐든지 문 안쪽으로 깔끔하게 수납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그의 성격에 딱 맞는 최첨단 빌트인 부엌. 군더더기 없이 블랙&화이트로 모던하게 꾸민 아일랜드 주방은 그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2, 3, 4, 5, 9 썰고, 끓이고, 굽고, 볶으며 요리하는 동안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실험과 수다가 공존하는 시간이다.
6 봉골레 스파게티에 들어갈 조개가 뜨거운 화이트 와인으로 샤워하는 중.
7 이탈리아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와 양념들.
8 그는 와인 모임을 통해 공부하며 즐길 정도로 와인 마니아. 요리하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은 가뭄 뒤에 오는 소나기 같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고 나니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냥 ‘맛있다’로 끝났다면, 이제는 ‘무슨 맛이 난다’ ‘무슨 재료가 많이 들어갔네’ ‘내가 하는 것과 뭐가 다르네’ 등등 음식을 보다 유심히 들여다보고 디테일을 느낄 줄 알게 됐다. 기본을 완전히 익히면 응용도 자유로워지는 법.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디자인에서도 기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일단 기본 그리드 시스템에 맞춰서 정석으로 디자인해놓고, 그다음에 그리드 시스템을 깨뜨려야 좋은 디자인이 탄생한다. 요리든 디자인이든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없다. 제이미의 무한한 응용 역시 탄탄하게 다져진 기본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음식을 뭐 그리 복잡하게 디자인이다 뭐다 결부시키느냐고, 억지 춘향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것조차 유쾌하고 재미난 놀이다.

이탈리아 요리 중에 특히 파스타는 나와 코드가 딱 맞아떨어진다. 집 앞에 나가서 후다닥 재료 사 와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다채로운 맛과 모양을 낼 수 있는 기본 종류가 많다, 때론 투박하게 때론 섬세하게 기분에 따라 무한 변형이 가능하다 등등. 파스타의 이런 점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요리하면서까지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으니까 거창하거나 힘든 것은 절대 사절. 일단 만들기 쉬워야 한다. 게다가 파스타는 만들면서 지루할 틈이 없는 요리니 나를 위한 최상의 음식이다.

슬슬 내 요리가 궁금해진다고? 음식에도 ‘뉘앙스’라는 게 있다. 디자인 마케팅을 하는 내 눈에는 음식에서 어떤 서체의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디자인하면서 어떤 서체를 사용할 때 거기서 특정 요리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내가 보기에, 내 느낌에 그렇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색깔과 그것이 담길 그릇의 색깔, 또 여러 가지 음식이 함께 놓여 있을 때의 색의 조화까지 생각하게 되고, 이런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나 안동민이라는 인간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내가 어찌 요리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이 모든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개똥철학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말이다.


부엌에서 발견한 안동민의 선택
1 프랑스 작가 샴페인 글라스 스위스에 갔다가 한 프랑스 작가의 전시를 보게 됐는데, 그곳에서 한눈에 반해 구입했다. 그러고는 유럽을 돌아다니는 내내 싸들고 다녔다. 스템(잔의 손잡이 부분)의 라인과 잡았을 때 묵직한 느낌이 좋다.
2 더블유엠에프WMF 휘스크 전구 필라멘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거품기. 넓은 그릇에 담긴 소스나 달걀을 저을 때 사용해보자. 설거지하기 편하다는 기특한 기능까지 갖췄다.
3 이딸라 주방 장갑 엄지와 검지를 따로 끼우게 돼 있어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주방에서 사용할 때 정말 편리하다. 장갑 낀 손의 표정이 재미있어서 더 좋다.
4 알레시 사람 모양 얼음 틀 사람 모양의 얼음이 음료수 위에 둥둥 떠다니면 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 사람 모양이 점점 작아지는 것도 보는 재미를 준다.
5 이딸라 키친타월 홀더 바닥 면이 고무로 처리돼 있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한 손으로 ‘톡’ 하고 키친타월을 뜯어 쓸 수 있어 편하고 넘어지지도 않는다. 사용자 중심의 편리한 스냅.
6 달라 피아자 계량컵 컵, 큰술, 작은술 등으로 원하는 대로 용량을 조절할 수 있으며, 양옆에 밀리미터와 온스의 두 가지 단위가 표기되어 있어 국내 요리책과 외국 요리책의 각각 다른 단위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파스타 마니아 안동민의 추천 맛집
비손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비손은 음식의 소스가 진한 편. 하지만 부담스러운 느낌은 없고 맛이 깊다. 봉골레나 연어 스피니치 파스타 추천. 02-790-0479 일 치프리아니 도산사거리에 있으며 특히 빵 맛이 기막히다. 루콜라 샐러드는 어느 곳보다 신선하고 맛있다. 02-540-4646 레 트레 깜파네 한남 오거리에 있는 작은 파스타 전문점. 맛은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못지않고 가격은 9천~1만 2천 원 정도로 합리적이다. 02-795-1405 라 볼파이아 파스타 전문점의 원조격. 프레시 토마토와 프레시 바질로 신선하게 구운 스페셜 피자 강력 추천. 02-543-1770

안동민 씨는 홍보편집물, 광고, 패키지, 브랜딩 및 아이덴티티 분야에서 앞선 감각과 노하우, 경쟁력 높은 크리에이티브로 국내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디자인회사 (주)인터그램의 대표. 자신 안의 열정을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쏟아냄으로써 클라이언트에게 ‘플러스 알파’를 선물하는 유능한 디자이너다. 스케치북에 자신의 싱싱한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면 가슴이 콩닥콩닥한다는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Steak Sandwich
재료 바게트, 스테이크용 등심, 양파, 양상추, 모차렐라 치즈, 머스터드소스, 올리브오일, 소금, 후춧가루(모든 재료의 양은 취향에 따라 준비할 것)

만들기
1
얇게 저민 스테이크용 등심에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 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그릴 기능에 맞춰 8~10분 굽는다.
2 양파는 링 모양을 살려 얇게 썬다. 팬에 올리브오일과 버터를 녹여 양파를 넣고 볶다가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3 뜨거운 ① 위에 가늘게 썬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려 녹인다.
4 ②에 발사믹 식초를 뿌린다.
5 반으로 가른 바게트의 안쪽에 머스터드소스를 펴 바르고 양상추를 올린다. 그 위에 ③과 ④를 순서대로 올린 뒤 나머지 바게트를 덮는다.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편집 디자인에 사용하는 서체에 비유한다면 ‘헬베티카 미디엄Helvetica Medium’이다. 이 서체의 단호하며 명쾌한 느낌은 남자를 연상시킨다. 또한 범용성을 내포하기도 하다. 특별함은 없으나 질리지 않는 디자인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받아낸다. 이 서체의 친근함은 꾸미지 않은 본질의 힘, 스테이크 샌드위치의 맛과 같다.

스테이크 샌드위치의 다소 거친 질감과 투박하게 잘린 외형의 느낌은 남자를 연상시킨다. 또한 이 음식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넘어선다. 샌드위치가 갖는 이동적 편리성을 지니며 점심 식사로나 저녁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복잡하지 않은 맛과 까다롭지 않은 조리법 또한 이 요리의 매력이다.

Tomato Bruschetta
재료
바게트 1개, 마늘 2개, 토마토 2개, 바질 적당량, 올리브오일 1큰술, 발사믹 식초·소금 약간씩, 바질

만들기
1 오븐을 190℃로 예열한다. 어슷 썬 바게트를 오븐에서 4~5분간 굽는다.
2 바삭한 바게트 위에 생마늘을 가는 듯이 문질러 마늘 향을 낸 뒤 올리브오일을 펴 바른다. 바게트를 다시 오븐에 넣어 2분간 굽는다.
3 토마토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씨를 빼고 작게 깍둑썰기한다. 바질은 굵게 다진다.
4 ④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소금을 넣고 골고루 섞어 토핑을 완성한다.
5 구운 바게트 위에 ⑤를 적당량 올린다.

‘토마토 브루스케타’는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서체 ‘옵티마Optima’다. 이 서체는 명조와 고딕의 중간에서 중성적 매력을 오묘하게 담아낸다. 또한 클래식한 느낌에서부터 모던함까지 이미지의 폭이 넓다. 이 서체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다양성이 아닐까. 중간의 자리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수렴한다. 그것은 토마토 브루스케타의 풍부한 맛과 같다.

이 요리엔 ‘중간’의 의미가 녹아 있다. 전채 요리면서도 포만감이 만만치 않다. 중요한 손님과의 진지한 만남에서부터 친구들과의 유쾌한 만남까지 폭넓게 어울린다. 또 브루스케타에는 다양성이 내재되어 있다. ‘다양한 색과 향기, 중간’의 의미는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것을 담고 자신을 뒤로하는 지혜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