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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만큼 쫄깃하고 허브만큼 향긋한, 버섯!
1년을 진득하게 기다려 선선한 가을바람을 얹어 먹어야 제 맛인 버섯. 예로부터 버섯 중에 으뜸은 능이버섯이요, 둘째는 송이버섯이며, 셋째는 표고버섯이라 하였다. 폭신하면서도 졸깃한 질감과 독특한 향내는 동서양 미식가들의 입맛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한창 제철을 맞은 세 가지 자연산 버섯을 이용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가을 향기 풍성한 별미 코스 요리를 차렸다.
인공 재배가 되지 않는 송이나 능이 같은 자연산 버섯은 가을이 제철이지만 백화점 식품 코너에는 참으로 다양한 버섯이 사시사철 가득하다. 백화고, 참송이, 꽃송이, 해송이, 백만송이, 새송이, 참잎새, 황금팽이, 양송이, 참느타리, 미소느타리, 만가닥, 표고, 목이, 석이…. 수천 종류의 자연산 버섯 중에서 식용 가능한 것은 능이, 송이, 표고, 목이, 석이, 느타리, 싸리, 팽이 등으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만 위에 나열한 것처럼 종류가 다양해진 이유는 인공 재배가 발달하면서 나날이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버섯의 공통 성분은 단백질, 당질, 지질, 무기질, 비타민 B1, 에르고스테린, 구아닐산 등이다. 이 중 에르고스테린은 버섯을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D로 변하고, 구아닐산은 버섯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하지만 진정한 버섯의 맛과 향은 자연산으로 즐겨야 제대로다. 버섯 난 자리는 자식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산사람들이 새벽에 정성스럽게 캐낸 버섯이야말로 진미 중의 진미다.


동서양의 다양한 버섯
1 황금팽이버섯 갓이 황금색을 띠는 팽이버섯. 부드럽고 맛이 좋아 여러 요리에 두루 이용한다. 국물 요리에는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힌다.

2 살구버섯chanterelle 오렌지빛이 도는 트럼펫 모양의 야생 버섯으로, 영어 이름은 ‘샨터렐’. 살구 향과 감귤 향이 느껴지는 진한 풍미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3 송로버섯truffle 세계 3대 진미 가운데 하나.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돼지나 개의 후각을 이용해서 찾아낸다. 땅 냄새가 짙게 나며, 얇게 저며서 요리 위에 몇 조각 얹어 먹는다.

4 꽃송이버섯 항암 효과가 있는 면역 증강 기능성 물질 베타글루칸이 다른 버섯에 비해 3~4배 많다. 물에 불려 믹서에 간 뒤 물을 넣고 끓여 먹는다.

5 목이버섯 고목에 붙어 자라며 사람의 귀를 닮아 ‘목이木耳’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에 불려 모래가 없도록 씻어서 주로 볶음에 이용한다.

6 만가닥버섯 일본에서는 ‘시메지’라고 부르며 견과류처럼 고소한 풍미가 있고 조직이 연해 동양식 볶음이나 튀김, 전골 요리에 잘 어울린다.

7 포르치니porchini 굵은 기둥에 둥근 갓을 쓴 동화에 나오는 모양의 버섯.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나는 것이 특히 유명하다.

8 모렐morel 고깔 모양에 주름이 특징인 고급 야생 버섯. 진한 향과 씹히는 감촉이 독특하며 달걀과 쇠고기,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9 잎새버섯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갓이 부채꼴 혹은 반원형으로 마치 나뭇잎처럼 생겼다. 샐러드나 무침용으로 좋다.

10 백화고 표고의 일종으로 갓 모양이 ‘잘 갈라져 마치 국화꽃처럼 보인다’ 하여 ‘화고’라 부른다. 갈라진 틈이 하얀 백화고가 최상품.

Appetizer 능이와 표고 구이
능이버섯과 표고버섯에 다진 양파와 베이컨, 마늘, 잣과 허브로 맛을 낸 토핑을 얹어 오븐에 살짝 구워낸 전채 요리.

재료(4인분) 능이버섯 2개, 생표고버섯 4개, 소금·올리브오일 약간씩 토핑 다진 양파 50g,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베이컨 2대 분량, 굵게 다진 잣·다진 파슬리 2큰술씩, 빵가루 4큰술, 올리브오일 1큰술

만들기
1
생능이버섯이면 젖은 면보로 닦아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말린 것이면 연한 소금물에 불렸다가 물기를 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2 생표고버섯은 밑둥을 잘라내고 젖은 면보로 닦는다. 능이버섯과 표고버섯의 안쪽에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올리브오일을 살짝 바른다.
3 토핑 재료를 골고루 섞어 표고버섯에 소복하게 올린다.
4 오븐의 그릴 기능에서 5분 정도 굽는다.

버섯의 으뜸인 ‘능이버섯’은 향기가 매우 좋아 ‘향버섯’이라고도 부른다. 독특한 향은 흙냄새 같기도 하고 강한 풀 냄새나 나무 향 같기도 하다. 가을 백로 전후에 짧은 기간 동안만 얼굴을 내미는 능이버섯은 육류, 특히 쇠고기와 잘 어울리며 고기에 체했을 때 특효약으로도 쓰인다. 생식의 경우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말리거나 익혀 먹어야 한다. <한국의 맛>에 소개된 능이버섯 저장법은 다음과 같다. “능이버섯은 굵게 찢어서 소금으로 버무린 다음, 사이사이 소금을 두껍게 쳐서 항아리에다 절인다. 그 위를 비닐로 덮고 무거운 돌로 눌러둔다. 먹을 때 필요한 양만 꺼내어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깨끗이 씻어 꼭 짠다.”

Soup 표고크림수프
표고버섯의 구수한 풍미가 가득한 표고크림수프. 다른 버섯을 사용해도 되지만 감칠맛이 좋은 마른 표고버섯을 사용하면 풍미가 더욱 좋다.

재료(4인분) 마른 표고버섯 불린 것 200g(약 20장), 표고버섯 불린 물 1컵, 올리브오일 2큰술, 버터 30g, 다진 양파 150g, 다진 대파(흰 부분) 50g, 닭육수·우유 1 1/2컵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생크림 적당량

만들기
1 표고는 가늘게 채 썰고 버섯 불린 물은 면보에 밭친다.
2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중불에 올려 올리브오일을 두른 다음 버터를 녹인다. 불을 줄이고 다진 양파와 다진 대파를 넣고 말갛게 될 때까지 볶아 향을 낸다.
3 ②에 채 썬 표고를 넣어 2~3분 정도 더 볶는다. 장식용으로 쓸 만큼의 표고 볶은 것은 따로 둔다.
4 ③에 버섯 불린 물과 닭육수, 우유를 넣고 10분 정도 뭉근하게 끓인 뒤 식혀서 블렌더에 곱게 간다. 너무 되직하면 우유로 농도를 맞추고 냄비에 부어 한소끔 끓인 뒤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5 개인용 볼에 나누어 담고 남겨둔 표고버섯과 생크림으로 장식한다.

일상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표고버섯은 고맙게도 능이와 송이에 이어 최고의 버섯으로 꼽힌다. 표고에는 혈청 지질을 분해시키는 성분이 있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의 식이요법에 많이 이용하는데, 주성분은 탄수화물이지만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우수한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향취가 진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국물 낼 때 특히 유용하다. 생표고는 갓의 주름 부분에 먼지나 벌레가 낄 수 있으니 부드러운 솔로 결을 따라 손질해야 한다. 마른 표고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 다음, 기둥을 자르고 꼭 짜서 요리한다.

Salad 구운 송이와 치커리 샐러드
올리브오일에 살짝 구운 송이와 치커리에 파르메산 치즈와 호두를 올린 심플한 샐러드. 송이 자체의 향을 살리기 위해 드레싱에 식초나 양파, 마늘 등 향이 강한 재료는 넣지 않는 것이 조리 포인트다.

재료(4인분) 송이버섯 2개, 올리브오일 1큰술, 치커리·래디치오 50g씩, 파르메산 치즈 20g, 호두 10개, 소금 약간 드레싱 올리브오일 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송이버섯을 젖은 행주로 닦고 밑동과 지저분한 부분을 칼로 정리해 2~3mm 두께로 얇게 썬다. 송이가 싱싱할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된다.
2 약한 불에 프라이팬을 달궈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①을 앞뒤로 살짝 구워 소금을 약간 뿌린다. 더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버터를 사용해도 된다.
3 치커리와 래디치오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 뒤 한 잎 크기로 찢는다. 볼에 담고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4 접시에 송이버섯과 ③의 샐러드를 담고 파르메산 치즈 저민 것과 호두를 얹어 낸다.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맛과 향이 매우 강하고 송기松氣가 있다. 산중 고송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을 빌려 자라는 것으로 버섯 가운데서 으뜸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주로 가을 추석 무렵 20?80년생 소나무 밑이나 솔잎이 깔린 푸석푸석한 땅 위에서만 자란다. 구하기 힘들고 값도 비싸 이맘 때 미식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자연산 송이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레티난과 항암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갓이 피지 않은 동자송이가 좋고 기둥이 굵고 길며 아랫부분이 굵을수록 상품으로 친다.

Main Dish 능이버섯 리소토와 버섯볶음을 곁들인 닭가슴살 구이
향이 짙은 능이버섯 리소토에 마늘 향이 감도는 버섯볶음을 곁들인 허브 크러스트의 닭가슴살 구이.

재료(4인분) 닭가슴살 구이 닭가슴살 4쪽, 화이트 와인 4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빵가루 1/2컵, 파슬리 가루·올리브오일 2큰술씩 능이버섯 리소토 다진 능이버섯 1/2컵, 다진 양파·드라이 화이트 와인 1/4컵씩, 능이버섯 불린 물·닭육수·쌀 3/4컵씩, 올리브오일 1큰술, 버터 3큰술, 파르메산 치즈 가루 20g, 소금 약간 버섯볶음 참잎새·황금팽이·참송이버섯 50g씩, 올리브오일 2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닭가슴살은 화이트 와인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30분 정도 재운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거둔다.
2 빵가루와 파슬리 가루를 섞어 닭가슴살에 옷을 입힌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황금색이 돌도록 지진 다음 불을 줄여 속까지 익힌다.
3 능이버섯 불린 물과 닭육수를 냄비에 데운다. 다른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버터 1큰술을 녹인 다음 양파를 말갛게 될 때까지 2~3분 정도 볶다가 능이버섯을 함께 볶는다. 씻어 건진 쌀을 넣어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붓고 저으면서 알코올 기운을 날린다.
4 데운 육수를 한 국자씩 넣고 저어 쌀에 수분이 잦아들면 육수 넣기를 반복해 쌀알 심이 씹힐 정도로 익힌다. 5 마지막에 버터 2큰술과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넣어 고루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6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뒤 불을 높여 각종 버섯을 넣고 숨이 살짝 죽을 정도로 볶은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7 접시에 닭가슴살과 리소토, 버섯볶음을 담아낸다.

Dessert 무화과와 능이버섯 타르트
부드러운 크림치즈에 무화과의 단맛과 능이버섯의 쌉쌀함이 어우러진 컨트리풍의 미니 타르트.

재료(4인분) 타르트 크러스트 중력분 11/2컵, 슈거 파우더 1/2컵, 소금 1/4작은술, 냉장 무염 버터 8큰술, 달걀노른자 1개 분량 능이버섯 처트니 말린 무화과 불린 것·능이버섯 50g씩, 브랜디 50cc, 발사믹 식초 4큰술, 황설탕·꿀 2큰술씩 필링 생크림 1/2컵, 크림치즈 50g, 슈거 파우더 11/2큰술

만들기
1
체에 친 밀가루에 슈거 파우더와 소금을 섞고 잘게 조각 낸 버터와 달걀노른자를 섞어 반죽한다.
2 ①을 랩에 싸서 냉장고에 1시간 정도 두었다가 꺼내 5mm 두께로 민다.
3 지름 8cm 정도의 타르트 틀에 버터를 바르고 밀가루를 고루 뿌린다. 틀에 ②를 깐 다음 가장자리의 여분은 칼로 잘라낸다. 포크로 골고루 구멍을 내고 반죽이 들뜨지 않도록 잡곡이나 콩으로 채운다.
4 190℃로 예열한 오븐에서 8분 정도 구운 뒤 잡곡을 털어내고 황금색이 돌도록 2분간 더 굽는다.
5 무화과는 이등분하고 능이버섯은 잘게 찢는다. 작은 냄비에 꿀을 제외한 처트니 재료를 넣고 국물이 바특해질 때까지 졸인다. 마지막에 꿀을 섞어 좀 더 졸여 식힌다.
6 블렌더에 필링 재료를 넣어 돌린다.
7 ④에 ⑥을 채우고 ⑤를 소복하게 올린다. 견과류를 뿌려도 좋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