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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폭신폭신한 시루떡
정말 맛있게 먹은 시루떡이 있다. 그 시루떡은 소금과 물, 멥쌀가루로만 만든 것이었다. 단순한 조합으로 만든 그 떡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왜 이리 싱거워’라는 느낌 외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씹을수록 구수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가.
사실 시중에서 이렇게 담백한 맛의 떡을 만나기는 힘들다. 떡이 팔리게 하려면 아무래도 설탕이나 건포도 등 달달한 맛을 내는 재료를 넣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입맛에 맞는 떡, 집에서 만들어 드세요. 떡 만드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빵이나 케이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답니다. 특히 시루떡은 쌀가루만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지요.” 수제떡방 ‘이소영 설날’의 이소영 씨 설명이다. 시루떡에 들어가는 멥쌀은 8시간 동안 불려서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놓는다. 500g씩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군것질거리가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시루에 담아 찌면 그만이다. 시루떡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 내리기’. 멥쌀가루에 물을 골고루 뿌려서 잘 섞이도록 손바닥으로 비벼야 나중에 골고루 익는다.

멥쌀가루 한 컵에 물 한 큰술이 적당하다. 손으로 비빈 다음 고운체에 내리는 것도 잊지 말 것. 그래야 눈이 내린 듯 포슬포슬한 질감의 설기를 맛볼 수 있으니. 멥쌀가루에 잣가루나 땅콩가루 등을 더하면 맛이 더욱 고소하다. 설탕 대신 단호박을 넣으면 달콤한 단호박설기가 되는데, 이때도 익힌 단호박과 멥쌀가루를 섞어 두 손바닥으로 골고루 비벼야 부드러운 설기가 된다. 시루떡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도구는 시루. 요즘에는 두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자그마한 시루도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시루는 모양이 둥글넓적하고 위가 벌어졌으며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과한 뜨거운 수증기가 떡을 익히는 것. 시루 바닥에는 가루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시룻밑(보통 면보자기를 사용한다)을 깔아야 한다. 쌀가루를 올린 시루를 찜통에 넣고 찌는데 이때 시루와 찜통의 크기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야 떡이 빨리 익는다. 시루에 비해 찜통이 지나치게 크면 뚜껑을 꼭 닫아도 수증기가 약해져 잘 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떡은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름이 들어가지 않아 트랜스 지방에 대한 염려가 없고 곡류와 견과류 등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햅쌀을 구해다가 떡을 지어 먹으면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담백하고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시루에 찌는 잣설기 만들기
재료 멥쌀가루 1컵, 소금 1/4 작은술, 잣·설탕·물 1큰술씩

만들기
1
멥쌀은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서 8시간 동안 불린다.
2 불린 멥쌀을 방앗간에서 곱게 가루를 낸다.
3 잣은 고깔을 떼어낸 다음 키친타월 사이에 넣고 칼로 다진다(사진 1).
4 볼에 쌀가루와 잣가루, 소금, 설탕을 넣고 버무린다.
5 물을 골고루 뿌려 손바닥으로 잘 비빈 뒤 고운체에 내린다.
6 물 적신 시룻밑을 시루에 깐 다음 ⑤를 편편하게 담아(사진 2)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20분 동안 찐다.
7 윗부분이 익었는지 확인한 후 불을 끄고 5분 동안 뜸 들인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